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님이죠?"

"..."

 

스네이프는 대답하는 대신 아이를 아래 위로 흝어보았다. 허리춤에나 올까말까한 어린아이였다. 품이 한참이나 남는 새 교복. 도기휠이 달린 제 몸만큼 커다란 가방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이 갓 입학한 신입생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1학년이겠군. 왜 이런데서-"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님이죠?"

 

질문을 무시하며 말을 꺼냈는데도 어린 1학년생은 질리지도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스네이프는 말문이 막혀 아이를 바라보았다. 맹랑한 신입생은 초록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초록색의 눈동자?

 

문득 과거가 스쳐갔다. 그렇게 먼 옛날도 아니였던가.

지금 이 아이만한 가방을 끌고 무리에 섞여 가던 아이가 있었다. 자신이 이 곳에 서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앞만을 보고 있는 그 모습이 문득 눈에 들어왔을 때 그를 꼭 닮은 모습에 치가 떨렸다. 그리고 그 눈동자를 응시했을 때..

 

 

"..포터의 아들이냐?"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에요."

 

어린 소년은 해맑게 웃어보였다. 일순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음 순간, 스네이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고 있었다.

 

"..네 아버지의 눈동자와 꼭 닮았구나."

"그런 말 자주 들어요."

 

색다를 것도 없다는 듯, 아이는 여전히 호의가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맹랑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기가 막히면서도 스네이프는 아이의 태도에서 해리 포터와 닮은 점들을 읽어냈다.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는 듯한 태평한 태도나 천진한 점은 아마 제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거겠지만. 입학식을 앞둔 일학년치고는 태도가 너무 느긋하다. ...잠깐, 입학식?

 

"왜 혼자 있는 거지? 일학년은 지금 회장으로 가 있어야할텐데."

"교수님보고서 살짝 빠져나왔거든요. 포터의 p는 꽤 늦게 호명할테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길은 아는 거냐?"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목소리에는 너무도 구김살이 없어서 스네이프는 화를 내는 것도 잊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물은 말에 알버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해맑게 웃었다.

 

"그러고보면 모르는데요."

 

.....머리가 아프다.

스네이프는 더 고민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따라와라. 데려다주마."

"앗, 감사합니다!"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도 아이는 예상했다는 듯 웃었다. 퉁명스럽게 흥, 하고 코웃음을 치고 걷기 시작했다. 다리를 저는 걸음은 다섯 살 어린아이도 앞서 갈 수 있었을 텐데도, 여전히 방긋거리는 아이는 잠자코 보조를 맞추어서 걸었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듣던 것과 똑같아요."

 

눈매를 휘며 아이는 천진하게 웃었다. 녹색의 눈동자가 깊게 반짝였다. 아버지를 꼭 닮은 눈동자. ....혹은.

 

 

<괜찮니, 스네이프?>

 

기억을 더듬으면 떠오르는 소녀의 눈동자를, 스네이프는 가만히 가슴 속으로 묻어두었다. 그와 그녀의 아이인 포터에 대해 느꼈던 복잡한 감정과 마찬가지로.

 

 

fin.

 

 

--------------

 

 

 

- 포터도 작명 센스가 엉망이군.

- 에, 엄마는 드물게 잘 지은 이름이라고 좋아하시던데요?

- 네 형제들이 울겠구나.

- 형은 자주 투덜거려요.

- 네 큰 형에게 이번에도 두꺼비 기름과 산양뿔을 구분하지 못하면 T를 받을 줄 알라고 전해주거라.

- 그러면 할머니한테 맞아죽을 거에요, 형.

- ..미세스 위즐리도 정정하신 모양이군.

- 네, 변함 없으세요. 1학년은 언제부터 마법의 약 수업을 들을 수 있나요?

- 1학기때부터다.

- 와아!

- ..좋은 거냐?

- 네. 일곱살때부터 <1000가지 약초와 곰팡이>를 읽었는 걸요. 투구꽃에 대한 것과 위석에 대한 걸 읽을 때마다 아빠는 투덜거리시지만요. 아, 쑥 우려낸 물에 수선화 뿌리를 갈아넣으면 강력한 수면제가 된다는 대목도요.

- ..짐작이 안가는 것도 아니군.

- 에, 아세요?

