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플라티나와 자주 함께 식사를 한다. 초대해준 건 플라티나.
꽤 의외였지만 기뻐서, 곧 <좋아>라고 대답했다.
매일 성실하게 권유하러 와주니까, 어쩐지 일과처럼 되어버렸다.
다른 모두들은 나와 플라티나의 사이가 좋아지는 게 기쁜 모양이지만, 가끔 쓸쓸한 얼굴을 한다.
이유는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른 모두들도, 나도, 플라티나도.
하지만 대화한다고 해도,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은 걸까.
매일 이야깃거리를 생각한다.
꽤, 까다롭다.
[알렉] 아, 새다!
[플라티나] 새군.
[알렉] 응, 새구나. 어떤 이름일까?
[플라티나] 모른다.
[알렉] 응, 나도 몰라. 나중에 조사해볼래?
[플라티나] ..새의 이름같은 걸 조사해서 무슨 득이 있나.
[알렉] 음- 그래도 신경쓰이지 않아?
[플라티나] 않아.
[알렉] 에~ 왜?
[플라티나] 왜냐고 물어도.. 아무런 보람도 없는 일이지 않나?
[알렉] 그렇지 않아. 이름은 중요한 거잖아.
[플라티나] 새의 이름이? 그 건 개체의 이름이지, 기껏 새정도여서야 각자 한마리 한마리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알렉] 우우.. 그건 그렇지만.. 너, 따분해! 꿈이 없어!
[플라티나] ..그런가?
꽤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허사였다.
다음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알렉] 하지만 저 새말인데, 무지 뚱뚱하네-
[플라티나] 응. 몸집이 크다.
[알렉] 뭘 먹으면 저렇게 찌는 걸까? ..아니 그 전에, 날 수 있는 걸래나?
[플라티나] 글쎄. 저기 앉아있으니 날 수는 있겠지.
[알렉] 그건 모르는 거냐, 저기까지 나무타고 올라왔을지도 모르고.
[플라티나] ..새가?
[알렉] 새가.
[플라티나] ....
[알렉] 우왓, 열받아, 그 반응!
[플라티나] ..저래뵈도 날개가 있는 생물이다, 형님.
[알렉] 하지만 카롤은 아주 조금밖에 뜨지 않는다고 했는 걸.
[플라티나] 녀석하고 새는 크기와 체중부터가 다르잖아. 비율의 문제다.
[알렉] 아, 뭐야 그 눈초리는. 나보다 아주 쪼끔 머리가 좋다고해서!
[플라티나] ..'조금'이 아니야. '꽤 많이'다.
[알렉] 으~ 열받아! 동생주제에!
[플라티나] ..흐으응, 때릴 생각인가.
뭔가 화가나서.
예전 누군가에게 했던 것처럼 주먹을 치켜들었다.
..진심으로 때리려고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알렉] 으...
[플라티나] 왜 안 때리나.
하지만, 상대는 떨지도 않는가 하면 웃지도 않고.
..굳이 따지면, 경멸하는 듯한 눈길로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알렉] ..그만뒀어.
[플라티나] 흐음.
[알렉] 때리면 무지막지 진 것같은 기분이 될 것같으니까, 그만둘래.
[플라티나] 형님치고는 현명한 판단이다.
[알렉] ..아냐, 말 고칠래! 그만둔 게 아니라 그만둬 준거야, 알아?! 그만둬 준거라고!
[플라티나] ..하아.
[알렉] 뭐야, 그 질렸다는 듯한 한숨은!
그 녀석이라면. ..그 녀석이라면, 때리게 해주었을 텐데.
이런 걸 생각하는 건, 조금은 비겁하지만.
..플라티나의 눈은 맑고도 두렵다. 빨려들어갈 것처럼 되버린다.
같은 푸른 눈동자인데, 그 녀석하고는 다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르다.
눈을 떴던 그 때부터, 푸른 눈은 줄곧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플라티나] 나는 가끔 고민한다만, 형님.
[알렉] 뭘?
[플라티나] 우리들은 태어날 순서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나..?
[알렉] 이미 태어나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플라티나] ..그건 그렇지만.
[알렉] 뭐야, 너 내가 형인게 불만이야?
[플라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알렉] 그럼 뭐야-
[플라티나] ..모르면 됐어.
[알렉] 우우- 넌 가끔 너무 어려운 소리만 해. 안 좋다? 안 좋은 거라구?
[플라티나] 형님에게 그런 문맥을 읽으라고 하는 건 헛수고...라고 할까 아직 이르겠지..
[알렉] 응??
플라티나가 하는 말은 어렵다.
항상, 어려워서 되물어보지만 정답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대답을 돌려주지도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라는 거겠지만.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있는데.
사람의 기분이라는 건.
[플라티나] 입가에 부스러기가 붙어있다.
[알렉] 앗, 응. 그러고보면 있잖아- 이 샌드위치는 항상 누가 만드는 거야?
[플라티나] 로드가 아닐까.
[알렉] 에엑-- 말도 안돼! 그 녀석 요리할 줄 아는 타입이 아닌데.
[플라티나] 그러면 누구일지.. 플럼인가?
[알렉] 녀석이라면 훨씬 달걸. 설탕이 자글자글 씹힐 만큼.
