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벤저스에서 로키가 '난 합법적인 왕이었어!'했을 때 조낸 고개를 붕붕 흔들며 아니 로키야 그건 니 착각이고요..했었는데 이제 그러면 안될 것같다... 설마 진짜 합법적인 왕일 줄 몰랐어 로키따응.. 


어 근데 다른 의미로 삭제신 잘린게 아쉬운게 앞 부분에서 도시에서 오딘의 침실로 화면이 좍 이동하는 부분 영상미가 느껴져서 오오오 했다. 본편 볼 때는 컨셉아트만 잘잡았나 왜이리 화면이 안 살지?; 이랬었는데 도시- 방안으로 들어오면서 빛이 확 모이는 장면하고 아버지가 덮은 가죽모피가 원경에서 나무 뿌리처럼 보이는 장면이 세계수를 연상하게 했음. ..너무 확대해석했나. 힘을 보전하기 위해 잠든 왕의 현 위치, 그런게 느껴지는 미장센이었다. 삭제신에서 볼 부분이 참 많구나.. 



2.

토르2가 확정됐단다. 어벤저스로 넘어가서 떡밥 다 날리지않았나 싶었었는데 어벤저스에서 로키소환한 다음에 일어나는 일이라고한다. 지금까지도 어벤저스는 어나더 스토리 이프세계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세계관이 연결된채 후속작이 시동된다니 아, 진짜 정사로 편입되는거구나 싶어서 완전 가슴 뛰었다.  클램프도 아니고 영화에서 세계관연동이 실현될줄이야!

토르2는 엄청 보고싶은 마음 반 보고싶지 않은 맘 반이다. 지금까지는 에이 몰라 원작에 안나왔으니 로키는 이케이케 가족들의 관심과 보호와 친구들의 존나놀려댐가운데 개과천선할거임 이러고 게드립을 쳤는데 원작에서 다시 아스가르드 배신하거나 그럼 어떡해. 내내 삐뚤어져있다가 형이랑 화해하고 같이 빌런해치우는 그런거했음 좋겠다. 우우..


3.

로키 심리 이야기. ..심리 이야기인가 모르겠다. 자해 말인데, 중2 애들이 카터칼로 손목 긋고 그러는 건 그게 멋있어서 하는 막연한 거라기보다는 자아부정의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부터도 스트레스 받으면 손톱 물어뜯거나 살 물어 뜯거나 손가락 잘근잘근 씹거나 그러는 버릇이 있다. 몸에 상처가 남은 정도는 아닌데 내 버릇이 손 물어 뜯는 거라서 허클에서 하구미가 스트레스를 못 견디고 자기 손 물어버렸다고 할 때 아 그 심정 완전 이해 간다.. 하면서 읽었었더랬다.  그러고보면 로키는 그렇게 부정적인 반면에 자아부정이나 자기 공격은 신기할 정도로 없다. 형에 대한 열등감이 비뚤어진 근원이었다면 자기 자신도 공격 대상이 됐을 법 


4.

...여기까지 써놓고 얘 행동을 유추해보면 제 손으로 자해를 안했다 뿐이지 자살행보를 열심히 뛰어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치타우리 풀어놓고 컨트롤 안될 거 알면서 형 찌른 부분이나 영화 토르에서 아버지가 no,라고 했다고 해서 미련 없이 손 놓아버렸던 부분에서도 자포자기라고 해야하나 일에는 집중하는 데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고려 안하는 느낌. 본질적으로 왕이 된 후에도 계속 자기 입지를 다지려고했던 것, 그리고 어머니가 '너는 우리의 아들이야'라고 말했는데도 '토르' 한마디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게 이미 얘가 자신감, 자아존중감이 비어있었던 거 아닌가 싶다. 입으로는 자기를 신이라고 한다든가 되게 열심히 추켜세우는데 하는 거 보면 자기의 미래가 되었든 행복이 되었던 자기 자신에 관련된 이슈는 전혀 챙기지 않았잖아. 애초에 치타우리 족의 그 타노스 부하같은 애가 고통은 사탕처럼 달콤할 거다 해댔을 때 이미 걔들이랑 어울려서 좋을 게 없는 거 알았을 것같은데. 지구 박살낸다고 해서 그 치타우리가 아스가르드까지 파괴할 수 있었을 것같진 않고, 그 치타우리 족 애들이랑 어울리면서 부하노릇하고 싶었을 것같지도 않고.. 차라리 지구정복하고 왕이 되는 꿈을 꿨다는 게 낫겠다. 진짜 '형의 소중한 지구'라서 복수심에 집착한 거고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 안한 거면..... ........안습이잖아...


5.

토르랑 로키 아역들은 진짜 존내 축소 복사해놓은 것같이 성인배우들이랑 똑같이 생긴 거같다. 소년 로키의 찌그러진.. 아니지 울상인 미간까지 진짜 똑같이 생겼음. 해품달 볼 때 그.. 신딸... 설이 친구.. 걔도 아역이랑 붕어빵 틀에서 그대로 찍어올린 것처럼 똑같이 생겨서 겁나 웃었는데 토르 애들도 캐스팅 잘 한 것같음. 딱 한 장면 나오는 게 아깝다..


6.

영화 토르에서 유년기 묘사가 아쉬운 게, 토르 본편만 놓고 봤을 때 로키의 감성선은 안정적이라고 썼었는데 그 근원이 될 '열등감'에 대한 사건이 본편에서는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아스가르드의 첫장면은 두 아들에게 양 손을 하나씩 주고 셋이 나란히 손 붙잡고 걸어가는 아버지였고 그 직후 대관식으로 바로 이어졌던 거같다. 기세등등한 토르와 침묵하는 로키의 대비,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친구들의 중심이 되는 토르에서 막연하게 로키가 열등감을 지녔을 것같은 부분들은 짚어낼 수가 있는데, 로키의 컴플랙스의 핵심이었을 아버지는 사실 두 아들을 그렇게 차별한 티가 안났단 말이지. 왕이 토르가 되긴 했지만 로키가 동생일 거고. ..동생 맞지? 둘이 쌍둥이였다면 모를까 후계자는 보통 장자가 되는 건데 뭐가 이 애의 컴플랙스를 그렇게 자극한 걸까. 차라리 쌍둥이었다거나 로키가 토르를 형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본편에서 잘려나간 영상들에는 '형을 사랑하는 동생'같은 모습이 잔뜩 있었단 말이지. 나중에 어벤저스에서도 토르와의 대화 때는 동생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형-윗사람으로 인정했고, 또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열등감과 그림자라고 느꼈다는 건 그럴 만한 사건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결국 잘 모르는 게 되어버렸다. 뭘 해도 토르보다는 못했다던가(사실 이 것도 두 형제의 장기 분야가 전혀 다르니 FAIL일 것같긴 하지만) 아니면 형처럼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아 열등감을 느꼈다던가, 아니면 아버지가 편애했다든가.. 사유년기 에피에 그런 게 몇 개 좀 더 들어있었다면 이야기가 더 잘 이해갔을 것같은데.. 이 영화가 LOKI가 아니긴 하지.... 근데 뭔가 로키 지분 잘라내고 토르 이야기는 재대로 못 풀다보니 영화가 두 시간짜리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너무 많다. 초반의 서리 거인과의 전투+쉴드 잡입및 싸움+데스트로이어+서리거인의 아스가르드 침공+로키vs토르까지 전투신을 너무 많이 넣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같기도 하고.


7.

포디를 보고 왔다. 문제의 창 내려놔요 신은 살짝 졸아서 못듣고 넘어갔다. 퓨리국장님 아니면 캡아였던 것같은데..... 그러고보면 그 신 토니가 구석에 서 있다가 창에서부터 반전된 화면으로 잡은 화면에는 캡아랑 말싸움하고 있어서 귀여웠다. 캡틴 말 마음에 안드니까 구석에서 한발한발 나오면서 떠들었겠지. 토르-퓨리, 나타샤-배너박사님, 캡틴-토니로 싸우고 있었더랬다. 근데 아이맥스 3D로 보다가 4D보니까 화면이 별로더라. 아이맥스가 짱인 거같다. DVD보다가 블루레이 보는 기분이었음.


8.

