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미의 승무원들이 식사를 끝낸 후의 식당은 기능을 멈추고 침묵에 빠져있었다. 펠트는 익숙한 몸짓으로 저장고의 남은 식량을 확인했다. 물자는 아직 넉넉하게 남아있다. 체크표와 저장고 내부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펠트는 이내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망설이던 그녀는 이내 저장고에서 물러나 옆에 있는 선반으로 다가갔다. 몇번의 몸짓만으로 1인분의 식기는 쉽게 꺼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저장고에 남아있는 식료품을 확인한 후에 그녀는 저장고의 점검을 마쳤다. 뒤로 물러서는 펠트의 손에는 저장고에서 꺼낸 식료품을 얹은 식기가 들려있었다.
이제는 제 몸이나 다름없게 느껴지는 복도를 가볍게 유영해 그녀는 개인 룸쪽으로 향했다. 두번째 복도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나온 방은, 물론 펠트 자신의 방은 아니었다. 문 앞에 멈춰서서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손에 든 식기와 닫혀있는 문의 인식 시그널을 번갈아보다가,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방안은 어두컴컴했다. 비어있는 침대를 눈길로 쫓다가 그녀는 어슴푸레하게 드러난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침대 옆에 기대어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남자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펠트는 머뭇거리다가 가져온 식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때까지도 남자는 반응이 없었다. 습관처럼 목례를 하고 그녀는 몸을 돌려 나가려했다.
"......안 먹어."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 때였다. 펠트는 놀라서 순간 멈칫했다. 그녀는 주저주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여전히 세운 한쪽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나중에라도 먹어. 몸에 안좋으니까."
"생각 없어."
힘없는 남자의 목소리는 울음에 잠겨 잔뜩 쉬어있었다. 펠트는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세츠나와 마주했었던 그의 모습이 겹쳐졌다. 울고 있는 그의 목소리가, 절규가 견딜 수가 없어서 펠트는 그 장소에 있을 수가 없었다. 복도로 뛰어나온 후에도 그 울음소리는 오래도록 펠트의 귀에 남아있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의 상처입은 목소리. ..어디선가 들었었다. 감정을 억누르며, 펠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두고 갈테니까, 생각 있으면 먹어."
"..."
그는 대답할 힘도 없어보였다. 내버려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펠트는 등을 돌려 나가지 못했다.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그래서. 펠트는 굳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당신이 아파하면 리터너 씨도 슬퍼할 거야."
그 말이 남자에게 끼칠 영향은 익히 알고 있었다. 펠트가 생각했던 대로 탈진한 듯 보였던 남자는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에 전신을 경직했다. 아마 지금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일테지. 펠트는 가만히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남자가 밀어내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연 것은 조금 후였다.
"아뉴는 여기 없어."
"..있었다면 슬퍼했을 거야."
"듣고 싶지 않아..!"
"..당신은 여기에 있어."
당신은 아직 여기에 있어. 그녀는 이제 없어도.다 담지 않은 말을 이해했는지 남자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한사코 고개를 들지 않으려는 그는 펠트의 말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잔인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펠트는 구태여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힘내요."
조용한 방의 어둠에 스미듯이 그녀의 목소리는 나직하게 퍼져나갔다. 괴로운 듯 손아귀를 쥐고 있던 남자는 고개를 묻은 채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말이 아팠다. 조용한 음성을 남긴 그녀가 다시 몸을 돌렸다.
"..잠깐만."
".."
문가의 시그널에 다시 손을 올리려는데, 펠트의 등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펠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 묻힐 듯이 드러난 소녀의 형상은 언젠가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리던 그 모습과 닮아있었다. 정신없이 울어댔던 탓에 목은 아프고 눈가에서는 아직도 열이 났다. 아마도 추하겠지. 반쯤 오기로 내뱉는 말또한 그러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라일은 젖어있는 눈매를 들어 펠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나는 형이 아니야."
마른 목에서 쇳소리가 났다.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수천번은 입에 담은 것같은 발언이었다. 오기라는 것도 알았다. 그녀의 빈자리를 상기시켜준 여자에 대한 반발도 어느 정도는 있었으리라. 자기혐오와 슬픔이 뒤섞인 채 그는 일그러질 것같은 웃음을 억눌렀다. 돌아보지 않은 여자는 조용히 대답했다.
"알고있어."
"..."
"..그래도.."
조금 주저하면서도, 고개 숙인 펠트는 말을 이었다. 목소리에 희미한 슬픔이 묻어났다.