[플라티나] ..하기사 그렇군.
[알렉] 먹은 적 있어?
[플라티나] 그걸 음식이라고 부르는 건 모독이다.
[알렉] 아, 알겠다. 질이야, 질!
[플라티나]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알렉] 으, 하지만 베릴도 아닐거구.
[플라티나] 그야 그렇지만.. 그 녀석, 의외로 투박하지 않나. 이런 섬세한 건 못 만드는 게 아닐까. 빵을 자르려고 도끼를 쓸 것같은데.
[알렉] 그럴래나~
[플라티나] 뭐어, 타당하게 생각해보면 루비겠군. 녀석은 그렇게 보여도 손재주가 좋다. 혼자서 살았던 기간도 길었었고.
[알렉] 아, 그러면 그런 소리 했었어, 했었어!
[플라티나] 부하에 대한 거잖아. 조금은 알아둬.
[알렉] 몰랐던 건 아니야. 잊어버린 것뿐이지~
[플라티나] 그러니까 좀, 흘리지 마.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있잖아.
[알렉] 어쩔 수가 없어- 속이 잔뜩 들어있는 걸. 그리고 샌드위치같은 건 품위있게 먹는 음식이 아니잖아?
[플라티나] ..그렇다고해서 지저분하게 먹는 음식도 아니잖나.
[알렉] 거야 그렇지만.
[플라티나] 단순히 먹는 법이 서툰 거다.
[알렉] 넌 좋겠네, 그런 부분도 빈틈이 없고.
[플라티나] ....
정말이지 플라티나는 차분하다.
하나하나 전부 정반대구나 하고 생각한다.
왜 나는 저렇게 하지 못할까, 조금 속상해질 정도로.
[알렉] 우와!
[플라티나] 그것 봐. 흘려대니까 새가 몰려오잖아.
[알렉] 자,잠깐 기다려-!!
[플라티나] ....
[알렉]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줘!!
[플라티나] ..잘됐지 않나. 깨끗하게 될테니.
[알렉] 우우, 그런 소리나 해대고, 열받.. 우와왓!!
[플라티나] 아..
[알렉] 자,잠깐, 진짜 아파, 아파, 아프다구! 나 죽어--!
[플라티나] 소란스럽기는..
[알렉] 자,잠, 우왓, 으아, 그러니까, 이젠 없어! 이제 없다니까!!
[플라티나] ..형님.
[알렉] 응?
[플라티나] 도와줬으면 하나?
[알렉] 하아?
[플라티나] 도와주길 바란다면, 그렇게 말해.
[알렉] 열.. 우와아아아앗!!
[플라티나] 말해.
[알렉] 싫어!
[플라티나] ...
[알렉] 싫어싫어싫어, 뭔가, 엄-청 진 기분이 들 것같으니까! 우왓!
[플라티나] 완고하기는..
[알렉] 그치만, 내가 형인데!!
[플라티나]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인가.
[알렉] 상관 있어!
[플라티나] 도대체 어떻게.. .
[알렉] 어떻게라니.. 왓------!
[플라티나] ...형님.
[알렉] 저리 가! 저리 가! 이제 아무 것도 없는데엣!
[플라티나] ..그러니까 말이지.
[알렉] 싫어!
[플라티나] ...
[알렉] 우우--!
[플라티나] ...후유. 그러니까, 형님.
[플라티나] 흘려대서 냄새가 배어있어서 그런 거다. 자아, 망토만이라도 벗어.
[알렉] 응?
[플라티나] 얼른.
[알렉] 아.... 가버렸다.
[플라티나] 아쉬운가?
[알렉] ..아니, 아프지 않게 된 건 좋은데. 조금 쓸쓸하네.
그렇구나. 이렇게 하면 됐었는데.
..분한 걸. 왜, 나는 그런데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까.
어째서, 나하고 플라티나는 다른 걸까.
몸하고 마음을 걸쭉하게 녹여서, 섞어서 휘저으면 같은 게 될 수 있을까.
절반씩이라도 섞을 수 있다면 지금과는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었을까.
...우리가 그렇게 될 수 있었다면, 무언가 다른 미래가 있었던 걸까.
분명 플라티나는 고민해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말하겠지만.
[플라티나] ..녀석들이 없어서 그런 건가.
[알렉] ..엣.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갑자기.
[플라티나] ...
[알렉] ...
잠깐만. 그런 거. 지금 물어보는 건 반칙이야. 플라티나.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있다구.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말해야 하는 거지만.
..그들에 대한 건.
[플라티나] 사피루스가 없어서 그런가.
아, 말해버렸다.
...뭐야, 그런 울 것같은 얼굴을 하고.
[알렉] ..너도, 마찬가지잖아..
[플라티나] ...
뭐야. 각오하고서 물어본 거 아니었어?
간단하게 물어본다고 대답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정도, 머리 좋은 너라면 알고 있었잖아. 아니면, 잘못 알고 있던 거야?
...침묵할 정도라면, 묻지 말라구.
다른 모두들에게 걱정끼치고 싶지 않은데.
알고 있잖아. 모두들, 모두들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는 거.
걱정되고, 걱정되서, 지켜보고 있다는 거, 우리들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는 거.