토니가 드라이버같은 걸로 배너박사님 쿡 찌르는 신은 인두는 아닌 것같았는데 뭔가 전기가 지나가는 건 맞는 것같았다. 찌르니까 스파크 효과음이 들리더라구.. 배너박사님 보살 인정. 그 장면에서 토르에서 달시랑 제인이 토르 병원에 데려갔을 때 "저 남자를 차로 친 사이에요" "쟤는 전기인두로 지졌어요!!"하는 신 생각나서 좀 웃었다.


9.

새롭게 알게 된 부분. 영화에서 장면 전환할 때 대사에서 이어지는 기법을 되게 스무스하게 쓴다. "이기는 건 솔져입니다."라고 퓨리가 말하고서 바로 '솔져'인 캡틴이 잡히거나, 캡틴이 "큐브는 바다에 놔둬야 했어요" 라고 말한 다음에 토니로 넘어갈 때 장면이 바다에서 시작하거나.. 


10.

나타샤 언니가 호크아이가 '나타샤?'라고 부르고 나서 확 휘갈기는 장면에서 언니 눈이 확 열받아서 울망해있는게 게 좋다. 배너 박사님때문의 죽음의 공포도 느끼고 다리도 부상입었지만 바튼을 막으려고 뛰어갔었던 거랑,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뛰어갔는데 자기 못알아보고 머리채 휘어잡고 있고.. 뭐 그런 것들에 대한 분노 원망 애정이 폭발해서 갈기는 느낌. 마치 바보짓한 남친 싸대기를 올려붙이는 그런 느낌이었다. '웬수야!' 그 때 휘갈겨서 다행이다. 

그렇게 애정돋는 두 사람인데 뭔가 관계가 쿨한 느낌이 드는 것도 좋다. 침대에 스칼렛 요한슨이 걸터앉아있는데 어떻게 어깨 한번 안 두드려주냐..orz 그런 네가 싫지 않아 호크아이... 다정한데 끈적거리지는 않고 묘하게 스토익한 게 연인 이상의 관계면서 그보다 더 담백한 느낌이다. 그치만 뚱해서 로키 노려보는 호크아이한테 나타샤언니가 다정스레 속삭여주는 신은 애정이 확확 묻어나와서 좋았다. 그래서 언니는 뭐라고 했던 걸까. '자기 화살에 폭살당했으니까 참아.' '그러고보면 쟤가 당신이 나 죽이고 나면 당신 죽인다고 하던데.' '입 막아놓으니까 웃긴다.' '헐크한테 당했으니까 쌤쌤치자.' 등등등.. 아 궁금해. 



11.

캡아를 워낙 좋아했어서 못 느꼈는데 확실히 지분을 나눠보면 캡아 지분이 제일 짧은 것같다. 전투신은 공평하게 활약했다치고 

나타샤 = 폰들고 기다려 신, 

토르 = vs헐크, vs아이언맨, vs로키랑 입배틀 

배너 = 인도에서의 픽업신, vs나타샤, 

호크아이 = 적진에서 대활약

아이언맨 = 스타크 타워, vs토르. 


캡틴 = 운동신 + 직후 바로 10불 내고 합류. 


캡틴의 적응기가 어둡기도 하고 길기도 해서 짤렸다고 하니까 그래서 줄었나. 그 건 DVD 넣어준댔으니까 다행이다 헤헤.  70년 만에 눈 뜬 캡틴은 좀 외로웠을 것같아서 깝죽대는 아들내미같은 친구라든가 여러 사람이 주 변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캡틴 대사의 주요 키워드는 sleep 인가. 퓨리도 안 졸리냐고 물어보고 캡틴은 70년이나 자서 안 졸리다고 대답했는데 뒤에 토르랑 같이 싸우던 신에서도 왜 졸려? 이렇게 말하고.  


12.

토니의 신 어벤저스 타워의 상부 6층이 각각 멤버들한테 대관해주는 곳이 된다고 하는데 자게의 자취방 스레처럼 애들 바글바글 몰려서 살면 좋겠다. 캡틴이 자비스하고 심도있는 토론같은 거 하고 있으면 재밌겠다. 인공지능이라고 가르쳐주면 겁나 놀라겠지. 어.. 전기가 말도 해? 라든가. 생각해보면 갤러그 게임 하지마! 라고 했을 때 캡틴이 망충한 얼굴로 ?? 했는데 그 고전 게임도 끽해야 20년 전 거다. 캡틴한테는 진짜 모든 게 생소하겠지. 처음에 눈을 뜨고 세상의 변모를 보고 실망하고, '내가 지키려고 했던 것들은 사라져버렸죠' 라는 감상이었다면 어벤저스에서 동료들을 만나고 다시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나서는 디즈니 랜드 간 어린애같이 들뜬 기분으로 세상 모든 걸 보고 다녔으면 좋겠음. 



13.

그래도 옛날 사람이라 고지식한 면이나 그런 거 심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토니가 보호자 해줘라. 페퍼랑 친해질까봐 은근 초딩스럽게 질투하고 경계하고 그러면 좋겠다. 스팁이 코드입력법 몰라서 망충하게 서 있는데 페퍼가 발견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거야. 스팁이 다정하게 고맙다고 하고 페퍼도 방긋방긋 웃는데 토니가 그걸 발견. 다음 날 토니 스타크 특제 화려한 파티를 열어서 캡아를 여자들 한 가운데로 밀어넣었으면 좋겠다. 잘생기고 몸매 좋은 캡틴한테 여성들이 우르르르 몰리고 토니가 뒤에서 지원하고.. 결국 여성 하나랑 호텔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서 토니가 안심해서 파티장으로 돌아오는 거임. 

근데 다음날 숙취에 쩔어서 새벽에 물마시러 깼는데, 아침 5시에 자기 방에서 아침운동 나가는 캡아랑 딱 마주치면 좋겠다. 

  

14.

"오, 캡틴. 그 여자는 어땠어?" 

"여자?" 

"어제 호텔 간 여자있잖아." 

""아, 많이 취해있었지. 방까지 데려다줬어."

"그리고?"

"옷이 답답하다고 하길래 옷 단추를 풀어줬지."

" (호오) 그 뒤는 잘 했고? "

"응? 뭐.. 실례는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

"오, 캡틴- 늙은이가 쌩쌩하네. 근데 잠은 타워까지 돌아와서 잔 거야? 아침 귀가가 아니라?'"

"? 왜 아침에 돌아오겠어? "

"아니 뭐.. 뭣하면 오후에 와도 됐는데."

"밤새도록 놀 체력은 없다고. 파티장도 새벽에는 닫았었잖아. 어디서 자라는 거야?"

"..?? 아니, 여자랑 호텔까지 갔으면 거기서 자면 되잖아?" 

"그녀의 호텔방 침대는 하나밖에 없었는데? "

".......???"

"???? 그리고 여자분이 자는 방에서 자는 건 예의가 아니지.""

"...잠깐, 잠깐 캡틴. 이해가 안가는데..  어제 정확히 뭘했다고?"

"말했잖아? 레이디가 취해서 방까지 데려다드렸다고."   

"옷 단추도 푼 거고?"

"답답하다고 해서."

"근데 아무 짓도 안한 거야?"

"어.. 찬 물도 가져다줬는데."

"..........설마 그리고 집에 왔어?"

"아니."

"아, 그래. 자네도 남자는 남-"


"호텔 보이에게 신경써달라고 하고 왔지."

"......... 아, 그래."


15.

캡틴 입장에서는 직업여성이 아닌 이상 원나잇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으면 좋겠다. 그 후 토니가 캡틴이 페퍼랑 밤새서 운동한다고 해도 아, 그래 하고 넘어갈 수 있음 좋겠다. 그리고 진짜 캡틴이 페퍼랑 밤새서 운동하는 건 진짜 운동임.. 그 후로도 토니가 캡틴에게 2000년대의 밤을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 반, 천연기념물이라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 반이면 더 좋겠다.         



16.

또 뭐 쓰고 싶은게 많았는데...... 아 어벤저스는 토니 스타크의 성장을 보여주는 역할도 한 것같다. 철조망을 찢으면 되잖아, 하고 말하면서도 핵을 막기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를 했던 스타크. 토니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같지만 가만보면 항상 정이 깊은 것같다. 어벤저스에서 토니는 많은 개그 신을 보여주었고 많은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필이 죽은 이후에 캡아랑 대화하는 장면이다. 멍청한 녀석이었지, 안 그래? 하는 얼굴이 희게 굳어있는 것도 좋았고 캡아의 '군인'이라는 말에 '우린 군대가 아니야' 하고 격하게 거부하는 얼굴의 시선도 좋았다. 


