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르를 다시봤는데 삭제장면 포함하면 로키가 덜 못되게 보이고 안 포함하면 꽤 못돼보인다. 형에 대해 애정을 느끼는 신들도 꽤 많았는데 잘린 거 안타까웠음. 이 형제가 좋은 관계로 흘러갔으면 허클의 시노부랑 카오루 같았을 것같은데 토르가 너무 단무지에 어둠을 몰라서 로키의 고뇌를 모를 것같은 기분. 로키는 토르의 단무지같은 부분에는 그런대로 위안을 받는데 결정적으로 형이 자기가 느끼는 열등감을 전혀 이해해주지 못하니까 결국 손 놓고 가버린 것같다. 근데 로키도 느므 자기한테 손내미는 사람들 다 쳐내면서 세상은 씻빨 나를 몰라!! 하는 것같아서 잘한 거같진 않다. 뭐 이미 우울해하는 애한테 아무리 좋은 소리 들려줘도 고깝게 들리지 않긴 하지....
2.
그래도 엄마가 아빠 쓰러졌을 때 토르 이야기만 안 꺼냈음 안 삐뚤어졌을 것같기도 하다.
3.
로키 가만히 보면 애가 못되먹은 건 분명한데 악역짓을 원래 하려던 게 아닌 것같은 느낌이 나서. 형을 자극해서 아빠가 좀 형한테 실망하면 좋겠다-> 잘하면 형 왕 되는 것도 늦춰지려나 -> 헐 추방;;은 생각 안했는데.. 아니 근데 시발 내 팔 왜 파란색요 -> 아빠가 날 속였어!!! -> 아빠!!!!!!! 왜 쓰러지신 거에요 나때문이야?? 아..아.. -> 형 미워 안 데리고 올 거야 내가 왕이야 -> 엄마가 형의 추방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하네 엄마 옆에 있는 건 난데 -> 아버지 죽음요 형 돌아오지마 통고+서리거인 다 죽었어 -> 근데 형 친구들이 나빼놓고 형 찾으러가네 -> 디스트로이어들 가서 아예 조져버려.. 순.
근데 내가 시프거나 했으면 세부 정황은 모르고 배신자 있음 + 토르 추방 + 오딘 쓰러짐 + 데스트로이어 + 공격 들어옴 크리니까 아 시바 이 놈은 배신자구나 싶었을 뿐. 그니까 로키야 불만이 있으면 말로해야지
4.
근데 얘가 자기 손으로 친부 죽인 건 역시 섬찟. 그리고 내가 로키를 좋아하게 된 주요 요소 같다. 오딘은 잘되라고 한 짓인데 결과가 이렇게 되어서+ 뒤에 스스로 죽게 만든 것도 있어서 평생 로키한테 마음의 짐을 지고 살 듯. 후송당한 로키가 그런 오딘의 관심을 좋아할진 모르겠다. 근데 얜 진짜 내 최애지만 뭘 어쩌려고 그런 거냐? 지구 박살내도 자기가 원하는 글로리어스한 관심같은 거 못받을 텐데. 생각할 수록 소년이 삐뚤어진 것같아서 쭈구리같고 때려주고 싶고 사랑과 관심을 주고 싶고 그럼. 근데 무릎 꿇어랑 살해에서 망했어요... 12세 관람가 영화니까 의외로 아스가르드 돌아가서는 따뜻한 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부담스럽게 받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입에 수갑 채운 거 진짜 예뻤는데 하아하아
5.
토르 보고 로키x달시를 생각했다. ...제인 옆에 붙어있던 그 아가씨 마즘. 존나 로키가 무지개 다리에서 똑 떨어져서 지구에 떨어짐. 떨어진 직후 아 여기가 형이 있던 지구구나.. 하고 복수심에 차서 제인 애들 만나러 가는데 달시 차에 치이면 좋겠다. 아스가르드인 전통이네욬ㅋㅋㅋㅋ 달시가 힉겁해서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오면 좋겠다. 눈 뜬 로키한테 하는 첫마디가 "코믹콘 출신이에요 아스가르드 출신이에요?" 면 좋겠다.
