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미가 기록인 이유가 딱히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글을 나중에 읽어보는 걸 좋아해서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페북도 여전히 쓰겠지만 거긴 사진 위주니까 여기에다가도 앞으로 충실히 쓸 생각입니다. 음 이래저래 왕창 지나가버렸습니다만서도. 일단 생활 보고부터.
2. 일본에 오고 4개월? 5개월? 3월 말에 왔으니 4개월이네요. 시간 참 빨리간다 싶습니다.일본 교토의 모 여대로 교환학생으로 왔고 jasso 장학금이었나 제네시스 장학금을 받고 온 거라 비용은 굉장히 덜들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집에서 부담하는 건 한국 대학교 등록금+여기 기숙사비고 나머지는 매달 장학금 4만엔을 생활비로 받고 있어요. 원래는 8만엔인데 둘이 나눠서 쓰고 있어서 4만엔입니다. 자전거로 다니고 외식도 별로 안하는 편이라 월 2만~2만 5천엔정도로 생활이 가능합니다. (달에 외식 2,3차례를 제외하면 더 줄겠지만 타베호다이나 노미카이는 꼭 가는 편이라서요) 나머지 돈은 싸그리 저금. 3,4,5,6,7월 5개월간의 장학금과 처음 도착해서 받은 준비금, 그리고 한국에서 들고돈 46000엔까지 -예전 도쿄 여행갔었을 때 남겨놓은 금액이었습니다- 들고 왔었는데 여름에 한국에 잠깐 돌아가게 되어서 저금한 돈을 싸그리 뽑아보니 18만엔이 나왔습니다. 핸드폰비랑 보험료 지급을 위해 남겨둔 12000엔은 별도. 2학기 기숙사비가 대략 22만엔이니까 그냥 이걸로 납부할까 생각도 했지만 일단은 한국에 가지고 가볼 예정입니다. 엔화가 연말에 좀 더 떨어져준다면 지금 한화로 전환해도 될 것같은데.. 지금보니 또 강세가 어쩌고 하고 있네요. 여튼 선물산다든가 그런데 돈좀 쓸 것같아요. 가족 보고 싶긔. 기숙사비라든가 그런거 생각하면 한국 돌아가는게 참 아깝다는 생각이 뭉실뭉실 들긴 하는데.. 으으 아니에요 가족 보겠습니다.
3. 여기와서 향수병을 전혀 안느꼈던 게 놀랍다면 놀라웠어요. 딱 3개월지나고부터 일상에 적응되고 슬슬 지쳤을 때에는 가족보고 싶다는 말이 우르르 나왔는데 그 파동이 지나간 지금은 또 잠잠합니다. 가족을 만나는 게 기쁘긴 할 텐데 뭐랄까.. 음, 잘 모르겠어요. 변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결국은 변하는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이렇게 태연한건 1년짜리 짧은 외박이라 그렇겠지만 나중에 나이를 먹고 독립을 하게 되면 그 때도 이렇게 덤덤하게 무언가를 내려놓게 될까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지만 사회의 흐름에서 제가 딱히 거부하고 나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려놓고 또 받아들이고, 그렇게 바뀌는 게 섭리인가 싶었어요.
4. 니죠성, 우즈마사 영화마을, 기온 마츠리 두번, 아오이 마츠리, 시모가모 신사와 타다쓰노모리, 헤이안 신궁, 교토 현대 박물관, 토우지, 니시데라, 신센인, 니시혼간지, 히가시혼간지, 라죠몬 터, 롯카쿠도, 세이메이 신사, 또 어디더라.. 여기저기 참 많이 구경다녔습니다. 테라마치는 바로 집앞이라 그냥 테라마치구요. 여기에는 혼노지사변에 나오는 그 혼노지도 있습니다. 신 혼노지고 오다의 죽음때 불탄 혼노지는 터만 남아있고 위치도 여기가 아니지만요. 가마 지는 것도 실제로 봤고, 볼 거리가 참 많았어요. 교토는 옛날 일본의 정서가 남아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문화에 대한 흔적은 참 많습니다. 그 때문인지 외국인도 엄청나게 많고요.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곳이라는 느낌이에요. 물론 거리마다 하나씩 있는 신사나 절과 거기딸린 나무+물때문에 다리가 남아나질 않습니다. 이 놈의 모기들^^
5. 대학생이라기보다는 대학교의 손님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학교도 설렁설렁 다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많이 놀고 많이 구경다니는 게 남는 거다 싶어요. 여기와서 아쉬운 거라면 밥을 제 손으로 지어먹어야한다는 것과 죽었다깨어나도 한국어책을 읽는 속도로 읽을 수 없는 일어책만 주변에 가득하다는 것. 일본인과 접할 기회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고 대학에서 친구를 사귄 정도라 일본 사람의 생태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확실한 건 일본 사람들은.. 남한테 피해를 끼치기 싫다는 성향이 너무 강해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해요. 전국 바사라(지금도 물론 좋아합니다)같이 역사적 사실을 거의 희화화까지 할 수 있는 가벼운 성향이 담대하다고 느꼈었는데, 반대로 이 나라에서는 우익이든 좌익이든 역사적 사실, 정치적 사실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 진지하게 탐독하는 것을 절대로 하지 못합니다. '모난 돌은 정맞는다'라고 하는데 무시도 그런 무시가 없다 싶어요. 한국은 한국인의, 사람들의 여론이 모이고 좋든 나쁘든 그 이야기와 토론들을 통해서 무언가가 결정나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다보니 이렇게도 주변에 관심이 없는 건 얼떨떨한 걸 넘어서서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막고. 아무 문제 없다면 그걸로 좋을지 모르겠지만, 계급 아닌 계급이 있는 느낌이에요. 이쪽과 저쪽의 소통자체가 없으니까. 사회적으로는 병들게 만드는 성향이 아닌가 싶은데.. 폐쇄된 문화에서 대립보다는 조화를 중시하며 살아온 일본민족이니만큼 외부인인 제가 뭐라고 할 건 못되겠죠. 하지만 확실히 유토리 교육이 빌어먹을 것이었다는 건 알겠습니다. 느긋하게 교육시키고 창의력을 발전시키자는 교육이었다더니 느긋하게밖에 없어요.
