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같기짝이 없는 하루였다. 아침에 늦잠자서 죽어라 달려갔더니 1교시 휴강. (오..오예?) 수업도 없겠다 느긋하게 엽서쓰고 그 후로는 거침없이 알바했는데 오늘따라 사람도 없고 일도 널널한 편이었다. 어젯 밤을 희게 새놓았던지라 머리도 빙빙 도는 졸음과 싸우고 또 싸워가며 겨우겨우 다섯시 반. 국제교류과에 비디오실 열쇠 반납하고 자전거를 타는데 배는 고프겠다 잠은 오겠다 춥기까지 하면 딱 그지 삼박자다 드힝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스러운 온갖 잡상들을 하면서 페달을 휙휙 밟고 있었다. 음 집에가는 길에 엽서 부치고 가는 길에 구루메시티에서 츄하이 사갈까 일단 샴푸랑 칫솔도 사야되니까 테라마치쪽으로는 가야겠다 뭘살까 뭘사지... 생각하면서 달리고 있노라니 귀에 들리는 음악은.. 뭐였더라? 오아시스 노래였지 싶은데. 학교 앞을 나서서 정류장을 지나치며 리브 포에버를 외치는 순간

 

 퐣!! 

 

 체인 빠지는 소리가 났다. 

 

2. 여섯시가 다 되었으니 분지지형인 교토의 해는 진작에 저물어있었더랬다. 어둑어둑해서 플래시 켜고 가야하는 길이었는데 체인이 퐣!!! 정류장 옆에 자전거 급히 세우면서 내 머리 속에서는 체인값+으악+안되+나운다?ㅠㅠ+빠졌냐 끊어졌냐ㅠㅠㅠ를 반복하고 있었다. 살펴보니 다행히 빠진 것뿐. 으아 다행이다.. 하면서 섬섬옥수는 춘향이나 하라는 마음가짐으로 용감무쌍하게 체인을 움켜잡은 것까진 좋았는데 손이 까매지건 말건 체인은 제자리로 안ㅋ돌ㅋ아ㅋ가ㅋ

 

3.이 자전거는 마마차리(아줌마 자전거)라서 체인도 보호할겸 흙받이에다.. 음 명칭 모르겠다 여튼 체인 위에 덧씌워진 부품까지 확실히 있었던지라 손꾸락을 꾸겨넣을 자리가 별로 없었다. 오른쪽에서 밀어올리면 왼쪽으로 빠지고 왼쪽에서 밀어올리면 오른쪽으로 빠지고. 울상이 되서 계속 만지고 있기를 몇 분, 정류장에서 기다리시던 아주머니가 체인 빠졌어요? 하면서 말을 걸어주시더니 급기야 손을 더럽히면서 같이 도와주셨다. 

어머니 저는 이국땅에서 천사를 만났어요_+

 

4. 앞을 끼우면 뒷바퀴기어의 체인이 빠지고 뒷바퀴 기어 절반을 끼우면 나머지 절반이 풀리는 가운데서 한참이나 용을 쓰고서야 겨우겨우 체인을 끼울 수가 있었다. 내 손은 염색약은 아니더라도 앞뒤로 구두약 잘 바른 몰골이 되어있었고 도와주신 아주머니 손도 그랬다. 고맙고 미안하고 울상이 되서 감사합니다+아리가토고자이마스 범벅이 되서 몇번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더니 씩 웃은 아주머니는 손 닦으라며 주머니에서 물티슈를 두장 꺼내주셨다.

아부지 저는 이국땅에서 천사를 만났어요_+222 

 

5. 뭔가 사례라도 하고 싶은데 어린 것이 그렇게 말하는 게 이상하다 싶기도 하고 그저그저 감사합니다만 계속 말하고서 자전거 올라타고 떠났다. 절대 일어나서 밟기 하지 말아야지+집에가면 기름 다시쳐야겠다를 무한 반복하는 동안 가슴은 포근포근 따끈따끈.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는 남한테 미안해서라도 도와주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게 선뜻 도와주신게 너무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아즈므니 진짜 현수막에 모월 모일 한국인 유학생 도와주신분 하고 플랜카드라도 걸고 싶을만큼 감사했어요!!ㅠㅠㅠ 道ばたで自転車のチェイン外れて、めっちゃ慌てていたら、あるおばさまがお手を汚しながらチェイン直しを助けてくれました。すごくすごく嬉しかった。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カムサハッニダ!!!><

 

6. 그기세로 테라마치까지 달려가서 대충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해서 손을 한번 씻고, 벤짱이 tv보고 있길래 옆에서 삼색경단을 먹으면서 이걸로 밥을 때워야지했는데 아무래도 배가 허하길래 김이랑 김치랑 밥으로 가볍게 밥을 먹고 또 주전부리를 우물우물. 삼색경단이 끝나자 용언니가 포키를 꺼내오시고 포키가 끝나자 벤쨩이 파운드 케익을 가져오고.. 먹고먹고 또 먹으면서 본 프로는 선덕여왕이었다. 그 다음은 슈스케3. 응? 이상한데 진짜다. 케이블이긴 한데 선덕여왕도 해주고 슈스케도 거진 실시간으로 해주더라. 내가 본 건 크리스티나 탈락하는 화였으니 딜레이는 3~4주정도 있는 것았지만. 다른 채널에서는 보이프렌드인지 걸프렌드인지 하는 남성 5인조가 한류그룹^^ 이라며 나오고 있었더랬다. 난 너같은 한류그룹 모르는디..

 

7. 용언니가 대박 웃긴 이야기를 해주셔서 웃다가 구르다가 했더니 한시간만에 기력이 쭉빠졌다. 한참 웃고나서 방으로 기어들어와 까먹고 있던 예비수강신청을 했다. 경영만 18학점의 위엄. 빡.. 셀것같기는 한데 생각해보면 18학점을 듣는게 1학년 1학기 이후로 처음이다! 그 때도 19학점이었고.. 2학년 2학기에 22학점 9과목 들어서 죽을 뻔했던 거 생각하면 6과목은 좀 편하지 않을까 아니 편해주시지 않을까 닳도록 빌고 싶은 마음으로 어쨌든 클릭을 완료했다. 이거 듣고 계절학기를 안듣는다고 계산하면 남은 학점은 21학점. 1년간 죽을 정도로 힘내면 어떻게 다 들을 수 있긴 한데 실습도 나가고 토익 700점도 따야되니까 그냥 느긋하게 5학년 1학기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절학기는.. 음 성적에 따라 들을까 안들을까가 갈리는데 여름방학때 베트남 여행갈 생각이라. 메지로도 통역이라든가 도와준다고 했었고.. ..일단 신청해놓고 한국가서 더 추가하든가 빼든가 해야겠다. 목표는 헤르미온느.(*요즘 해리포터 너무 읽었다) 얼굴이나 머리말고 학업집중력만..orz 

 

8. 샤워하면서 진로에 대해 멍하니 생각하다가 좀 우울해지고 그랬다. 일단 한일 양국에 관계가 있으면서 사업적인 분야면 좋을텐데 뭐가 있을까. 한류나 식업계까지 이것저것 생각해보다가 멈추었다. 세상 일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니 지금 하는 작은 것 하나하나나 차근차근 해야지 싶다. 큰 배경을 그리고 그 안을 채워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아직도 뭘 해야할지 바라는 건 많고 길은 굽이굽이 멀어서. 그래도 닥치면 다 하지 않을까. 에구에구.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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