"..나도, 리터너씨가 아니니까."
펠트는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도망치듯 문 너머로 사라졌다. 남겨진 라일은 치미는 슬픔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거대한 공허가 마음을 꽉 메우고 있었다. 펠트가 남기고 간 말 속에서 문득 그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행복하게 웃고 있었던 상냥한 얼굴. 헤어지는 것이 견딜 수 없다는 듯 그녀는 슬픈 눈으로 자신을 보았다. 헤어지고 싶지 않아. 라일. 하지만 슬픔으로 가득찬 감정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이 기뻤다는 듯, 울 것같은 눈으로 웃어주었다.
...아뉴.
잊어버릴 것같았던 아픔이 밀려왔다. 그는 입을 막고 고개를 숙였다. 잃어버린 연인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 상실감을 메워줄 사람도 없었다. 펠트 그레이스가- 자신에게서 형의 그림자를 찾았던 여자가 되돌려주었듯이, 그녀의 대신이 될 사람은 없었다. 낮은 흐느낌이 새어나와 혼자가 된 방 안에 가득 찼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펠트는 가슴 언저리를 두 손으로 눌렀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 오기에 가득 차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아이의 것처럼 보여서 더 가슴 아팠다. 다른 사람이었다. 그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도, 그와 같은 장소에 서 있어도. 그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어도. 그와 같은 목소리로 자신을 불러도. 익히 알고 있었던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닐 디란디'는 저렇게 우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펠트는 자신을 올려다보던 그의 얼굴이 어째서 익숙했는지 깨달았다. 그와 같은 얼굴이어서가 아니었다.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는, 잃어버린 사람을 부르던 절규를 펠트는 기억하고 있었다.
'크리스티나 시에라!!'
자신의 목소리와 닮아있었다. 부서져 흩어지던 프톨레마이오스의 파편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울었었다. 사라져버린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상실감과, 어찌할 도리가 없는 무력함에 젖어 비명처럼 울음을 터트렸었다. 지금의 그가 그랬듯이. 어느새 펠트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감정은 아니었다.
그에 대한, 라일 디란디에 대한 연민이었다.
fin.
톨레미의 승무원들이 식사를 끝낸 후의 식당은 기능을 멈추고 침묵에 빠져있었다. 펠트는 익숙한 몸짓으로 저장고의 남은 식량을 확인했다. 물자는 아직 넉넉하게 남아있다. 체크표와 저장고 내부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펠트는 이내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망설이던 그녀는 이내 저장고에서 물러나 옆에 있는 선반으로 다가갔다. 몇번의 몸짓만으로 1인분의 식기는 쉽게 꺼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저장고에 남아있는 식료품을 확인한 후에 그녀는 저장고의 점검을 마쳤다. 뒤로 물러서는 펠트의 손에는 저장고에서 꺼낸 식료품을 얹은 식기가 들려있었다.
이제는 제 몸이나 다름없게 느껴지는 복도를 가볍게 유영해 그녀는 개인 룸쪽으로 향했다. 두번째 복도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나온 방은, 물론 펠트 자신의 방은 아니었다. 문 앞에 멈춰서서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손에 든 식기와 닫혀있는 문의 인식 시그널을 번갈아보다가,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방안은 어두컴컴했다. 비어있는 침대를 눈길로 쫓다가 그녀는 어슴푸레하게 드러난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침대 옆에 기대어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남자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펠트는 머뭇거리다가 가져온 식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때까지도 남자는 반응이 없었다. 습관처럼 목례를 하고 그녀는 몸을 돌려 나가려했다.
"......안 먹어."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 때였다. 펠트는 놀라서 순간 멈칫했다. 그녀는 주저주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여전히 세운 한쪽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나중에라도 먹어. 몸에 안좋으니까."
"생각 없어."
힘없는 남자의 목소리는 울음에 잠겨 잔뜩 쉬어있었다. 펠트는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세츠나와 마주했었던 그의 모습이 겹쳐졌다. 울고 있는 그의 목소리가, 절규가 견딜 수가 없어서 펠트는 그 장소에 있을 수가 없었다. 복도로 뛰어나온 후에도 그 울음소리는 오래도록 펠트의 귀에 남아있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의 상처입은 목소리. ..어디선가 들었었다. 감정을 억누르며, 펠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두고 갈테니까, 생각 있으면 먹어."
"..."
그는 대답할 힘도 없어보였다. 내버려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펠트는 등을 돌려 나가지 못했다.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그래서. 펠트는 굳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당신이 아파하면 리터너 씨도 슬퍼할 거야."
