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오 19화 감상.
걱정한 내가 바보지!!!!

1. 차마 실시간으로 볼 생각이 안들어서 천수경을 외우며 미뤘었는데 결과물은 맙소사. 기동전사 건담 스루나 연출 엑;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 편들의 전과가 있는지라 그냥저냥 넘길 수 있었습니다. 좋았어요. 후반부 넘어가면 신급? 신급 되기로 결정난 거임? 쿠로닭 사랑해요. 나 이제 당신이 몰살네타 뛰어도 용서해줄 수 있음. 아니 예전부터 각오했지만.

2. 마리나가 총을 받아들지 않는 신에서 안심했습니다. 그녀는 사지조차 아니에요. 건담윙..식은 좀 아니지만 마리나는 평화의 상징이거든요. 나약하고 무모하고 이상적이고 짜증나단 소리까지 들어도 괜찮아요. 평화의 새는 싸움을 택하지 않습니다. 그녀를 지탱해주고 있는 건 어린아이들이고, 모든 걸 잃었어도 그 것들을 빼앗아간 상대에게 분노하기보다는 무력함을 슬퍼하는, 그녀가 마리나에요. 마리나는 무지한 것도 생각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녀는 시린의 말을 이해했어요. 카탈론이, 마리나의 친구 또한 손에 피를 묻히고 싸우고 있다고. 그리고 그 방식이 아니면 너의 이상은 이루기 힘들다고. 그걸 알면서도 마리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는 지금 이대로 있겠다고요.

3. 전투씬. 그래 이 만화의 본질은 건프라 홍보용이죠.. 만족하냐 선라이즈? 난 싫어 이 것들아!!!!ㅠㅠㅠ 환율이 16배를 때리고 있는 마당에 내가 더블오를, 케루딤을, 세라비를, 아리오스를 사고 싶어 안달해야겠어?!ㅠㅠㅠ

4. 더블오의 개념은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라 마음이 전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가의 니름급 사기군요. 오해나 어투로 인한 해석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마음과 마음이 부딪치는 장소. 루이스가 애써 만들고 있었던 그녀의 껍질을 부수어 줄 수 있었던 건, 심지어 루이스가 사지가 CB 소속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챈 건 그 덕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5. 사지, 자네는 진정한 주인공. 사지&루이스 커플은 정말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사지는 싸움터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복수를 택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CB 멤버들은 마이스터 된 시점에서 아웃이었고 (티에리아는 딱히 복수라든가 비극의 연쇄는 아니지만 이노베이터인 시점에서 아웃, 그게 아니어도 서셰스에게 미쳐 달려든 시점에서 아웃) 인간조차 아닌 이노베이터는 말할 것도 없죠. 이 애는 성자인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상대에게 복수하기보다는 연쇄를 끊는 길을 택하라고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민간인이라 가능했을까, 사지. 이 마음이 루이스에게 그대로 닿아서 둘이서 행복하면 좋았을 것을. 군바리인 안드레이는 눈치코치가 없어서 여자애 마음 해석하는 건 17년간 은둔생활한 미연시덕보다도 구립니다. 븅시나..

6. '루이스!'에 지지않는 알렐이의 대사. 마리가 다섯번. 과도한 뇌양자파 분비로 등장하는 할렐루야, 알렐루야가 한 번. 필리스가 마리로 돌아오게 되는 건 알렐이의 비중이 클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마를 멈춘 건 사지의 목소리였네요. 당연하다면 당연하긴 한데 우리 공기..

7. 이노베이터들끼리의 관계가 너무 짜릿해요..!! 리제네가 리본즈 등뒤에서 총질하고 동반자살해주면 리본즈x리제네 진짜 강력하게 밀 마음 있습니다.

8. 라일 말인데요, 그동안 안보이던 이 애의 모습이 오늘 한 대사에 확실해졌습니다. 이 것도 캐릭터성이 맞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라일 디란디의 모습이 넘쳐버리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같아요. 이 걸로 확실하게 록온의 연사는 끊어졌다고 생각합니다만 닐이 아닌 라일의 모습을 보는 것도.. 걱정한 것만큼 나쁘진 않네요. 정말로 좋아했던 록온 스트라토스의 복수가, 그 갈 곳없는 마음이, 실패자인 닐이 실패자인 채로 끝나버렸다는 건 실감했습니다. 라일은 빈 자리를 괴로워하는 디란디의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있을 자리도 못 찾은 라일이죠..orz 그 정신없던 전 화에서 이 애가 도망쳤다고 말한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어이구야.. 너 병신맞죠? 하기사 옆에 그런 남자가 있으면 이렇게 되도 수가 없을 것같은데 그 천사같은 형님도 결국 실패자였단 말이죠. 이 형제 한창 피차 괴로워하고 있을 10대 후반에 만났다면 형제애로 꽉 찬 사이가 되었을 것같아요. 20대에 만나면 서로 적당히 껍질 뒤집어쓰고 난 후라 피차 데면데면하다가 연락끊기고, 3,40대가 되면 지내온 과거에 따라서 상처 수습하고 만나서 웃던지 완전히 딱딱해진 껍질로 서로 시체같은 죽은 부분을 가리고서 텅 비어있는 채로 웃고 이야기하겠죠. 더블오 세계관에 비춰보면 후자 확률이 더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형제가 다 다메남. 니네는 그 미모랑 등가교환이라도 했냐.. 근데 정말 필사적이네요. 아뉴의 정체, 사실 그렇게 상관 없죠? '너희들을 쓰러트리면, 아뉴의 정체도..!!' 뒷 말이 <알 수 있다>면 바람직한 5시 퀼리티. 근데 쿠로다 성격에 저 흐려진 뒷말이 <상관없어질 거야..!!>였을 확률도 짱짱하구요. 아 이번화 증말 달다..ㅠㅠ

