(2001년에 팬디스크가 나왔다니 본편은 대체 언제였던가..)



1. 아마 요즈음의 착한 어린이들에게는 대체 이 것이 무엇인지 듣도보도 못할 게임이겠으나 저에게는 언제나 마음의 고향이자 시시때때로 차오르는 덕심뽕의 주인공인 아포크리파 제로. 첫만남이 2003년이었으니 어연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발매된 것은 2001년. 내년이면 열 다섯살을 맞는 이 게임은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애시당초 이거 아니었으면 일본어도 안했을 거고 성덕도 안했을 것이며 이 인생을 살고 있지도 않았을 거에요 정말로.


2.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저는 한 때 모 위키 갱신자로서 열과 성의를 다하던 잉여여서 아포크리항목 제가 만들었어요. 그보다 여성향 게임 항목을 내가 만들었던 거같다(....) 오랜 만에 다시 들어가봤는데 크게 갱신되어있지 않고 따라서 카롤이나 루비가 얼마나 귀여우며 질과 베릴이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베릴이 어떤 사람인지 위키에다 부르짖을 수는 없겠지만.. 여기다가 드문드문 해볼까합니다. 되면 말고 안되도 말고. 캐릭터 하나하나를 모두 소중하게 여기고 연성도 죽을만큼 했고 유년기와 함께 자라온 이 작품에 새삼스럽게 다시 뽕을 맞은 것은 이미 수십번을 들었던 드라마시디 Blue Tail in the cross 때문입니다.


3. 갑자기 데오늬 달비만큼 이야기가 널을 뛰는데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R.O.D의 요미코 리드맨의 독서량(하루 17~18권)을 보았을 때 '오 많이 읽네'하고 생각했어요. '말도안돼'가 아니라. 책과 집과 도서관밖에 모르던 중학생 시절 제 독서량은 하루 17권이었습니다 ㅇㅅaㅇ 만화책 빼고 소설책만. 성인이 된 지금도 한달에 24권정도는 읽습니다. 왜 24권이냐면 도서관에서 한번에 빌리는 책권수가 12권이라서 그래요. 대여기간은 2주고요. 보통 주말에 몰아 읽거나 평일에 3~4권 나눠 읽고서 한번에 모아서 반납합니다. 보통은 그 권수 다 못읽는다는 소리는 최근에 들었고 겁나 충격이었어요 아 그렇구나 책 보통 읽는데 시간걸리는 콘텐츠였구나... 아니아니 뭐 그렇게 엄청 대단하고 훌륭한 독서광은 아닙니다만ㅇㅅㅇ;


4. 여튼 그런 제가 독서질의 신 비평을 연 것은 일본에서였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 원작입니다)를 읽었어요. 이 책에서 등장인물은 저마다의 이점을 위해서 서로 조금씩 거짓말을 합니다. 그야말로 덤불 속.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인간 속내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지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독자들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부분도 남아있고요. 이 책을 처음 읽고나서 행간읽기를 망치로 머리를 패는 충격과 함께 깨달았습니다. 아, 그렇구나. 보이는 게 전부 진실이아니구나. 

그 전까지 추리 소설을 읽으면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진실이 밝혀지기를 얌전히 기다리며 책 속의 인물이 이렇다고 쓰여있으면 이런 인물이라고 믿어의심치않았던 순진한 저에게 눈이 팍 띄이는 사건이었어요. 글로 써놓지 않은 행간 속에 속내가 또아리틀고 있을 수도 있는 거지요. 


5. 이 3,4번의 이야기를 왜 길게 했냐면, 10년만에 드라마시디에 들어있던 행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늦었는데 이거 써봤자 이미 작품이 추억의 명작으로 묻힌 후라서 아무도 모를 거야 으아아아아! 싶으면서도 쓰고 싶더라고요. 많은 팬들이 고민했던 장미와 공주와 나의 비유만이 아니라 그 앞부분말이에요. 요약하자면, 이 '양 진영이 합동하여 플라티나를 위해 적을 물리치며 사피루스는 플라티나를 돌봐주고 있는' 이 행복해보이는 사건이 실은 얼마나 일촉즉발의 개싸움 직전이었는가(...)를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는 이야기 되시겠습니다.



