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이 (잘못) 뻐렁쳐서 울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오랜만에 더블오 정주행 +그리고 드디어 극장판까지 보고나서 더블오에 남아있는 작은 애정들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이제 어연 5년전 작품이라는데 뒷북.. 아니야 뒷북은 아니지 난 1기때도 팠었으니까.. 그럼 뭐라고 하지..? 재북..?
티에리아가 록온에게 느꼈을 기아감이라든가, 한참 후에서야 눈치챘을 위화감
세츠나가 닐에게 느낀 죄책감, 라일에게 느낀 부채감,
할렐루야가 알렐루야에게 느꼈을 감정
이런 게 새롭게 보여서 재미있는 정주행이었습니다. 솔레스탈 비잉이 엄청 위태롭다고 해야하나 허접하다고 해야하나 오늘 내일 누가 언제죽을지 모르는 와중에 사람을 죽이고 학살을 저질러서라도 목표를 수행하겠다는 미친짓을 태연하게 하고 있는 집단이라는게 새삼스레 와닿았어요. 개인적으로 크리스에 대한 애정 포인트가 엄청 올라갔습니다. "우리가 미션 수행에 들어가면 물가가 뛰니까 미리 사놔야지." 하면서 어린 펠트를 가볍게 끌고 나가버리는 태연함이랑 스메라기가 그 뒤에 "마셔야지.."하고 자기 죄책감을 애써 넘기려고 하는 장면같은 게 엄청 마음에 들어서. 륜 페이 생각도 났어요. 자기가 죽인 사람의 숫자를 기억할 수 있는 예민함이라고 해야하나. 자기들이 벌이는 일을 정면으로 대면해야하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짊어지고 가겠다고 토로하는 그 감각이 엄청 정신나갔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해야할 정도로 심한 상황이었던걸까, 싶어졌습니다.
예전에는 록온의 테러리스트에 대한 증오+자기 행위에 대한 자각이 더해진 모순이 보여서 아 이 사람은.. 싶었다면 이번 정주행에서는 그냥 솔빙 전체가 그모양인 집단이었더라.... 하는 게 느껴졌다고 할까요. 아 티에리아는 예외. 얜 뭘 몰라서 그냥 미션 수행했을 거에요....... 목표에 대한 비전이 너무 확고하고 다른 크루들이나 마이스터랑 다르게 보아온 세상에 대해 티끌 한점 연관도 없이 객관적인 위치에 있었던 애라 죄책감은 전혀 안 느꼈을 듯. 제가 록온이면 겁나 싫어했을 거야..... 대인배다 록온..... 세츠나도 과거에 대해서는 거의 트라우마나 정신적 외상 증후군 수준이고 알렐루야는 아예 인격을 둘로 만들어서 그 상황에서 도망치고 있는 수준이고. 스메라기는 술로 도피하고.. 이 집단 정상적인 사람이 아무도 없어! 진짜로! 으아아!!! 여튼 진짜 정신나간 집단으로밖에 안보였겠구나 싶었습니다.. 미션 수행 자체도 연계는 잘 되고 있는데 다시 보니까 뭔가 위태위태한 것이.. 넹.. 그렇네여...
여튼 다시 봤더니 1기의 감상은
1. 록온이 세츠나를 너무 예뻐하더라 + 애취급 쩔더라 그게 니 정신 안정제였냐?
2. 티에리아는 정말 재수없더라 (* 주) 쵱캐 티에리아지말입니다)
3. 세츠나는 주인공이더라
4. 알렐루야는 할렐루야와의 관계성과 그의 가지고도 52화를 풀어낼 수 있겠더라 (근데 1기에서도 2기에서도 후딱 풀고 접어버림)
5. 그라함에게는 건담의 망령이 붙은 거 맞음
6. 빌리는 쫌.. 아무리봐도 군 일급기밀을 민간인한테 불어버리는 거 이해안감 저기여 그..뭘까 아무리 사랑이 맹목이라지만...
7. 콜라사워야 그래 너는 그렇게 살아라 토닥토닥
다시봐도 작품성이라고는 얼기설기 붙여놓은 조각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연출에 모든걸 때려박았으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설교로 진화; 하기까지한 2기 엔딩과 3년이 지나서야 볼 수 있었던 극장판에는 정마저 안갑니다만 그래도 까도 제가 깝니다. 건담이 아니라고한 우주세기 원리주의자 선배랑 배틀뜨고 와서 하는 말 맞음.