[알렉] ..아니. 아니야. 난 아니야.
[알렉] 내가 쓸쓸하다고 느끼는 건 그래서가 아니야, 플라티나.
외로워. 슬퍼. 울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그 녀석에 대한 건.
하지만 다들 꾹 참고 만들어준 이 장소에서, 그런 이야기는 아직 할 수 없어.
우리들은 아직 극을 연기하고 있어야하는 단계야.
아무 것도 필요없을 만큼 행복하다고, 녀석들에게 말해주지 않으면, 녀석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나아갈 수 없을 테니까.
..그게 살아있는 우리들이 해야하는 일이잖아.
..머리 좋으면서, 너는 바보야. 그런 것도 아직 모르는구나.
[플라티나] ..그런가?
[알렉] 응, 그래.
[플라티나]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그런 슬픈 얼굴하지 말라니까.
제이드도 정말이지, 표정을 감추는 법정도는 가르쳐줬음 좋았을텐데.
웃는다는 건 의외로 훈련이 필요한 일인걸.
그 녀석은 아무 것도 재대로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이 것만큼은.
이 것만큼은 제이드한테 이겼구나. ..사피.
웃을 줄 아는 건 내 보물이야. ..예전처럼 웃고 있는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지. 그건 내가 가르쳐줄 수밖에 없으려나.
...형인 걸.
[알렉] 괜찮아, 아직 몰라도.
[알렉] 아아~ 뭔가 이야기에 열중하다보니까 또 배고파졌어.
[플라티나] 벌써?!
[알렉] 그치만 나, 아직 어린 걸~ 루비한테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플라티나] ....
[플라티나] ....
[플라티나] ....
[플라티나] ...하아.. 도대체 왜 내가 동생인 거지..
[알렉] 플라티나-! 플라티나도 먹을 거지---?!
주방으로 이어지는 계단 아래에서, 플라티나에게 말을 걸어본다.
아직, 오늘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다 하지 못했으니까.
아직,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이 있으니까,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자고 생각한다.
녀석이 언젠가, 재대로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눌 테니까.
그 때까지 재대로,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으면.
오늘은 좀 실수해버렸지만.
[플라티나] ....
[알렉] 플라티나아-! 아보카도 넣을 거지-?!
[플라티나] ..알았다, 지금 갈테니까! 내가 싫어하는 건 넣지마!
[알렉] 아하하하, 어린애-!
[플라티나] ..뭐라구.
..하지만 있지.
역시 조금은, 조금은 무서워.
너에게 말을 거는 한마디 한마디를 생각해봐.
무시당한다면 무서워. 보잘것없다고 생각되버리면 싫을 거야.
...옛날에, 맹세했었다.
<모두를 행복하게 할거야>하고.
하지만, 난 몰랐었어.
<모두>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어.
나의 <모두>에, 어느 누군가가, 어떤 누군가가 들어가는지를.
언젠가 사과할 수 있을까.
나의 <모두>에, 제이드는 들어있지 않았다고.
...들어있지, 않았었다고.
플라티나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다가와준다.
조금은 안심했다.
그렇구나. 너도 아직 마음써주고 있는 거구나.
가까워지고 싶다고. 이 거리를 좁히고 싶다고.
..마음써주고 있는 거구나.
이렇게 노력해서 정말로 가까워지게 되면 말할 수 있게 될지도 몰라.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는 거지?
...그렇게 괴로운 일들조차 우리들은 넘어왔었으니까.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살아왔으니까.
지금은 아직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이 시간을 한없이 이어나간다면.
모두가 만들어준 이 연약한 장소에서.
겨우 당도한, 우리들이 있을 수 있는, 있어도 좋은 이 장소.
...여기에 오는 게 불가능했던, 우리들의 소중한 그들을 위해서라도.
서로 알아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할 수 있을 거야, 플라티나.
노력해서 이루지 못할 일은 없을테니까.
-그치? 반드시.
아포크리파 제로 팬디스크 플레이하다가 쓱쓱.
의역을 하려고 했는데 여전히 직역이네요.. 플라티나 사이드로 이어집니다.
최근, 형님을 식사에 초대하게 되었다.
스스로 권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초대한 것은 자신이지만 뒤에서 권해준 건 부하들이었다.
형제는 사이가 좋아야한다든가, 왕과 참모가 그렇게 험악해서야 곤란하다든가.
..별로 사이가 나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지만, 주변에서 그렇게 보고있었다니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에는 조금.. 저도 모르게 긴장한 채였었지만, 형님은 선뜻 받아들였다.
의외로 기쁜 듯이.
[알렉] 아, 새다!
[플라티나] 새군.
[알렉] 응, 새구나. 어떤 이름일까?
[플라티나] 모른다.
[알렉] 응, 나도 몰라. 나중에 조사해볼래?
[플라티나] ..새의 이름같은 걸 조사해서 무슨 득이 있나.
[알렉] 음- 그래도 신경쓰이지 않아?
[플라티나] 않아.
[알렉] 에~ 왜?
[플라티나] 왜냐고 물어도.. 아무런 보람도 없는 일이지 않나?
[알렉] 그렇지 않아. 이름은 중요한 거잖아.
