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오고 근 3개월만에 재대로 쓰는 것같은 블로그 일기. 교토까지 기어들어왔으되 일상패턴의 변화는 눈에 코에 찍어바를 만큼도 눈꼽만큼도 없었습니다(당당) 한국어가 좀 이상해지긴 한 것같아요..orz 맨날 일본어로 말은 하는데 쓰지는 않았던 3개월. 안그래도 리딩과 카키에서 약했었는데 죽어라 듣기말하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공부 하긴 해야되는데 음. ..하긴 하려나 진짜.
2. 격조했습니다. 멀티태스킹이 전혀 안되는 인간이라 페이스북에서 노느라 블로그는 완전히 방치. 페북과 싸이월드는 하면서 얼굴 공개하고 수다떨어댔더니 덕질할 사람이 없어 외롭기는 참 강같이 외로웠습니다만.. 매일이 바쁘기도 바빴고, 볼 것도 많고 해서 미적미적 하다보니 매일이 스르르 흘러가더랍니다. 그런 것치고는 기껏 일본까지 건너온 주제에 빠진 장르가 슈퍼내츄럴이자 빠진 인물이 THE DEAN 인 관계로 도무지 일본에 온 메리트가 없었습니다. 영어로 대사치는 티에리아도 못보겠고 일본어로 말하는 딘도 못듣겠다, 어쩌지(...)
3. 문화 차이같은 게 해외에 나오면 섬세하게 확 다가와서 엄청 재밌어요. 상대와 나의 거리라든가 말하는 거라든가, 상대의 문화를 이미 인지한 상태에서 더 신경쓰게 되는 것들도 있고. 그런 걸 신경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매일 먹고, 닦고, 요리하고, 세탁하고, 학교가고.. 그러는 하나하나가 죄다 전투에 가까워서 퀘스트 소화하는 기분으로 3개월은 즐겁게 보냈는데 슬슬 익숙해지고나니까 귀찮음이 몰려옵니다.
4. 일본에와서 그런건지 밖에 나가서 그런건지, 이 나라의 아저씨들은 기본적으로 마초가 참 많아요. 타인에게 배려를 바닥에 깔고 산다는 게 일본인이라카더랍니다만 그런만큼 모난 돌들은 튀어보이는 느낌이라, 어리고 안경낀데다 순해뵈는 여자애라는 이유만으로 시작부터 말 허리 잘라먹고 들어오는 사람을 오늘로 세번째 만났습니다. 딱히 외국인이라는 걸 알아서라기보다는 '어린 여자애'를 아저씨가 보는 순간의 모든 마초이즘들이 펑펑 폭발하는 느낌. 개새끼야를 외우면서 웃고 넘어가고, 잊어버리는 게 제일 속편하긴 한데 일전에 도로에서 내려가라고 소리지르는 아저씨한테는 저도모르게 우루세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쫓아올까 무서워서 자전거타고 취긴했지만 차라리 한국어로 닥쳐 이새끼야 해줄 것을. 왜 한국어가 먼저 안나왔나 모르겠어요.
5. 아 3개월간 마초즘 아저씨는 딱 세분 뵌 거니 그렇게 많은 거라고는 생각 안합니다. 그냥 뭐랄까 여기도 사람사는데구나 싶어지더라구요. 딱히 일본에 환상을 갖고 있던 건 아니었는데, 여기서도 외로운 사람은 외롭고 껄덕대는 사람은 껄덕대고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싶어져서. 세상이 넓어진 만큼 생각하고 고민해야할 것도 확 늘어난 느낌입니다.
6. 이런 이야기는 대충 쓰고 집에 돌아갈 때 한 번 더 쓰기로 하고, 여전히 붐인 건 슈퍼내츄럴. 6시즌이 그런 식으로 끝나고서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같은데 몇 개월이 흘렀네요. 저는 (예전에도 말했지만) 전개를 그냥 웃으며 봤던지라 진심으로 화내는 사람이 소수인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다는 걸 깨닫고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더블오는 극장판.. 아니지 2기 후반부부터는 아예 원작 전개를 포기해야했단 말이에요. 지금도 티에링은 제 최애고 꽃에 뒤덮힌 건담을 보며 두근두근 웃기도 했고 나름대로 감동을 받은 부분도 많았고, 또 좋아하는 부분들은 여전히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감상은 저만의 것입니다. 보고 까고 욕한다면 그래도 좋아요., 남이 이 작품을 깐다면 절대로 실드 안 칠 거고요. 여튼 그런 진지한 전개가 베이스인데도 헛점이 펑펑 있는 더블오(애정입니다, 어디까지나)에 비해면 슈내는 호쾌하지 않습니까. 스토리가 산으로 튀고 강으로 튀어도 어쨌든 좋아하는 것들은 거기 있었단 말이에요. 마지막은 형제의 로드 트립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ㅆ었고, 그게 안된다면 그냥 내 뇌내망상으로 행복하게 살아라, 그런 기분이었고. 그래도 역시 원작의 무게는 큰 걸까요, 으음..