17.

살짝 코믹하게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건네주는' 걸 싫어하는 것도 쓸쓸하니 좋았다. 이 사람에게 앙센은 평생 가슴에 박힌 가시가 되겠지. 인생을 바꾼 사건이었기도 하고. 아이언맨 2편이 1편만큼 재밌지 않았던 이유는 (재미없었다는 건 아니고) 토니가 고립되어가는 장면들 때문이었다. 페퍼에게 회사를 넘기고 취한 주정뱅이 짓을 하면서 친구에게 자기 갑옷을 줘버린 일이나.   쉴드의 케어와 아버지의 유물이 아니었으면 정말 이 남자가 다 떠나보내고 자포자기한 채 끝내버렸을 것같아서 다시 생각해도 우울하다. 너무 쓸쓸하잖아요, 토니. 그렇게 멋대로 자기 혼자 정리해버리는 건가 싶어서 안 그래도 안타까웠는데 거기에서 이 남자가 그래도 말하고 싶어서, 마음을 열고 싶어서 딸기를 사서 페퍼를 찾아가는 장면이.. 아우아우. 하필 또 그게 최악의 선택지고, 안그래도 질려있던 페퍼에게는 쐐기를 박는 장면이라 페퍼는 거의 처음으로 매몰차게 떠나버렸고. 혼자 남은 토니가 딸기를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고 우두커니 서 있는 장면 좋아한다. 


딸기 사는 장면도 좋았다. 여전히 받지 않고 차 안에 내려놓게 한 딸기랑, 미련없이 건넨 명품시계, 그리고 시계를 받은 아저씨가 '당신을 믿어요, 아이언맨!'하고 뒤에서 소리치는 것도. 


18.

당신을 믿어요하니까 생각났는데, 금발머리 아가씨가 화면에서 '그들 탓이라구요? 캡틴 아메리카가 제 생명을 구해줬어요. 그들이 누구건 어디서 뭘하든 상관없어요. 그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하는 데 그 말이 너무 눈물겹고 따뜻해서 기뻤다. 캡틴이 나중에라도 그 뉴스를 보고 만족스럽게, 마음으로부터 웃었으면 좋겠다. 


근데 그 언니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감사를 보고 '역시 남자는 얼굴이야 치타우리가 가면 벗겨서 캡아 얼굴 나왔잖아, 나같아도 저런 베이글남이 자기 구해주면 존내 콜슨 뺨때릴 팬이 될 수 있을 듯.. 치타우리 잘했어'이러고 생각했다는 건 유머. 아니아니아니 금발 아가씨는 캡아가 가면을 쓰고 있었어도 똑같이 감사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캡틴이 너무 예뻐서요, 넵.  


19.

로키 최애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1, 콜슨찡한테 니이이이이일!! 해라 2. 치타우리도 괜찮고 세뇌한 애들도 괜찮으니까 누구 찾아가서 니 뒷머리좀 정리해달라고 해라..orz 영화가 무거움->가벼움으로 흘러가는 만큼 로키가 가장 진중하고 사악해 보였던 것도 초반에 큐브에서 튀어나와 씨이이이이이익 웃던 장면인데(3D로 보니 거대한 이마가 동그랗게 튀어나와있어서 대박 귀여웠다. 내 눈에 콩깍지) 그 장면까진 그렇다치고 호크아이찡이랑 편먹고 트럭 뒤에 앉아서 덜컹덜컹 도망치는 신에서는 머리 뒤꽁지가 까치집처럼 이리저리 뻗쳐있어서 되게 부랑부랑했다. 양복 입을 때는 깔끔하게 정리해줘서 좋았음. 


로키는 그 한 일자로 다문 얄쌍한 입술이랑 울망한 눈동자가 죽이는 것같다. 짱구이마에 뽀뽀해주고 싶다.  


20.

어벤저스는 되게 여성상위 세계관같다. 아마 페퍼랑 나타샤, 힐 세 여성이 전부 저마다의 입장에서 능숙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여성이라 그런 것같음. 본편에 나오진 않았지만 제인도 그런 여자고, 페기언니는 패기 넘치고. 거기에 캡틴 - 90살까지 못해본 남자(공식), 토르 - 중요한 장면에서 손등 키스를 하는 남자, 호크아이 - 나타샤한테 고개를 들 수 없는 남자, 토니 - 페퍼에게 고개를 들 생각이 없는 남자. 여성 경험이 없거나 없을 수 밖에 없거나 연인이 있으면 쪽도 못쓰거나.....등등. 배너박사님은 연인이 생기면 되게 따뜻하고 포용력있는 남자가 될 것같은데 체질 때문에 친밀한 사람을 만들지 않을 것같다. 자기가 실수하면 다치거나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생명이 위험할 테니까. 박사님이 헐크로서 분노조절문제를 계속 안고 있어야한다면 옆에 있어줄 사람은 박사님만큼 강해야할 것같다. 박사님이 아빠가 된다면 정말정말 다정하고 멋진 사람일 것같은데. 

 

21.

로키이야기로 돌아가서 로키는 여자한테 약할 것같다. 페미니스트다 이런 게 아니라 여자의 사고방식이나 생리같은 거에 백지. 남자 형제만 있는 집이었잖아. 주변에 가까운 여자래봤자 시프였고..... 사실 남자 여자를 떠나서 사람을 잘 모를 것같긴 하다. 있는 건 왕이었다는 긍지, 자기 과시욕, 인정받고 싶은 마음, 이런 거. 그래서 약하고 강하고를 떠나서 여자라는 생물체를 잘 이해 못할 것같은 느낌. 덜자란 아이같은 면이 있어서 자기 과시욕(디바!)이 있다보니까 상호존중하는 연애같은 건 아예 머리 속에 없을 것같다.  로키가 형에게서 벗어난 릴레이션쉽을 만들 기회는 연애가 짱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느므 아쉽다. 로키가 충족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길은 그거였을 텐데. 연애는 낫 옵션이었겠지... 여자고 남자고 자기 주변 사람들을 이해할 생각은 별로 안하면서 그들이 자신을 이해해주기는 바라는.. 그런 사고 방식이려나. 사실 아스가르드를 떠나 어두운 면과 절망만 보고 자란 로키한테는 주변인이라는 게 없었을 것같다. 토르를 찌르고 나서 눈물을 떨어트리면서 '너무 늦었어'라고 하는 장면은, 단순히 자기가 저지른 죄나 극한까지 간 상황만이 아니라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노라고, 그런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위를 갖고 음모를 꾸몄어도 토르의 로키는 아스가르드의 왕자님, 어린 도련님이었는데. 치타우리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변모한 건지. 

 

22.

로키가 코믹스에서는 여체화로도 많이 등장한다고 해서 아 진짜? 토르랑 결혼해서 애낳고 잘 살았으면 그냥 해피엔딩이었겠넼ㅋㅋㅋㅋㅋ 친동생 아니면 결혼을 하면 되잖아?^^!! 이거 비슷한 개드립을 치고 그랬었다. 로키가 여자였으면 진짜 아스가르드 왕비되서 해피엔딩으로 끝..났을리는 없고 이야기가 세배쯤 무서워졌을 것같기는 하다. 로키의 집착과 분노는 섬세한 데가 있어서 묘하게 여성적인데 그게 대놓고 여자 특유의 독기가 겹친다고 생각하면 오싹오싹하다. 무엇을 숨기랴, 내 취향은 악녀다. 달기 여희눈 둘다 영사속 내 최애임. 

머리 속에서 토르의 즉위를 축하하는 체 하면서도 자신의 야망을 등뒤로 숨기고 있는 로키(여성)+자기의 정체를 알고나서 아버지에게 표독스럽게 항의하는 로키(여성)+ 아버지가 쓰러지자 절망하는 로키(여성)+토르에게 돌아오지 말라는 선고를 내리고 어머니를 독점하는 로키(여성)+'그 여자 때문에 변한거야?'라고 말하는 로키(여성)까지 파노라마로 흘러갔다. 어째 별 변화가 없는 것같지만 문제없다 겁나 취향이다!!!!!  