9. '모든 걸 다 가진 주제에 자꾸자꾸 바라기만 하고, 그 주제에 속은 텅비어있어. 나 당신같은 인간 정말 싫었어!' 왕류밍의 성격을 한방에 정리해버린 이 대인배스러움을 어쩌면 좋냐..? 이건 진짜 정리해고급이네요. 어차피 스토리 주역은 아니었습니다만서두.. 랏세나 홍롱이나 왕류밍이나 아직 확실히 죽은 건 아니라 전개는 기다려봐야겠습니다만 류밍은 소설판에서나 자세하게 서술해줄 것같아요.

10. 건담의 고질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소설이나 다른 매체로 추가 전달하는 게 너무 익숙해져있어서 본편에는 아예 안 담아요. will의 사장님이 봤으면 화냈을 겁니다. '게임이 점점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니까 평범한 소비계층은 고개를 돌립니다.' 게임을 만화로 바꾸면 건담 이야기에요. 자체가 너무 크고, 길고, 장구한 역사를 가진 애니이긴 합니다만 애니 하나만 가지고 소비하기 힘든 장르라니 어렵네요. 추가적 요소는 좋습니다만.. 아니 더블오는 아직 아슬아슬하게 '애니 하나만 봐도 재미있는 경지'에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추가요소는 이미 필수적으로 따로 취급해야합니다. 이래서 어려운 애니라는 소리를 듣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자네가 피터잭슨인가 미즈시마, 반지도 아니고 확장판 만들어서 넣을 생각인가 싶었다구.. 1기도 DVD에 추가장면이 들어가긴 했죠.

11. 아뉴의 경우는 예쌍하고 있었지만 스피디 전개이기는 하네요. 고작 한 주 사이에 4개월 공백을 메웠는데도 라일의 '아뉴'가... 아 이자식 증말 찌질한 놈이구나o<-< 싶어서 할 말이 없어졌어요. 여기에 얘가 가족들의 죽음은 과거로 잊고 뭉갤 수 있는 패배자였어도 지금 간신히 찾은 자기 있을 곳이, 사랑하는 여자가 부서졌을 경우에는 그 벌겋게 갈라진 상처자국을 잊어먹을 수 있을만한 남자처럼은 안보여서(오히려 과거의 상처까지 더해서 다 터지면 터졌지) 흥미진진합니다. 더 괴롭혀줘..! 아 근데 진짜 껍데기를 사랑한 남자라니 무섭네요. 토우야와 유키토는 유에가 착한 애니까 (클램프 퀄리티로) 어물쩍 넘어갔지 쿠로닼은 그딴 거 없을텐데..^_^ 자기 자신도 허상, 매달린, 간신히 발 붙인 곳도 허상. 라일에게는 아직도 그렇게 정이 가진 않지만(거짓말입니다) 위태로워서 무서워요. 더블오는 2쿨짜리 애니이고 결과는 얘가 아뉴랑 행복하게 살든가 아뉴가 죽기 직전에 제정신 차려서 허상이 아닌 실체가 되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재기하든가 어쨌든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가지 싶은데 혹시 또 모르지요, 손나 다 박살나서 황폐해진 채 죽어가는 엔딩이 될지도.. 그 것도 좋긴 한데 디란디 가의 더블 실패자가 되버리면 너무 막장이라서 찜찜.

12. 세츠나의 치사량의 GN입자(...)에는 순간 움찔했습니다. 리본즈가 더블오에 집착하는 건 성능때문만은 아니겠지-하고 있긴 했는데 장난 아니긴 하네요. 병기를 넘어서는 병기. ..아니 병기조차 아닙니다.

13.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안경 날아갈 정도로 때리는 건 누구한테 배워먹은 버릇입니까?!!! 이노베이터에 짜릿하다고 썼는데 같은 이노베이터 주제에 너구리와 여우같은 꼴을 하고 있는 리제네와 리본즈도 좋았지만 아뉴를 부르고 있는 듯한 리바이브의 눈동자도 좋았어요. <됐어, 아뉴. 이제 진짜인 너로 돌아와. 더 이상 이런 것들 사이에 있지 않아도 돼>같은 느낌. 브링에 분노하던 디바인처럼, 둘이서 하나같아서 좋아요. 리제네에게 티에리아가 장악당하는 꼴 나오면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팬이라 미안해 티에리아..
Posted by 네츠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