"댁도 묘묘있어요?" 이 여자가 무슨 소리 하나 싶어 황당해진 로키가 아스가르드, 오딘의 아들 로키라고 망충하게 밝히면 좋겟다. 오딘의 아들, 까지 말하고 무심코 마음이 아파져 멈칫하는데 달시는 그딴 거 없고 와 또왔어! 하고 좋아하면 좋겠다. "토르 동생이라고요? 와- 몸매는 형님만큼 못하네요!"하고 발랄하게 말해서 로키가 확 열받아 죽여버리려고하는데 여전히 분위기 파악 못하고 발랄하게 덧붙이면 좋겠다. "그래도 난 흑발이 더 취향이에요!"
6.
생각치도 않은 데서 형보다 나은 점수 받아서 로키가 망충하고 멈칫멈칫하면 좋겠다. 그런 식으로 진정하고 어울리고 이러면서 형이랑 다른 방식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구나 이랬음 좋겠음. 본격 형제의 정신 성장에 활약하는 지구.
7.
달시가 아니라도 좋고 중요한 건 연애를 해라 로키. 넌 집에서 독립을 해볼 필요가 있어.. 근데 빌런이잖아?? 안될 거야 아마..
8.
토르 이야기로 넘어가서. 토르는 되게 큰 한마리 골든 리트리버같다. 화내고 귀엽고 웃으면 더 귀엽다. 아 골든 리트리버는 똑닥하다 그랬는데. 배색을 빼면 사모예드에 가까운 거같다. 고기 짱 좋아할 것같음. 바이킹이잖아.
9.
로키는 내 요메다.음 사실 요메로 삼기는 좀 그런 것같다. 난 얘 짜증 찡얼 불화를 낳는 언변 받아주기는 많이 무리.... 내가 70살쯤 먹은 노인이라 로키를 애취급하면서 달래줄 수 있고 로키가 동양의 노인공경사상을 익혔다면 모를까.
10.
많은 최애중에서도 이렇게 까까까빠빠빠빠가 되는 건 로키가 처음같다. 다들 아껴주고 부둥해주고 싶었는데 로키는 미운 일곱살 애기 보는 기분임. 아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어 싶다가도 선생님은 나 좋아해요? 이러고 물어와서 또 아우 예뻐라 하게 되는 이런..... ........ 나는 왜 데미갓을 애한테 비유하고 있을까
11.
토르에서 보면서 영화가 제일 밍숭맹숭했던 부분은 토르가 너무 급격하게 어른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아니 급격하게는 상관없는데 애가 미친말처럼 날뛰고 호전적이던 애가 묘묘가 손에서 떨어진 순간부터 급 이성을 찾은 느낌이라, 언제 제인을 좋아하게 됐는지, 언제 약한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는지, 파워가 전부라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는지 당췌 감이 안 잡힌다. 진짜 차에 치여서 뇌구조에 이상이 온 거냐고 농담도 했을 정도였음. 제인한테 따귀맞는 이벤트라도 하나 있었음 좋았을 텐데 지구에 온 시점부터 급격하게 순돌이로 변해서. 묠니르를 들 자격을 잃어서 절망하고 포효하는 신은 참 좋았는데 그 장면이 엘리엘리 레마사박타니라고 친다손 쳐도 그 전부터 너무 재대로 된 인간이었단 말이지.
12.
요툰하임 뒤집어 엎어놓은 거 보면 좀더 떨어진 후에도 미친 말처럼 날뛸 줄 알았는데 병원 뒤집어놓은 거 빼면 또 제인 만나자마자 급 온순해졌다. 사랑에 빠져서 그런 건가? 그렇게 치면 처음에 제인이 괜찮아요?! 하고 물어볼 때 장면이 헤드라이트 머리 뒤에 비쳐서 후광 속의 있는 것처럼 나오는 장면, 굳이 치면 그 장면에서부터 제인에게 빠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같은데 화면이 너무 칙칙해서 나탈리가 덜 이쁘게 보였다. 그게 문젠가.
13.
영화 색감도 전반적으로 칙칙해서 아쉬웠던 거같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아스가르드인데 너무 진중한 느낌. 서리거인의 땅은 그냥 증말 까만 느낌. 만족스러울만큼 밝게 나온 장면은 쉴드에서 구속감금 당한 채 로키랑 마주하는 시이었다. 만세! 둘다 하얗게 반짝반짝 빛나는데 그건 좀 예뻤다. 하지만 햇빛 아래에서도 나탈리가 션샤인하지 않다니 감독은 반성해라.