23.

로키가 서리 거인들을 잡입하게 만들거나 토르에게 손상을 입힐만한 책략을 꾸민건 기본적으로 형에 대한 열등감이 주요 원인이지만 그래도 그 행동들을 실천하게 하고 정당성을 부여하게 한 건 토르의 호전적인 성격이었을 것같다. 로키는 나름대로 형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런 책략들을 실천하려면 자기 정당화를 하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같다. '내가 꾸몄어, 그 형이 왕위에 올라서 나라를 말아먹는 꼴을 안 보려고!' 사실 토르는 왕위에 오르면 바로 전쟁하겠다는 태도였으니 그 시점까지는 로키가 자기자신을 정당화하고 있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토르가 변한 후에도 변한 걸 인정하지 못했지. 형이 나라를 말아먹을까봐 자기가 왕에 오르려했던 거라고 대의명분을 세웠으면서도 결국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택한 수단이 형과 비슷한 방식- 요튼하임의 멸망이었다는 걸 생각라면 좀 재밌다.


24.

아버지가 쓰러진 이후에 '경비병, 도와줘!!'하고 외치던 로키가 너무 재대로 겁먹은 아이같은 얼굴이라 무지 좋았는데, 어벤저스에서도 그 표정이 남아있어서 좋았다. 치타우리가 뉴욕 부술 때의 얼굴이라든가. 


25.

아 포디 감상을 안썼구나.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맥스가 더 좋았다. 처음 헬기 신에서는 우오오오 하면서 봤는데 영ㅎ사가 진핼될수록 맞고 움직이고 하는 것때문에 화면 몰입도가 떨어지는 느낌. 같은 유사체험류라면 놋네의 진동에 맞춰 응댕이 찔러주는 의자가 좋았다. 내 기준이긴 하지만.. 발목 때리는 건 꽤 아픈데 영화에서 딱히 채찍같은게 안나오다보니까 발목을 맞아도 으어어 왜 때려요ㅠㅜ 싶었다. 재밌었지만 같은 값이면 아이맥스. 얘들 표정이나 부분부분이 섬세하게 보여서 좋더라.


26.

부모님이랑 보러갔었는데 엄마는 캐리비안의해적도 자면서 본 분이라 걱정되서 전 날 밤에 팜플렛을 들고가서 설명했다. 그리고 그게 셀프수치플레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음 대사를 육성으로 소리내보시오."엄마 얘는 백만장자에 천재인데 그.. 사고 때문에 금속파편이 몸에 박혀서 그거 빼내는 원자로같은 걸 심장에 달고있어.. 그래서 그걸로 수트도 움직이고 하늘도 날.. 아 엄마 얜 신이야.. 번개신인데 얘동생이..

 팜플렛에는 안나왔네 악역이구.. 아 이복동생인데 형이랑 왕위다툼하다가 추방당했어.. 어 이게 형 무기인데 번개 쓰는 망치야.. 아 이 쫄쫄이? 캡틴 아메리카라고 제일 오래된 히어로인데 나치랑 싸우다가.. 냉동인간이 되서.. 아니 얼음 속에 제트기랑 추락해서.

 여튼 그래.. 어 그리고 헐크는.. 엄마 헐크는 알지??" 물론 모르셔씁니다

하지만 영화보고서 누가 제일 좋았나고 물었더니 엄만 헐크가 제일 좋다고했다. 이유는 아빠랑 닮아서. 난 역시 엄마딸이다. 콩깍지도 세트로 끼었다. 하지만 딸최애는 로키야.. 응 엄마가 헐크가 걔 팰 때 막 웃었지? 그 샌드백 같이 맞아서 넋부자 된 애가 좋아ㅇㅇ


27.

아이맥스3D, 4D, 디지털, 디지털 골고루 챙겨봤다. 주말에 한번 더 보면 다섯번이구나. 트랜스포머를 여러번 보러갔던 건 (물론 1편 이야기다! 2편이라고 한번 보진 않았지만) 로봇들이 덩어리져서 뭉쳐나오는 바람에 처음에 누가 누군지 구분 못했고, 그게 여러번 볼 수록 구별이 가고 알 수 있게 되어서였다. 어벤저스도 여러번 보면서 새롭게 보이는 게 없는 건 아니고 매번 또 새로운 꺼리를 찾아내고는 있지만 역시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밌어서 다시 보러가는 것같다. 블루레이를 사든 DVD를 사든 그 액션이랑 현장감은 극장에서만 볼 수 있겠지. 타이타닉도 그렇고 반지의 제왕도 그렇고 영화관에서 봐서 벅차오르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어벤저스가 그렇게 작품성 있어? 냐고 묻는다면 대답 안하겠지만 나한테는 그럴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는 말할 거같다 ´_`


28.

어벤저스 영화에서 역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엄청나게 많지만.. 그 애들에게서 애들로 넘어가는 롱테이크 전투신은 정말 끝내준다. 감동적일 정도로 멋있었음. 마지막이 헐크에게 얻어맞는 토르로 끝난다는 것도 화면으로 압도시켜놓은 다음 개그로 발랄하게 끝내줘서 좋았고. 나중에 토르랑 로키가 아스가르드 돌아가는 길에 헐크 이야기하면 좋겠다. '걔 진짜 세더라..' '응 맞아봤는데 아팠어! 전투기 조각으로 맞는게 맨손으로 맞는 것보다 낫더라구.' '?!' 같은 거. 형제가 나란히 헐크랑 싸워봤.. 맞아봤잖아. 토르는 싸웠다고 할 수 있을 거같은데 로키는.. 음..... 힘내 로키따응! 다음에는 신기루같은 거 쓰면 좋을지도 몰라! 



29.

맞아서 넋부자된 로키가 너무 예쁘다 우우. 그 진짜 혼이 빠져나간 것같은 얼굴   ´_`*  난 신이라고 잘난척하다가 맞는 장면이라 더 귀여웠다. 그래도 그 후의 항복은 참 우아하게 한 것같다. '그 때 권한 술 지금 마실게.' 표정이 허탈하다고 해야하나 낭패라고 해야하나 그런 얼굴인게 귀여웠다. 각개 격파로도 깨졌는데 6:1이면 어쩔 수 없지.. 토르vs로키 신에서는 살짝 비장미가 있어서 엔딩에서 애가 자살하거나 교활하게 튀어버리거나 악역으로 치닫거나.. 뭐 그런 쪽으로 가게 될까봐 맘 졸였는데 온순하게 붙잡히고 얌전히 큐브 한쪽 끝 붙잡아서 다행이었다. 아스가르드에서 얘가 어떤 생각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토르2 나온다니 배신 때리고 또 집안 뒤짚어 엎을지도.. 우우 슬프다. 난 아직 얘가 선을 넘은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모르게 안 죽었을 거라고 믿고 있는 콜슨 요원이 정말 사망했다면 이미 선을 넘은 걸 수도 있고.. 우우.

근데 토르 형님은 얘 구속해 놓고 어디다 두고 그 후에 같이 슈와마 먹으러 간 걸까.. 


30.

아 포디 보러갔을 때 슈와마 가게도 찾았다. 토니가 못생긴 구피같은 애 무릎 미사일로 박살내고 바깥으로 떨어졌을 때 슈와마 가게가 화면에 잡힌다. 근데 앞에 막 철근 같은 거 세워져있던데 이미 재개장준비하고 있었던 거 아닐까. 어떨까. 내친김에 쿠키영상 이후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영화관에 있어봤는데 역시 슈와마 먹는 장면은 없었다..


31.

난 콜슨찡 안 죽었다고 우기고 싶어하는 편인데 요원님이 너무 곱게 숨 멈춰서 기절한 것처럼 보였던 거랑 카드에 피 묻힌 게 퓨리 국장이라는 점에서다. 어디서 배우분 2편 출연이 확정되어있다는 말도 들었던 것같고.. 반신반의긴 하지만 콜슨 요원이 살아돌아오면 카드 보고 기절할 것같다. 슈퍼맨인가 배트맨의 초기 코믹스가 몇만 달러 했던 것같은데 캡아의 빈티지 카드는 대체 얼마였을까. 아니 가격 이전에 퓨리 국장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가 예산으로 카드를 새로 사주지 않는 이상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것같다. 카드에 사인해달라고 하는 요원님 얼굴에서 쉘든의 향기가 느껴졌단 말이야.. 



