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의 물과 어린 아이, 바다의 신에게 사랑받은 아버지, 인류의 붕괴, 지진, 최후의 낙원, 통과시험
길거리에서 만난 일본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그녀들과 함께 거대한 테마파크를 방문하게 되었다. 섬 하나를 통째로 성처럼 만들고 그 옆에 수십만평짜리 배를 띄워서 육지와 오고갈 수 있게 만든 곳이다. 배의 상층 레스토랑에서 멀리 보이는 육지의 만과, 공원, 그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들과 점심을 먹었다. 그 중 한 명은 웃으면서 사실 자신은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배우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내심 놀랐다. 프라이빗에 대한 질문은 일체 하지 않기로 하고 만난 만남이었지만 무심결에 어디서 살고 있는지 묻고 말았다. 그녀는 곤란한 듯 입을 다물고 웃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한순간 기괴할 정도로 붉은 빛이 스친다. 하늘 위로 엉터리로 그려놓은 빨간 선처럼 이상한 색깔이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레스토랑 내의 모든 시선이 나에게 몰렸다. 사람들이 내 시선을 따라 바깥을 보았을 때 그 붉은 빛은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 잘못 봤나봐요. 얼굴이 빨개져서 그렇게 말했을 때, 돌연 거대한 버섯구름들이 잇달아 일어났다. 쾅, 쾅, 쾅... 배는 격하게 요동치고 사람들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만에 있던 모든 것들, 공원과 해안가, 사람들, 건축물... 새빨간 폭발 속으로 사라진다.
요동이 지나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의 특수 강화유리는 금하나 가지 않았다. 그저 바깥 풍경에 있던 모든 것이 폐허가 되어있었다. 엄마. 아빠. 오빠. 머리 속에서 새빨간 불이 달린다. 닥치는대로 레스토랑 창문을 열려 덤벼드는데 누군가가 말린다. '방사능이 있을지도 몰라. 나가면 안돼.'
실내에는 배 관리 위원회들의 방송이 울려퍼졌다.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는 배 안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상점이나 테마파크에서 긁어모은 모포와 식사를 들고 중앙 홀에 다같이 모인다. 나는 터지지 않는 핸드폰을 들고 덜덜 떨고 있었다. 자정이 넘었을 무렵에 전화를 건다. 신호가 터진다. 눈물이 날 것같다. 부모님은 전화를 받았다. 아파트에 있다고 했다. "베란다 창문이 전부 깨졌단다. 지진이었는지.. 무슨 난리람." 엄마에게 울며 말한다. 폭탄같은 거였을 거야. 엄마 조심해요. 조심해요. 나는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전화를 걸었던 방 아래는 침수되어 반쯤 물에 잠겨있다. 오염되었을 그 물에 닿을 수는 없다. 나는 쪼그리고 앉아 밤처럼 어두운 물 속을 바라보다 말을 건다. 거기 있어요? 귀에 물갈퀴가 달려있는 푸른 얼굴의 형상이 물 속에서 둥실 떠오른다.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은 빛이라도 나는양 이상하게 밝다. 푸르고 표정없는 소녀의 얼굴이 나의 말을 받는다. [불렀어.] "아버지를 이쪽으로 데려와줄 수 없나요?" 대답하지 않은 형체가 물 속으로 가라안은다. 수면 위로 인간의 형상이 떠오른다. 가늘고 마르고 어린 내 아버지다. 보고 울음이 터져 엉엉 울었다. 잠결에 어릴 적 모습으로 끌려온 아버지는 당황해하다가 나를 보고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만져지지는 않았지만 나를 위로해주고 있음은 알 수 있었다. [기운내거라. 우리 모두 다 무사하잖니.] 언제까지 무사할지는 모르지만. 뒷말을 목구멍으로 눌러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물의 신에게 사랑을 받아서-아버지는 그 혹은 그녀를 친구라고 불렀다- 어른이 되는 날에 선물을 받아다. 아버지는 물을 통해 자신의 의식을 보내 사람과 만날 수 있었다. 단 한 사람에게만. 아버지는 친구의 설명을 듣고 어머니와 결혼해서 내가 태어나는 그 날까지 자신이 받은 그 권리를 아껴두었다. 어린 딸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친구에게 자신이 연결될 대상을 정했다고 했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저 물의 신은 아버지의 전령이 되어주었었다. 언제고 내가 그 푸른 얼굴에게 아버지를 불러달라고 ㅇ청했을때 그가 나타나지 않는 날이 오면, 그 날이 아버지가 죽은 날일 것이다..
'배'의 사람들은 '섬'으로 건너갈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오염의 위험때문이었고 위험이 없어진 후에는 섬의 수용인원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때문이었다. 배 안의 물자는 아직 남아있었고 수십만평에 달하는 그 공간에서는 그럭저럭 살만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발을 딛고 살 수 있는 땅을 원했다.
폭발의 영향으로 돌연변이가 태어나고 작은 배 안에서 일족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살아가게 된지 몇십년이 흘렀을 때, '배'에서 '섬'으로 건너가기 위한 엄격한 통과시험이 하나의 관례처럼 자리잡았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벽한 엘리트들만이 그 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다. 최초의 폭발이 있었을 때에는 누구나가 섬으로 건너갈 수 있었는데도.
나는 통과시험을 준비하는 남매중 여동생에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 능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었고 시험에 통과할 재량도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배를 떠나고 싶었다. 나에게는 시험 응시자격조차 없었기 때문에 나는 오빠의 군복을 훔쳐입고서 응시장소로 향했다.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는 탈주였다. 푸른 발바닥을 하고 똑같은 무예를 반복해서 연습하는 사람들의 옆을 지나 7층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탔다. 엘레베이터 안에는 드레이프와 드레스 차림으로 타 있는 사람과 그의 일행들이 있었다. 예쁘장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어딜보다 남자였다. 하지만 남자가 드레스를 입었다는 것보다도 그 옷에 눈이 먼저갔다. 옷갑은 조잡하고 충분하지 않았던 듯 드레이프의 끝 솔기는 부족한 천의 형상이 남아있었지만 옷의 라인은 엄청나게 훌륭하고 깔끔했다. 봉제선 하나 틀리지 않은 완벽한 핏에 나는 예쁘다고 더듬더듬 말했다. 눈을 동그랗게 뜬 남자는 고맙다고 말하고는 의기양양하게 일해을 돌아보았다. 봤어? 좋은 옷은 재료가 안 좋아도 이해해주는 법이라고.
나는 그들의 일행이 되었다. 그들은 구역중에서도 최하 구역에서 온 사람들로- 결코 엘리트는 아니었다. 그러나 막장에서 기어올라온 사람들의 대표다베 그들은 정제되지 않은 채 날뛰는 강인함같은 것을 품고 있었다. ㅎㅁ께 걷고 있노라니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였다. 오빠는 내가 탈주한 것에 화내지는 않았다. 날 두고가면 어떡해, 머엉아- 그렇게 말했을뿐이다.
심사장은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까만색 튜브같은 트랙을 건장한 모히칸헤드 머리의 남자가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트랙 앞 박스 위에 선 감시관은 그의 심박을 냉정한 얼굴로 체크하고 있었ㄷ. 그런 사람들 저니였다. 이 시험을 통과하는 건 한 조에서 한명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일곱 팀원들 사이에서도 밀리는 나에게는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러고 이 주인공이 시험을 통과하는 데에서 1부 끝, 섬에서의 생활이 2부, 진짜 육지로 건너가는게 3부겠구나.;. 까지 생각하다가 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