[플라티나] 새의 이름이? 그 건 개체의 이름이지, 기껏 새정도여서야 각자 한마리 한마리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알렉] 우우.. 그건 그렇지만.. 너, 따분해! 꿈이 없어!
[플라티나] ..그런가?
<꿈>에, 좋은 추억따위는 없다.
그건 형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던 걸까.
살해당하는 꿈, 목이 잘려나가는 꿈. 누군가에게 미움당하고, 원망을 듣고, 질책당하는 꿈.
그런 꿈 이외에, 형님은 다른 꿈을 꾼 적이 있었던 걸까.
[알렉] 하지만 저 새말인데, 무지 뚱뚱하네-
[플라티나] 응. 몸집이 크다.
[알렉] 뭘 먹으면 저렇게 찌는 걸까? ..아니 그 전에, 날 수 있는 걸래나?
[플라티나] 글쎄. 저기 앉아있으니 날 수는 있겠지.
[알렉] 그건 모르는 거냐, 저기까지 나무타고 올라왔을지도 모르고.
[플라티나] ..새가?
[알렉] 새가.
[플라티나] ....
[알렉] 우왓, 열받아, 그 반응!
[플라티나] ..저래뵈도 날개가 있는 생물이다, 형님.
[알렉] 하지만 카롤은 아주 조금밖에 뜨지 않는다고 했는 걸.
[플라티나] 녀석하고 새는 크기와 체중부터가 다르잖아. 비율의 문제다.
[알렉] 아, 뭐야 그 눈초리는. 나보다 아주 쪼끔 머리가 좋다고해서!
[플라티나] ..'조금'이 아니야. '꽤 많이'다.
[알렉] 으~ 열받아! 동생주제에!
[플라티나] ..흐으응, 때릴 생각인가.
입을 삐죽히 내민 채, 빨갛게 열이 오른 얼굴을 하고 있는 형님.
아무리 봐도 구도가 반대로 된 것같은 생각이 든다.
어린애 같다. ..라고 해야할지, 어린애다.
별로 때려도 아플 것같지 않고, 싸움을 벌인다고 해도 이길 자신은 있긴 하지만.
[알렉] 으...
[플라티나] 왜 안 때리나.
[알렉] ..그만뒀어.
[플라티나] 흐음.
[알렉] 때리면 무지막지 진 것같은 기분이 될 것같으니까, 그만둘래.
[플라티나] 형님치고는 현명한 판단이다.
[알렉] ..아냐, 말 고칠래! 그만둔 게 아니라 그만둬 준거야, 알아?! 그만둬 준거라고!
.. 차라리 때리려고 달려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 편이 훨씬 시원해졌을 거다. 차라리, 서로 주먹을 휘두르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거리의 아이들이 흔히 하는 형제싸움처럼.
[플라티나] ..하아.
[알렉] 뭐야, 그 질렸다는 듯한 한숨은!
[플라티나] 나는 가끔 고민한다만, 형님.
[알렉] 뭘?
[플라티나] 우리들은 태어날 순서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나..?
[알렉] 이미 태어나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플라티나] ..그건 그렇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늘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점이다.
어째서 우리들은 형제였을까. 그리고 어째서, 그가 형이었을까.
우연인지, 어떤 꿍꿍이가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어쩌다 이어진 운명이었는지.
[알렉] 뭐야, 너 내가 형인게 불만이야?
[플라티나] 그런.. 건 아니지만.
형님은 때때로, 나로서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말을 내뱉는다.
스스로는, 할 수 없던 말들.
그럴 때는, 역시 이렇게 태어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알렉] 그럼 뭐야-
[플라티나] ..모르면 됐어.
[알렉] 우우- 넌 가끔 너무 어려운 소리만 해. 안 좋다? 안 좋은 거라구?
[플라티나] 형님에게 그런 문맥을 읽으라고 하는 건 헛수고...라고 할까 아직 이르겠지..
..어린애다.
혹시 어린아이인 척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면 질이 나쁠 정도다.
[알렉] 응??
[플라티나] 입가에 부스러기가 붙어있다.
[알렉] 앗, 응. 그러고보면 있잖아- 이 샌드위치는 항상 누가 만드는 거야?
[플라티나] 로드가 아닐까.
[알렉] 에엑-- 말도 안돼! 그 녀석 요리할 줄 아는 타입이 아닌데.
[플라티나] 그러면 누구일지.. 플럼인가?
[알렉] 녀석이라면 훨씬 달걸. 설탕이 자글자글 씹힐 만큼.
[플라티나] ..하기사 그렇군.
[알렉] 먹은 적 있어?
[플라티나] 그걸 음식이라고 부르는 건 모독이다.
[알렉] 아, 알겠다. 질이야, 질!
[플라티나]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알렉] 으, 하지만 베릴도 아닐거구.
[플라티나] 그야 그렇지만.. 그 녀석, 의외로 투박하지 않나. 이런 섬세한 건 못 만드는 게 아닐까. 빵을 자르려고 도끼를 쓸 것같은데.
[알렉] 그럴래나~
[플라티나] 뭐어, 타당하게 생각해보면 루비겠군. 녀석은 그렇게 보여도 손재주가 좋다. 혼자서 살았던 기간도 길었었고.