6. 자기계발이나 그런 데에는 취미가 없는 대신에 여기 학생들은 서클활동에 매진합니다. 대회, 인터하이 그런 거요. 한국에서는 그게 소수 학생들의 엘리트 체육이었으면 여기서는 대체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도 서클활동에 열을 올립니다.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악기 연주라든지 운동이라든지. 슬램덩크에서 그렇게 확실하게 인터하이를 외쳤던 이유를 알겠어요. 실제로 그런걸요 뭐. '고교데뷔'에서 처럼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고나서 연애의 세계에 데뷔하는 것도 흔한 일이었습니다. 서클활동/연애(혹은패션)/오타쿠로 나뉜다는 느낌.
7. 오타쿠가 한국보다 흔하긴 한데 그렇게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저렇게 노는 애들도 있지'같은 분위기에요. 뭐라해도 일본, 니죠 성에서도 원피스 굿즈가 보이는 나라라 만화에 대한 인식은 가볍습니다. 역으로 버라이어티같은 게 그렇게 위치가 크지 않은 것같아요. 아니 작은 건 아닌데 한국의 무한도전처럼 모두가 알고 발을 구르면서 웃는 게 아닙니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프로그램도 못보긴 했지만. 아라시나 smap같은 국민 아이돌이 유재석 강호동같은 느낌 아닌가 싶네용.
8. 일본보고는 이쯤으로 하고 음.. 아 맞다 이쯤으로 하기 전에. 일본에 와서 지진을 느꼈습니다. 무려 진도 1(..)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덜걱덜걱하길래 놀랐어요. 느끼지 못한 사람도 많은 것같습니다만. 교토는 일본 내에서도 지대가 안정적인 곳이라 지진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9. 인터넷 회선이 근 한달간 별로 좋지 않아서 슈내 복습에 빠져있었습니다. 1시즌부터 다시 봤더니 딘이 귀여워서 미칠 것같아요. 자전거로 까맣게 탄 제 왼손에는 딘반지 흔적이 안타고 희게 남아있지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더 Jerk였다는 것도 인정합니다만(...) 생각하는데 딱히 2시즌의 진 에피에서 나오지 않았어도, 메리의 죽음- 헌팅이라는 요소가 없었다면 샘과 딘은 엄청나게 사이나쁜 형제가 되었을 것같아요. 딘이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을 가질 일도 없었을 거고 그럼 자연스럽게 엄마를 두고 싸우는 형제가 되었을 거고, 메리가 다정하게 돌봐줬다면 어릴 때는 사이가 좋았겠지만 둘다 근본적으로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보니 사춘기 들어서면 여느 미국 고딩 중딩과 같이 쟤 계집애같다고 씹고 형은 머리가 비었다고 경멸하는 그런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요. 물롱 그러다가도 형제 쌈나면 다른 쪽이 달려가 패주는 형제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진 환상에서 새미도 그러잖아요. 형이 여전히 내 형이니까 나는 따라간다고. 아우 귀여워라.
10. 9월 23일이 시즌 7 첫 방영일이었나요. 한국에서 언제 일본으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9월 초에 오든가, 말에 오든가.. 8월은 성수기니까 지나서 올듯) 어느 나라에서 보든 배는 퐁퐁하니 부를 것같습니다. 왜 일본까지 왔는데 슈내에 미쳐있어서 굿즈덕질을 못하고 한국을 가는 걸까요..ㅠ
11. 한국에 가는 날짜가 8월 6일인 고로 8월 7일의 버퍼링도 갑니다. 끈질긴 덕질 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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