6. 먼저 눈에 띄는 부분. 플라티나가 제이드가 감싸주지 않아서 아프라사스에 의한 상처를 입고서 쓰러졌을 때 제이드는 적극적으로 알렉이 도와주기를 종용합니다. 사피루스와 루비등 알렉진영은 적인 플라티나를 돕는 것을 반대하고 결국 알렉은 혼자 이탈해서 플라티나의 도움이 되기로 하죠. 이 부분의 대사는 이러합니다. (번역이 아니고 걍 쓰는 거라 조금씩 다를 거에요)



카롤 : ..이 잔에 독을 넣는다고 해도 그 왕자는 의심없이 마시겠지요.

로도 : 으엑, 너, 설마?! 

카롤 : 농담이에요. 진심으로 듣지 말아주세요.

로도 : 네가 말하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단 말이지!

질 : 하지만 둘다 나오지 않는군. 

카롤 : 간식을 전하는 김에 살피고 오겠습니다.

질 : 부탁한다. ..제이드의 동향을 살피는 게 좋겠지.

카롤 : ..그렇죠.

로도 : 뭐야? 제이드한테 뭐가 있어? 그녀석 하반신 취미가 음흉하다던가??  

질 : 됐다. 넌 아무 생각도 하지 마라.

카롤 : 바보. 

로도 : 뭐야, 가끔은 머리 운동도 해주려고했더니 자기들끼리만 아는 척하기는.


카롤 : 저희들도 모르니까 망설이고 있는 겁니다. 

질 : 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우리들은 단 하나, 우리의 왕자만을 따르고 있다는 거다. 설령 그 남자는 그렇지 않게되는 순간이 와도.

로도 : 뭘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카롤 : (피식) 당연한 소리지요. 




알렉을 향한 플라티나 진영의 적대감은 의외로 쉽게 풀리는 듯 보이는데 사실 그 이전에 이 진영 플라티나가 없으면 제이드 목딸 생각이 만만했습니다! 애초부터 알렉의 합류 시점에서 카롤과 질은 아예 제이드를 믿고 있지 않았으며(...) 상황에 따라 제이드가 뒤통수를 칠 경우 적대시할 마음이 왕왕했다는 부분입니다. 새삼스럽지만 니들 사이 진짜 나빴구나! 아니 나라도 나쁘겠지만! 

제이드를 향한 플라티나의 조건없는 신뢰와 플라티나를 향한 부하들의 조건없는 충성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목 뎅강 잘려 사라졌을 것같은 저 성격나쁜 참모란!(눈물)


여기 더해서 알렉은 선의로 사람을 믿는 듯하면서도 끝내 카롤이 건네는 차를 마시지 않습니다. '카롤이 저 왕자는 독이 든 차라도 마시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에 반해서 알렉은 성하고 또 정의롭지만, 이 상황이 결코 장밋빛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는 소리에요. 



여기 더해서 보다 중요한 뒷부분입니다만 알렉을 데려가기를 언짢아하는 진영 앞에서 제이드는 협력이 필요하다며 알렉의 합류를 강력하게 중용합니다. '무척 강한 적이라서 우리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라며 함께 할 것을 주장하고 '적에게 소금을 보내는 행위'라며 알렉을 응원합니다. 


...근데 꼴랑 하나 합류하는 게 그렇게 중요할리가? 

애초에 그 수호자들 꽤 순식간에 썰리지 않았나? (후반에서는) 아예 다굴로 한큐인데? 


뭔가 쿰쿰한 기분에 뒤통수가 당기려는 순간 알렉진영의 동료들이 나타나고 많은 인원이 적 퇴치를 위해 함께 떠나게 됩니다. 이 와중에 사피루스는 플라티나의 간병을 하고 있기로 하지요. 무척 아름다워보이는 순간인데, 이 부분 대사말이에요... 





제이드 : 당신은 어떻게 할 겁니까, 사피루스. 

사피루스 : ..저는 여기 남아 플라티나의 간병이라도 하고 있겠습니다. 다같이 떠나버린다는 것도 이상하고. 

알렉 : 그건 그렇지만..

사피루스 : 제이드. 알렉 님을 부탁합니다. 저는 여기 남아 플라티나를 지키겠습니다. 당신을 대신해서. 그러니까 알렉님을 부디. 

알렉 : 사피..

사피루스 : 당신의 상냥함은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하시지요. 잊고 있어서 죄송했습니다. 저는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언제든 알렉님의 편으로 남고 싶으니까요. 

알렉 : 응, 나 다녀올게. 


제이드 : 잠든 사이에 목을 노리지 말아주세요.

사피루스 : 당신도 아니고. 그런 짓 안합니다. 


