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손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펠트는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흰 피부위에 파운데이션을 두드리자 결좋은 피부는 처음부터 바를 필요도 없었다는 양 부드럽게 화장을 흡수했다. 살며시 웃고서 눈가에 베이스가 되는 쉐도우를 옅게 문질렀다. 익숙하지 않은 감촉에 그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다. 아이라인을 가볍게 잡아주고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살짝 빗어준다음 펠트는 한걸음 떨어져서 그의 얼굴을 보았다. 윤곽선을 살짝 준 것만으로도 그의 얼굴은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화사하니 예뻤다.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펠트는 립스틱을 집어들며 그의 어깨를 살짝쳤다.
"이제 눈 떠도 좋아, 티에리아."
"..."
익숙치 않은 화장에 긴장하고 있었는지 그 한마디에 그의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 앞의 거울을 응시하던 티에리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걸로 괜찮은 건가? 잘 모르겠는데."
"괜찮다고 생각해. 아주 예쁘니까."
"..."
다소 장난스레 말한 말투에 그는 다소 곤란해보이는 표정을 하고 웃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올려다보는 시선이 몹시도 상냥해보였다. 펠트는 립스틱을 집어들고 전용 붓에 색깔을 묻혀 그에게 가까이 갔다. 입술 위에 붓이 스치는 생소한 감각에 얼떨떨해하면서도 티에리아는 신중한 얼굴로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응시했다. 화장하는 여자의 모습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 심각한 얼굴에 펠트는 조금 즐거워졌다.
"이제 끝. 여자다운 것처럼 보여?"
"..일단은."
붓을 내려놓으며 가볍게 말하자 그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피부에 뭔가 묻어있다는 감각이 생소한지 그는 뺨을 살짝 쓸어보고 있었다. 겉모양새로만 봐서는 회장에 나갈 아름다운 미녀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쩐지 평화로운 기분이 되어 펠트는 그의 옆모습을 보며 화장용품을 정리했다.
"네가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잘 몰랐으니까. ..고맙다, 펠트 그레이스."
"도움이 되었다면 기뻐."
아직 조금 어색한 듯 말하는 감사의 말에 펠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티에리아의 성격에 시선이 마주치면 티는 안내더라도 수줍어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자에 화장도구를 다시 정리하며 펠트는 눈을 내리깔았다.
"배워둬야지하고 생각했거든. ..약속했었으니까."
"..아아."
티에리아는 펠트가 조심스럽게 말한 그 '약속'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았다. 어떤 약속인지는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뒤돌아서있는 펠트의 어깨가 살짝 떨린 것도 같았지만 티에리아는 일부러 못 본척 고개를 돌렸다. 활발하고 잘 웃던 크리스티나 시에라는 펠트를 잘 챙겨주곤 했었다. 당시의 자신은 그녀에게도 펠트에게도 별 관심이 없었지만 크리스가 펠트를 여동생처럼 아끼는 것만큼은 알고 있었다. 옷을 사주거나, '휴식기간'동안에 그녀를 데리고 나가거나 해었지. 그녀는 펠트가 평범한 여자아이처럼 즐겁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자주 그렇게 말했다. ..마지막 순간에도.
티에리아는 눈을 감았다. 지금도 고개를 들면 시야에는 넓고 투명한 별의 바다가 펼쳐질 것같았다. 자신이 서 있던 우주가, 동료들이 있었던 프톨레마이오스가, 그 사람이 있었던 전장이. ..시야에 들어올 것같았다. 이따금 그는 그 때가 어제일처럼 느껴지는 것에 당황했다. 이미 4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인데도. 자신은 늘 선명하게 그들을 잃어버리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눈을 떠서 고개를 돌리고 있는 펠트의 뒷모습을 시야에 넣으며 티에리아는 이를 악물었다. 이 것이 현실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과거는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붙박혀 멈춰서버릴 생각도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정한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마음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슴 한구석에 남아 이따금 이렇게 흘러넘쳐버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것뿐이었다. ..아마 펠트도 지금, 떠나간 그녀를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무의식중에 티에리아는 입을 열었다.
"..언젠가 네가 화장한 모습을 보고 싶다."
"..티에리아?"
"아름다운 옷을 입고 꾸미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건.."
"약속해주겠나? 언젠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놀란 눈으로 돌아보는 펠트에게 티에리아는 꾸미지도 않은 어조로 말했다. 아름답게 꾸민 얼굴이 눈부시게 고왔다. 그 얼굴로 그는 자신에게 약속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언젠가 펠트 그레이스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크리스를 대신해서. 그가 그녀를 떠올리며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맑게 가라앉은 채 자신을 보는 그의 눈동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펠트는 희미하게 웃었다. 진지하게 자신을 보는 그의 얼굴은 예전과 전혀 다르지 않게 올곧고, 예전과 전혀 다르게 상냥해보였다.
"..언젠가 꼭 보여줄게."
"즐겁게 기대하지."
펠트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써주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그녀의 대답에 티에리아는 겨우 안심한 얼굴로 웃었다. 무척이나 다정한 그 미소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 펠트는 가슴에 손을 얹고 여기에 없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상냥한 그들은 지금 자신을 보면, 그를 보면 웃어줄까. 아마 틀림없이 그렇게 해주겠지. 하늘 어딘가의 그들도 눈앞의 그처럼 다정하게 웃고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들어, 펠트는 그들을 따라하듯 온화하게 웃었다.
fin.