[알렉] 아, 그러면 그런 소리 했었어, 했었어!
[플라티나] 부하에 대한 거잖아. 조금은 알아둬.
[알렉] 몰랐던 건 아니야. 잊어버린 것뿐이지~
[플라티나] 그러니까 좀, 흘리지 마.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있잖아.
[알렉] 어쩔 수가 없어- 속이 잔뜩 들어있는 걸. 그리고 샌드위치같은 건 품위있게 먹는 음식이 아니잖아?
[플라티나] ..그렇다고해서 지저분하게 먹는 음식도 아니잖나.
[알렉] 거야 그렇지만.
[플라티나] 단순히 먹는 법이 서툰 거다.
[알렉] 넌 좋겠네, 그런 부분도 빈틈이 없고.
[플라티나] ....
성향이 그런 거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형님에게 붙어있었던 그 남자가 지나칠 정도로 아무 것도 못하게 만들던 거라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차도 재대로 타지 못하고, 테이블 매너도 전혀 모른다.
불량한 자세다 싶은가 하면, 말씨도 엉망이다.
마치, 그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만들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질만큼.
보이지 않는 새장은 지금도 그를 얽매어두고 있다. ..저주처럼.
[알렉] 우와!
[플라티나] 그것 봐. 흘려대니까 새가 몰려오잖아.
[알렉] 자,잠깐 기다려-!!
[플라티나] ....
[알렉]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줘!!
[플라티나] ..잘됐지 않나. 깨끗하게 될테니.
[알렉] 우우, 그런 소리나 해대고, 열받.. 우와왓!!
[플라티나] 아..
[알렉] 자,잠깐, 진짜 아파, 아파, 아프다구! 나 죽어--!
[플라티나] 소란스럽기는..
[알렉] 자,잠, 우왓, 으아, 그러니까, 이젠 없어! 이제 없다니까!!
[플라티나] ..형님.
[알렉] 응?
[플라티나] 도와줬으면 하나?
[알렉] 하아?
[플라티나] 도와주길 바란다면, 그렇게 말해.
[알렉] 열.. 우와아아아앗!!
[플라티나] 말해.
[알렉] 싫어!
[플라티나] ...
[알렉] 싫어싫어싫어, 뭔가, 엄-청 진 기분이 들 것같으니까! 우왓!
[플라티나] 완고하기는..
[알렉] 그치만, 내가 형인데!!
[플라티나]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인가.
[알렉] 상관 있어!
[플라티나] 도대체 어떻게.. .
[알렉] 어떻게라니.. 왓------!
[플라티나] ...형님.
[알렉] 저리 가! 저리 가! 이제 아무 것도 없는데엣!
[플라티나] ..그러니까 말이지.
[알렉] 싫어!
[플라티나] ...
[알렉] 우우--!
[플라티나] ...후유. 그러니까, 형님.
[플라티나] 흘려대서 냄새가 배어있어서 그런 거다. 자아, 망토만이라도 벗어.
[알렉] 응?
[플라티나] 얼른.
[알렉] 아.... 가버렸다.
[플라티나] 아쉬운가?
[알렉] ..아니, 아프지 않게 된 건 좋은데. 조금 쓸쓸하네.
사라진 새들을 쫓는 그 눈빛은 무척이나 맑게 가라앉아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도 그와 같은 눈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식으로 반짝이는 눈은 할 수 없다.
... 눈에 비치는 것은 단순한 하늘에 지나지 않고, 새에 지나지 않아, 별로 쓸쓸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이 아니니까.
이럴 때, 형님과의 거리를 느낀다.
아아, 역시 우리들은 서로 다른 인간이구나, 하고.
원래는 하나였었다 해도, 갈라져,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다.
분명 이제와서 마음과 혼을 뒤섞는다해도, 원래의 형태로는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나도 형님도 아닌, 전혀 다른 누군가로 변하게 될 테지.
하지만 그래서야, 역시 조금 쓸쓸하다.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플라티나] ..녀석들이 없어서 그런 건가.
[알렉] ..엣.
말해버리고서,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마음 속으로 하려던 말을 입 밖으로 내고 말았다.
[플라티나] ...
[알렉] ...
실수했다. 이건 진짜 큰일인데.
..이 분위기는 뭐야. 아니, 예상하고 있던 일이긴 했지만.
..그러고보니 녀석들의 기척도 느껴진다.
하기사 안 보고 있었을 리 없나. 이 자리를 차린 건 녀석들이니.
그건 그렇다치고서라도, 볼썽사나운 실수다.
...하지만.
..콩알로 얻어맏은 새마냥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고 있는 건 형님도 마찬가지인가.
...아아.. 역시, 여전히 연연하고 있었던 건가. 녀석들에 대해서.
..그런가.
[플라티나] 사피루스가 없어서 그런가.
[알렉] ..너도, 마찬가지잖아..
또 실수했다. 표현을 잘못 골랐다.
..으아.. 울지도 모르겠군.
...부탁한다, 누군가 와줘.
...아니, 나라도 해도 안나서겠지만.
나라고 해도 이런 분위기에 나서는 건 사양이다.
[플라티나] ...
..어떻게 하면 좋지.
..상처입혀버렸나, 나는.
