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단막극

복수자들/연성 2012. 6. 17. 22:11



"왜 넌 돌아와주지 않는 건지 모르겠어."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형 때문이지."

"로키. 내가 할 수 없다는 걸 알아. 미안하게 생각해. 그러니까 돌아와. 함께 생각해다오."

"...제발 그만좀 해, 토르. 위대한 오딘의 아들. 당신이 보고 있는 걸 내가 같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당연하잖아. 넌 내 형제야."


네가 보고 있는 태양을, 그 빛을, 그 영광을. 그 모든 것을. 이 내가 무엇하나라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나. 푸른 피부 위로 서늘한 냉기가 질려오던 순간들을 기억하는데. 독처럼 번졌던 증오를 기억하는데. 무너져내린 폐허 더미 위에 서서 움켜쥐었던 창의 차가운 감촉을 알고 있는데. 그 무엇하나 알지 못하는 당신과 내가, 같은 것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토르, 토르. 나의 어리석은 형. 

나는 내 손으로 다 잃었어. 한번 얻지도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던 것들을. 다 잃었어.

너와는 달라.


"천만에, 토르. 난 네 형제가 아니야." 

"우리는 함께 자랐어-"

"그리고 다른 걸 봤지. 다른 길을 걸었고."


-네가 될 수 없어. 나는, 네가 될 수 없어.

될 수 없어.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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