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학교 때였는지 초등학교 때였는지. 길거리에서 일본어 책(아마 원서였지 싶다)을 읽으면서 가는 언니들을 보고 우와 신기해..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러워했던 것같아요. 나는 한개도 모르는데 어떻게 외국어를 읽을 수가 있지? 하고. 그로부터 십년이 될까말까하게 지나고나서는 저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참 사람 앞날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 안개같고 구름같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렇게 하얗게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가까이 와보면 시야는 확 트여있고. 멀리서보면 참 멀어보이는데 가까이 와보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라던가, 혹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라거나 하는 것. ..왜 이런 개똥철학같은 소리를 하냐면 어릴 때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도쿄가 이렇게 만만해질 줄은..orz
2. 통상 세번째 도쿄여행이었고 거의 유일하게 재대로 즐긴 도쿄 여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면 전 저질이거든요! 저질에 저질에 저질을 쓰고 쓸모없음에 불량품표지까지 붙여도 부족하다고 검사원이 화내며 즈려밟을 수준의 즈으으으으으질 체력이거든요! \
3. 제 첫번째 도쿄여행은 밤도깨비 여행이었고, 징어와 은영이에게 설명했던 그 여행의 감상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도쿄 윤이랑 여행갔었잖아? 근데 밤도깨비 여행이었어. 1박 3일이니까 자는 시간이 없잖아. 근데 같이 간게 나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넹 그렇습니다. 이케부쿠로와 아키하바라, 우에노 공원 한번씩 가주고 그대로 침대에 터치다운했었던 3일짜리 여행.
4. 그리고 제 두번째 도쿄여행(지난 8월 말)의 여행은 또다시 윤이랑 같이 갔었..다기보다는 도쿄에 살고 있는 윤네 집에 일방적으로 놀러간 거였는데 둘다 영화는 겁나 좋아하며 둘다 겁나 인도어파이다보니 그 두번째 여행, 10박 11일의 여행은 대략 .. 설명하기도 귀찮다 그냥 집구석에 박혀있었습니다. ..돌아다니긴 했죠, 카마타역 주변의 돈가스집이랑 초밥집이랑 초밥집이랑 초밥집이랑.. 10박이나 묵었는데도 도쿄까지 나간 적은 한번이던가 두번이던가, 그저 먹고먹고먹고 보고보고보고 또 보고. 케익, 초밥, 회전초밥, 과자, 술, 술, 츄하이, 등등등등.
..변명을 하자면 그 때 이미 세번째 도쿄여행이 정해진 상태였지말입니다. "으- 도쿄 어차피 또 올거고 애들이랑 돌아다닐텐데 그냥 푹쉴래?" "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에 술먹자"
5. 그리고 이번 5일간의 도쿄여행. ...5일이나 있었나 싶네요?; 이번 여행의 다른 점은 여행다니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같이 있었다는 거고 이 친구들이 중딩때부터의 베프라는 거였고.. 뭐 기타등등 기타등등. 겁나 돌아다니고 겁나 보고 겁나 지치고 겁나 재밌고 그랬습니다.
첫날 - 요코하마
요코하마 걸어서 탐방. 전체를 샅샅히 흝고 호빵맨 박물관부터 시작해서 중화가, 외국인 거리, 아카렌가, 킹잭퀸탑등을 완전 재패. 그러나 걸어서 탐방. 랜드파크 불이 겁나 예쁘고 관람차가 무시무시하게 예쁘고 야경도 예뻤으며 길에서 묘기 부리던 아저씨의 입담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으아 이건 사진 하나도 안 찍었구나.. 남들이 보든말든 박수치고 소리치며 흥이 쩔던 한국인 네 명.
이날은 너무 지쳐서 츄하이 한잔만으로 끗.
둘째날 - 오다이바\
이날부터 본격적인 큰웃음 빅재미. 누구냐면 일본인들에게(...)일본어 못하는 친구 둘이 알고 있는 일본어가 싹싹 긁어서 "마이고데스 카마타에키 츠렛텟테 구다사이(미아입니다 카마타역까지 데려다주세요)" "오카네 아리마센(돈 없떠여)" "코코와 도우얏테 이키마스카(여기는 어떻게 가나여)" "코코와 도코데스카(여기는 어디인가요)" ...였는데 어느 순간 둘이 장난치면서 익힌 일본어가
"오카네 다세(돈 내놔)"
"다마레(닥쳐)"
"도이테(비켜)"
..였던지라..
지하철에서 시계달라고 토케이 구다사이를 연호하다가 징어를 향해 다세!를 일괄하는 순간 옆자리 일본인 언니는 웃음 빵 터지고.. 한국인은 부끄럽고.. 그러거나 말거나 둘은 도이테 도이테! 다마레 다마레! 이러면서 꿩강하게 놀고 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다가 허리 꺾이는 줄 알았지라.
이 날은 맥주와 츄하이와 베일리스 밀크. 1리터 우유를 홀랑 다 비우고 K.O.
셋째날 - 아사쿠사
사람많아, 겁나 많아, 진짜 많아.. 교토 신사가 더 좋다고 자랑아닌 자랑을 하고 친구들은 동감아닌 동감을 해주고. 신사에 감도는 그 분위기가 없었어요. 이거슨 마치 도떼기 시장..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랬나. 북적거리는 와중에 외국인도 엄청많고. 재밌는 거 많이 봤는데 슬슬 컴퓨터 반납할 시간이 다되가므로 또 다음기회에. 그리고 이 날 저녁 들린 북오프에서 영화 팜플렛을 산더미처럼 발견하고 저와 윤은 둘다 정줄을 놨습니다.
이 날은 소소하게 츄하이로 건배하고 다같이 쥬라기공원 시청.
넷째날 - 에비스, 이케부쿠로
에비스는 예쁘고 돈 많은 거리. 하지만 쇼핑은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에서. 여자들이 가득한 거리를 쏘다니는 동안 징어는 죽어나고, 지름신이 사이좋게 강림하사 모두다 사이좋게 파산. 저녁은 카레야에서 김치소고기동. 다른 애들도 뭔가의 동을 먹음. 아 징어는 카레.
이 날은 집에 가는 날이라 패스. 동먹고 나와서 다들 차 출발하는 10시 40분까지 도쿄역에 있어줬습니다. 고마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