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
네 안으로 파고 들고 싶다. 옷깃 아래의 너를, 살갗 아래의 너를, 뼈 아래의 너를.
차가운 옷깃 아래로, 뜨거운 살갗 아래로 보이는 너를 만지고 싶다. 맥박이 요동치고 혈관이 반짝이는 그 아래까지 파고 들어가, 새빨갛게 빛나는 심장과 내장을 샅샅히 흝어, 녹아흐르는 루비같을 그 피를 전부 핥아내어, 그렇게 너의 가장 깊은 곳에 손을 뻗고 싶다. 너를 덮고 있는 것들 안으로 깊이깊이 타고 내려가 너의 근원을 떠내어 품에 안고 싶다.
너를 사랑하는 나의 애정은, 네가 타고 흐르는 나의 애정은 이토록 고독하고 쓸쓸하여 나는 품안에 너를 안고서도 외롭고 외로운 곳으로 침잠해간다. 무섭도록 서글픈 이 마음을 벗삼아 외로운 길을 혼자 굽이굽이 떠내려가면, 그 때는 이 마음을 흘려보내고 이 품안의 너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될까. 내일은 너무나도 멀고 품안의 너는 너무나도 가까워, 나는 또 닿지 않을 곳까지 숨을 멈춘 채 오지 않아야할 미래를 꿈꾼다. 그 미래에서는 내 곁에는 내가 없으되, 내 심장 속에서 네가 살고 있다. 너를 남김없이 망가트려 목을 축인 그 미래에는, 마음에 새겨진 열망은 불처럼 타오르고 있으되, 팔안에 남은 외로움은 물처럼 싸늘하게 식어있다. 그 끝에 남는 것은 공허한 충족이요, 외로운 파멸이다. 고로 나의 마음은 오늘도 허공에서 돌아 좀체로 그 내일에는 가서 와닿지 못한다. 심장에 품은 열락은 날을 더해 나를 태우고 녹여 내 마음에는 가뭄이 든다. 타오르는 사랑이 허덕여 너를 갈구하는 서글픈 독이 되니, 이 비뚤어진 마음에는 기어이 증오조차 감돌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품은 증오의 독은 심장 가장 깊은 곳에서 가만히 타오른다. 사랑스러운 너는 맑은 눈에 티 하나의 흐림조차 비추지 않은 채 나의 곁에서 달콤하게 노닐 것이다. 독은 짙어지고 마음은 깊어가 나는 언제고 너를 산산히 찢어죽일 터이지만, 그러나 그 것이 오늘은 아니다.
너를 사랑한다. 사랑한다.
너를 낱낱이 파헤쳐 한줌도 남기지 않고 사랑하고 싶다. 그리하면 필경 이 타는 목마름은 멈추고 나는 긴 괴로움을 잊을 것이다. 너를 잃은 나의 독은 무너지듯 나를 죽이고, 그리하여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테지만, 언젠가는 그 날이 오고야 말 것을 안다.
fin.
중2 스레에서, 키워드 애증으로.
Posted by 네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