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니? 그러면 옛날 이야기를 해줄까, 내 아가야.
내가 너처럼 어린 눈동자를 갖고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야. 그 때도 나는 밤처럼 까맣고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진 미인이었단다. 그럼,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웠지. 그러나 내가 사람들 가운데서 가질 수 있었던 건 질시와 저주가 어린 눈빛밖에 없었어. -어린 너는 모르겠지만- 어리석은 인간들은 자신들과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않거든.
수백년 전이나 지난 과거의 이야기들이 흔히 그러하듯 내 기억 속의 그 과거들은 사실은 이제 거의 기억나지 않아. 그러니 나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네게 전해줄 수도 있겠구나. 마을에는 매혹적인 검은 머리의 미인이 살고 있었고, 그녀의 소문을 전해들은 영주가 그녀를 성으로 불러들였다고. 미인은 영주의 손을 거부했고, 영주는 그녀를 마녀로 몰았다고.
오 아가, 울지 말거라. 이야기는 행복하게 끝나거든.
그 어리석고 못생긴 남자가 단 한가지 착각한 게 있었다면 그 검은머리의 미녀가 '진짜'마녀였다는 거란다. 사람들은 흔히 착각하지만 마술은 그렇게 쉽게 발휘할 수 있는 건 못 된단다. 너도 알고 있지? 수많은 주술들, 마술을 위한 도구들, 또 재료들, 두꺼비 기름과 마녀의 솥과 아침 첫 이슬과 박쥐날개와- 그 셀 수도 없는 것들을 준비해서 저주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일인지. 마녀인 나는 당연히 그걸 알고 있었고, 따라서 주문의 힘을 빌리기 전 다른 수단을 준비해놓을만한 현명함도 갖고 있었단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수단은 성으로 끌려갈 때 이미 챙겨놓은, 내가 잘 쓰던 작고 예리한 나이프 하나였고- 그 남자가 저주할 테면 해보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를 때 그걸 우아하고 예리하게 사용해줬지.
그 이후는 흔했지.누군가는 돌을 던졌을 수도 있고, 나는 누군가를 또다시 칼로 찌르거나 저주를 걸었을 수도 있고. 횃불, 길고 긴 횃불- 나를 죽이려는 사람들의 걸음을 피해 맨발로 돌쩌귀 사이를 뛰어다니며 숲으로 도망가려고 했을 수도 있었어. 그래, 이 건 전부 다 진짜란다. 나는 숲 속으로 도망쳐야했고, 그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어.
도망친 숲 속에서 나는 외로운 탑을 발견했단다. 보통 사람들에게 그 곳은 을씨년스러운 유령탑에 지나지 않았을 것같구나. 하지만 쫓기고 도망치는 마녀에게 그보다 좋은 곳이 어딨었겠니. 그 것은 마녀였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장소였어. 숲 속 외진 곳에 남겨진 폐탑이었지만 여자 하나가 살아가기에 어려운 곳도 아니었지.
흙먼지로 가득찬 그 곳을 씻어내고 대충 살아갈 수 있게 만들고나서부터는 쉬웠어. 먹을 것은 숲 속에 있었고, 마실 것도 곁에 있었으니. 썩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괜찮았어. 나는 많은 사치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떠났고 시간은 오래오래 흘러갔단다.
떠올리려 하면 모든 것은 아득한 안개너머에 있는 듯 희미할 뿐이로구나. 침묵뿐인 그 나날들이 얼마나 조용했는지. 이따금 얼굴을 두건으로 가리고, 내가 왔던 곳과 반대인 마을로 내려가 도망치듯 잰걸음으로 걸어 먹을 것을 사오고. ......도무지 유쾌하지 못했던 나날이었다는 것밖에 말해줄 수가 없겠구나.
유성이 하늘을 가로질러 떨어질 때즈음 나는 까마귀 깃처럼 검던 머리카락도 하얗게 세버리고, 굳은 주름이 얼굴의 틈이란 틈마다 다 스며든 늙은 여자의 몰골이 되어있었지. 마녀의 이름? 그 이름은 사람들 사이에서 타오르다가 사라졌어. 사람들이란 참으로 공평하기도 하지. 그들은 누군가의 이름도, 누군가의 죽음도, 심지어 저들이 저질렀던 배신과 살육도 시간 아래로 묻어버리는 법을 알고 있더구나. 아가야, 밖은 정말 몹쓸 것들이 가득하지, 그렇지 않니?