32.

사랑해 마지 않는 친구가 로키가 됐다. 내 옆구리를 푸욱 찔렀다는 소리다. 단검이 아니라, 어, 음, 핫토이 로키로.. 조낸 핫했다. 핫한 핫토이 로키에는 형 찌른 단도도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월 5만원씩만 모으면 되네!^^ 하면서 결제창을 누르려다가 결사적으로 손을 뗐다. 3일 후에도 예약 받고 있으면 사야지. 아니면 인연이 아닌 거고. 

수갑이랑 캡볼..이 아니라 구속도구가 포함된다는데 영화관에서 신음을 지를 뻔했던 입에 구속구 달고 내리깐 눈 치켜뜨던 로키 얼굴이 바람같이 전두엽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손이 결제창을 누를 뻔했다. 하지만 내 트포 애들도 건프라 애들도 그냥 먼지맞고 있잖아.. 로키따응을 지른다고 해도 또 그냥 방치플레이하겠지.. 하지만 사고 싶다.. 30센티 로키.. 노트북 옆에 세워두면 얼마나 귀여울까........ 아니 귀여운 얼굴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 사슴뿔 투구가 토이에서는 멋있게 나와서 깜놀했다. 영화 보는 내내 저거 누가 부러트려달라고 꿍시렁댔었는데.  


33.

친구랑 채팅으로 배우들 이야기를 하다가 햄식이 호칭이 나왔다. 햄스터버전 토르가 보고 싶다. 품종은 골든이 이런 거고 날개달린 모자 쓰고 망치 들고 망충하게 갉갉갉하면서 활동량 쩌는 그런 애겠지.. 

햄스터버전 캡아는 미국국기 망토 두르고 등에 방패 업고 열심히 챗바퀴 타고있을 것 같고 헐크는 제일 순한 애인데 가끔 미치면 막 물려고 날뛰고 블랙 위도우랑 호크아이는 둘이서 휴지 물어뜯어서 잠자리 만들고 같이 몸 동그랗게 말고 자고 있고.. 토니따응은 눈은 또릿또릿한데 먹이통에서 살 것같다. 아이언맨 갑옷은 햄스터가 입기는 좀 무리니까 뭔가 혼자 전용 하우스에 살고 있고 나무로 된 복잡한 놀이기구 갖고 놀고 이러면 좋겠음. 로키는 펄이나 이런 품종이고 사람이 건드리려고 하면 찍찍찍 하고 경계하고 울어대는 그런 애일 것같다. 이런 애를 핸들링 할 수 있으면 천국일 거야... 찍찍 대고 경계하다가 손에 킁킁 냄새맡고 물어도보고 그러다 내 손에서 몸 동그랗게 말고 자고........ 어머니 망상이 멈추지 않아요


피로에 지쳐있는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핫토이 로키를 질렀다는 뜻이다. 앞으로 꼬박꼬박 모아야지. 



34.

토르가 로키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은 너무 단순명료해서 다른 해석을 붙이기조차 힘들다. 'my little brother.' 보호해야할 대상이었고 같이 싸우는 형제였고 성향은 '다소' 달랐지만 그런 걸 뛰어넘어서 사이가 좋았던 관계. 토르가 로키에 대해 품은 감정이나 느껴왔던 게 거짓이나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그 외의 것들이 있다는 걸 토르가 이해하지 못했을 것같다. 나면서부터 전사고 자라면서부터 왕이었던 남자였는 걸. 부족하던 조각들도 지구에서 채워진 마당에 결핍은 토르에게는 너무 먼 감정이다. 동생에게 이유도 모르면서 사과하고 자기 목숨을 내놓을 수 있었던 남자한테는. 


35.

그래서 내 안의 토르와 로키의 관계에서 집착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건 로키가 다 하는 것같다. 형을 향한 동경, 애정, 사랑. 미움, 집착, 증오. 모든 걸 다 가진 형을 처음부터 미워하지는 않았을 것같다. 요툰하임으로 보낼 때만해도 그랬겠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부터 로키는 가지고 있던 것들을 급속하게 잃어가기 시작했던 것같다. 희미하게 품고 있었던 열등감이나 소외감이 갑자기 분명해져버린 거다. 나는 이 곳의 사람이 아니었다고. 그런 식으로 형과 자신의 모든 부분을 비교하게 되지 않았을까. 아스가르드의 중심에 있고 차기 후계자가 되었는데도 아버지의 답을 들을 수 없는 자신과, 지구로 추방되어 힘을 잃었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어머니에게, 아버지에게 기대받고 있는 형. 토르가 처음 자기정당화했던대로 '호전적이라 아스가르드를 말아먹을 생각없는 후계자'에서 벗어나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성격으로 변해갔다는 걸 알았을 때 그 열등감이 증오로 바뀌었다는 게 내 해석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당신에게 고했어. 돌아오지 말라는 말도 전했어. 화를 내봐. 분노해봐. 비참해진 형을 보여줘.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그거였잖아. '모두 내 잘못이었어.' 


36.

로키의 토르~어벤저스까지의 사고회로는 일견 복잡해보이는데 아주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자포자기같다. 난 벌써 여기까지 왔군. 돌이킬 수 없어(중요) 더 저지르겠어. 내게는 보상이 필요해. 난 버림받았어.. 이런 식의 연계. 그리고 토르는 로키가 저런식으로 생각하는 거 자체를 이해 못할 것같다. 토르에게는 동생을 데리고 아스가르드로 돌아가면 해결될 문제인 거임. 로키 입장에서는 서리거인의 피가 흐르는 것+아버지에게 거부당한 것+저지른 사고+죽인 사람들+웜홀에서 마주한 어둡고 절망적인 모든 것들(New!)까지 해서 이미 자기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같은데 형은 한결같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서 더 좀먹어들어갈 것같음. 

정말 아이러니한 건 토르는 자기가 말하는 그대로의 인간이었을 거라는 거. 토르는 로키랑 같은 꼴을 당해도 아스가르드까지 돌아올 거고, 자포자기는 하지 않을 것같다. 지구에 떨어졌을 때도 배우고 어른이되었지 부정하고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어 뭐 제인을 비롯한 인간들의 영향도 좋은 쪽으로 미쳤겠지만 기본적으로 토르는 포용할 수 있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거같음. 로키는 그걸 못하는 성격이고 그걸 아는 만큼 괴로워할 것같은 느낌. 그래서 내 안의 토르로키썰에서 로키는 항상 토르에게 종용하고 있음. 형도 미쳐줘. 나만큼 비참해져줘. 망가져버려. 말은 형이 무너지는 걸 보고 싶다고 하고, 그게 자기 복수라고 할 것같은데 내면을 파고 들어보면 나만큼 밑바닥까지 내려와=나랑 같은 걸 공유해줘=나를 이해해줘..로 이어질 것같다. 어린애어린애.


37.

앞에서도 썼는데 토르는 로키의 고뇌의 근본을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고 자기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해주려고하는데 그게 로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될 것같다. 콤플랙스를 자극하는 것뿐. 차라리 형이 자기를 증오하고 완전히 적이 된다면 정말 관계를 끊어내고 악 속에서 살 수 있을 텐데 토르는 그 것도 안해줄 거고.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서서히 말라죽어가는.. 이런 루트. 

토르가 로키를 미워하려면 최소한 제인이 죽는 정도의 사고는 터트려야할 것같다. 눈 앞에서 콜슨 요원을 찔렀는데도 함께 힘을 합치자고 말했고 칼빵을 놨을 때도 끝까지 로키를 데리고 돌아가는 길을 택했었잖아. 어지간한 나쁜 짓으로는 분노하지 않을 것같다. 사실 로키가 제인을 죽이는 사고를 꾸며도 완전히 로키를 증오하진 못할 것같음. 동생이니까. 이 경우에는 증오심과 원망+그래도 지켜야한다는 마음+형제의 고리.. 이런 게 석여서 로키랑 똑같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지고 로키는 그제서야 형도 나랑 같은 꼴이 됐다고 웃을 듯. 물론 행복하진 않을 거다....... 


