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더 파이널 보고왔습니다. 


아 요새 강동원 배우에 치여서 진짜 일상존중이 안됨 와 진짜 뭘먹고 이렇게 잘생긴 거지 사람 얼굴에 큰 감흥 없는 편인줄 알았는데 그 기럭지로 막 움직이는게 그냥 막..  사제복이 막 이케 펄럭펄럭하는데 와 기럭지가 안끝나.. 군도랑 전우치 형사 다 챙겨보고있고... 근데 영화들이 음.. 오..아예.. 


※ 헝거게임 보고온거 맞습니다 



1. 헝거게임입니다. 4편짜리로 분할한 3부작 소설의 마지막 완결편. 원래도 스타트라인에서 끝까지 가기 어려운 것이 사람섭리인만큼 재미없지 않을까/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재밌었어요. 

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원작소설을 열번정도 읽었던 사람이고 처음보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이해못할 것같기는 합니다. 극은 3부작 최종권의 중간에서부터 시작하고 이 시점에서 인물들의 역학관계는 사실상 완결까지 달려갈 뿐 전부 정해져있거든요. 영화는 제니퍼 로렌스파워를 믿은 건지 중간부터 잘라놓고 시작해도 아무 문제없었던 반지의 제왕의 계보를 이어 시작과 동시에 목졸린 제니퍼 로렌스가 콜록거리고 있습니다. 


2. 전편을 보시던가 소설을 보시는 거 추천합니다 캐피톨이 무엇이고 반란이 무엇이며 모킹제이가 왜 모킹제이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어요. 가끔 마블시리즈가 뒤로 갈 수록 신규 팬 유입에 너무 각박하다고 불평한 제가 너무 친절주의자가 아니었나 싶어집니다. 이렇게도 개봉하는데 그래 뭐 쫄쫄이 입은 애들 한둘 이름 안 말해주고 시작한들 별 문제있겠어요. ㅇㅅ< 


4. 농담이고 영화는 놀랍게도 세세한 설정이나 이야기를 캐지 않아도 소재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늘려야 3부작의 최종권 절반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한편짜리 영화로 만들 수 있나 했는데 전편에서 프로파간다와 모킹제이에 관해 집중하더니 최종편에서는 쌈박하게 캐피톨 침투작전을 공들여 묘사합니다. 캣니스 애버딘이 캐피톨에 가질 수 있는 증오, 코인 대통령의 뒷공작에 대한 설명을 풀어주고 시작한 이후에는 기괴하게 아름다운 도시 캐피톨에서 벌어지는 각종 함정들을 빠져나가는 캣니스의 스노우 대통령 암살작전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5. 다양한 팟들의 구현, 미래 하이테크놀로지에 기반했으되 고전적인 건물들, 여전히 튀어서 눈에 꽂혀들어오는 하이패션, 불과 함정과 총과 전투. '마지막 헝거게임에 온 걸 환영해'라던 대사처럼 이야기는 늘어지지 않고 화면을 화려하게 수놓아줍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우울한 듯 무표정한 캣니스 애버딘- 제니퍼 로렌스의 묵직한 연기가 영화의 중심이 되어주고요.


6. 미국 전역 여자아이들 손에 활을 들려준 것은 캣니스 애버딘일지 모르지만 인정해야합니다. 캣니스 애버딘이 그토록 매력적인 것은 제니퍼 로렌스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건 그냥 트와일라잇 아포칼립스판이었을거라구요. 프로파간다에 이용당하는 소녀의 발버둥, 단순한 충동과 진실이 낳는 큰 파동, 연설문도 조작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매혹시키는 소녀. 내부에는 전쟁과 살육으로 망가지는 소녀. 제니퍼 로렌스는 눈빛과 허스키한 목소리와 불안한 표정만으로 이 무뚝뚝한 소녀를 완벽하게 스크린에 만들어낸다구요. 이제와 고백하면 제니퍼 로렌스를 보기 위해 극장에갔습니다 ㅇㅅㅇ)9 


7. 전투신에서 절규장면까지 극 전체의 중심을 잡으며 1인극으로 끌고나가는 캣니스의 존재감에 비해 두 남자배우의 존재감은 진짜 미미합니다. 인신공격이지만 페타 너무 작아요. 왜소하다고요. 포옹신에서 클로즈업샷밖에 찍을 수 없는 단신 남자배우라니 이건 사기야. 리암 헴스워스-게일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역시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연기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캣니스와의 이별신은 얼마든지 더 고통스럽고 괴로워질 수 있었는데 그냥 여왕 앞에서 침통하게 고개 숙인채 통보를 받아들이는 병사같았어요. "그게 무슨 소용있겠어. 너는 나를 볼 때마다 호버크래프트와 네 여동생을 떠올릴텐데." 이 대사 대체 왜 뺀거에요? 게일의 핵심같은 거였는데.