 


 

* 후일담

이 연성은 해리포터 시리즈 5부가 나왔을 무렵 씌여졌었더랬습니다. (주니어 이름은 7부가 나온 후 원판에 맞추어 수정. 덧붙인 내용도 그러합니다) 몇 년전이냐.. 그 시절 어린애 눈으로 봐도 스네이프는 릴리를 짝사랑했겠구나 하고 예상하고 있었다는 게 좀 자랑스럽습니다. 그 시절에도 이 연성 끝에 "이런 대화를 나누는 해리 주니어랑 교수님 보고 싶어요 어째 죽을 것같지만"이라고 쓰여있었다는 게 함정..orz 


7부까지 읽고난 후 스네이프를 포함한 친 세대가 살아있다는 IF 설정 하에 저만의 동인 설정을 추가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살아있음.(중요) 내기니에게 물린 상처는 다리였고 독에 중독되어 죽어가던 상태에서 해리와 마주친 것까지는 똑같지만 살아남았다. 불사조 폭스의 조력이 컸음. 승리 이후 해리의 증언에 의해 죽음을 먹는 자가 아니었고 삼중 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었음이 알려져 영웅취급을 받았지만 본인은 이를 매우 싫어했으며 주변에 사람이 밀어닥치는 것도 싫어해서 반쯤 은둔자처럼 지내게 되었다. 교장직은 일이 수습되는 즉시 사임하고 미네르바 맥고나걸에게 넘겼으며 현재는 예전처럼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전쟁 직후에는 반짝 사람들의 애정과 주목을 받았으나 본인의 괴팍한 성질머리와 신경질은 변함없었으므로 호의적으로 보던 시선도 다 떨어져나가고 지금은 예전과 비슷하게 호그와트 학생들에게는 성격더러운 마법약 교수로 불리고 있다. 해리와는 여전히 서먹서먹한 관계로 일체의 교류는 없지만 새해가 되면 엽서정도는 받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답장은 보내지 않지만, 딱 한 번 릴리의 사진을 받았을 때는 짧은 감사의 답장을 보냈다. 시리우스와는 가끔 마주치면 으르렁대고 비꼬지만 같이 술 한 잔은 마실 수 있는 상황이며, 루핀과는 별 왕래가 없지만 투구꽃약은 짜증내면서도 꼬박꼬박 보내줄 정도의 사이는 되었다. 해리, 헤르미온느, 론과는 모두 안면 몰수 급으로 왕래가 없지만 위즐리 가에서는 매해 신년선물이 보내져오고 지니와는 서로 무시는 하지 않는 정도의 관계. 자신을 지나치게 따르는 포터가 차남에게 골치를 썩고 있다.


시리우스 블랙

살아있음. (중요) 구체적인 설정은 마법부 사건에서 벨라트릭스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어 쓰러졌지만 목숨은 건졌다. 이 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블랙 가의 모든 재산은 해리의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고 크리처에게 해리를 따를 것을 명령해서 7부의 내용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 6부까지 계속 성 뭉고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아야하는 심각한 부상이었으며 그 여파로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있긴 하지만 7부에서는 완쾌해서 퇴원, 직후 불사조 기사단에 합류해 함께 싸웠으며 루핀과 통스와 함께 싸우며 활약해 사실상 이 두 사람의 목숨을 건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7부 시점에서는 그리몰드 광장의 자기 집으로 돌아가길 싫어했기 때문에 위즐리 가에 머물고 있었으나 해리와는 연락이 두절되어있었던 상황. 나중에 크리처로부터 레귤러스 블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크리처에게 깊게 사과하며 화해한다. 전쟁 후에는 금전적으로 어려웠던 루핀과 통스에게 함께 살 것을 제의해서 그리몰드 광장의 자기 집에서 다같이 살았다. 물론 해리가 지니와 결혼해 독립하기 이전까지는 그리몰드 광장에서 함께 살았음. 루핀과 통스 가족은 테디가 어느 정도 큰 후에는 독립했는데 그 이후는 집을 옮겨 포터 가의 맞은 편 집에서 크리처와 둘이 살고 있다. 나이스 미들이라 여기저기서 추파는 많이 던지지만 워낙 힘들었던 삶에 나이도 있으니 여자를 사귀는 건 여전히 생각도 안해보고 있다. 주말이 되면 포터 가에서 같이 식사를 하거나 로즈, 알버스, 제임스등 아이들과 놀아주는 걸 매우 좋아한다. 제임스를 특히 귀여워하며 아무리 버릇없는 짓을 해도 오냐오냐 해주다못해 같이 사건을 저지를 때도 있어서 지니에게 혼나는 경우도 부지기수. "그럴 때 얼굴은 몰리랑 똑같다"라면서 혀를 차곤 한다. 세베루스 스네이프와는 여전히 앙숙이라 알버스에게 스네이프에 대한 온갖 허풍과 뻥을 들려주며 무서운 존재로 인식시키려 애썼으나 역작용해서 알버스에게 스네이프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어줘버려 알버스가 결국 슬리데린을 택하는 원흉을 제공한다. 스네이프와 티타임을 자주 갖는다는 알버스의 편지를 받고는 앓아눕기도 했다(...)


