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친구들과 1박 2일. 여러가지로 배운 게 많은 여행이었습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밝고 즐겁게 하는 것과 무겁게 뚝뚝 떨어지는 건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다음에는 좀 더 꼼꼼해지기도 하고, 많이 신경써서 챙기는 것과 사소한 일에도 과잉반응하는 건 다르니까, 기왕이면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배움도 하나 늘었습니다. 음, 좋은 경험이었어요. 예전에는 뭔가 고쳐야될 점을 발견했을 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참 힘들었는데 어머니가 말했던 '딸, 그 것도 너야'가 저한테 굉장한 특효약이긴 했던 것같아요. 이제 말로 하는 것의 절반만 더 많은 걸 시야에 넣을 수 있으면 될 거에요, 아마.(웃음)
2. 여행은 좋았던 거 맞습니다. 트러블도 없었고 이동도 잘 했고 친구들도 좋았고. 밥도 맛있었고. 몸이 조금 힘들기는 했어요. 하필 감기걸린 채 가서리. 돌아오고나니 푹 쳐지고 싶어서 월요일 스케줄을 모조리 미뤄두기는 했지만 선생님께서 식사 약속을 한 것과 치과 진료가 있는 것이 화요일, 학교 가는게 수요일(그리고 과제도). ..이었는데 일본에서 친구가 날아옵니다. 화요일에 만날 거에요. 즉슨 치과진료도 선생님과의 식사도 미룰 생각이기는 합니다. 선생님과의 식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몸상태와 이 피로도로 술자리를 저녁까지하는 것<일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친구 만나는 것이라서. 잘 말씀드려야할텐데 내일 고민해볼 생각입니다..ㅠㅠ
3. 살짝 불면증 기미가 있습니다. 하루에 두 시간을 자도 밤에 영 잠을 못자네요. 여행지에서 죽도록 지쳤는데도 버스에서 선잠자다가 깨기를 반복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밤낮이 바뀐 채 오래 보내서 그런걸가요. 고쳐야지 싶기는 한데 영 밤에 잠이 안와서.. 지금도 사실 피곤하기는 굉장히 피곤한데 영 잠이 오지를 않습니다. 낮에 커피라도 마셨던가, 콜라가 문제인가.
4. 여행지 저녁에 친구들이랑 술을 오래오래 마시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느긋하게 늘어지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펼쳐놓은 이불, 길게길게 이어지는 수다, 맛있게 섞어서, 홀짝홀짝 조용히 마시던 술. 머리에 남는 울림같은 것. 이불 위로 죽 펴고 누은 무릎끼리 얽히는 것. 소중한 친구들이고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음, 즐거웠어요. 사실 이 친구들에게 콤플랙스같은 것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나는 저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야.' 이거였던 것같아요.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더 좋아져야돼, 더 잘 할 수 있어야해.. 하고 혼자 생각하다가 나는 그렇게 못하는(혹은 하기 어려워한다는)사실을 깨닫고 의기소침해지는 거에요. 공부나 능력이었다면 차라리 좋았을테지만, 성격적으로 굉장히 좋은 친구들이라. 제가 갖고 있지 않은 장점이 많이 있고 그게 항상 눈에 들어와서, 좋아하면서도 저렇게 되지 못하는 내가 싫어지는 그런 위태위태한 감정이 있었는데, 음.. 지금은 좋아해/아 쫌 의기소침해/그래도 내가 싫어지지는 않아! 정도까지는 나아졌습니다. 저한테도 저나름의 장점이 있으니까 잘 지내왔겠죠 뭐. ..10년정도 사귀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대가 나를 참아주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거라는 걸 인정하기 어려워하고 있는건 진짜 바보라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orz 제가 저를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남이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저를 인정하는 수준까지는 되었지만 아직 좋아하지는 않..는 것같아서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저자신을 좋아하지만, 남들과 얽히는 저 자신에게 매력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와! 그 점에서는 열등감이 있는게 맞나봐요. 왜 있는 걸까.