38.

취향이 너무 드러나는 레스를 달고가서 부끄러워졌다. 그니까 배너박사님, 아니지 인크레더블 헐크 이야기. 박사님이 약해보여!!! 가 첫 감상이었다. 무슨 그랜드케니언같이 생긴데서바위 집어던지면서쿠오오 울부짖었던 것같운데 그게 어벤저스 보기전까지 내 헐크인상의 전부였다..


어벤저스, 그니까 버팔로박사님도 뭔가 약해보이는 인상이긴 했는데 진짜 약해서라기보다는 외유내강같은, 그런 이미지에 +지치고 파곤해보임이 더해져서 그런 분위기가 완성된 거였다면 인크판 박사님은 정말로 과학자같은 인상이었다. 그만큼 헐크의 인상이랑은 동떨어져보여서 변신했을 때가 더 두드러졌음.

그리고 리브테일러는 겁나게 예뻤다!! 아르웬은 엘프가 아닐때에도 엘프네여..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건 중요하다. 사실 베티 이미지랑 어울렸는지는 모르겠다. 이공계 대학의 박사님이라고하기에는 너무 천진하고 귀여웠고 풍기는 인상도 고풍스럽고 우아해서 귀부인같았다. 귀여운 나의 아내 사랑스러운 공주님.. 뭐 이런 느낌. 극중에서 적극적으로 배너를 보호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걸보면 훨씬 다른 성격으로 연기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같은데 리브의 미모나 연기가 방향성을 완전 바꾼 것같다. 속삭이는 듯 대사 치는데 어 엘프어한다 이랬음.  하지만 "조금만 흥분하는 것도 안돼??"가 미친듯이 귀여웠으므로 그건 그것대로 오케이였다..

배우가 바뀌면서 설정도 바뀐줄알았는데 기본틀은 공유되는 설정이 많아서 역유입히는 재미가 쏠쏠했다. 배너박사님이 토니한테 지난번 뉴욕 할렘가를 부쉈어요.. 라고 했던거라든가 인크 끝에서 명상하던 박사님이 컨트롤하게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거랑 토니가 장인어른 꼬시러 간거랑.. 그리고 줄창 본편에서 화를 참는 비결이 뭐에요? 요가?? 이러길래 나는 아니 왜 하고 많은 운동중에 요가야;; 박사님 다이어트함? 해가면서  보는 내내 유연성 테스트하면서 물구나무서고 다이어트하는 박사님을 생각했는데 인크를 보니 말한 요가는 명상분야의 요가였던 모양이다. 그냥 명상이라고 하지.. 난 아직도 레오타드 입고 몸 쭉쭉 펴는 박사님 망상에서 못 벗어났다



39.

전철에서 로키 이야기 썼었는데 날았다. 이젠 그러려니 한다. 영화 토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에 하나는 로피랑 요툰하임에서 워리어즈들이 마주친 장면이다. 좀더 정확히는 얼른 니 아빠한테 돌아가, '공주님' 하고 토르 비꼬는 신. 그 말이 나오자마자 토르가 아니라 로키가 아, 젠장 하고 눈을 질끈감고 토르가 히죽 웃으면서 망치로 후려쳐버리는데 형제의 관계성이 진짜 한방에 함축되어있어서 너무 좋았다. 형이 저 말 안 참을 거라는 거 로키가 알고 있고 잘 이해하고 있고 그만큼 둘이 같이 싸우러다니고 사고치고 다녔겠구나 싶어서. 로키가 토르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보여주는 신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로키를 진짜 악당으로 만들고 싶었으면 저런 장면들부터 잘라야했을 것같다. 본편은 기껏 로키 분량 쳐내면서 얘가 요툰하임에 가도록 살살 긁은 것같은 분위기도 넣어놨는데 저런 깨알같은 부분들이 남아있다보니 자꾸 로키한테 이입하고 감정선 찾아가며 보게 됨.


40.

그 공주님 발언 말인데, 아스가르드의 공주님에 가까운 건 로키같다. 얘가 파면 팔 수록 감정선이 묘하게 여성적인 부분들이 있어서. 여성적이라기보다는 덜 자란 어린애라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는데 신기하리만큼 남자 냄새가 안난다. 토르도 여성이랑 엮이는 일은 적고 제인이랑 엮기고 나서도 묘하게 남자다운 느낌보다는 그냥 안전한 짐승보는 느낌인데 토르의 경우는 영웅호색(X) 전쟁이 더좋음(O)이라 그런 것같고 로키는 덜 커서 그런 것같음. 연애를 해보고.. 사람도 좀 만나고 그래 로키야..orz 

아니 이게 아니라. 그래서 그 프린세스 발언을 들은 게 토르가 아니라 로키였으면 로키는 거기서 참았을 것같다. 굴욕적이긴 한데 이 상황에서는 그걸 받아넘기고 가야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더 먼저 생각할 것같음. 다만 얘도 뼛속까지 아스가디언이고 책략가 타입이다 뿐이지 결코 대인배인게 아니므로 한 1000년 후까지 기억하고 끌고가면서 잘근잘근 씹을 타입같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묠니르에 얻어맞고 마는 게 나을 것같다.  


41.

근데 영화 토르 시점에서는 로피가 로키를 공주님이라고 부르고, 로키가 내 생각대로 참았더래도 토르가 싯파 내 동생한테 지금 뭐라 씨부려쌌노 하면서 똑같이 망치 집어던질 것같다. 변하는 거 없어요. 망했어요. 

로키는 아스가르드에 돌아와서 욕먹은 건 난데 왜 형이 날뛰어서 일을 엉망으로 만드냐고 있는대로 짜증내고 잔소리하지만 내심 고마운 마음 1g 정도 있었을 거다. 그리고 토르는 내 동생을 모욕하는 건 못참는다!! 이런 식으로 당당하게 대꾸해서 로키의 고마운 마음이 다시 100g 쯤 늘어나는데, 로키가 그래 알았어 다음에는 하지마 진짜 휴우..ㅡㅡ; 하고 용서해주고 나면 '드디어 기분 풀렸냐 브라더!! 계집애같이 삐지지않아야 내 동생이지!! 와하하하하!!' 이러면서 로키 어깨를 퍽퍽 치고 어깨동무할 거같다. 로키는 황당함+공주님은 안되고 계집애는 되는 거임?+아 싯파 내가 소 귀에 경을 읽었구나..가 더해져서 이 자식은 글렀어....... 가 될 거같다..


42.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긍정해주지 않으면 미워하고있다는 사고방식이 로키한테도 있을 거같았다. 미드가르드의 인간들이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했을 것같진 않고 지속적으로 인정받지 않으면, 경외감 속에 있지 않으면 급 쭈구리가 되는 부분이. 로키가 왕이 되려고했던 건 인정받고 싶어서, 자기 있을 곳을 만들고 싶어서.. 그런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근데 그건 자기긍정에서부터 시작하는 거같다. 우우..



43.

나타샤언니 윽박지를 때 '호크아이한테 전부 다 들었다'라고 했는데 잠 못자서 눈 충혈된 호크아이랑 로키의 그 대사가 겹쳐지니까 자연스럽게 애 자지도 못하게 붙잡고 여자친구 이야기좀 해보라고 갈구는 선임(이 경우는 상사)가 생각났다. 남의 연애사만큼 개도 안먹을게 없다든데 음......orz



44.

영화 6차 찍고 왔다. 예쁜 포토티켓도 얻었다. 몇번을 다시봐도 로키가 눈물 떨구는 신이 좋다. 토르vs로키 신에서 로키가 창도 버리고 튀었다는 게 새삼스레 눈에 들어왔다. 호크아이한테 활 맞고 구르면서 타워에 떨군 줄 알았는데 그냥 형이랑 얼굴 마주하는 게 불편해서 냅다 튈 때 두고 온 거였구나........ 애가 얼마나 토르랑 얼굴 마주하는 걸 거북해했는지가 보였음. 또 큐브 못 찾으면 아스가르드 못 돌아간다고 했는데 왕국의 유일한 차기 후계자가 동생 찾겠다고 편도밖에 없는 루트로 지구 뛰어내리는 걸 생각하니 새삼스레 토르가 겁나 로키 데려가고 싶어했구나 싶었다. 무지개 다리도 없어지고 토르에서 제인하고도 못 볼 거라고 했었는데 로키말마따나 대체 어떤 무지막지한 불법수단을 써서 지구 왔던 걸까. 토르 못 돌아오면 아스가르드는 왕위 계승자가 아예 사라지는데 그걸 보내준 오딘도 오딘이고.. 사랑받은 건 맞다니까 정말. 