리무스 루핀&님파도라 통스

살아있음(중요). 최후 사건때 죽을 고비를 넘겼으나 시리우스가 돌로호브를 제압하고 벨라트릭스를 견제하는 등 서포트 역할을 잘해서 무사히 살아남았다. 루핀은 어깨에 큰 상처를 입었는데 지금도 흉터가 남아있으며 통스는 흉터를 볼 때마다 돌로호브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결혼한 직후에는 금전적으로 어려워서 자립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어 시리우스의 호의로 함께 살게 된다. 해리와 시리우스가 단 둘이 함께 산다는 것때문에 몰리가 허구헌날 들이닥쳤는데 이 등쌀에 못견딘 시리우스가 울며 부탁한 것도 좀 있었다. 단 통스는 요리에 별 재능이 없기 때문에 가사는 거의 크리처에게 배우다시피했다. 늑대인간 차별법이 철폐되고 통스가 오러로 복귀한 이후에는 집안도 안정되어 테디가 큰 이후에는 독립했지만 여전히 시리우스와 가까운 곳에 부부가 살고 있으며 애들을 호그와트에 보낸 이후에는 어른들끼리 티타임을 함께 하는 등 자주 교류를 한다. 시리우스는 여전히 스네이프를 싫어하지만 매달 루핀에게 투구꽃 마법의 약이 익명으로 배달되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다소 앙금이 풀린 듯.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

해리의 차남. 맹랑한 성격. 어릴 때부터 마법약을 좋아했고 장난기많은 형과 달리 학구파 타입이다. 얼핏 헤르미온느와 닮은 듯 보이는 똑똑하고 바른 우등생타입인데, 이는 할머니 릴리의 성향을 이어받은 것. 어릴 적부터 마법약을 좋아하고 친세대의 활약에 흥미가 있었다. 기숙사는 슬리데린. 참고로 볼드모트 사후 슬리데린 기숙사는 순수혈통에 입각하는 것은 맞지만 마법사로서의 순수한 재능과 능력이라는 의미의 순수혈통이 혈연에 의지하는 순수혈통은 아니다. 모자가 슬리데린을 외치는 순간 제임스는 경악했고 주변에서도 포터의 아들이 슬리데린이라는 사실에 일순 웅성거렸으나 본인은 좋아했다. 같은 기숙사로 배정된 스콜피우스(말포이의 아들)과는 악우같은 라이벌 전쟁을 지속하다가 베프를 먹어버렸고 말포이 가와 포터 가를 동시에 뒤집어놓는 결과를 낳았다. 스네이프를 좋아해서 자주 찾아가 수업 내용으로 질문을 하거나 같이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갖는데 시리우스는 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으르렁댄다. 릴리의 입학(그리핀도르 배정)이후에는 여동생도 데리고 스네이프를 방문하곤 하는데 빨간머리 여자아이와 초록눈 남자아이한테서 릴리의 그림자를 보며 스네이프는 복잡하면서도 즐거움을 숨기지 못하는 훈훈한 관계가 된다.


스콜피우스 히페리온 말포이

드레이코의 맏이. 까칠하고 말이 없고 자존심 센 성격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유약한데가 있다. 어머니 아스테리아는 밝고 쾌활한 성품이지만 아버지 드레이코 말포이는 청소년기 경험때문에 한동안 심한 우울증을 앓았는데 그 반동으로 굉장히 무뚝뚝한 성격이 되어버렸기 때문. 슬리데린에 입학한 직후 알버스에게 심한 거부감을느끼고 반발하지만 여러가지 사건을 겪다보니 점차 친해지게 된다. 스네이프와 사이는 데면데면하고 공부는 중간 정도. 잘하는 과목은 마법의 역사와 약초학, 신비한 동물 돌보기 과목. 위험한 동물을 잘 돌보는 해그리드에게 존경심을 품고 있어 해그리드는 자기를 따르는 학생이 말포이 가문 애라는 걸 알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 릴리가 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묘하게 친해지는데 이는 알버스와의 베프 사건 이후 말포이 가문과 포터 가문을 또 뒤집어 놓는 제 2의 사건이 된다(...)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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