알렉 : 그럼 가자 다들! 



제이드 : ..하아. 그러면 적당히 힘내볼까요. ...... 하기사 그렇게 생각대로 잘될 리가 없었군요. 





...그러니까 이 평화롭게 떠나는 부분의 행간을 잘 읽어보면 제이드는 자신의 진영이 어색해하는 것도 무시하고 알렉의 협력을 사탕주고 애꼬시듯 적극적으로 지원했었고, 거기에 혼란을 틈타서 뭔가 할 생각이 만만했고 사피루스는 그런 놈인 걸 알아서 알렉이 합류하고 싶어했던 의견을 무시했는데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자기 진영 다 몰고 오되 너는 알렉님 곁에 있지만 나는 플라티나 옆에 있으니 어디 한번 해보시지하고 우아하게 돌려까기를 시전한 겁니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적 왕자를 간호하는 사피루스가 아니라, 네 왕자 곁에 내가 남았으니 내 왕자에게 허튼 짓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다시 말하건대 플라티나를 인질로 잡고 수 틀리면 플라티나 목따는 짓도 하겠다는 협박을 가한 이 흉흉한 상황...!! iiorz 


제이드는 상황이 잘 돌아가면 알렉을 제거할 생각이었겠죠. 사피루스는 그걸 알면서 알렉을 보호하러 플라티나 옆에 남은 거고. ..이 얼마나 자기 욕구에 충실한 생명체입니까 그런 것인가 천사란 그런 것인가.. 그리고 그런 모닝 슈타를 붕붕 휘두르면서도 전개자체는 어디까지나 하호하는 양진영 컨셉으로 몰고가는 이 마성의 게임이여... 



7. 뜯어보면 뜯어볼 수록 아포크리파는 맛이 깊어지는 것이, 얼핏 부드러워보이는 대부분의 순간들이 사실은 냉혹하리만치 잔인한 타산들이 들어가있습니다. 애초에 이 게임에서 내 귀여운 왕자님들은 배신의 순간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요. 알면서도 눈을 감기로 택했죠. '항상 왕자님의 편으로 있고싶다던' 사피루스가 4장에서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이 게임 참 믿을 놈 하나 없는... 그런... 애초에 베릴부터가 아프라사스 멸족의 주인공이자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의 결말을 짓기 위해 그 현실을 방치하고 있었던가... ..와... 허.. 참... 


8. 아무튼 간만에 아포크리파를 들었더니 그 복잡미묘 쌉싸름한 맛을 새삼 온몸으로 느끼고 애정이 차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조금 더 덧붙이면 세월 속에서 사라지고 또 다시 태어나는 십자가의 의미도 그러했습니다. 베릴은 가족을 죽인 아프라사스를 원망했지만 그와 마주했을 때는 가족의 무덤조차 찾지 못할만큼 아득한 과거로 느끼고 있었죠. 세레스가 표식을 남기기 위해 베릴의 가족들이 묻힌 곳을 물로 덮어버렸을 때 그건 하나의 맺음이 되었을 겁니다. 가득한 과거는 수장시키고 이제는 세레스와 함께 살아간다는. 하지만 거기서 연쇄를 끝나지 않죠. 세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그에게 장미를 사랑했던 누군가가 있었기에 세레스는 베릴에게 장미를 제외한 다른 꽃을 권했습니다. 둘은 과거를 묻고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하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무한한 생명은 이어집니다. 연쇄는 이어져서 사랑은 다시 무너지고 비극은 도래합니다. 그 사랑했던 세레스를 제 손으로 멀리 떠나보내버린, 망가지고 다친 이후의 베릴은 이미 가족의 죽음과 연인과의 이별이라는 두번의 비극을 겪었어요. 그런데 이제 지칠 대로 지친 그의 앞에 그와 같은 얼굴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가 있는 겁니다. '장미가 좋아. 예쁘고 색도 많고 그것밖에 꽃의 이름도 모르는걸.' 여기 또다른 시작이 있는 거지요. 그 것도 비극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 순간이. 베릴에게는 그 것이 구원같았을 거겠고. 계절은 돌고 돌고 잔혹하고 아프고, 그래도 아름답고. 여러가지로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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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보고왔... 검은 사제들 보고왔습니다


모든 사람과 똑같은 한줄 감상

1. 강동원이 사제복 입고나온다=잘생긴거+잘생긴 거=☆핵☆잘생긴 거☆

2. 강동원에게 반팔 사제복을 박제해주세요 


이하 덕적인 감상.


