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매는 2001년, 처음 만난 것이 2003년의 3월 15일 새벽 3시쯤. (일기에 써놔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한달이 지나고 거짓말처럼 일본어를 하게 만든 이 게임. 구라같은데 진짜입니다. 성우덕이 된 탓도 있었지만 어울리지도 않는 사전을 쥐고 수십번씩 돌려들어가면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 헤매게 했던 이 게임이 아니었으면 전 지금 여기 없었을 거에요.
2. 교토로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아무 생각없이 패션 플라워를 들었다가 또 울 것처럼 되서 결국 재 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한참 초반의 동료를 모으는 부분입니다만 적어도 8년 가까이 플레이 했던 기억이 없는데도 정답지를 술술 맞추는 손에 경악. 처음 게임했을 때는 정말로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고 (당연히 후커등도 없었으므로) 열심히 번역하고 고민하면서 했는데, JLPT 1급도 있고 일본에서 대학 수업을 받을 수 있을 정도까지는 일어가 능숙해진 지금은 99%는 편하게 알아들으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 플레이할 때 2장에서 세이브하고 그 데이터를 계속 썼었던지라 초반 부분을 알아들으면서 진행한다는 게 참 신묘한 기분이네요.
3. 그리고 여전히 여전히 여전히 죽을만큼 사랑스러운 플라티나. 제 취향은 10년이 넘어가는 덕질 생활동안 여러 최애캐를 사랑하고 또 아껴왔습니다만 어느 정도는 일변도가 있었습니다. 상냥한데 강한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꺾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나. 플라티나, 딘, 티에리아등등 죄다 그랬죠. 예외도 물론 많습니다만. 확 약하던가 아니면 상처범벅이 되어도 이를 깨물고 강해지려고 애쓰거나.. 그런 모성애를 자극하는 캐릭터에게 약한가봐요, 저는.
4. 좀 아쉬운 게 있다면 정말로 좋아하는 치쨩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완벽한 플라티나 왕자님의 목소리가 본편 플레이중에는 듣기 어렵다는 것..orz 제 베스트 플라티나 보이스는 패션 플라워에서였는데 이 게임에서는 살짝 다르거든요. 치쨩도 일찍 성우 연기를 시작했다고 하니 딱히 서툴러서였다기보다는.. 아마 게임과 시디의 해석이 달랐던거 아닌가 싶습니다. 게임에서는 조금더 낮고, 느리고 침착해서 왕자로서의 기품이나 당당함이 앞선다면 패션 플라워에서는 살짝 톤이 가벼워져서 아아, 플라티나는 병악한 몸이었지.. 하는 걸 먼저 느끼게 되거든요. 어느 쪽도 제 왕자님입니다만. 음 저는 후자 쪽 연기가 더 좋았어요. 패션 플라워에서 제이드를 향해 웃음을 터트리던 플라티나의 목소리를 들었던 순간에 이미 게임 오버같은 느낌. 미스틱 노드에서도 겁나 좋아했지요..
5. 여튼 8년 만에 대화를 전부 이해하면서 플레이하는 아포크리파는 또 색다른 느낌입니다. 그 때처럼 절절하게 애쓰고 노력하면서 이해하고 알아듣고 싶어하고, 한문장한문장을 번역해보고, 그래도 모르고, 그래도 좋고..그렇게 애써가면서 플레이하는 일은 이제 없겠죠. 그게 오히려 아쉬워집니다. 제 청춘이었어요. 정말로.
6. 그리고 주는 것없이 사랑스러운 플라티나 님만큼 주는 것없이 얄미운 제이드. ..플라티나에게 순수하게 애정을 느낀다면 제이드는.. 시작부터 숨이 턱턱 차오릅니다. 저 이 게임 플레이하고 나면 분명 Answer 들으러 갈 거에요. 제 성우덕질의 시작이었던 저 시리즈. 그 빌미를 제공한 제이플라.
7. 저는 "용서한다"를 먼저 택했었거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