"이제 눈 떠도 좋아, 티에리아."
"..."
익숙치 않은 화장에 긴장하고 있었는지 그 한마디에 그의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 앞의 거울을 응시하던 티에리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걸로 괜찮은 건가? 잘 모르겠는데."
"괜찮다고 생각해. 아주 예쁘니까."
"..."
다소 장난스레 말한 말투에 그는 다소 곤란해보이는 표정을 하고 웃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올려다보는 시선이 몹시도 상냥해보였다. 펠트는 립스틱을 집어들고 전용 붓에 색깔을 묻혀 그에게 가까이 갔다. 입술 위에 붓이 스치는 생소한 감각에 얼떨떨해하면서도 티에리아는 신중한 얼굴로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응시했다. 화장하는 여자의 모습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 심각한 얼굴에 펠트는 조금 즐거워졌다.
"이제 끝. 여자다운 것처럼 보여?"
"..일단은."
붓을 내려놓으며 가볍게 말하자 그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피부에 뭔가 묻어있다는 감각이 생소한지 그는 뺨을 살짝 쓸어보고 있었다. 겉모양새로만 봐서는 회장에 나갈 아름다운 미녀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쩐지 평화로운 기분이 되어 펠트는 그의 옆모습을 보며 화장용품을 정리했다.
"네가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잘 몰랐으니까. ..고맙다, 펠트 그레이스."
"도움이 되었다면 기뻐."
아직 조금 어색한 듯 말하는 감사의 말에 펠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티에리아의 성격에 시선이 마주치면 티는 안내더라도 수줍어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자에 화장도구를 다시 정리하며 펠트는 눈을 내리깔았다.
"배워둬야지하고 생각했거든. ..약속했었으니까."
"..아아."
티에리아는 펠트가 조심스럽게 말한 그 '약속'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았다. 어떤 약속인지는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뒤돌아서있는 펠트의 어깨가 살짝 떨린 것도 같았지만 티에리아는 일부러 못 본척 고개를 돌렸다. 활발하고 잘 웃던 크리스티나 시에라는 펠트를 잘 챙겨주곤 했었다. 당시의 자신은 그녀에게도 펠트에게도 별 관심이 없었지만 크리스가 펠트를 여동생처럼 아끼는 것만큼은 알고 있었다. 옷을 사주거나, '휴식기간'동안에 그녀를 데리고 나가거나 해었지. 그녀는 펠트가 평범한 여자아이처럼 즐겁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자주 그렇게 말했다. ..마지막 순간에도.
티에리아는 눈을 감았다. 지금도 고개를 들면 시야에는 넓고 투명한 별의 바다가 펼쳐질 것같았다. 자신이 서 있던 우주가, 동료들이 있었던 프톨레마이오스가, 그 사람이 있었던 전장이. ..시야에 들어올 것같았다. 이따금 그는 그 때가 어제일처럼 느껴지는 것에 당황했다. 이미 4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인데도. 자신은 늘 선명하게 그들을 잃어버리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눈을 떠서 고개를 돌리고 있는 펠트의 뒷모습을 시야에 넣으며 티에리아는 이를 악물었다. 이 것이 현실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과거는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붙박혀 멈춰서버릴 생각도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정한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마음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슴 한구석에 남아 이따금 이렇게 흘러넘쳐버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것뿐이었다. ..아마 펠트도 지금, 떠나간 그녀를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무의식중에 티에리아는 입을 열었다.
"..언젠가 네가 화장한 모습을 보고 싶다."
"..티에리아?"
"아름다운 옷을 입고 꾸미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건.."
"약속해주겠나? 언젠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놀란 눈으로 돌아보는 펠트에게 티에리아는 꾸미지도 않은 어조로 말했다. 아름답게 꾸민 얼굴이 눈부시게 고왔다. 그 얼굴로 그는 자신에게 약속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언젠가 펠트 그레이스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크리스를 대신해서. 그가 그녀를 떠올리며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맑게 가라앉은 채 자신을 보는 그의 눈동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펠트는 희미하게 웃었다. 진지하게 자신을 보는 그의 얼굴은 예전과 전혀 다르지 않게 올곧고, 예전과 전혀 다르게 상냥해보였다.
"..언젠가 꼭 보여줄게."
"즐겁게 기대하지."
펠트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써주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그녀의 대답에 티에리아는 겨우 안심한 얼굴로 웃었다. 무척이나 다정한 그 미소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 펠트는 가슴에 손을 얹고 여기에 없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상냥한 그들은 지금 자신을 보면, 그를 보면 웃어줄까. 아마 틀림없이 그렇게 해주겠지. 하늘 어딘가의 그들도 눈앞의 그처럼 다정하게 웃고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들어, 펠트는 그들을 따라하듯 온화하게 웃었다.
fin.
02. 鳩 (비둘기) / 羽根
'티에리아의 화장용품을 골라준 것은 펠트'라는 대목을 보고 좀 폭주했습니다, 스이마센.. 전 티에펠트도 꽤 좋아했었습니다. 1기에서는 둘 다 아이. 둘 다 같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했고, 같은 장소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봤습니다. 사랑은 아니더라도 무척 닮아있을 것같은 두 사람.
Posted by 네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