14.
어벤저스를 보고나니 토르도 귀염귀염 돋는 영화긴 했는데 역시 자체로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기껏 네 명 다 우르르 등장시키고 죄다 공기가 되었던 동료들이라든가. 하지만 시프의 은색 드레스는 소중하지요 압니다. 토르의 변화가 너무 급격해서 관객이 동감하기 어려웠던 거랑, 제인과의 러브라인도 급격했던 거랑, 아스가르드 동료들이 공기가 된 거랑... 음 아쉬운 게 참 많네. 사실 영화 통틀어서 제일 캐릭터 심리 잘 보여준 캐릭터가 로키인 것같다. 형에 대한 질투 - 아버지에 대한 선망 - 진실에 대한 분노 - 폭발하는 열등감 - "나는 왕이 되고 싶은 적이 없었어!! 형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 - "no"에 놓아버리는 손까지. 토르랑 러브러브..가 아니라 훈훈형제돋는 신 잘라낸 이유 알 것도 같다. 그거 넣었으면 진짜 제목이 LOKI가 되버렸을지도 몰라..
15.
토르는 기본이 태양같은 애라 좌절이나 고뇌랑은 먼 거 같다. 그만큼 로키가 음습해진 느낌도 있고. 그래도 토르의 성장을 좀 더 잘 다뤄줬음 했었다. 컵깼다고 제인한테 조곤조곤혼나는 게 아니라 힘만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그 것만 찾으면!! 하고 이런 식으로 날뛰는 토르를 보고 제인이나 인간 친구들이 진심으로 실망한 얼굴로 본다던가 그래서 토르가 그 얼굴을 보면서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고 반성하고 기어올라서 세상은 힘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군요. 내가 잘못 생각했어요. 이런 식으로 인정한다던가. 묠니르가 스스로 날아오기 이전에도 토르는 이미 자기희생이 가능한 대범한 주인공이 되어있었는데 그렇게 성장하려면 좀더 고뇌나 그런 게 있어야하지 않냐고요. 지상에 떨어진 토르가 느낀 제일 큰 충격은 묠니르의 거부+아버지의 죽음이었는데 묠니르에 거절당하기 이전부터 제인에게는 상냥한 남자였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이건 내 잘못이야.'하고 로키의 추방을 추긍하는 대인배가 되어있었단 말이지.. 우우.
16.
음 그래서 영화적으로는 좀 아쉽고 그랬었다. 좋아하니까 그만큼 보고 생각하고 그런 거지만. 어벤저스가 나와서 다행임. 조낸 한결같이 눈부신 성격+어둠이 없음+동생을 걱정+인간 디스+뇌근육족 개그담당까지. 토니가 그대의 엄마는 그대가 치마입고 설치는 거 아는가? 했을 때 신은 좀 많이 좋았다.
17.
어벤저스에서 제일 좋았던 토르 신은 캡아랑 같이 싸우는 장면. 토르는 신이라서 여전히 팔팔하게 싸우는데 캡아는 인간 영웅이라 조금씩 지쳐가고, 치타우리한테 크게 한방 맞아서 넘어지는 그 신. 토르가 일으켜 세워주면서 '더 싸울 수 있어?'라고 물었을 때 캡아가 피 묻은 입술로 '왜, 졸려?' 이러고 받는데 그 때 토르의 얼굴이 '아, 내가 사랑하는 인간들은 이래야지.' 이런 얼굴이라 좋았다. 캡아를 인정하는 느낌이 들었음. 그래서 어벤저스 대장이 캡아인 거 좋아한다.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인격으로 사람들을 끄는 영웅인 거.
18.