..지금 나는, 모처럼 만들어준 이 장소를 부수고 만 건가.
형님이, 살짝 긴장하면서도 나와 대화를 이어가려고 애쓰고 있는 건 알고 있었다.
웃을 때마다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으니까.
..신경써주고 있는 것이다. 곤란하게도.
..폐를 끼치고 있었다. 이 자리를 권했던 것은 자신이었는데.
[알렉] ..아니. 아니야. 난 아니야.
[알렉] 내가 쓸쓸하다고 느끼는 건 그래서가 아니야, 플라티나.
작게, 숨을 들이쉬었다.
...어째서 나는 저렇게 할 수 없는 걸까.
[플라티나] ..그런가?
[알렉] 응, 그래.
[플라티나] ..잘 모르겠어.
내가 생각해도 서투르다.
..좀 더 상냥하게 대할 수 없는 걸까.
언젠가, 형님에게 칭찬받았던 적이 한번 있었다.
그 때를 생각해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어느 덧, 어떻게 했었는지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알렉] 괜찮아, 아직 몰라도.
[알렉] 아아~ 뭔가 이야기에 열중하다보니까 또 배고파졌어.
[플라티나] 벌써?!
이쪽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필사적이다.
배의 공복을 느낄 여유는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알렉] 그치만 나, 아직 어린 걸~ 루비한테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플라티나] ....
[플라티나] ....
[플라티나] ....
[플라티나] ...하아.. 도대체 왜 내가 동생인 거지..
..응, 저런 식이라도 형님인 거다.
머리가 아프다. 저건, 절대 일부러 저러고 있는 게 아니다. 본능인 거다.
..그렇지 않다면, 좀 무서울 정도다.
뒤를 귀울이면, 몇 명인가가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부하들이 숨어서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재멋대로 말하고 있다.
....그렇게, 지나칠 정도로 가엾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데.
부하들은 결여되어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미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형님과 나눈 지금의 대화도, 나로서는 분에 넘칠 정도로 가까워진 기분이 들 정도고.
결코 좋은 방식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였다면 화냈을 것이다.
그런 만큼 더 절실하게 느낀다. ...형님은 다정하다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는 덤은 따라붙긴 하지만.
정말 그렇다. 바랄 수조차 없었다. 이런 일상은.
나는 이미 행복하다. ..행복한 것이다.
오히려 묻고 싶어질 정도다.
지금까지의 내가, 그렇게도 불행했었던 거냐고.
스스로 불행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역으로 의문을 품게 된다.
덧없는 가짜였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지만. 미약하게나마 진실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분명 형님에게도.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면, 형님도 이렇게나 녀석들에게 얽매여있지 않았을 것이다.
..잃고싶지 않았던 무언가였기에, 이렇게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 게 아닌가.
..상처를 낫게 하기 위해서.
[알렉] 플라티나-! 플라티나도 먹을 거지---?!
[플라티나] ....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단 하나뿐인. 아직은 조금 익숙해지지 않은 목소리.
나의 권유에, 형님은 웃는 얼굴로 답해주었었었다. 그건 기대를 품어도 된다는 뜻이겠지.
방금 전은 꽤 실수해버렸지만, 그래도 괜찮다.
..어리광을 부리는 것정도는 허락해주겠지. 두 세번정도라면.
형님은 형님이니까.
그래도, 언젠가는 따라잡고 싶다.
흔들리지 않고,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능숙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고 싶다.
[알렉] 플라티나아-! 아보카도 넣을 거지-?!
[플라티나] ..알았다, 지금 갈테니까! 내가 싫어하는 건 넣지마!
[알렉] 아하하하, 어린애-!
[플라티나] ..뭐라구.
계단의 끝에서, 금빛의 머리카락이 온화하게 흔들리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형님은 만면의 미소를 띄우고는 나를 향해 손짓한다.
가벼운 발걸음을, 조금 서둘러가며 따라잡았다.
..언젠가 저런 식으로 웃고 싶다.
자신의 소중한, 정말로 소중한 무언가를 불안하게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변할 거다. ..변하고 싶어. ..강해지고 싶어.
지금의 내가 원하는 '강함'은,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를 하고 있다.
그래도,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언젠가>를 이루기 위해.
...그게 또다시, 덧없는 거짓 위에 이루어진 행복일 뿐이라고 비난받는다해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네요. 우리 왕자님들 미래가 살벌하겠구나 싶어 매번 가슴이 찢어지는 대목입니다..orz
[S] 요즘 들어, 이 곳에서 줄곧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J] 얼마 전까지는 두 명의 소년이 사이좋게 식사하고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S] 아름다운 금색 머리카락과, 빛나는 은색 머리카락과.
[J] ..그리고, 붉고 푸른빛의 상냥한 눈동자.
[S] 가까이 갔더니 그들은 웃으며 우리들에게 손을 뻗어주고, 그 손 위에 앉혀주었다.
[J] 그 작은, 혹은 가는 손가락에 위태위태하게 앉으면서, 나는 작은 빵조각을 입에 물었다.
[S] 그 일은 몇번이고 반복됐다.
[J]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되었다.
[S] 매일매일, 그 것이 즐거웠다.