1. 강동원때문에 보러갔냐는 말에 아니라고 할만큼 순결하지는 않습니다만(당당) 강동원의 핵잘생김을 빼놓고도 맛있게 좋은 영화였습니다.


2. 오컬트 엑소시즘영화에요. 엑소시스트만큼 경건하고 악에 치중하지는 않고 미드 슈퍼내추럴이나 소설 퇴마록처럼 캐릭터가 살아있고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자신을 따르던 소녀가 빙의되자 고군분투하는 아웃사이더 '꼴통'중년 사제, 아무것도 모르는듯하지만 미음안에 어둠을 감추고있는 청년 부사제. 어디서든 많이 보았을 법한 드라마같은 캐릭터 설정과 부딪히고 방황하던 둘이 마음을 다잡고 콤비가 되는 과정은 만화나 드라마의 제 1권같습니다. 


2. 하지만 이런 소재를 가지고 한국에서 영화가 나왔는데 촌스럽거나 만화같은게 아니라 세련되고 디테일이 살아있다는게 이 영화의 크나큰 강점이에요. 설정들을 구태여 세세하게 끌어내지는 않지만 중세시절부터 간지구현을 이룩해온 가톨릭에 기반하여 기도서에서 예식까지 퇴마과정을 스타일리시하게 묘사하고 결과 퇴마는 세기말을 앞두고 탐미적인 오컬트 취향에 빠져봤던 사람들이라면 짜릿할 만한 섬세한 묘사로 화면에 나타납니다. 


덕후 근성 자극한다는 소리에요 빨리 2편주세요


3. 서사를 만들기에 앞서 많이 쎄비팠다는 걸 느꼈는데 신학교의 7학년 멘트라던가 신부님에 관한 묘사부터 시작해서 바흐와 성가같은 지식적인 부분도 그러했고 성당에 대한 묘사도 자연스럽게 맞아들어가서 좋았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술담배고기 ok(하지만 여자와는 인연이없는) 사제라던가 합창단 지망하는 영신이나 성모님한테 인사하고 나서는 부분같은 거요. 무당을 배척하지 않는 부분부터 가톨릭병원 교수님까지(...) 신앙적인 존경심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부분들이 눈에 깊었습니다. 


4. 맞다 내가 가톨릭대생+천주교인인게 엄청 기뻤어요 보이나 명동성당! 보이나 성심교정!!!!! (으쓱으쓱) 

솔직히 종교를 기반으로 퇴마영화를 만든다는 게 신앙인에게 아주 엄청 환영할 일은 아닐 텐데 그걸 허락해주는 내 종교의 대인배심이 뿌듯했습니다


5. 씨지나 이야기의 개연성(특히 어린 자신-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도망가지 않기로 결심하는 부제님장면이오)을 우아하게 막힘없이 배치한 것도 좋았어요. 등장인물의 행동에 의구심을 느끼지않게하는 호흡조절이었습니다. 오프닝 시퀸스에서 문장들이 수단으로 수렴되는 부분에서부터 와 스타일리쉬하다 ㅇㅅㅇ)b했어요.


6. 그리고 소리덕후이자 목소리덕후로서 우아한 중국어 독일어 라틴어 발음을 다 살려준게 존좋이었어요!!! 무얼 숨기랴 암살볼 때 일본어 발음이 제일 아쉬웠단 말이에요. 


7. 도중에 엑소시스트 아기토 나와서 빵터졌습니다. 오컬트 만화(설정 쎄비파는 것)으로는 나루시마 유리를 빼놓을 수 없져 감독님 뭘좀 아시네요 엉엉(야광봉)


8. 강동원으로시작하지만 자체로도 힘있고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그니까 빨리 2편주세요 빨리 급함 ㅇㅅ"ㅇ


9. 아 이거 빼먹을뻔했다 강동원 빼고도 좋은 영화지만 찬송+십자가+수단+향로 강동원씬의 파괴력은 마치 관상의 수양대군 등장신을 방불케하는 전심전력 마지혼키였습니다


미친스크린에 대천사 강림하는 줄 알았음


자매만화 : 엑소시스트 아기토, 소년마법사

자매영화 : 엑소시스트

자매드라마 : 슈퍼내추럴(1~2시즌) 

자매강동원핵멋짐: 군도(한복) 


근데 강동원씨는 진짜 만화같은 각본 좋아하시나봐요 초능력자부터 시작해서 일관성있는 심미안..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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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더 파이널 보고왔습니다. 


