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니야 돌아오겠지. 거두절미하고 자전거가 사라졌습니다. 열쇠를 안 잠갔던 제 잘못이긴 한데 그렇게 낡고 바구니도 삐뚤어진 자전거를 집어갈 줄이야.. 목요일 즈음에 아무 생각없이 타고갔던 다나카 이치로(가명)씨가 우와 내 자전거 아니었구나!;하면서 도로 학교 자전거 주차장에 갖다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아니면 이치로의 세번째와 네번째 발가락은 영원히 무좀과 곰팡이와 글로 쓸 수 없을만큼 불쾌한 모든 해악이 함께하되 엄지발가락의 발톱은 영원히 살을 파고 들고 머리는 23살부터 벗겨질 것이며 이성하고는 죽을때까지 인연이 없는 그런 인생을 살게 되길 간절히간절히 빌겠습니다. 아 매일밤마다 돋아나는 혓바늘하고 알보칠을 매일매일 발라도 사라지지 않는 입 속의 빵꾸도 추가. 으득으득.

 

2. ...아무래도 해리포터를 너무 읽었나 봅니다. 전 1편 완성도가 제일 좋아뜸. 또 덕후같은 소리 늘어놓을 것같으니까 여기서 참을랩니다. 툴툴툴.

 

3. 알바 이력서 작성해야하는데 우우.. 어제 준비했던 한국에서의 일본문학 붐에 대한 발표랄지 얼개 정리랄지 등등등은 다행히 재대로 잘 했는데 그거 준비하느라 네시에 잤더니 머리 속이 어찌나 깨끗하게 포멧되었는지 1교시도 자고 2교시도 졸고 4교시도 제 발표 끝나고 졸기 시작하는 불상사가.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이 자전거 분실. 왁왁왁!! 돌아와야해ㅠㅠ 널 타고 카모가와 강변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질주할 생각이었는데, 12월에도 타려고 장갑도 챙겼는데ㅠㅠㅠ 뭐 안되면 사야겠지만서도..orz

 

4. 아 일본 문학 붐에 대해서 조사하면서 생각한 건데 전 진짜 그 붐 시기의 산증인이었쿠나 싶었어요. 일본 소설만 디립다 읽어대던 그런 시절이 있떠뜹니다. 하루키는 싫어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 글이 반짝반짝 빛나는 지라 하얀강 밤배를 타고 키친 구석지에 앉아서 암리타 마시는 것마냥 똘망한 얼굴로 티티새에 대해서 중얼거리기도 해뜹니다. 하루키는 싫어하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말고 안 좋아하긴 했었지만 딱 고교 시절에 읽어서 예쁘고 좋고 반짝거리고 가볍고 사락거렸던 그런 소설들이었어요. 그 시기에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당. 하루키는 싫어했지만.

 

5. 그리고 제 붐은 더블 무라카미를 스루하고 장르문학으로 이어집니다. 온다 리쿠빼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좋아했고 오쿠다 히데오 좋아했고 기리노 나쓰오, 다카무라 가오루등등등. 근데 저는 일본 소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 들어오는대로 도서관이 풍족해 아쌐ㅋㅋㅋㅋㅋㅋㅋㅋ 하던 똘끼발랄한 애라 몰랐는데 그게 하향세의 시작이었더라구요. 그래도 뭐 들어오긴 들어올 거고 맛잇게 읽긴 맛있게 읽을 거지만. 한국 돌아가면 좀 더 재대로 된, 그러니까 책 읽고 감상을 쓰는 책벌레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잊어버리는 게 너무너무 아까워요. 내가 그 책들을 읽으면서 느낀 감성은 스미듯 남아있을텐데 정작 헤집으면 건져올리는 게 없다는 건 무지 아쉽잖아요. 무엇을 숨기랴, 손도 팔짱도 죄다 왼쪽이 위로 올라가 인생을 이미지로 살아가는 좌뇌 발달형 인간입니다'ㅅ'-3

 

6. 한국가면 고딕 문학 전집이었는지 뭔지 그거 다시 읽어볼래요. 서른 네개의 하얀 이..는 포우였고 누구냐 그 목걸이 쓴 것같은 놈. 아니 님. 아 오를라구나. 괴기 환상 하아하아. 고교쿠 나츠히코 한국에 나왔다고 했더니 겨스님 반응이 대번에 '그거 번역하기 어려울텐데..' 여서 좀 뿜었어요. 그러고보니 손안의책 블로그 가면 본편 열 줄에 해설이 서른 다섯줄이었지.. 항설백물어나 백기도연대는 자연스럽게 스루했구나 낰ㅋㅋㅋㅋㅋㅋㅋ 제일 좋아하는 건 제일 처음 읽은 망량의 상자지만요. 으으 책 이야기하니까 책 읽고 싶다.. 시귀시귀시귀.. 세계문학전집도 읽어보고, 남아있는 북리스트 20권도 읽어보고. 

 

7. 여러가지로 내친김에 내친김에 내친김에 같은 요즘입니다. 너무 골몰하지 말고, 너무 집착하지 않고, 너무 발 동동 구르지 않고 살도록 적당히 노력할래요. 바뀌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한 타입 쉬고 천천히 하는 편이 나에게나 남에게나 이롭겠쿠나 싶어집니다. 드힝드힝. 아니 머리 속은 꽃 속 맞아요 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8. 좋아하는 것들이 무지하게 많아서 돌아갈 날도 기다려지고, 아마 여기서 볼 수 있는 좋아하는 것들도 무진장 많을 테니 맘 편히 먹고 내년까지 알차게 지내다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러고 또 절반은 잉여로 보낼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마음가짐이라도 밝게 먹자 이거지요.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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