리얼로봇물로서 인간과 인간의 괴리를 그리는 게 건담의 본질이라고하지만 극장판에서 그려내려고했던 방향성이 아주 리얼로봇물에서 떨어져서 슈퍼로봇물로 방향성을 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인류사이의 갈등으로 지난 30년간 이야기를 해왔고 거기에 대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기동전사 건담에서 건담시드데스티니orz에 이르기까지 다 해왔으면 3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에서는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담는대도 이상하진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인류가 궁극적으로 하나로 규합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어떤 변화나 변혁이 찾아올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외부와의 접촉이라는 선택지가 썩 글러먹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건담 시리즈에서는 일관되게 우주로 나가는 인류에 대해 이야기해왔고 그 인류들이 서로의 반목에서 벗어난 이후-를 묻는다면 외계와의 조우라는 선택지도 있으 수 있겠죠. ..아니 물론 이 영역까지 넘어가면 티에리아가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같지만.. 아니 세츠나인가..
이오리아 슈헨베르그가 인류의 통합을 원했던 것은 궁극적으로 인류가 지구라는 유년기에서 벗어나 우주로 나아갈 때가 왔을 때 그 준비를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모 황제가 30만년의 학살대신 1만 6천년의 통제를 선택했듯이 인류가 미지의 것과 조우할 때에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추는 단계. 세력들의 반목이나 대립은 그 결과에 치닫기까지의 과정으로서 그려졌고 그게 슈퍼로봇물처럼 '악을 쓰러트리는' 단순한 형태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제안에서 더블오는 건담입니다. 소우게츠 노보루, 아니 후루야 토오루가 RX-78을 타고 엑시아와 붙은 시점에서 구시대와 신시대의 대립 혹은 하나의 결말점을 나타내기 위한 건담으로 보고 있다고요.
물론 이 모든 긍정적인 옹호발언에도 불구하고 더블오가 그 시대의 결말과 시작점을 맺는, 혹은 30주년 작품에서 새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받기에 걸맞는 작품이냐는 말에는 단호하게, 단지테, 마음을 다해서, 흡사 호모와 BL의 차이를 설파하는 라미카 언니수준으로 NO!!를 외쳐줄 수 있지만.
하고자하는 말은 참 많았고 담고자하는 것도 많았는데 애니메이션 전체에서 그 흐름을 살렸냐고 보면 no도 아니고 noooooo!라고 대답할 것같아요. 가장 문제는 1/2기로 잘리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1기에서는 지나치게 급하게 마무리 되었고 2기에서는 다 집어던지고 속전강의처럼 포인트만 집어댔음에도 1기 막판에 고조시켜놓은 갈등관계 및 인물의 성장을 다 쑤셔넣을 수가 없어서 그냥 스킵스킵하고 넘어가는 꼴이 되었다는 거. 그리고 극장판에서는...... ...... 차라리 피터 잭슨마냥 3부작 개봉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 다할 것이지..orz 신기체도 보여줘야하고 혁신도 이야기해야하고 변혁도 이야기해야하고 인간의 변화도 외계와의 조우도 작품의 주제도 이야기해야하니 이야기를 하자! 전투신을 보여주자! 두 단계로 끝난 느낌이었습니다. 티에리아는 1기 끝-휴방기에서 내적인 성장을 마무리 지어서 이야기가 끝나버렸고 알렐루야는 완전히 스킵당했고 라일은..... ....연애사라도 풀어줄 것이지 록온을 이어받기까지의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닐 디란디에게 파묻혀버렸고(극장판에서도 닐에게 밀림) 그나마 주역인 세츠나의 고뇌와 성장에 대한 과정은.. 아니 그니까 그걸 왜 주변인들이 입배틀로 풀고 있는데......
아 물롱 1기는 예외. 반복해서 묘사되었던 전쟁터, 이권의 얽히고 섥힘, 죽어가는 사람들. 더블오 전체에서 제가 제일 사랑했던 부분이었어요..
2기에서 딱 하나 좋았던 관계는 류밍 - 네나 - 루이스의 관계였던 것같아요. 이것도 류밍이 좀 부족하기는 했지만-내가 왜 1기부터 나왔던 아가씨의 비틀린 욕망 내지는 어두운 속내를 한화 한 대사로 듣고 끝내야하나요- 루이스의 '파파, 마마, 칭찬해줘..' 만큼 심금을 울리는 연기도 없었고! 치와 언니 멋져요!
여튼 이래저래 아쉬움도 많고 부족함도 절절해서 아쉬운 제 건담이 더블오이긴 합니다만, 요약해서 말하자면 까도 내가 까. 되겠습니다. 우리 애들 예쁘다고요. 까지 말라고요. 흥흥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