아 요새 강동원 배우에 치여서 진짜 일상존중이 안됨 와 진짜 뭘먹고 이렇게 잘생긴 거지 사람 얼굴에 큰 감흥 없는 편인줄 알았는데 그 기럭지로 막 움직이는게 그냥 막..  사제복이 막 이케 펄럭펄럭하는데 와 기럭지가 안끝나.. 군도랑 전우치 형사 다 챙겨보고있고... 근데 영화들이 음.. 오..아예.. 


※ 헝거게임 보고온거 맞습니다 



1. 헝거게임입니다. 4편짜리로 분할한 3부작 소설의 마지막 완결편. 원래도 스타트라인에서 끝까지 가기 어려운 것이 사람섭리인만큼 재미없지 않을까/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재밌었어요. 

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원작소설을 열번정도 읽었던 사람이고 처음보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이해못할 것같기는 합니다. 극은 3부작 최종권의 중간에서부터 시작하고 이 시점에서 인물들의 역학관계는 사실상 완결까지 달려갈 뿐 전부 정해져있거든요. 영화는 제니퍼 로렌스파워를 믿은 건지 중간부터 잘라놓고 시작해도 아무 문제없었던 반지의 제왕의 계보를 이어 시작과 동시에 목졸린 제니퍼 로렌스가 콜록거리고 있습니다. 


2. 전편을 보시던가 소설을 보시는 거 추천합니다 캐피톨이 무엇이고 반란이 무엇이며 모킹제이가 왜 모킹제이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어요. 가끔 마블시리즈가 뒤로 갈 수록 신규 팬 유입에 너무 각박하다고 불평한 제가 너무 친절주의자가 아니었나 싶어집니다. 이렇게도 개봉하는데 그래 뭐 쫄쫄이 입은 애들 한둘 이름 안 말해주고 시작한들 별 문제있겠어요. ㅇㅅ< 


4. 농담이고 영화는 놀랍게도 세세한 설정이나 이야기를 캐지 않아도 소재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늘려야 3부작의 최종권 절반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한편짜리 영화로 만들 수 있나 했는데 전편에서 프로파간다와 모킹제이에 관해 집중하더니 최종편에서는 쌈박하게 캐피톨 침투작전을 공들여 묘사합니다. 캣니스 애버딘이 캐피톨에 가질 수 있는 증오, 코인 대통령의 뒷공작에 대한 설명을 풀어주고 시작한 이후에는 기괴하게 아름다운 도시 캐피톨에서 벌어지는 각종 함정들을 빠져나가는 캣니스의 스노우 대통령 암살작전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5. 다양한 팟들의 구현, 미래 하이테크놀로지에 기반했으되 고전적인 건물들, 여전히 튀어서 눈에 꽂혀들어오는 하이패션, 불과 함정과 총과 전투. '마지막 헝거게임에 온 걸 환영해'라던 대사처럼 이야기는 늘어지지 않고 화면을 화려하게 수놓아줍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우울한 듯 무표정한 캣니스 애버딘- 제니퍼 로렌스의 묵직한 연기가 영화의 중심이 되어주고요.


6. 미국 전역 여자아이들 손에 활을 들려준 것은 캣니스 애버딘일지 모르지만 인정해야합니다. 캣니스 애버딘이 그토록 매력적인 것은 제니퍼 로렌스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건 그냥 트와일라잇 아포칼립스판이었을거라구요. 프로파간다에 이용당하는 소녀의 발버둥, 단순한 충동과 진실이 낳는 큰 파동, 연설문도 조작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매혹시키는 소녀. 내부에는 전쟁과 살육으로 망가지는 소녀. 제니퍼 로렌스는 눈빛과 허스키한 목소리와 불안한 표정만으로 이 무뚝뚝한 소녀를 완벽하게 스크린에 만들어낸다구요. 이제와 고백하면 제니퍼 로렌스를 보기 위해 극장에갔습니다 ㅇㅅㅇ)9 


7. 전투신에서 절규장면까지 극 전체의 중심을 잡으며 1인극으로 끌고나가는 캣니스의 존재감에 비해 두 남자배우의 존재감은 진짜 미미합니다. 인신공격이지만 페타 너무 작아요. 왜소하다고요. 포옹신에서 클로즈업샷밖에 찍을 수 없는 단신 남자배우라니 이건 사기야. 리암 헴스워스-게일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역시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연기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캣니스와의 이별신은 얼마든지 더 고통스럽고 괴로워질 수 있었는데 그냥 여왕 앞에서 침통하게 고개 숙인채 통보를 받아들이는 병사같았어요. "그게 무슨 소용있겠어. 너는 나를 볼 때마다 호버크래프트와 네 여동생을 떠올릴텐데." 이 대사 대체 왜 뺀거에요? 게일의 핵심같은 거였는데.