외로웠냐고?
오, 내 아가.
꽃을 발견했던 날은 깊은, 모든 것이 수면 아래로 내려앉은 듯한 고요한 밤이었어, 라푼젤.
그 빛이란. 내가 잃어버렸던 모든 것을 되찾아줄 수 있다는 듯 아름다운 빛이었단다. 그 황금꽃 잎사귀를 쓰다듬는 순간 나는 내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저 별처럼 많은 시간들만이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스치고 가버린 후였지. 나는 세월을 후회했고, 꽃을 쓰다듬으며 울었단다. 그 때는 아직 감정이 풍부할 때였거든.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지. 내 꽃은 내 모든 것을 돌려주었어.
한 때 그토록 아름다웠던 내 머리카락이 돌아왔을 때 나는 숨을 들이쉬었단다. 깨끗한 피부, 선명하고 생기가 도는 검은 눈동자, 아름다운 입술, 곧게 뻗은 허리- 모든 것이 내게로 돌아왔지. 나는 그 빛이 나를 위한 기적임을 깨달았단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갔단다. 시간은 어리석은 마을의 사람들을 묘지 아래로 돌려보냈어. 꽃은 나에게 그 시간을 잊게 해주었어. 뿐만 아니라 힘도 함께 주었지. 시간이 그들을 덮치기 전에 나의 저주가 복수를 실행했을 수도 있지.- 내 저주와 그들의 죽음,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단다.- 나는 받은 것을 돌려줄 줄 아는 마녀였으니까. 물론 중요한 것은 아니었어. 역사서 어딘가에는 저주로 몰살당한 마을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니. 몇십년 정도 일찍 죽었든, 늦게 죽었든. 이미 수백년이나 지난 일이잖니.
그 이후의 내 삶이 고요하고 평화로웠다면, 아가야, 너는 믿었을까. 그래, 나는 내 꽃을 돌보았고 그녀는 내 곁에 있었단다. 세월은 물처럼 조용하게 흘렀어. 나는 그녀의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녀는 항상 나를 돌아봐주고.. 평화로운 영원이었어. 아름다운 꽃을 당장 꺾어버리지 않은 것은 -그 꽃이 꺾이는 순간 힘을 잃지 않았을까 두려워한 것도 있었지만- 그녀를 그대로 피어있게 하고 싶다는 감사의 마음도 있었어. 정말이지, 그녀는 내게 모든 것을 돌려주었으니까.
유성이 하늘을 가로질러 떨어질 때즈음 나는 까마귀 깃처럼 검던 머리카락도 하얗게 세버리고, 굳은 주름이 얼굴의 틈이란 틈마다 다 스며든 늙은 여자의 몰골이 되어있었지. 마녀의 이름? 그 이름은 사람들 사이에서 타오르다가 사라졌어. 사람들이란 참으로 공평하기도 하지. 그들은 누군가의 이름도, 누군가의 죽음도, 심지어 저들이 저질렀던 배신과 살육도 시간 아래로 묻어버리는 법을 알고 있더구나. 아가야, 밖은 정말 몹쓸 것들이 가득하지, 그렇지 않니?
외로웠냐고?
오, 내 아가.
꽃을 발견했던 날은 깊은, 모든 것이 수면 아래로 내려앉은 듯한 고요한 밤이었어, 라푼젤.
그 빛이란. 내가 잃어버렸던 모든 것을 되찾아줄 수 있다는 듯 아름다운 빛이었단다. 그 황금꽃 잎사귀를 쓰다듬는 순간 나는 내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저 별처럼 많은 시간들만이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스치고 가버린 후였지. 나는 세월을 후회했고, 꽃을 쓰다듬으며 울었단다. 그 때는 아직 감정이 풍부할 때였거든.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지. 내 꽃은 내 모든 것을 돌려주었어.