45.

근데 토르 삭제신 다시보다보니까 로키가 잔의 술을 뱀으로 바꿀 때, 들고오던 시중인이 심하게 기겁하는게 너무 두드러져서 애가 아스가르드에서는 좀 변칙적인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고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다들 마술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같다는 느낌. 뱀으로 바꾸어서 기겁한 것도 있긴 하겠지만 뭔가 그 이상으로 로키를 보는 눈이 무서운 걸 보는 그런 얼굴이었음. 로키 아끼는 토르도 태연한 얼굴로 마술같은 잔재주를 부리는 거라고 했든가.. 하여간 좀 폄훼하는 식으로 말했었고. 전투가 영광의 상징인 아스가르드는 마술을 하는 사람도 없고 쓰는 사람들도 좀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이런 거 있었을 것같음. 로키는 암만봐도 신체능력으로 싸우고 다닐 타입은 아닌 것같고. 마술을 쓰는 둘째 왕자.. 이런 식으로 좀 소외되고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이런 거 있지 않았을까. 워리어즈들이랑 시프도 로키하고는 별반 대화가 없고, 삭제신 중에서 요툰하임 가겠다고 강짜부리는 토르 장면에서 토르느 ㄴ'니들이 안가면 나랑 내 동생만 감^^' 이러는데 로키는 헐 나도 가? 이랬거든. 근데 그게 '아 시발 좆됐다 왜 날 끌고감'이게 아니라 '어 나도 끼워주는 거야? 데리고 가줄 생각이었어??' 같은 얼굴에 가까워보였음. 

근데 그 후에 경비병들에게 내려가는 걸 미리 주지시킨 걸 생각하면 얘는 확실히 토르애들이랑은 과가 달랐구나 싶었다.. 소설판 묘사에 따르면 요툰하임 간게 함정판게 아니라 토르 선동에 진짜 따라준 거라고 하던데 애는 늘 이런 식으로 막나가는 형 제어하는 역할이었을 것같음. 근데 로키 빼고 다 머리보다 행동 계책보다 실전!! 이런 애들이고.. 나라 풍조 자체가 그런 식이니 조낸 육체파 사이에 낀 이과같은 기분이었을 듯. 



46.

맞다 어벤저스에서 캡아 삭제신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토르 삭제신도 있을 것같았다. 퓨리가 니 동생좀 캐보라고 토르한테 뭐라 그러는데 그 뒤에서는 바로 블랙 위도우와 로키의 대화 신으로 이어져서. 퓨리하고 콜슨이랑 같이 대화한 다음 애들 다같이 모여서 입씨름하는 장면까지 토르가 뭘했는지가 안나오는데, 나타샤언니가 감금실에 오는 장면에서 로키가 묘하게 망충하게 서 있었던 것도 그렇고 나타샤 언니 들어가기 전에 토르가 뭔가 로키와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을까 싶음. 물론 씹혔을 것같고.. 

토르가 지상에 추락해서 묠니르를 잡기 전에 물끄러미 바라보는 신이 있는데 그 장면 전까지는 싸움에 있어서 덜 진지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무장도 거기서 처음하고. ..처음하는 거 맞나? '로키 데리러왔음'같은 기분이었는데 눈 앞에서 콜슨 요원이 살해당하는 걸 보면서 아 진지하게 싸워야하는 거구나.. 하고 자신을 다잡았던 거면 좋겠다.  


47.

세상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하나가 아니다. 클램프에게 목덜미를 잡혀 헤엄쳤던 1n년을 상기하는데 이 말이 왜 저리 뼈저리게 와닿는지 모르겠다. 아이언맨 1편을 다시 봐서다. 아직 새파랗게 어린 토니는(별로 어리진 않았지만) 귀여웠고 꾸물꾸물 만들어지는 수트들도 귀여웠고 콜슨 요원은 백만배쯤 더 귀여웠다. 그 국가보안어쩌고 하는 긴 연방부 이름이 진저리나게 나오다가 막판에 실드라고 언급했을 때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아했을까. 코믹스 몇권을 읽어치우고나니까 원작>>영화였다는 게 새삼 실감났다. 나한테는 영화가 먼저였지만. 기관이 실드가 되고 닉 퓨리가 쿠키영상에서 나왔을 때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아했을까. 아 배불러라.. 

아이언맨 1편까지만해도 제작진은 어벤저스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었다고 한다. 근데 기관이 필요하겠네-> 실드로 할까? 콜슨 요원 연기 잘하네 -> 지분 늘려야지 -> 아 늘리는 김에 퓨리 국장도 넣을까? + 마침 사무엘 잭슨 에이전트가 '할 만한 연기 없어요?'하고 문의도 넣었네? 쿠키로 넣자ㅋㅋㅋ -> ...반응이 존내 좋네? 어 그러고보니 우리 엑스맨이랑 스파이디 빼면 다 갖고 있잖아? 순이었다고. 고메 때도 그렇고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생각치도 않던 프로젝트를 만들고 지속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게 뿌듯하고 기쁘다. 그니까 빅뱅 이론 봐야지. ..쉘든은 플래시랑 그린랜턴 좋아했지만. 


48.

영화판 토니는 봐도봐도 어린애 같다. 요츠바랑 붙여놓으면 점보, 아니 에나 되기도 글렀고 얀다처럼 놀것같은 이미지. ..애들한테는 좀 더 상냥하려나. 페퍼랑 결혼이라도 해서 아기라도 태어난다면 처음보는 물건 집어올리듯이 애 겨드랑이에 손 넣고 방사능물질마냥 멀찍히 들고 페퍼-페퍼-!!를 겁나 외칠 것같다. 아들 태어나면 안된다 아들이랑 같이 엄마 쟁탈전 벌일 인간이야. 그래도 기계 공학이라든가 이런 걸로 애들한테 엄청 잘 만들어줄 수 있을 것같긴 하다. 아들이 오토바이 갖고 싶다고 하면 즉석에서 아동용(+원동력은 아크원자로)으로 하나 뚝딱 만들어줄 것같기도 하고. 딸 애는 바비인형 이런거 갖고 싶다고 했는데 인공지능딸린 유아보호용 이족보행 안드로이드 이런 거 만들어줘서 애 울릴 것같음. 안드로이드 목소리는 자비스겠지... 그러다 페퍼한테 혼나는 거야. 


어벤저스 기준이라면 딸이 아랫층 블랙 위도우를 너무 잘 따라서 스파이 시키면 안된다고 브루스 배너한테 한탄하러 갈 것같다. '스파이 조기 교육이라도 받으면 어떡하지?' 배너박사는 그 며칠전에 토니 딸내미가 토니 꼬셔서 나간 사이에 나타샤가 자비스한테서 정보 캐는 걸 봤기 때문에 '이미 받고 있어'라고 말하고 싶은 걸 근질근질 참고 들어줄 듯. 괜히 옛날 생각나서 "돈이라도 미리 받아놔요." 이런 뜬금없는 드립치면 좋겠다. 



49.

어벤저스를 봐도봐도 좋은 이유는 애들이 부비작부비작 모여있는 게 좋아서다. 사실 아무리 친한 친구래도 빌딩 한 층을 통째로 비워주기는 힘들 것같은데 그걸 하나도 아니고 여섯개씩이나 할 수 있는 건 돈지랄이 아니라 토니가 그 만큼 자기랑 같은 걸 갖고 있는, 같이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을 봐서 기뻐한 거라고 생각하고 싶음. 아이언맨 1편에서 아크 원자로 갈아끼울 때(제일 좋아하는 신이다!)페퍼가 에버에버에버에버 이거 시키지 말라고 하니까 그 까만 눈동자 동그랗게 뜨고 "나한테는 당신밖에 없는데." 그러잖아. 이제는 그 말 안할 수있음 좋겠다. 연인도 있고 민간인.. 군인 친구도 있고, 히어로 친구들도 있고. 어벤저스 타워보니까 무슨 격납고에 비행기도 넣어놨던데 술마시고 운전하려 들어서 나타샤가 손날 치기로 기절시키면 호크아이가 끌어내주면 좋겠다. 토르는 뻘겋게 취해서 컵 집어던져가면서 으하하하 웃으며 보고 있고 배너박사는 난처한 듯 웃고 있고 캡틴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술도 못 취하고 이 풍경을 보고 있어야하나.. 싶겠지. 