8. 좋은 이야기 실컷썼는데(정말?), 이 영화는 좋은 전개와 흥미로운 연출로 영화의 90%를 채운다음 마지막 10%를 쓰레기로 만들어버립니다. 엔딩신 찍을 때 뭐 감독님 이하 전 스텝이 죄다 일주일쯤 철야하고서 일단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두자는 소리를 한 게 틀림없어요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안일하고 쌈마이한 에필로그 안찍었을 거야.. 음... 


9. 모킹제이의 마지막 에필로그는 캐피톨이나 다른 구역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캣니스의 이야기입니다. 프로파간다에 휘말린 소녀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택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에요. 불꽃과 전쟁 속에서도 자신을 놓지 않았고, 기어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재 속에 남겨지고, 그 비극 후에 자신이 사랑할수 있었던 소박하고 아름다운 것들, 땅에 발을 붙이고 자라는 민들레같은 평온을 찾아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는 거에요. 프림로즈가 불타오르면서 헝거게임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던 캣니스의 삶은 완전히 끝납니다. 지키고 싶었던 최초의 것을 결국 잃었으니까요. 그 이후는 그녀가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림의 고양이를 만나고 처음으로 눈물을 터트려요. 사냥도 나가고요. 그리고 비극이나 역사가 아니라 소박한 꽃으로 프림을 기억해주는 피타의 다정함 앞에서 조금씩 상처를 치유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림같은 평화 가운데 앉아서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는 거에요. 여전히 악몽은 찾아오고 미소는 완전히 순수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보다 더 나쁜 게임도 해왔으니까.


10. 9번에 길게 쓴 내용은 사실 영화의 주제 의식인데 영화에서 티가 나진 않습니다. 애초에 피타의 다정한 평화와 게일의 불타던 복수는 모킹제이에게 눌려서 사라졌거든요. 피타는 그냥 정서불안장애를 앓는 환자같고 게일은 그냥 솔져역할에 맛들린 전쟁광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데 연기만 보면 그래요. 운명에 순응하고 희생하는 전사보다 '나 아직 죽기 싫어 결혼한지 얼마안됐어'같았던 피닉의 '캣니스으으으!!'를 포함해서.. 감독님 솔직히 말해봐요 제니퍼 로렌스 찍는데 맛들려서 그거 중심으로 두고 나머지다 치웠죠... 


11. 영화는 코인의 교활함과 스노우의 잔혹함 사이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본편 중에서는 저런 캣니스의 내면에 대한 부족한 묘사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같은데 캣니스가 모킹제이로서의 자신을 끝내고 '캣니스 애버딘'으로서의 삶을 고민해야하는 후기에 오니 갑자기 영화가 미친듯이 흔들립니다. 떡밥, 안깔아놨거든요! 제니퍼의 연기가 하드캐리하기는 하는데 정신나간 제국과 프로파간다로 채웠던 이야기 끝에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구겨넣는 걸 온몸으로 어색해하고 있는 영화화면을 구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원래도 심리묘사가 두드러지는 다이제스트 풍이라 만들기 어려웠을테지만 무기력하게 누워있다가 여동생의 고양이를 보고, 헝거게임 나가기 이전 그 시절처럼 다시 사냥을 시작하고, 피타를 만나고, 함께 잠들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면 이거보다는 잘했어야죠. 바닥이 무너지는 팟을 달리는 연출 절반만큼만 섬세하게 해줬어도! 


12. 마지막 차라리 나레이션으로 끝내지 어린 아기에게 말거는 엔딩이라니 진짜 촌스러웠어요.............. 


13. 음 진짜 졸려서 안되겠다. 이만 자고 다음에 또.. 거의 다 썼지만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하면 피타가 더 컸으면 좋았을뻔했습니다.

+ 새벽 네시까진가 쓰고 잠들었다가 조금더 살붙여서 마무리. 아 맞다, 글의 첫부분이 강동원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강동원 배우 관련으로 찾아보다가 새벽 네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ㅇㅅaㅇ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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