그 말이 남자에게 끼칠 영향은 익히 알고 있었다. 펠트가 생각했던 대로 탈진한 듯 보였던 남자는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에 전신을 경직했다. 아마 지금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일테지. 펠트는 가만히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남자가 밀어내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연 것은 조금 후였다.
"아뉴는 여기 없어."
"..있었다면 슬퍼했을 거야."
"듣고 싶지 않아..!"
"..당신은 여기에 있어."
당신은 아직 여기에 있어. 그녀는 이제 없어도.다 담지 않은 말을 이해했는지 남자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한사코 고개를 들지 않으려는 그는 펠트의 말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잔인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펠트는 구태여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힘내요."
조용한 방의 어둠에 스미듯이 그녀의 목소리는 나직하게 퍼져나갔다. 괴로운 듯 손아귀를 쥐고 있던 남자는 고개를 묻은 채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말이 아팠다. 조용한 음성을 남긴 그녀가 다시 몸을 돌렸다.
"..잠깐만."
".."
문가의 시그널에 다시 손을 올리려는데, 펠트의 등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펠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 묻힐 듯이 드러난 소녀의 형상은 언젠가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리던 그 모습과 닮아있었다. 정신없이 울어댔던 탓에 목은 아프고 눈가에서는 아직도 열이 났다. 아마도 추하겠지. 반쯤 오기로 내뱉는 말또한 그러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라일은 젖어있는 눈매를 들어 펠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나는 형이 아니야."
마른 목에서 쇳소리가 났다.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수천번은 입에 담은 것같은 발언이었다. 오기라는 것도 알았다. 그녀의 빈자리를 상기시켜준 여자에 대한 반발도 어느 정도는 있었으리라. 자기혐오와 슬픔이 뒤섞인 채 그는 일그러질 것같은 웃음을 억눌렀다. 돌아보지 않은 여자는 조용히 대답했다.
"알고있어."
"..."
"..그래도.."
조금 주저하면서도, 고개 숙인 펠트는 말을 이었다. 목소리에 희미한 슬픔이 묻어났다.
"..나도, 리터너씨가 아니니까."
펠트는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도망치듯 문 너머로 사라졌다. 남겨진 라일은 치미는 슬픔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거대한 공허가 마음을 꽉 메우고 있었다. 펠트가 남기고 간 말 속에서 문득 그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행복하게 웃고 있었던 상냥한 얼굴. 헤어지는 것이 견딜 수 없다는 듯 그녀는 슬픈 눈으로 자신을 보았다. 헤어지고 싶지 않아. 라일. 하지만 슬픔으로 가득찬 감정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이 기뻤다는 듯, 울 것같은 눈으로 웃어주었다.
...아뉴.
잊어버릴 것같았던 아픔이 밀려왔다. 그는 입을 막고 고개를 숙였다. 잃어버린 연인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 상실감을 메워줄 사람도 없었다. 펠트 그레이스가- 자신에게서 형의 그림자를 찾았던 여자가 되돌려주었듯이, 그녀의 대신이 될 사람은 없었다. 낮은 흐느낌이 새어나와 혼자가 된 방 안에 가득 찼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펠트는 가슴 언저리를 두 손으로 눌렀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 오기에 가득 차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아이의 것처럼 보여서 더 가슴 아팠다. 다른 사람이었다. 그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도, 그와 같은 장소에 서 있어도. 그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어도. 그와 같은 목소리로 자신을 불러도. 익히 알고 있었던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닐 디란디'는 저렇게 우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펠트는 자신을 올려다보던 그의 얼굴이 어째서 익숙했는지 깨달았다. 그와 같은 얼굴이어서가 아니었다.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는, 잃어버린 사람을 부르던 절규를 펠트는 기억하고 있었다.
'크리스티나 시에라!!'
자신의 목소리와 닮아있었다. 부서져 흩어지던 프톨레마이오스의 파편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울었었다. 사라져버린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상실감과, 어찌할 도리가 없는 무력함에 젖어 비명처럼 울음을 터트렸었다. 지금의 그가 그랬듯이. 어느새 펠트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감정은 아니었다.
그에 대한, 라일 디란디에 대한 연민이었다.
fin.
19. 最後の接吻(마지막 입맞춤) / 風化風葬
티에펠트 쓰고서 '아 라일이랑 펠트..'하고 쓰려다가 뭔가 탈진했다가 썼습니다. 아마
Posted by 네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