한 때 그토록 아름다웠던 내 머리카락이 돌아왔을 때 나는 숨을 들이쉬었단다. 깨끗한 피부, 선명하고 생기가 도는 검은 눈동자, 아름다운 입술, 곧게 뻗은 허리- 모든 것이 내게로 돌아왔지. 나는 그 빛이 나를 위한 기적임을 깨달았단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갔단다. 시간은 어리석은 마을의 사람들을 묘지 아래로 돌려보냈어. 꽃은 나에게 그 시간을 잊게 해주었어. 뿐만 아니라 힘도 함께 주었지. 시간이 그들을 덮치기 전에 나의 저주가 복수를 실행했을 수도 있지.- 내 저주와 그들의 죽음,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단다.- 나는 받은 것을 돌려줄 줄 아는 마녀였으니까. 물론 중요한 것은 아니었어. 역사서 어딘가에는 저주로 몰살당한 마을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니. 몇십년 정도 일찍 죽었든, 늦게 죽었든. 이미 수백년이나 지난 일이잖니.
그 이후의 내 삶이 고요하고 평화로웠다면, 아가야, 너는 믿었을까. 그래, 나는 내 꽃을 돌보았고 그녀는 내 곁에 있었단다. 세월은 물처럼 조용하게 흘렀어. 나는 그녀의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녀는 항상 나를 돌아봐주고.. 평화로운 영원이었어. 아름다운 꽃을 당장 꺾어버리지 않은 것은 -그 꽃이 꺾이는 순간 힘을 잃지 않았을까 두려워한 것도 있었지만- 그녀를 그대로 피어있게 하고 싶다는 감사의 마음도 있었어. 정말이지, 그녀는 내게 모든 것을 돌려주었으니까.
까마귀 깃처럼 검은 머리카락을 한 채 나는 숨어 살았지. 쾌락을 즐길 수도 있었고 나를 우러러보는 많은 시선들 속에 둘러싸일 수도 있었어. 그녀가 내 곁에 있었거든.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영원히 이어졌단다. 누구도 나에게 흔적을 남길 수 없는 영원이었지. 검은 머리카락은 언제까지나 검고 아름다웠고, 피부는 언제나 물처럼 싱싱했고, 목소리는 항상 향그러웠던 나의 영원.
내 꽃이 항상 내 곁에 있는 것은 아니었단다. 누군가에게 그 꽃이 잡혀갔었던 적도 있었어. 그제서야 나는 내가 너무 안이했음을 깨달았지. 사람들은 여전히 벌레처럼 빠르게 번식하고, 마녀라며 나를 쫓아냈던 그 밤에 그랬듯이 그들이 치켜든 불꽃은 다시 나의 삶을 좀먹을 수 있었던 거야.
아가야, 엄마는 무너져내리는 뺨을 쓸었던 순간의 절망을 기억해. 빠르게 떨어져가는 시간의 모래와, 저만큼 멀어지는 영원과, ..그리고 이별을. 나는 꽃을 다시 찾아오기로 했어. 그들은 그 옛날 그랬듯 나를 마녀라고 부르며 매도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아가야, 맨 처음 그 꽃을 앗아간 사람들이 그들이었단다. 그 옛날 나를 영주에게 팔아넘겼던 이들처럼, 시작은 그들이 한 거야. 그들이 했지.
이번에, 나는 꽃을 더이상 내버려두지 않았단다. 내 품에 끌어안았어. 외딴 숲 높은 탑, 바로 이 곳에. 그 꽃이 어디있냐니, 아가야. 라푼젤. 너는 그녀가 내게 돌려준 아기란다. 지금 그녀는 네 안에 녹아들어 살아있지. 눈부신 황금빛의 곱고 고운 꽃. 그래, 네 머리카락에 깃들여져있는 힘이 바로 그녀란다.
오, 어린 너는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애였지. 자주 울고, 짜증내고.. 오랫동안 사람과 살아본 적이 없었던 내가 네가 태어난 후에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을지 알겠니? 내 탑 안을 새롭게 바꾸고, 네 몫의 침대와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수백년 동안 이렇게 바쁜 적은 처음이라고 느낄만큼 많은 것들이 필요했단다. ..사실 벅차기까지 했어.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아. 너는 얼마나 귀여운 아기였는지 모른단다, 내 아가야. 떼를 쓰고 울면 때려주고 싶다가도, 입이 짧은 네가 수프를 곧잘 받아먹을 때는 그렇게 기특할 수도 없었지. 처음부터 너를 사랑한 건 아니었단다, 라푼젤. 너는 이전의 꽃에 비해 너무 까다로웠는 걸. 그래도 나는 그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었어. 네 금빛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는 피로도 잊었으니까.
