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rsut you.
네가 가르쳐준 노래는 지금도 이 마음 속에서 그 상냥한 목소리로 울려퍼지고 있어. 

88 올림픽의 손에 손잡고 동영상을 보면서 울었던 때가 있어요. 가슴이 벅찼습니다.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지만 그것과 엄청 닮은 느낌.
지금보다 콩알만치 더 어렸으면 투정부렸을 겁니다.

왜 눈 앞에 이렇게 아름다운 게 있는데 그 걸 집어올리지 못하는 거죠? 하고.

중학교 시절 전부, 그리고 아마 고등학교 들어서까지도 저는 도덕책을 믿었습니다. 별로 그 이후에 탈선했거나 그랬단 소리가 아니라 진정 세상은 아름다운 거고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사람은 더 아름다워질 거고 더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서로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영화나 만화 속에 나오는 평화로운 세상을, 아름다운 세상을 진짜 믿었습니다. 제가 보아온 세상은 그랬거든요. 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이고, 저는 제가 원해서 제 공부를 했고, 제 진로를 선택했고,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안맞는 애들은 아웃 오브 안중. 누군가를 욕하는 일도 없었고 다른 사람때문에 힘들거나 괴로워한 적도 없었어요. 제 자신이 싫어지거나 사춘기 여자애다운 고민으로 울면서 잔 날도 있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써놓고 보니까 대단하구나.. 지금도 얼마간은 믿고 있어요.
 
노래는 아름다운 것을 보여줍니다. 상냥한 세상을 이야기해줘요. 이게 현실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또 투정부리고 싶어지는 제가 있습니다. 이런 저를 잊어버리게 되는 날이 무섭기도 하고, 지금의 어린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그런데 아직도 믿고 싶어집니다. 이런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하고. 아름다운 것들과 좋은 것들을 믿고 싶다고. 세상물정모르는 소리인데도 아직은 포기할 수가 없네요. 나중에 들춰보면 또 중학교 2학년의 흑역사(..)를 n년째 지속하던 시절이라고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세상물정 모르고 큰 탓인지 딱히 에반게리온의 인류보완계획에 걸려든 것도 아닌주제에 저는 지금도 사람 사이에 경계를 긋는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 보여주면 되는지, 어디까지 다가가면 되는지. 체면이나 예의의 범주 안쪽인 건 어디까지인지. 그래서 다가가는 건 무서워요. 엄청엄청 좋아하는 사람들도 멀리서 바라보는 게 편합니다. 어디까지가 허락된 선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내가 좋아한다고 상대가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주는 건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받는 건 받는대로 무서워요. 나로 괜찮겠어요? 하고.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도저히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지금도 좋아하는 친구들은 그런 것들을 떠올리기 전에 친해진 중고등학교때의 친구입니다. 대인관계쪽으로는 그냥 반쯤은 포기하고 반쯤은 즐기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것도 신경 안쓰게 되는 날이 올까요. 사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는 쪽이 좋긴 할텐데.


쓰고나니 말 그대로 중학교 2학년을 N년째 지속하고 있는 흑역사의 일부같은 글이라 백화시켜둡니다. 비공개가 나았을까나..orz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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