7. 하기사 저도 중반즈음에 윈체스터 형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캠벨 가 사람들을 죽일 때 철렁했던 게 있었어요. 죽여서라기보다는 죽인 후의 받아들이는 자세가 그랬거든요. 분명 슈퍼내츄럴한 것에 희생당한 사람보며 슬퍼했던 애들이 아무리 자의가 아니었지만 사람을 죽여버렸는데 태연한 얼굴이랄까 너무 가볍게 넘어가서. 새뮤얼을 죽이려고 한 건 분노가 있었으니 이해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으우. ..그런 사소한 것들에도 마음이 덜컥거릴 수 있으니 작품 전개나 캐릭터 변모를 생각하면 화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으음, 그래도 7시즌 시작되고서 생각해보렵니다. 안그래도 전개에서 형제들이 더 잔인하게 변한다카던데, 악마 고문좀 그만해라 얘들아.. 우우.. 캐스쨔응도 데려와야하지 않겠니.
8. 슈내를 보면서 딘을 참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었는데 그 애정이 젠슨 애클스에게 튀었습니다. 외모에는 도무지 감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저도 예쁘다는 걸 알 수 있는 그 외모도 외모고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목소리도 목소리! 친구 추천으로 봤던 배트맨과 레드후드의 애증이야기(*다르다) 영화는 달아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초반부터 조커한테 얻어터지던 그 감질나게 섹시한 남자애가 젠 보이스일래나~ 하고 기대했는데 아니라 실망했더니, 영화 전체의 주역급이었던 레드후드 보이스가 젠이었어요! 게다가 동일인물이었고! 살짝 미쳐있다는 부분은 좋아질지 안 좋아질지 모르겠는데 애가 그렇게 분노로 맛이 간 상태에서의 젠슨 연기가 아주 그냥.. 분노가 아니라 슬픔이 두드러지는 절규라 참 좋았습니다. 이런 변태라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린 로민의 그 타이즈도 없는 쫄팬티 의상은 변태인 것같으니 변태인 팬이어도 괜찮을 것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레 작문?
9. 다크엔젤을 봐야하나 고민도 좀 했는데, 배우가 즐겁게 찍지 못했을 작품이라는 걸 생각하니 영 망설여져서 손이 안 가더라고요. 그래서 대신 최근에는 영화들을 신나게 봤습니다. 젠 작품말고 그냥 영화들이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몬스터 주식회사, 인 크레더블, 니모를 찾아서, 업!, 박치기, 헤드윅, 아이엠샘, 마더, 공동경비구역 JSA, 쉬리. 또 몇편 더 봤는데 까먹어서 패스. 옛 명작들의 재탕같은 느낌으로 주우욱 봤는데 달고 쓰고 좋고.. 가장 좋았던 건 UP! 이었어요. 픽사 영화중에서 안본 게 니모와 업뿐이었는데, 니모는 조금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던 반면 업!은 시작 5분부터 울기 시작해서 내내내내내내내내내 쳐울다가 영화가 끝났습니다. 토이스토리 3에서 보고 울었던 느낌을 그대로 받았어요.
새삼스럽지만 픽사는 화면의 이동을 예전부터 참 잘 쓰는 것같아요. 롤러코스터가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스펙터클하게 화면이 움직이는 그런 장면들 있잖아요. 모든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옵니다. (사실 모든 애니메이션들에 어느 정도 있..는 것같지만) 3D로 구현했을 때 관객이 몰입하기 참 좋을 것같긔.
10. 3D는 (가격때문에)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바타는 참 좋아했었어요. 제이크가 아바타가 되어서 흙 위에서 발가락을 구부려보던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의 자유, 그게 어지나 선명하게 와서 박히던지.
11. 으으 영화보고 싶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일본어 자막으로 볼 생각이(엄두가) 안 나서 못 보고 있습니다. 영화관가서 팜플렛만 사왔어요. 나중에 윤을 위해서라도 번역 좀 올려야하나 생각중. ..하긴 해야겠지요,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