나는 네 엄마잖니?
그리고 라푼젤. 네가 나를 한결같이 따를 때, 나의 뒷 모습을 보고 있을 때, 내 품에 안겨 울 때, 잘못을 저지르고 눈물을 글썽거릴 때. 아가야, 그 모든 순간을 내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니. 너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는 동시에 그렇게도 나를 사랑해주었는데. 나밖에 모르는 내 작은 딸을, 너의 좁은 세계를 함께하는 동안 내가 얼마나 벅찬 시기를 보냈는지 네가 어떻게 알겠니. 그 길고 긴 세월 동안 이토록 오래 내 곁을 지킨 것은 네가 유일했단다. 아득하게 오랜 시간이 흘러 나는 마침내 평온하고 아름다운 내 영원에다 눈부신 빛을 하나 더 새겨넣을 수 있었던 거지. 너는 정말이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게 필요한 존재였단다. 그럼, 엄마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너와 나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겠지.
엄마가 너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은 그래서야. 세상은 너무 무섭고 잔인한 것들로 가득차 있잖니. 내가 겪었던 무서운 횃불, 잔인하고 이기심 많은 사람 속으로 내가 어떻게 너를 내보내겠니. 아가야. 그래서 네 머리카락이 길어졌을 때, 나는 너를 세상에서 격리하기로 한 거야. 안전하고 건강하게 너를 키우기 위해. 네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밧줄로 삼아, 너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기를 바라며.
믿어도 좋단다, 아가. 내가 길고 긴 시간을 돌아서 기어이 찾은 이 작은 탑 속의 행복은 저 바깥 세상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완전한 것이야. 동시에 영원이기도 하지. 제발, 착한 우리 라푼젤. 너는 엄마를 슬프게 하지 않을 거지?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고, 그래 약속해주렴.
착한 내 아기. 그래, 자거라, 아가야. 우리 라푼젤, 엄마가 여기 있을게.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야. 내가 여기 있잖니? 쉬이, 그래. 이제 자거라. 하늘 위로 떠가는 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꾸나. 내일은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줄게. 아니면 새 책을 사올까? 어쩜, 그렇게 기쁘게 웃니. 나만큼은 아니지만 내 귀여운 딸, 네 미소도 보석같아.
그럼, 그렇고말고. 이 탑에서야말로 네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갖고 있는 곳이야. 여기에서는 우리가 함께 있잖니. 그래, 이게 이야기의 끝이란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내가 너를 가장 사랑한단다. l love you most.
내 꽃이 항상 내 곁에 있는 것은 아니었단다. 누군가에게 그 꽃이 잡혀갔었던 적도 있었어. 그제서야 나는 내가 너무 안이했음을 깨달았지. 사람들은 여전히 벌레처럼 빠르게 번식하고, 마녀라며 나를 쫓아냈던 그 밤에 그랬듯이 그들이 치켜든 불꽃은 다시 나의 삶을 좀먹을 수 있었던 거야.
아가야, 엄마는 무너져내리는 뺨을 쓸었던 순간의 절망을 기억해. 빠르게 떨어져가는 시간의 모래와, 저만큼 멀어지는 영원과, ..그리고 이별을. 나는 꽃을 다시 찾아오기로 했어. 그들은 그 옛날 그랬듯 나를 마녀라고 부르며 매도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아가야, 맨 처음 그 꽃을 앗아간 사람들이 그들이었단다. 그 옛날 나를 영주에게 팔아넘겼던 이들처럼, 시작은 그들이 한 거야. 그들이 했지.