[J] 배도 고프지 않았고 즐거웠다. 그들의 웃는 얼굴이 행복했다.
[S] 빛에 둘러싸여, 웃음이 흘러넘치고. 어떤 괴로움도 슬픔도 없는 듯이 느껴졌다.
[J] 적어도, 내가 보고 있었던 그 시간동안은.
[S] ..내가 태어나, 사라지기까지 그 시간동안은.
[알렉] 아, 다들 벌써 왔어. 빠르구나.
[플라티나] 계속 먹이를 주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새들에게 좋은 곳이라고 알려진 모양이지.
[알렉] 그렇겠지. 그래도 안됐네. ..오늘은 아무것도 없어. 미안해.
[알렉] 아, 녀석들 또 왔어.
[플라티나] 녀석들?
[알렉] 요즘 새로운 애들이 늘었거든. 저 두 마리는 항상 같이 와.
[플라티나] 어쩌다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있는 것뿐 아닌가?
[알렉] 아니야, 언제나 같이 있는 걸.
[플라티나] 그런가?
[알렉] 너는 주변에 너무 관심이 없다니까. 하나하나가 다 다른 거야. 다들.
[플라티나] ..형님이 그렇다고 하면 분명히 그런 거겠지.
[알렉] 아, 삐졌지 너.
[플라티나] 별로.
[알렉] 늘 오는 새들 중에 말인데, 그 통통한 애는 어떻게 된걸까.
[플라티나] 형님이 항상 제일 마음에 들어했던 그 새말이지.
[알렉] 어, 눈치챘었어?
[플라티나] 눈치채고 뭐고.. 이 발코니에서 아래 정원은 훤히 다 보인다만.
[알렉] 으..으으으... 그렇구나. 들켰었던거네.
[플라티나] .. 그 새가 그렇게 파격적으로 살찐 건 형님 탓이라고 생각해.
[알렉] ..그런가아..
[플라티나] 다른 이유가 있을리 없지.
[알렉] 그럼, 녀석이 오지 않게 된 것도 내 탓일까.
[플라티나] ..형님?
[알렉] 너무 덩치가 커져서, 날지 못하게 된걸지도. 몸이 무거워서, 날개가 움직이지 않게 되버린 걸지도 몰라.
[플라티나] 그럴지도 모르지. 새니까, 천적에게 당했을지도.
[알렉] 그런 생각하기도 싫은 소리 하지마!
[플라티나] ....
[알렉] 아... 미안해. ..나때문인데. 소리질러버려서.
[플라티나] ..아니.
[알렉] 미안.
[플라티나] 너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지마라, 형님. ...나도 잘못했어.
[알렉] 안 잘못했어.
[플라티나] ...
[알렉] ..넌 잘못하지 않았어, 플라티나.
[플라티나] 그런 식으로, 혼자 다 끌어안아버리면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거야.
[알렉] ...응.
[플라티나] ...
[알렉] ...못 만나려나, 이제.
[알렉] 그 애, 약해보였고 겁도 많았고, 학상 마지막에 오니까 별로 먹이가 안남아서.
[플라티나] ..응.
[알렉] 요령 없지, 약삭빠른 새한테는 항상 먹이 뺏기지.
[알렉] 바보같지. 맨 뒤에서 항상 기다리는 거야.
[플라티나] ...
[알렉] 약하고 약해서.. ..그래도 뭔가, 나 그 애가 좋았어.
[알렉] 그러니까 조금은 괜찮겠지 싶어서. 편애했었어.
[알렉] ..그래도 그런 짓 하지 말 걸 그랬나봐.
[플라티나] 그렇지는 않아.
[알렉] ..그렇게 생각해?
[플라티나] 응. 게다가 확실히 만날 수 없게 됐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 않나. 아직은.
[플라티나] ..만날 수 있어. 또 언젠가는.
[알렉] 언젠가라니, 언제?
[플라티나] ...
[알렉] 우리들의 '언젠가'라니, 언제를 말하는 거야?
[플라티나] ...형님.
[알렉] 아, 또 이래. 미안. 이상하네. ..나 싫은 성격이지. ..왜 이런 소리를 해버리는 걸까. 미안. 미안해.. 플라티나.
[플라티나] ..추워졌다. 안에 들어가자. 식사는 나중에 하고. .....같이.
[알렉] 같이?
[플라티나] 싫은가?
[알렉] 아니, 아니야. 그렇지 않아. 고마워.
[플라티나] ...그 애가 아니어도 새는 또 올 거야.
[알렉] ....
[플라티나] ..혹은, 다시 태어나서 올 수도 있겠지.
[알렉] 녀석들도?
[플라티나] ..글쎄.
[S] 그 뒤로.
[J] 두 사람은 두번 다시 그 장소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S] 봄이 오고, 여름이 지나, 가을빛이 주변을 물들이고, 다시 겨울이 가까워져와도.
[J] 그게 쓸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S] 또 다시, 자신의 수명이 다하기 때문일까.
[J] 또 다시, 그 아름다운 머리칼과, 눈동자를 볼 수 없게 되어서 일까.
[S] 그들의 머리카락으로 둥지를 만들어서, 그 잠자리에서 자려던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서일까.
[J] ..새라면 누구나 꾸는 꿈이지만.