50.

술 좋아하는 토니는 기본적으로 타워 각 층에 겁나 비싼 양주랑 거기 맞는 글래스 잔을 다 비치해놨는데, 토르가 사는 곳에만 컵이 죄다 스테인레스 아니면 사기컵이면 좋겠다. 토르가 마시다가 하도 언아더! 하면서 집어던져대서. 처음에는 그래 깨라 새로 사지뭐ㅇㅇ 했는데 하나에 200달러씩 하는 가격은 그렇다치고 공급하는 글래스 공방 장인이 이렇게 깨먹으면 안 판다고 눈이 뒤집힐 정도로 화내서 할 수 없이 스테인레스로 바꾼 거면 좋겠음. 원래는 그래도 좀 간지난 거 쓰라고 합금으로 만들어줬는데 집어던진 컵이 아래층 천장 뚫고 내려가서 그 후부터는 그냥 스테인레스. 이것들도 다 찌그러져서 찌글지글함. 유아용 플라스틱 컵으로 바꿔주는 걸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


51.

존나 의식의 흐름이라 뜬금없는데 어벤저스 삭제신에서 페기 언니랑 캡아가 만난다고 했는데 페기 언니가 행복하게 자기 인생 살고서 캡아를 만나는 거면 좋겠다. 헤어지고 슬펐던 기억이나 토요일 클럽에 앉아서 기다리던 것도 다 추억으로 남고 결혼해서 아이도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고. 타이타닉에서 내가 로즈 도슨을 좋아했던 건 이 언니가 잭을 기억하고 또 사랑하고 있지만 자기 인생을 살아와서였다. 마음 속에 깊에 품었고 평생동안 사랑했지만 당신과 다시 만났을 때 내가 탄 말, 비행기, 내 아이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만큼 나는 행복하게 살았어요. 당신이 구해준 인생을 헛되게 살지 않았어요. 페기 언니 인생을 캡아가 구해준 건 아니지만 70년동안 페기 언니에게는 페기 언니의 행복이 있었던 거면 좋겠음. 그리고 가능하면 두 사람의 만남이 행복한 게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페기 언니면 사랑하는 사람은 전혀 변하지 않은 그대로인데 자기는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게 참 많이 슬플 것같지만, 그래도 페기 언니는 강한 여자니까 당신과 만나서 다행이라고 지금 이 곳에서 당신이 할 일을 찾으라고 그렇게 캡틴한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함. 


52.

예전 강아지 목소리로 성우 맞추기 퀴즈 15문제에서 열 한 개 맞춘 성덕력을 자랑하며 쓰는 목소리 이야기. 로키 발성이 좋다. 사실 일본이랑 한국 빼면 북미쪽 배우들 목소리는 잘 구분 못하는데 어벤저스는 하도보다보니 대충 들림. 의외로 기네스 팰트로 목소리가 외모..라고 할까 페퍼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글리에서 홀리 홀리데이로 나왔을 때는 살짝 히피같은 게 참 잘어울렸는데 커리어 우먼 연기하기에는 톤이 좀 높아서, 토니 살아있어요!? 라고 하거나 흥분하는 장면에서는 날카롭다. 근데 평상시 톤- 콜슨에게 필~ 이라고 말할 때나, 트레이드 하고서 땡큐, 할 때의 깔끔한 톤, 그리고 홈워크 열심히하라고 할때 속삭이는 것같은 목소리는 참 매력적이다. 


리브 타일러도 좀 아깝다는 말 했었지. 속삭이는 듯한 톤이 아무리해도 거칠어지지가 않아서 너무 고왔음. 택시 기사한테 쨍쨍 소리치는 장면이 그나마 돋보였는데 거기서도 너무 예뻤다.. 아르웬 할 때 속삭이는 톤은 연기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기본이 그렇게 말하는 건가 싶기도 했고. 


캡틴 목소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목소리는 낫 투데이! 할 때의 목소리다. 로키가 니이일! 하니까 휙 걷어차면서 하던 말.  


53.

로키로 돌아와서. 얘가 말하다가 입 한 일자로 다무는 거 엄청 좋아하는데 그 이상으로 나직하게 말할 때의 목소리가 좋다. 그 손에 묻은 붉은 색을 다 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나 많은 붉은 색을? 할 때 목소리가 격앙되거나 조롱하는 투가 아니라 차분하게 가라앉은, 진짜로 가여워하는 듯한 목소리라 소름이 오싹하게 좋았고 거기서부터 점점 격앙되서 기도하는 소녀처럼 나약해빠졌군, 너와 똑같이 손에 피를 묻힌 쓰레기를 구한다고 해서 네 죄가 보상되는 건 아니야- 아직 그 놈을 죽이진 않겠다 그 놈이 너를 죽이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띌 때 그 두개골을 박살내주지! 그게 네 얄팍한 술수에 대한 대가다!로 이어지는 호흡이 피아노에서 격정적인 부분으로 올라가는 음처럼 파도치듯 휙 커지는 게 좋았다. 이어지는 '당신은 괴물이야'까지도. 물론 로키가 거기다대고 초록색 드립을 쳐서 망하기는 하죠.. 



54.

여튼 로키가 차분하게 말할 때의 발성이 참 좋다. 조곤조곤한 것도 같으면서도. 나는 아스가르드의 로키다, 할 때 톤도 좋았고 please, don`t. 하고 퓨리가 가방챙겨서 떠나려는 거 막는 장면도 좋았고. 확 악의에 들어찬 연기나 연극조로 확 격렬해지는 대사들보다 저렇게 여유만만한 척하는 차분한 톤이 참 취향이다. 그렇다고 헐크할테 이너프! 드립칠 때의 안정감 팔아먹은 톤이 싫다는 건 아니고.... 어 어떡하지 쓰다보니까 헐크한테 얻어터지고 고양이 소리 내는 것도 좋다.................. 결국 다 좋구나.. 



55.

내 최애지만 로키는 참 친구가 없다. 플래닛 헐크 읽다가 든 생각인데 로키가 좀 만족하고 행복하려면 가족이나 아스가르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기 주변의 관계를 쌓을 필요가 있을 것같다. 근데 기본적으로 로키는 아스가르드에 집착하고 있고... 또 아스가르드에서 추방당한 토르는 지구에 떨어졌지만 로키는 웜홀탔잖아. 망했어요. 해리와 그린 고블린도 그렇고 히어로와 빌런은 진짜 한끝차이로 갈리는 것같다. 하다못해 겁나 사투리진 목소리로 배너박사님한테 바지던져주던 경비원 아저씨가 로키 주워갔으면 얘도 개과천선하지 않았을까. 그니까 아버지 애도 갑옷이랑 창 뺏고 지구에 던져놓지 그랬어요... 오딘쨔응... 그 상황에서 애 건져올리는 게 우선인데 애가 잘못말했다고 노, 로키, 노. 이런 것도 그렇고 아스가디언들은 뇌근육족이 기본인 것이 틀림없다. 

 

56.

빌런하니까 생각난 건데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은 벤 삼촌 사건이 없었다면 빌런이 되었을 것같다.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고 자기만을 위해 힘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같았음. 그 책임감과 죄책감이 등 위에 주렁주렁 달린 스파이디가 좋았다. 1편은 오래되다보니 CG도 연출도 부족했지만, 음, 뭐 그건 그거고. 스파이더맨 1편 보다가 크로니클도 생각나고 그랬다. 친구가 죽고 사촌동생을 자기 손으로 죽이고나서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하던 이야기. '난 잘지내. 네가 좋은 녀석인 걸 알고 있어. 사랑한다, 임마. 난 앞으로 사람들도 돕고 그러면서 살 거야. 네 몫까지.' 딱히 히어로가 무조건 착한 사람들일리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죄책감이라든가.. 책임감이라든가 여러 무게때문에 히어로로 활약하는 설정이 좋다.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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