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며칠간 애써왔던 다이어트가 무색하게시리 오늘은 방탕한 하루였습니다. 대학 친구가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서 같이 안양에서 놀았어요. 영화보고(팝콘 가득) 술도 마시고(나쵸 가득) 무지 즐거웠지만 술마신 상태에서 운동은 못하겠구나 싶어 오늘은 일기 쓰고 영화 감상문 쓰고 얌전히 누워서 뒹굴거릴 생각입니다. 술좀 깨고 알콜기운좀 빠지면 자전거 타도 되려나.. 무리겠죠, 우으..
2. 일년에 술집을 두번 가면 많이가는 제가 약 한두달간 네번을 찾아간 안양 술집 awr. 처음 찾아갔을 때 물건을 놓고나왔는데 주인분이 가게분 닫기 직전에(그것도 저는 주인분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찾아주셨던 게 굉장히 고마웠던지라 그 후 기회가 있으면 자주자주 가고 있습니다. 절대 싼가격은 아닌데 다른 가게를 생각하면 양심적인 가격이기도 하고.. 주인분이 훈훈하셔서 좋단 말이에요, 참. 혼자 재멋대로 달려가는 편인터라 '좋은 주인분이 운영하는 가게'라고 단정짓고 멋대로 호감도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음, 술자리는 안 좋아하고 술게임도 진짜 안좋아하지만 맛있는 술을 먹고 싶은 만큼 먹는 건 참 즐거워요. 물론 지갑은 전혀 즐겁지 않겠죠orz 그치만 마실 필요도 없고 강요할 필요도 없는, 친구랑 수다떨면서 마시는 술은 좋아합니다. 친구는 별로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자연스레 저도 별로 가지는 않게 되지만.. 여튼 오늘은 마시는 친구와 머드쉐이크, 스미노프, KGB, 후치까지해서 깔끔하게 먹고 왔습니다. 죄다 단술 퍼레이드.
3. 오늘 한 이야기는 대부분 입밖으로 내고 10분 후에 까먹는 그런 시답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생각보다 즐겁게 시간을 보낸 것같아 다행이에요. 대인관계에 무지몽매할정도로 면역이 없는 편이지만 그런 저에게도 대해서 편한 사람들은 (다행히도) 있습니다. 남자애지만 단둘이 술을 먹어도 괜찮은 점이 그야말로 respect. 원래는 셋이서 먹을 예정이었는데 아쉽게 됐죠.
4. 시계바늘을 돌리고 오늘 이야기를 조금 촘촘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아침 9:30분 택배 아저씨의 전화에 깨서, 꿈 속을 해매다가 전화를 받고서 다시 수면, 그리고 또 꿈, 12시에 깸, 다시 잠듬, 그리고 다시 꿈, 1시에 기상, 다시 꿈, 1시 30분에 기상. 그리고 꿈을 기록하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또다시 엄청 느려짐 현상, 두번 재부팅한다음에 컴퓨터 최적화하고 깔려있는 툴바를 지우고나니 다행히 정상회복.. 하긴 했지만 일본가기전에 a/s 센터는 가봐야될 것같아요. 키보드 청소도 할겸.(지금 컴퓨터 이전에 쓰던 후지쯔의 릿군은 들고갔더니 키보드 사이에 곰팡이가 피어있었다는 엄청난 꼴이 되었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여튼 그걸 바득바득 고치고나서 시엘을 또 읽고, 임대질을 하고, 그러다 네시가 되어서 친구와 전화통화하고 나갈 준비...는 훼이크였고 30분 더 딩굴딩굴.
5. 그러고나서 준비 시작. 머리를 대충 빗고서(반곱슬이 자고 일어나면 머리의 절반이 하늘로 치솟아있습니다) 옷을 후두둑 입고 싸게싸게 화장 시작. 눈화장, 눈화장, 눈화장, 눈화장, 하다가 망함, 하다가 망함. 시계는 5시 10분. 파우더로 땜질시도, 실패, 리무버로 결국 지우고 다시 시작. 이번에는 수수하게 완성. 수수한채로 나가려다 눈 위로 팬더를 그리고 나서야 만족. 여섯시에 안양 일번가 도착, 다이소에서 물건을 사려 했으나 인파가 많아 기가질려 떨어져나옴. 그게 한 6시 10분. 약속시간은 6시 반. 음료하나 뽑아먹고 대합실 의자에서 딩굴딩굴. 친구놈 지각. 두뇌트레이닝을 하고 테트리스를 하고나자 친구 도착. 닌텐도DS와 대합실 의자 덕분에 10센티 힐을 신고 있었지만 선량하게 용서.
6. CGV로 이동해서 은영이 얼굴보고 영화 조선명탐정 관람. 어니언 팝콘을 쳐묵쳐묵. 영화는 코미디였고 재밌었지만 감독이 3시간으로 완성한 걸 2시간 5분으로 짤랐던가 한지민이 너무 예뻐서 클로즈업샷을 찍다보니 시간배분에 실패한 것이 분명했음. 단 5분 사이에 사건이 급진전. 자..장난해? 그래도 재밌었고, 첫 5~10분을 놓친채 상영관에 들어갔던지라 한층 더 흥미진진했음. 왜냐면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이름이 안나왔던말이야; 난 주인공 정약용이라고 우겼는데 국사학과인 친구는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정약용 같았음. 아니 애초에 시대가 천주쟁이+천도시도 했으면 정조밖에 더 있어? 수원화성은 장난이냐! 어이 국사학과! 기중기 만들었음 정약용맞잖아, 그리고 정약용도 본인은 천주교가 아니었지만 형님이 천주교라 좌천당했었다 뭐. 고등학교 국사선생님이 정약용은 천주학에 대해서 종교로 믿기보다는 실학자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을 거라고 설명해주신게 인상깊었던지라 큐브때문에 세례받았다는 설정이 엄청 재밌게 다가왔습니다. 한지민은 한객주 화장이 너무 예뻐서 혼절할뻔했어요. 눈매 아이라이너에서 그라데이션까지 어쩜 그렇게 예쁘냐, 나도 나중에 해봐야지.. ..물론 난 한지민이 아니니까 안될거지만.. 하지만 그런 관점에서 엔딩에서 한객주가 아니라 김씨부인으로 돌아왔을 때는 아쉬웠습니다. 그 색기는 다 어디다 버리고 조선미인이 되셨나요, 우웃.. 그리고 저는 김씨부인과 한객주가 마주했을 때 둘이 동일인물인 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쉬리에서 이방희가 1인 2역인거 끝까지 몰랐던 어린시절에 비해 눈꼽만큼도 발전이 없는 자신에게 repect. 어허허.
7. 그리고 술먹고 집으로 룰루랄라. 집에 혼자올 때는 한상 손에 펜을 들고 옵니다. 위험하면 콱 찔러버리려고요. 근데 취한 채로 펜들고 오다보니 펜뚜껑을 떨어트렸어요. 아우, 한번도 안쓴 애였는데. 머리 속으로 조침문이 아니라 조펜문을 지으며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는 열심히 일기중.
8. 참고로 아직 화장도 안지웠어요. 조선 명탐정 감상문 써야되는데, 6번에서 길게 썼으니 이거 좀 더 다듬어서 따로 감상문 폴더에 넣으면 될 것같네요. 아우, 샤워하고 싶어라. 술집에서 담배냄새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