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나머지(*심심해선 안됨) 씨엘을 얼추 14~23권까지 정주행했는데, 이 글을 쓰고서 다시 읽었더니 워 작가님 연출 의도가 겁나 섬세하게 보여서 되게 만족스러웠습니다. 우왕 정리하길 잘한 듯. 


1) 구원자


마리온 에버릿, '세상을 구하는 사람'. <소녀는 십만팔천의 낮과 십만팔천의 밤을 지나서 세계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째서 세상은 구해야하는 걸까?> -> 23권, 이비엔의 대답에 부응됩니다. "구할 필요는 없어." 


라리에트, "너만은 이해할 거다, 라리에트." 크로히텐의 바람은 단 하나였습니다. 인류를 구원하는 것. 너무 아득해서 다른 것은 떠오르지도 않는 소원. 그리고 그 광기같은 소원을 믿고 지지해줄 수 있는 이해자 라리에트. 그녀 또한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세상에 나간다면 고결한 동물처럼 멸망해가겠지만 네 패밀리어는 속물이니 그렇게 놔두지 않겠지.> 순수한 정의를, 도움을 추구하는 라리에트가 있었기에 이비엔이 그녀의 이상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그 이비엔 어린시절 친구 구하는 장면에서, 눈앞에서 경찰이 뛰어가자 당연한 듯 진로를 바꾸어 따라가는 라리 모습에 도큥했다능..


2) 세 명의 왕


테나이얼 - 대제 - 제뉴어리. 세상을 멸망시키기로 한 왕(대제)와 왕의 자리에서 군림하는 길을 택한 테나이얼, 자신의 목숨보다 마을의 목숨을 우선시할 수 있었던, 세상 모두에게 필요한 사람 제뉴어리. 마법사 왕조 이후 세습 왕조를 세우는 첫번째 왕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한다는 점에서도 제뉴어리는 왕이 맞구나 싶었습니다. 


유지니아가 시공간을 넘어 구하러 올 수 있었던 것은 '신'의 영역의 일이니 역시 이비엔의 개입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고.


3) 클래스 


이거 본편에 설명 나왔구나..!orz


전능(올마이티)  - 유희

영원(신) - 이비엔<인피니티와 아크드래곤의 마력을 얻은 이후>

불멸(아크 드래곤) - 헬가, 메노라, 와스큐란, 지룡, 크로히텐

불사(네임드) - 인피니티, 3월 토끼


의 단계인 모양입니다. 


전능은 천지창조주, 가장 높은 자. 유희가 그 존재이고 '가장 윗 사람이 모두를 섬긴다'는 격언에 의거하여 메이드 복장입니다.(이거 레알) 


영원은 신의 단계. 생명을 창조할 수 있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 수 있습니다.  존재파산상태의 마수들이 과거로 올 수 있는 것은 본질적으로 신의 영역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그들은 기반조차 없기에 역으로 신의 영역의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거든요.


불멸의 아크 드래곤은 그 아랫 단계. 폭발하려는 태양을 없애버리고 그 대신이 될 수는 있지만 생명을 만들 수도 과거에 개입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기에, 아크 드래곤이 그를 대신하려 하면 불완전한 생명이 태어납니다. 덧붙여 불멸의 존재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한번 기억은 영원하고 희석되는 일도 퇴화되는 일도 없이 남습니다. 존재자체가 유일무이한만큼 정신적으로도 순수해서 거짓말을 못하는 종족.


불사의 네임드들은 세계의 균형을 맞추는 신령적인 존재. "신령과 같은 3월토끼를 해치우고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나?" 무한의 인피니티도 그러한 힘의 결정체였습니다. 

여기 덧붙여 마리온 에버릿은 인간으로 태어나 세계를 구하기 위한 소망을 위해서 와스큐란으로부터 불사를 부여받은 존재. 인공적인 네임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제가 에버릿을 죽여 그 마력을 흡수하자 세계를 닫을 수준의 마력을 얻었던 걸 보면 인간은 벗어난 수준의 존재였겠구나 싶습니다. 다만 인간인 이상 감정은 희석되고 지쳐가서 마지막은 소망을 잊을 정도로 변해있었습니다. 루스티카가 팔팔했던 건 드래곤의 피.


+ 현실 속으로 나온 루스티카는 사실상 존재파산 상태이고 이 아가씨가 발레리아(도터)를 과거로 끌고다닌동안 도터도 존재파산 상태였습니다. 그 상태로 몇년이라니..! 

++ 하위 계급도 상위 계급에게 도전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인피니티는 아크 드래곤이랑도 맞짱 뜰 수 있을 거라는 말이 나왔고(절대 쉬운 건 아니고 어쨌든 지기는 할 듯) 이비엔이 아직 신으로서 불완전했을 때 아크 드래곤이 살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고. 물론 유희는 넘사벽. 유희가 죽으면 우주가 멸망하기 땜시..


4) 인세니티 편.


인세니티에 대해 2차 창작했던 적이 있는데 좀 틀렸다는 걸 깨달았어요. '극저온의 땅에 마왕의 시체와 남은 남은 인세니티'였는데. ..약간 쭈구리. 괜찮아요(회피) 두 개의 머리. 하나는 이비엔(인간)에 대한 동경. 나도 저렇게 사랑받고 싶어. 우리도 저렇게 사랑받고 싶어. 하나는 이비엔(인간)에 대한 증오. 너희들이 그를 차지하는 거야? 그는 우리를 봐주지 않아? 


도도유와 나나유가 라리에트를 좋아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근데 페그마타에 대한 이야기는 왜 자세히 안나와요.. 또르르..... 고대의 도덕을 포기하면서 마력에 매달렸던 마법사들이 만든 유물이고 페그마타 시동은 유니스 한정으로 가능하다는 걸 보면 혈통을 열쇠로 쓰는 그런 걸까요. 쓸 때마다 수명이 깎여나간다던가.. 궁금하다 뒷 이야기.. 


참고로 이 화에서 유즈가 '크로히텐이 왜 그렇게 이비엔을 예뻐하는지' 깨닫는 장면에 여러 뒷설정들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울타리 옆에서'도 나오고. 



........뭔가 1권부터 정주행하면 전부 해설을 붙일 수 있을 것같지만 그건 너무하니까 그만두겠습니다.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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