이번에, 나는 꽃을 더이상 내버려두지 않았단다. 내 품에 끌어안았어. 외딴 숲 높은 탑, 바로 이 곳에. 그 꽃이 어디있냐니, 아가야. 라푼젤. 너는 그녀가 내게 돌려준 아기란다. 지금 그녀는 네 안에 녹아들어 살아있지. 눈부신 황금빛의 곱고 고운 꽃. 그래, 네 머리카락에 깃들여져있는 힘이 바로 그녀란다.
오, 어린 너는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애였지. 자주 울고, 짜증내고.. 오랫동안 사람과 살아본 적이 없었던 내가 네가 태어난 후에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을지 알겠니? 내 탑 안을 새롭게 바꾸고, 네 몫의 침대와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수백년 동안 이렇게 바쁜 적은 처음이라고 느낄만큼 많은 것들이 필요했단다. ..사실 벅차기까지 했어.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아. 너는 얼마나 귀여운 아기였는지 모른단다, 내 아가야. 떼를 쓰고 울면 때려주고 싶다가도, 입이 짧은 네가 수프를 곧잘 받아먹을 때는 그렇게 기특할 수도 없었지. 처음부터 너를 사랑한 건 아니었단다, 라푼젤. 너는 이전의 꽃에 비해 너무 까다로웠는 걸. 그래도 나는 그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었어. 네 금빛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는 피로도 잊었으니까.
나는 네 엄마잖니?
그리고 라푼젤. 네가 나를 한결같이 따를 때, 나의 뒷 모습을 보고 있을 때, 내 품에 안겨 울 때, 잘못을 저지르고 눈물을 글썽거릴 때. 아가야, 그 모든 순간을 내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니. 너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는 동시에 그렇게도 나를 사랑해주었는데. 나밖에 모르는 내 작은 딸을, 너의 좁은 세계를 함께하는 동안 내가 얼마나 벅찬 시기를 보냈는지 네가 어떻게 알겠니. 그 길고 긴 세월 동안 이토록 오래 내 곁을 지킨 것은 네가 유일했단다. 아득하게 오랜 시간이 흘러 나는 마침내 평온하고 아름다운 내 영원에다 눈부신 빛을 하나 더 새겨넣을 수 있었던 거지. 너는 정말이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게 필요한 존재였단다. 그럼, 엄마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너와 나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겠지.
엄마가 너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은 그래서야. 세상은 너무 무섭고 잔인한 것들로 가득차 있잖니. 내가 겪었던 무서운 횃불, 잔인하고 이기심 많은 사람 속으로 내가 어떻게 너를 내보내겠니. 아가야. 그래서 네 머리카락이 길어졌을 때, 나는 너를 세상에서 격리하기로 한 거야. 안전하고 건강하게 너를 키우기 위해. 네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밧줄로 삼아, 너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기를 바라며.
믿어도 좋단다, 아가. 내가 길고 긴 시간을 돌아서 기어이 찾은 이 작은 탑 속의 행복은 저 바깥 세상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완전한 것이야. 동시에 영원이기도 하지. 제발, 착한 우리 라푼젤. 너는 엄마를 슬프게 하지 않을 거지?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고, 그래 약속해주렴.
착한 내 아기. 그래, 자거라, 아가야. 우리 라푼젤, 엄마가 여기 있을게.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야. 내가 여기 있잖니? 쉬이, 그래. 이제 자거라. 하늘 위로 떠가는 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꾸나. 내일은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줄게. 아니면 새 책을 사올까? 어쩜, 그렇게 기쁘게 웃니. 나만큼은 아니지만 내 귀여운 딸, 네 미소도 보석같아.
그럼, 그렇고말고. 이 탑에서야말로 네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갖고 있는 곳이야. 여기에서는 우리가 함께 있잖니. 그래, 이게 이야기의 끝이란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내가 너를 가장 사랑한단다. l love you most.
fin.
고델이 조금 더 모성애를 발휘하는 엄마악역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해서 타닥타닥써봤습니다.
탑 안에 라푼젤을 두고 자주 찾아오는 수준이 아니라, 염료를 구한다며 내보내지 않으면 3일 이상 곁을 비우지 않았을 정도였던 걸 거의 대부분을 라푼젤과 함께 살았다는 소리인데, 그럼 고델도 딸과의 생활을 싫어한 건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죠..
Posted by 네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