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울거린다라는 말은 참 예쁜 것같아요. 수면에 파도가 부서지듯이 너울너울 일렁인다. 일본어를 처음 공부했을 때 좋았던 건 단어를 음미하는 거였는데 한국어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말은 곷 빛의 조각같아서 입안으로 굴려볼 때 가만히 부서지는 것같은 그 느낌이 참 좋아요. 10월 바다에서 햇빛을 듬뿍받은 바다, 하얀 파도 거품이 너울너울 부서지는 것을 바라보는 그런 구슬프고 예쁜 느낌.
2. 취준생입니다. 즐기지 않는 것은 노력이 아니다!라는 마인드로 룰루랄라 살았더니 생각보다 많이 어려워요. 더 나은 사람이 되야겠구나 하고 샢각하는 매일입니다. 좀 더 느긋하게 여유롭게 살고 싶고 주변에서도 그러라 하는데 마음만 자꾸 급해지네요. 차라리 훌쩍 떠나는 것도 좋지 않으려나, 그런 생각도 울렁울렁합니다.
3. 글을 쓰지 않으면 죽겠구나 싶을만큼 절박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 때에서 참 멀리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절박한 것도 아니었고 필사적인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그런 얹혀서 흔들리는 것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내뱉지 않음 안돼. 토하지 ㅇㄶ으면 안돼 하는 그런 것. 누구나 그런 걸 배출하는 방향성이 있었겠지만 한 때 저에게는 그게 글이었고 그래서 매일매일 직물을 짜내는 것처럼 글을 썼습니다. 저는 대단한 것을 품은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글도 거의 그러했어요. 시시콜콜, 수십개씩 번호를 달아가면서 기록하고 또 적었던 내 이야기. 내 시간들. 지금도 그렇게 하는 걸 망설일 것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잊혀지는 게 낫겠구나 하는 기억도 쌓이는 셈이네요. 좀더 예전에는 무서울 것도 숨길 것도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손이 가는대로 두드렸었는데.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4. 덕질 블로그와 일상 블로그를 분류하는 건 참 어려워요. 그 어느 쪽도 나인데 한 쪽은 숨겨야한다는 것이.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쌓여올라가면 그걸 아무데나 툭툭 쏟아내기 위해서 블로그를-좀 더 예전에는 미니홈피- 열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사진도 올리고 이야기도 하고 하려다보니 덕질 뽜이어 블로그와는 역시 구분해야되겠더라구요. 남의 눈을 개의치 않을 때는 그게 하나여도 상관없었는데.
5. 일코(..)에 대해서 굳이 일기를 쓰는 이유는 다음 앱때문입니다. 관람권에 당첨됐는데 아무 생각없이 쓰다보니까 여기 로그인 되었더라고요. 안돼,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공개는 못해!(*아니 죽을 바에는 공개하겠지만) 싶어서 로그아웃을 하고 댓글을 다는데 우와.. 나 나름 일코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6. 미용 이야기도 잠깐. 모디 샌드 네일을 발라봤는데 내 손가락에는 좀처럼 예쁘게 안 발리는 것이 텍스쳐가 독특하다보니 바르는 요령이 필요할 것같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시럽 네일 바르는 풍으로 발랐더니 다 밀린 거 있죠. 이럴까봐 필오프 쓰긴 했으니까 내일 하루 경과하면 깨끗이 떼어낼 생각입니다. 음 그리고 이니스프리에서 아이오페 에어쿠션 다운버전이 나왔어요. 지금 쓰는 팩트 다 쓰면 그걸로 갈아탈 생각인데 문제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산 미샤 파우더팩트를 지금도 쓰고 있다는 것이므로(..) 쓰게될 날은 요원한 듯합니다. 뷰티포인트 카드도 (모디 네일때문에) 죽어라 축척중인데 얼른 사는 날이 왔으면.
7. 화장 이야기로도 넘어가서, 화장은 솔직하게 대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했고 덕후질 하듯 파기는 했는데 피부화장은 요 근래들어서야 감이 잡힌 것같아요. 그도 그럴 게 전 피부가 좋거든요.(여드름 나본적 없음) 엄청 까무잡잡한데 쓸데없이 피부는 매끈매끈하다보니까 별로 뭐 안발라도.. ㅇㅇ..하다보니 색보정에 대한 감각을 키울 기회가 전혀없었습니다. 아이라이너 수십개를 갈아타는 동안 비비나 좀 발라주면 ㅇㅇ; 하고 말고 있었는데 교생실습 나갈 때 메이크업 베이스의 중요성+비비의 우수성을 깨닫더니 취업준비하면서 또 일취월장한 것같아요. 예전에는 비비- 컨실러 - 쉐딩&하이라이터였으면 지금은 메이크업 베이스 - 비비 - 컨실러 - 파우더팩트 - 쉐딩&하이라이터 수준으로 단계가 나누어졌습니다. 포인트는 바르는 기술도 좋아졌다는 것. 예전에는 거의 세수하듯 쓱쓱 발랐는데 지금은 토닥토닥 잘 두드리고 있어요. 장하다 나!
8. 또 무슨 할 이야기가 있더라.. 철벽근성을 발휘한 연애담은 차는 것에도 반년이 걸렸고 그 반년에 다시 4개월을 더해 미렌가마시이한 문자도 받아봤습니다. 착한 척 하고 싶지도 않고 답해줄 말도 없어서 그냥 아무 말도 안했어요. 그러길 잘한 것같습니다. 저는 사람을 크게 좋아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좋게좋게 성향은 굉장히 강해서 누구에게 실망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건 제가 딱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 상대에게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렇다는 걸 깨달았어요. 화도 나지 않고 미안한 기분도 없고, 그냥 아무 느낌도 안 들어서 미안했습니다. 그, 온도차가.
9. 음 또 잘 이야기 안할 것같은데 할게.. 아 맞다, 로키가 와요! ..하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오는 건 로키가 아니라 톰 히들스턴이라 조금 기운이 빠졌습니다. 아니 한국 와주는 것도 굉장히 감지덕지하기는 하지만 뭐라고 하지........ 아 그렇구나 로키가 아니구나.. 배우구나.. 하는 거요. 컨벤션 사진보는데 가뜩이나 히들이는 금발곱슬에 태양같이 웃는 배우라서 우울찌질우아흑화한 로키랑은 다르구나 싶었어요ㅠ 코믹콘에서 인간들이여 닐하라! 하던게 너무 인상깊어서 한국에서도 해줄줄 알았나봐요. 왜 그랬지 나..ㅠㅠ 여튼 14일에 보러는 갈 것같습니다. 보고 싶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