사실 어벤저스를 보고 제일 내 안에서 재조명된 건 퍼스트 어벤저였다. 고백하면 영화관에서 존내 짜증내고 화내면서 나왔었거든. 영화 내내 정말 재밌게 몰입하면서 보다가 라스트 신에서 이를 갈았다. 어벤저스 닳도록 듣긴 했어도 나한테 그건 먼 이야기였고, 당시에는 토르도 안봤을 때였고, 아이언맨 쿠키영상으로 퓨리가 나오든 망치가 나오든 그건 그냥 나온 거였고 쿠키영상이었다. 근데 퍼스트 어벤저는 아니잖아. 영화의 수순을 따라가면 엔딩은 페기 언니가 울적하게 글라스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카페에 군복 입은 스팁이 수줍하게 걸어들어오고, 언니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쳐다보고, 스팁이 '좀 늦었습니다.'하고 멋적게 웃으면 페기 언니가 성큼성큼 다가와서 '많이 늦었어.'하고 쏘아붙이고 재대로 키스신하는.. 그런 장면으로 끝나야할 것같았단 말이야. 근데 제트기 추락 이후 급 쿠키영상으로 넘어가더니.. 그리고 70년 후의 뉴욕. 영화보고 나오면서 쿠키영상에 본편이 잡아먹혔다고 성질 엄청 냈었다.
19.
근데 어벤저스를 보고나니 아, 쿠키영상을 위한 본편이었구나 하고 납득했음.
20.
근데 그래도 아쉬웠던 건 퍼스트 어벤저가 너무 매력적으로 뽑은 영화라 그랬다. 캡아보다 스티븐 로저스가 좋았다. 멸치같이 마른 몸에 병을 달고 살아도 자기가 믿는 정의는 한결같이 추구하는 그런 부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나치를 죽이고 싶냐는 말에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습니다.'라고 대꾸하던 게 너무 좋았다. 깡말라서 pt도 헉헉대며 하는 주제에 수류탄 보자마자 제 몸으로 감싸는 그 정신이 너무 좋았다. 아마 여전히 멸치로 남았어도 페기 언니랑은 잘됐을 거같았다. 자동차 안에서 자기가 맞았던 장소 줄줄히 말하고 여자랑 춤춰본 적 없다고 말하면서도 스팁은 되게 그걸 수치로 여기지 않는 얼굴이었단 말이야. 내가 페기언니였으면 모시고 삼.
21.
벌크업하고 슈퍼솔저가 되어도 기본 성품은 전혀 변하지 않아서 더 좋았음. 퐁듀에 망충하게 구는 장면도 좋고 나침반 안에 페기 언니 사진 넣고 있다가 카메라에 비추니까 얼굴 붉히면서 얼른 가리는 것도 그렇고. 시름시름. 콜슨 요원 심정을 알것같아 어떻게 이렇게 이쁜 사람을 안 좋아할 수 있음. 군인들의 총알을 네 손으로 사주세여 노래부르면서 홍보하고 다닐 때 무지 우스꽝스럽게 묘사된 것도 좋았다.(의상팀에 덕후가 있었다면 가면에 날개달면서 겁나 좋아했겠지) 노트에다 자기를 원숭이에 비유해서 그림그리고 있는 게 울적해보이고 귀여워서.
22.
!!!!!!!!!!!!!11 쓰다가 깨달았다 어벤저스에서 '원숭이! 나도 그거 알아!! 비유법이지??' 한 거랑 이어지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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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재밌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상 이야기로 넘어가서, 퍼스트어벤저스에서는 팍스 아메리카나 최대한 누르려고 조심한 티가 나는데 의상도 그래서 '덜' 미국 스럽다. 색채도 좀 죽여서 덜 튀게 만들었고 군복에 가까운 느낌이고 위에 이것저것 붙이고. 그 의상 이전에 무대의상차림으로 동료들 구하려고 뛰어갈 때도 위에다 군복 코트 입히고(ㅎㅇㅎㅇ) 헬멧에 안경 씌워서 A자 반쯤 가리고 한 것도 재밌었다. 근데 어벤저스로 넘어오면서는 오히려 퍼스트어벤저에 비해서 의상이 클래식에 가까워졌지. 색감도 좀더 빨갛고 파랗게 되고 군복같은 느낌도 줄고.
24.
근데 거기에 '캡아덕후던 콜슨 요원이 갖고 있던 카드랑 기록영상을 기반으로 최대한 원전-홍보판-에 가깝게 만들어씀'하는 설정이 붙으니까 전혀 문제없이 귀여워보였다. 문제될까봐 친히 토니가 빨갛고 파란 쫄쫄이 입고 설친다고 까주기도 했고.
25.
콜슨 요원찡도 조낸 귀여웠다 그러고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