5. 언젠가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슬퍼지기도 합니다. 좀 더 어릴 때의 저는 항상 변하지 않는 것을 찾고 있었는데, 어느 틈엔가 그 시절의 감성이 반작용으로 돌아온 것같아요. 음, 어차피 변하지 않는 건 없으니까, 받아들이자. 포기에 가까웠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노력하면 놓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의 의구심은 남아있습니다. 언제까지 노력해줄건데? 노력할 수 있는데? 어린애가 아니고 이런 질문은 가슴에 품은 쪽이 상대를 지치게 만든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믿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까지는 없어도 괜찮아,로 살아왔었는 거요.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든. 아무리 소중했고 아무리 아낀 것이라도 없어지고 잃어버릴 수 있고, 사라져도 사람은 또 살아갑니다. 죽지 않고 살아있는 한은 또 지나가고 쌓여가고 하는 걸요. 아무 것도 없다고 느낀 순간, 외롭고 슬프고 괴로워서 죽어버리고 싶었던. 그 순간의 감정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어요. 기억은 퇴색되고 상처는 잊혀지고 아픔은 흐려지고 사랑도 흐려집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관계를 믿지 못하겠어요. 아니 안 믿는 거나 거부하는 건 아니에요. 좋아합니다. 그냥.. 모르겠어요. 아무리 소중한 것이 생겨도 그게 내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 전부가 될 수는 없으리라는 것. 그래서 제가 남을 이성으로 좋아해본 적이 없나봐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6. 크리기무를 93회까지 들었습니다. 받아놓은 화수는 전부 들었고 이제 나머지를 들으면 현실의 두 분을 따라잡습니다. 야호! 슬슬 이제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지 마ㅇ상레벨로 넘어가는지 걱정되긴 하지만 아상에 대한 쵸이쵸이 타맥기도 여전히. 이 불만많은 아저씨, 상황에 얼른 납득하지 못할 때 순간적으로 꽁트로 대본짜서 도망쳐버리는 게 좋아요. 이러 ㄴ이런 상황이었을거야~하고 만담의 보케역이 늘어놓을 것같은 상황을 즉석에서 연기하는 거라든가. 뭔가 여러모로 아상은 성우계 남자성우들이랑은 느낌상 거리가 멀구나.. 하는 생각도 좀 들었어요. 그게, 크리기무 50회쯤이었나요. 아상이 히카미상한테 시모네타를 했었거든요. 히카미상이 그런 거냐!하고 츳코미 걸고 평범하게 넘어가긴 했지만, 생각해보니까 이 여자를 네타거리로 놀려대는 건 술자리만이 아니라 사회봉사 나온 단체 아저씨도 평범하게 해대는 나라 일본에서, 그 것도 시모네타는 물론이고 상하관계 미친듯이 빡세서 결속력도 쩌는 성우업계에서, 작가가 이미 수십번에 걸쳐서 나이로 놀리고 있는 여자후배랑 페어로 라디오 진행하면서, 50회동안- 거의 2년 넘게 방송에서 그런 분위기가 나온 게 처음이었구나 싶었거든요. 아니 딱히 뭘 고려하면서 안하는 건 아니고 그냥 성미에 안 맞아서 안했던 거겠거니 싶었는데 그 점에 있어서도 엄청.. 으아 사람관계 피곤해할만 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고 좁디 좁은 바닥. 그런 업계에 겁나 잘 적응해서 개인 파벌..이랄까 흐름을 구축하고 대인관계 잘 쌓으면서 사는 게 모리모리같은 분이고 아상은 그 대척점이랄까 메인스트림에서 한참 벗어나 혼자 조용히..ㅇㅇ...하는 타입이구나 싶었습니다. 음 뭐라고하지.. 말로 하니까 어려운데 남성우들이 흔히 갖는 분위기나 당연스럽게 여기는 것들이 아상에게는 없구나 싶었어요. 성적인 부분이든 관계적인 부분이든.
7. 성우계를 좋아한지 올해로 딱 10년째인데(!) 메인스트림도 바뀌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옛날 성우계의 관계는 선후배정책/철저한 상하관계/술자리..같이 되게 아저씨스럽다고 할지 사회생활! 회사생활! 이런 느낌의 관계가 주였다면 지금 와카테 애들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동경해서 들어오는-그리고 오타쿠화가 가속된 세대에서 계속 신규 유입이 즐가하면서 취미로 묶이는 집단이 더 많이 늘어나는 느낌이에요. 게임하고 덕질하고 하면서 친해지는 애들. 흔히 요즘 애들은~이라고 말하지만 딱 그런 느낌입니다. 좋아하면 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그런 프리한 분위기와/예전이랑 다르게 열심히하지 않는 후배들을 대놓고 갈구거나 군기반장하는 역할의 선배들도 줄어들면서 예전의 군기잡힌 문화랑은 다른 식으로 형성되는구나 싶어요. 저 두 세대 사이의 단절도 있을 거라는 데에 한표도 던집니다(..) 오 나루토 닛폰에서 믹신 이야기하면서 녹음끝나고 남은 종이컵 정리해서 버리는 분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어린 시절에는 그냥 아 엄청 바른 분이구나 싶었는데 나이먹고 다시 들어보니 그 연배의 선배가 정리하고 있는데 후배들이 안했다는 의미로 돌려까기하는 뉘앙스도 있었구나 싶어졌었단 말이에요. 물론 그 덕심으로 묶이는 성우들이 아이돌화 된 성우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연기를 게을리하는 신인성우'들에 대해 불만이랄까 걱정이랄까.. 하는 걸 품은 것같은 발언은 왕왕 들었고, 걍 뒹굴거리다보니 저런 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8. 크림소다 17/19회의 로케미츠 이야기. 다시 들어보니 제가 로케미츠보고 느낀 감상을 정말 존잘로 설명 잘해주신 감상이기도해서 관련 일화들만 번역해볼까 합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