8. 좋은 이야기 실컷썼는데(정말?), 이 영화는 좋은 전개와 흥미로운 연출로 영화의 90%를 채운다음 마지막 10%를 쓰레기로 만들어버립니다. 엔딩신 찍을 때 뭐 감독님 이하 전 스텝이 죄다 일주일쯤 철야하고서 일단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두자는 소리를 한 게 틀림없어요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안일하고 쌈마이한 에필로그 안찍었을 거야.. 음... 


9. 모킹제이의 마지막 에필로그는 캐피톨이나 다른 구역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캣니스의 이야기입니다. 프로파간다에 휘말린 소녀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택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에요. 불꽃과 전쟁 속에서도 자신을 놓지 않았고, 기어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재 속에 남겨지고, 그 비극 후에 자신이 사랑할수 있었던 소박하고 아름다운 것들, 땅에 발을 붙이고 자라는 민들레같은 평온을 찾아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는 거에요. 프림로즈가 불타오르면서 헝거게임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던 캣니스의 삶은 완전히 끝납니다. 지키고 싶었던 최초의 것을 결국 잃었으니까요. 그 이후는 그녀가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림의 고양이를 만나고 처음으로 눈물을 터트려요. 사냥도 나가고요. 그리고 비극이나 역사가 아니라 소박한 꽃으로 프림을 기억해주는 피타의 다정함 앞에서 조금씩 상처를 치유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림같은 평화 가운데 앉아서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는 거에요. 여전히 악몽은 찾아오고 미소는 완전히 순수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보다 더 나쁜 게임도 해왔으니까.


10. 9번에 길게 쓴 내용은 사실 영화의 주제 의식인데 영화에서 티가 나진 않습니다. 애초에 피타의 다정한 평화와 게일의 불타던 복수는 모킹제이에게 눌려서 사라졌거든요. 피타는 그냥 정서불안장애를 앓는 환자같고 게일은 그냥 솔져역할에 맛들린 전쟁광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데 연기만 보면 그래요. 운명에 순응하고 희생하는 전사보다 '나 아직 죽기 싫어 결혼한지 얼마안됐어'같았던 피닉의 '캣니스으으으!!'를 포함해서.. 감독님 솔직히 말해봐요 제니퍼 로렌스 찍는데 맛들려서 그거 중심으로 두고 나머지다 치웠죠... 


11. 영화는 코인의 교활함과 스노우의 잔혹함 사이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본편 중에서는 저런 캣니스의 내면에 대한 부족한 묘사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같은데 캣니스가 모킹제이로서의 자신을 끝내고 '캣니스 애버딘'으로서의 삶을 고민해야하는 후기에 오니 갑자기 영화가 미친듯이 흔들립니다. 떡밥, 안깔아놨거든요! 제니퍼의 연기가 하드캐리하기는 하는데 정신나간 제국과 프로파간다로 채웠던 이야기 끝에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구겨넣는 걸 온몸으로 어색해하고 있는 영화화면을 구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원래도 심리묘사가 두드러지는 다이제스트 풍이라 만들기 어려웠을테지만 무기력하게 누워있다가 여동생의 고양이를 보고, 헝거게임 나가기 이전 그 시절처럼 다시 사냥을 시작하고, 피타를 만나고, 함께 잠들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면 이거보다는 잘했어야죠. 바닥이 무너지는 팟을 달리는 연출 절반만큼만 섬세하게 해줬어도! 


12. 마지막 차라리 나레이션으로 끝내지 어린 아기에게 말거는 엔딩이라니 진짜 촌스러웠어요.............. 


13. 음 진짜 졸려서 안되겠다. 이만 자고 다음에 또.. 거의 다 썼지만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하면 피타가 더 컸으면 좋았을뻔했습니다.

+ 새벽 네시까진가 쓰고 잠들었다가 조금더 살붙여서 마무리. 아 맞다, 글의 첫부분이 강동원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강동원 배우 관련으로 찾아보다가 새벽 네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ㅇㅅaㅇ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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