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 속에서 같은 말이 빙빙 돌 때가 있어요. 책에 나오는 부분이라면 책을 뽑아서 읽어야 사라지고, 영화의 장면나 노래의 가사라면 같은 부분을 반복한 것처럼 맴맴 돕니다. 어린 시절 읽은 동화에서부터 수업시간에 배운 철학적인 문구까지 다양해요. 그렇게 도는 구절이 입안에서 바슬바슬 부서지는 느낌이 사랑스러워서, 딱히 해소시켜야될만큼 조바심나는 문구가 아니라면 언제까지나 슬금슬금 입안에서 맴돌게 내버려두는 경우도 많아요. 지금 쓴 제목은 거기에 해당합니다. 네 손 끝이 떨리고 있었던 것을 언제까지나 잊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사이에 잊어버렸어. 야마시타 토모코. 터치 미 어게인. 이 분의 BL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감성이 물에 젖은 것처럼 뚝뚝뚝 떨어지고 있는게 사랑스러워요.

2. 그 것과 별개로 맴돌고있는 건 Glee, 레이첼 베리의 Get it right에서 what can i do when your good isn`t good enough. 당신의 최선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요? 
그런 걸 생각하면 같은 곳을 뱅뱅 도는 미아가 된 기분이라 불안해지는 요즘입니다. 아마 그렇게 깊게, 심각하게 ㄱ민할 필요가 없나는 걸 알아요. 사람들 대하는데 결벽적일 정도로 구는 것도 제가 아직 어리고 못나서 그런거다 싶고. 선을 하나 넘으면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는 있을텐데, 만사에 진지하고 우울한 성격이 그걸 안 놓아줍니다. 좋아하는 것만 보고 살 수 없을 바에는 세상 전부를 좋아해버리고 싶은데, 이 것조차 물러터진 생각이겠지요, 알아요..

3. 오늘은 대학 친구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또 즐겁게 보고 와서 안절부절하고, 걱정하고, 내장이 입으로 올라올 정도로 긴장했던 건 전혀 상관없구나 싶어졌는데.. 만날 때는 즐겁더라도 그 만나는 순간까지 울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고 있는 게 슬퍼져요. 가까이가면 아무 것도 아닐텐데, 왜 그렇게 불안해하도 떨고 슬퍼하고 그럴까요. 그러다가 또 멀어질텐데.

4. 뭐 그건 그렇다치고, 인간이 가장 센티멘털해지는 새벽 두시 경이니 진지하게 덕스러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여러분 글리 보세요 두번 보세요. 세번 보셔도 됩니다. 특히 커트 험멜을 사랑하세요. 제 커트 사랑이 얼마나 뻐렁치냐면 전 지금 심즈 3을 플레이하면서 여주인공의 첫 딸 이름을 메르세데스로 지었고 그 애 상상의 친구이자 장래 남편으로 점찍어놓은 아이 이름이 커트긔. 물롱 애들 성이 윈체스터라는 시점에서 또다른 뻐렁치는 덕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영. 묵념.

5. 노래들도 좋고 해서 열심히 봤습니다. 노래도 노래인데 제가 지금 가장 사랑하는 건 커트가 핀이랑 세레나데 짝이 되었을 때, 자기 이름이 불리는 순간에 그 확 밝아진 표정, 쫑긋거리는 귀, 상기된 뺨, 커다랗게 열린 눈, 들떠서 웃고 있는 입, 그 표정이 안 잊혀져요. 핀과 친해지고 싶어서 그 어머니와 아버지를 연결하지만 아버지가 자신보다 핀을 우선시하자 전면 철회하고 싶어하는 어린아이같은 감성에서부터, 퀸에게 상처입고 나면 나에게 기대 울거라고 기대하는 냉정함, 레이첼에게 창부같은 옷차림을 하게 만든 '여자같은' 질투심, 그리고 프롬 퀸 때에 울며 뛰쳐나갔다가 돌아온 모습까지 하나하나가 너무 예뻐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딘도 그렇고 티에리아도 그렇고, 저는 상처받을 상황에서 꿋꿋해지는 애들을 좋아하나봐요. 물론 ㅣㅁ형이 중요하죠. ..orz

6. 커트의 노래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rose`s turn. 화나서 소리치는 목소리가 좋습니다. 그밖의 노래는 역시 디파인 그래비티. 글리 전곡중에서는 may be this time하고 get it right네요. 마음이 절절해지는 노래라. 가끔 남자들 세상이야! 하는 퀸의 짜랑짜랑한 목소리나, 머리 위로 L자를 만들어야할 것같은 loser like me도 울려퍼집니다. the boy is mine도 좋고.

7.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감정이 좋아요. 심장에서부터 퍼져나가서 몸 전체를 노곤하게 만듭니다. 제가 이야기 책의 주인공이나, 영화나, 드라마나, 만화같은 걸 좋아하는 건 아마 제가 그 전부를 보고 느끼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일거에요. 제멋대로인 해석을 붙여도 좋고, 아름다운 순간에서 끝난 이야기는 거기서 멈춥니다. 사람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가장 아름다운 단면을 드러낸 풍경 앞에 멈춰서서 그것들을 샅샅히 읽고, 느끼고, 사랑하는 게 좋습니다. 그 때의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Posted by 네츠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