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스팁, 버키스팁, 토니스팁. 양심상 별개의 유니버스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고 한 명의 승자가 있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확실한 건 캡틴은 누가 대상이고 누가 상대여도 크게 변하지 않아요. 근본적으로 고결한 인간이란 쉽게 시선을 바꾸지 않는 법이고 인류의 보물이며 지고의 '정의로운 인간' 캡틴 스티븐 로저스라면 더하겠지요. 거기에 근본적으로 선하되 참는 인간이었던 캡은 평범한 약자 스티브였을 시절에도 이미 자기 상처나 괴로움을 친구와 나누는 걸 거부하고 혼자 견디려고하는 남자였다고요. 음,주변 사람들 속 좀 터졌겠지. 참고 견디는 게 너무 당연해서 그게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람, 고결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은 사람, 그를 위해서라면 죽음조차 불사했던 구식 영웅. 그런 면에서 캡틴과 엮고 있는 세 남자들은 그런 빛의 곁에 있을 때 서로 다른 그림자를 만든다는 점이 좋아요. "캡틴은 변하지 않지만, 그 주변 사람들은 변하겠지." 와, 어디의 미유키 같다.
하워드스팁 : 만들어낸, 창조한, 곁에 있는, 그러나 독점할 수 없는
- 하워드스팁은 순전 방금 뽐뿌당해서 자폭한 걸로 시작인데.. 하워드 입장에서 캡틴은, 글쎄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중요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워드는 캡틴과 다른 점에서 천재적인 두뇌, 부, 명성을 갖춘 완전한 인간이었고 그런 상류층의 생활을 즐기던 그에게 캡틴은 첫번째로 슈퍼솔져 프로젝트의 관련자라는 점에서 시선이 갔었을 거고 처음에 그 시선은 '캡틴'에게 가있었지 '스티브'는 거의 보고 있지 않았음. 버키와 더럽게 사이가 나빠지는 것도 이 시기쯤(버키는 아무리 해도 캡틴<<스티브인 인간이므로). 그리고 슈퍼솔져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아다만티움 방패를 들려주고 고결하게 활약하는 전사를 보고 흐뭇해하고 자신이 창조해낸 영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즈음에 인간 스티브 로저스와 가까워져갔다. 그리고 그 때서야 자신이 만들어낸 영웅의 인간적인 얼굴, 스티브 로저스를 알게 되었음.
- 일상에 언뜻비치는 과할 정도로 올곧은 스팁의 면모를 보면서 재미있는 친구네, 하고 생각하다가 어느새 그의 본질을 마음에 들어하고 끌리게 됨. 둘은 단순히 자산가와 병사의 관계를 넘어서서 동료로서 친구로서 더 가까워져갔고 하워드는 망설임없이 자기 주변에는 없는 타입이었던 이 꽉막힌 고결한 인간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함. 스티브에게는 익숙한 게 아니었지만 하워드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고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악의를 품지 않는 스팁은 하워드의 감정을 조금씩 받아들임. 이제 그는 공식적으로 친밀한 사이가 되었고 곁에 있는데도 하워드는 점차 자신이 결핍되억는 것을 느낌. 슈퍼솔져는 고결하지. 내가 이미지하고 고안해낸 캡틴 아메리카는 능히 그를 충족해. ....아니, 아니, 아니. 그 고결함은 만들어지지 않았어. 혈청이나 명성이 부여한 게 아니야. 이 남자는, 그 자신으로도 명예로워. 그 자신만으로도 정의로워. 고결해. 매번, 매순간, 환호하는 사람들과 프로젝트 한 가운데에서 하워드는 뼈저리게 느낌. 이 남자는 나만의 것이 아니야. 오히려 인류의 것이지. 내가 그걸 도왔는데, 맙소사. 완전했던 남자가 처음으로 결핍을 배움.
- 하워드에게 결핍은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음. 내가 소유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내가 목말라하는 존재가 생긴다고? 그럴리가 없어. 난 모든 걸 가지면서 살아왔어. 실제로 그도 지금 내 것이 되어있잖아. 하지만 그의 정신의 어딘가, 고결한 마음과 정의로 가득찬 심장은 내가 아니라 조국을 위해, 인류을 위해 뛰겠지. 내가 그걸 못견뎌할리가 없어. 내가 그를 만들었는데.
완전하게 소유하지 못했다는 상실감, 그리고 그에 대한 결핍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존심, 그리고 그런 모든 복잡한 감정을 미뤄두고도 여전히 경애에 가까울만큼의 감정으로 좋아하는 '캡틴' 스티브 로저스- 그런 것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하워드는 이러한 감정을 스팁에게 내비치지는 못한 채 안으로 곪아들어감.
- 그나마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다면 하워드는 언제고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음. 하지만 캡틴은 사라졌고, 하워드는 자존심 아래에 묻어두었었던 상실감을 모조리 폭발시키고 말았음. 왜, 아직. 인정도 하지 않았는데. 내 눈앞에서. 그가. 없어지다니. 사라지다니. 이 때 격발된 감정은 하워드 스타크가 남은 일생을 쉴드의 창설과 스티브 로저스의 탐색에 바치는 트리거가 됨. 캡틴의 방패를 찾아낸 것도 탐색과정에서 하워드가 발견한 것이었으며 캡틴의 탐색은 하워드가 죽기 전까지 지속됨. 하워드는 가족도 아내도 자식도 만들었으나 근본적으로 가장 동경했고 아꼈던 인간 캡틴 스티브 로저스에 대한 열망때문에 자신이 가진 것들을 소중히 여기지는 못했고, 이는 토니 스타크의 파더 이슈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