[S] 행복하게 되기 싫다고, 그렇게 바라는 이는 없다.
[J] 새도 사람도, 나무도 물도. 하늘도. 바라지 않을 리가 없다.
[S] 행복해지고 싶다고.
[J]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S] 아득히, 희미하게 남은 기억을 더듬어, 자신은 작은 머리로 생각한다.
[J] 자신은 새다.
[S] 비록 새에 지나지 않지만.
[J] ...응, 새에 지나지 않지만.
[S] 그러니까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저 매일매일 날갯짓하고는 죽어갈 뿐인 생물이니까.
[J] 언젠가 죽을 날까지, 주어진 여행길을 소비해나가며 아무도 모르게 걸어가는 겁니다.
[S] 하지만, 그래도 우리들은 행복하다.
[J] ...그들이 있었으니까.
[S] 그들이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슬퍼하는 건 바라던 일이 아니야.
[J] 전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지만.
[S] 이제는, 전할 수 없지만.
[S] 행복한 찰나의 순간을 쫓아서 우리들은 몇번이고 이 곳에 왔다.
[J] 한 순간, 그들의 손가락에 닿아, 상냥한 미소를 볼 수 있었던 것.
[S] 그 것만을 가슴 속에 끌어안고, 우리들은 저 하늘에 향한다.
[J] 또 다시 이곳에 올 수 있다면, 우리는 또 만날 수 있게 될까.
[S] 그 행복한 풍경을.
[J] 만날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한다. 부탁이니.
[S] ...다음에도, 날개가 있다면.
[J] 분명 다시 이 곳에 찾아올 테니까.
[S] 당신의 곁으로.
블로그에 이 오랜 번역을 찾아와주신 분이 있어서 내친김에 뒷편까지 해봤습니다.
본편에 덧붙이면, S와 J는 당연히 그들입니다.
덧붙여 '다시 태어난다면 찾아올 수도 있겠지' 라고 말한 플라티나에게
알렉이 '녀석들도?'라고 말합니다만,
이 녀석들은 당연히 새들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피눈물)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눈앞에서 스쳐서 사라져가는 게 전부인 행복한 풍경.
서로 닿을 일도 없이 알아챌리도 없이 반복되는 순간인데도.
그래도 그 것때문에 행복하다고.
행복했다고.
...잠깐 좀 울고 올게요.
후속작 시리즈에 의하면 형제는 이후 장생을 택한 듯합니다만
이 번외편만 놓고보면 뉘앙스가 다소 애매한 편입니다.
왜 다음 해 겨울이 다가와도 그들은 그 장소에 돌아오지 않았을까요.
아포크리파제로 본편을 플레이해보면 조금씩 몸이 나빠지는 기간은 항상 겨울입니다.
첫눈이 내릴 때즈음에서 알렉이 기침을 시작했고, 제이드가 병상에 누운 플라티나를 보러 오는 것도 겨울이고. 사실 이 것은 장생엔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만(모든 엔딩 장면이 겨울입니다) 묘하게 의미심장함을 지울 수가 없네요.
모르지요, 판도라의 설정상 형제는 나락을 떠돌고 있었다고 하니 여기서도 궁성을 떠난 건지도.
적어도 작은 새들이 몇번의 생을 반복해 찾아올 만큼은 살았다고 볼 수도 있고요.
해피니스 케이지는 루비와 카롤의 과거 이야기, 사피루스의 과거 이야기, 그리고 이 형제 후일담 세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있습니다만 나머지도 시간이 닿으면 차근차근 해보려합니다. 다만 색깔 넣기 귀찮은 고로 번역은 주욱 무난한 톤으로 가게 될 것같아요. 좀 본의는 아닙니다만..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 팬디스크와 본편의 연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플라티나의 목소리는 많이 달라졌어요. 본편에서의 플라티나가 왕자님답고 쌀쌀맞은 목소리라면 팬디스크에서는 좀더 유하고 약해졌습니다. 성우분의 분석에 따른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본편에 비해 이 플라티나는 좀더 기운을 뺀 목소리인데요. 너무 강하고 고고해서 설정상에 비해 '몸이 약하고 아무데나 쓰러져서 잠든다'던 느낌이 안들었던 본편에 비해 딱 플라티나의 인상에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감상이지만요.
참고로 이 톤은 이후 이어진 세번째 드라마시디 '패션 플라워'와 PS2 이식 때 즈음하여 나왔던 드라마시디 '미스틱 노드'에서도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지 반기는 입장이지요.
아포크리파 제로는 거짓말 안 보태고도 제 인생을 바꾼 작품이기도 합니다.
못알아듣는 게임을 미친듯이 반복해서 플레이하고 사전찾아 뒤지던 그 때는 제가 성우를 파게될줄 몰랐지요 (이 자리를 빌려 제이플라를 외치며 울부짖던 저에게 모리카와 토시유키x스즈키 치히로 주연 드라마시디 ANSWER를 알려주셨던 이름 모를 분, 감사합니다.)
추억이 많은 작품이라 여러모로 소중합니다.
새로 글 쓰면서 이전글은 비공개로 돌려두겠습니다. 내용은 2편까지 똑같아요.
그럼 다음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