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Danny boy, the pipes, the pipes are calling
From glen to glen, and down the mountain side
The summer's gone, and all the flowers are dying
'tis you, 'tis you must go and I must bide.
남자의 목소리가 기분좋게 초원 위에 흐르고 있었다. 티에리아는 잠시 그를 내려다보았다. 풀밭 위에 드러누운 그의 얼굴은 몹시도 평화로워보였다. 팔을 괸 채 눈을 감고 그는 나지막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잦아들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문득 티에리아는 그에게 말을 거는 것을 주저했다. 저 평온한 공기 속에 잠들어있는 그를 깨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머뭇거리는 그를 눈치챈 듯 그의 노랫소리가 멈추었다.
「왔으면 부르지 그랬어」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뭐야, 그러면 다 부르고 일어날 걸 그랬네.」
남자는 장난스레 웃으며 눈을 떴다. 녹색의 맑은 눈은 그가 드러누워있는 풀밭의 일부처럼 잘 어울렸다. 평온해보이는 그의 표정에 왠지 모르게 안심했다. 티에리아는 주저주저하면서 누워있는 그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 록온은 조금 놀란 기색이었지만 이내 다시 어린애같은 얼굴을 했다.
「뭐야, 일어나라고 재촉 안하는 거야?」
「그럴 이유도 없으니까요.」
「우와. 우리 티에리아 많이 컸네?」
「당신보다야 성인입니다.」
딱 잘라 쏘아붙인 말에 록온은 정말로 아이같은 얼굴로 웃었다. 티에리아는 복잡한 기분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다시 음악을 흥얼거리면서 눈을 감으려는 그를 보고 티에리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머뭇거리지도 않고 티에리아는 그의 머리 밑으로 손을 넣었다. 에? 하고 바보같은 소리를 흘리는 것을 무시하고 티에리아는 들어올린 그의 머리에 무릎배개를 해주었다.
「..출혈대서비스?」
「팔도 안 저립니까.」
「그렇지도 않아. 여기 나름 부드럽다구. 풀물 들지도 모르긴 하지만.」
「땅은 병균의 온상 아니었습니까.」
「현대과학의 딱딱한 부분은 신경쓰지 맙시다, 티에리아 아데님.」
반쯤 포기한 기분으로 그의 장난스러운 말투를 받아주자 록온은 몸에 힘을 빼고 머리를 기대왔다. 잠시 망설이다가 티에리아는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넣었다. 갈색 고수머리를 어색한 손길로 쓸어주자 그가 피식 웃었다.
「이런 건 서툴구나, 티에리아.」
「..아직 안해봤습니다. 불만입니까.」
「설마설마.」
노래하듯 중얼거리고, 록온은 기분좋은 고양이마냥 몸을 모로 둥글게 말았다. 그리고 그는 티에리아가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던 다른쪽 손을 잡았다. 티에리아는 잠깐 숨을 들이쉬었다. 자신보다 약간 체온이 낮고, 좀 더 크고, 부드러운 손은 다른 사람의 것처럼 낯설었다. 그 것이 그가 장갑을 끼지 않은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깨닫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티에리아는 옅게 웃었다. 그가 다정하게 웃는 기척이 났다.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고. 정말 많이 컸네.」
「웃었다고 나이들어보인다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군요.」
「농담도 하고.」
「진담입니다만?」
「음- 그것 참,」
「농담입니다.」
「..연륜이 느껴지네.」
어색한 결론으로 밑도 끝도 없는 입씨름을 끝내고 록온은 티에리아의 손을 가볍게 쓸었다. 어린애같았던 하얀 손은 여전히 희었다. 조금도 자라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도. ..이 손에는. 한순간 안쓰러운 건지, 아니면 좀 더 복잡한 기분인지 그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티에리아는 그 표정을 못 본체 하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아까 전 부르던 노래, 뭐였습니까?」
「모국의 민요.」
「아일랜드군요.」
「..잠깐만요, 나 말했었나?」
「설마요, 조사했습니다.」
「..일단 기밀엄수의무가 있었던 것같은데요..」
「펠트 그레이스에게 제 본명 찔러준 건 그 의무를 지켜서 그랬군요, 잘 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록온이 저 자세로 나오자 티에리아는 싹 굳었던 표정을 다시 부드럽게 풀었다. 이 녀석 진짜 많이 컸구만하는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록온의 시선을 싸그리 무시하고 티에리아는 들었던 멜로디를 더듬었다. 서툴게 그 가락을 따라해보려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피식 웃고 록온이 가락을 바로잡아주었다.
「거기 시시라솔라.」
「당신한테 지적을 받을 정도라니 전 평생 노래하면 안되겠군요.」
「목소리는 좋은데 왜.」
「음치한테 지적받을 정도면 말 다했죠.」
「..남의 아픈 부분을 찌르다니.」
「그래도 잘 부르는 것처럼 들리던데요. 이 노래는.」
노래를 부르고 자시고 할 만큼 좋은 날도 아니었지만 술을 얼큰하게 마신 스메라기가 주정으로나마 음을 맞추면 거기에 어울려주다가 꼭 삑사리를 내던 게 그였다. 아픈 기억을 찔려 괴로운 얼굴을 하던 그가 조심스럽게 이어진 티에리아의 말에 피식 웃었다.
「여동생이 좋아했거든.」
「..그랬습니까.」
「응, 자장가 대신으로 자주 불러줬어. 나중에는 그 노래 아니면 안 자려고해서 온 가족이 억지로 배웠어. 그래서 라일한테 별 소리 다들었지. 형 때문에 귀찮은 거 배워야한다고.」
「제가 말하기도 뭐합니다만, 방금 기밀엄수가 했던 게 누구입니까?」
「그럴 이유도 없으니까요.」
풀밭에 앉기 전에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답습하며 그는 아이같은 얼굴을 했다. 반쯤 포기한 기분이 되어 티에리아는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부모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이같은 형상이 새삼 이상한 느낌도 들었지만 멈춰야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의 말마따나 이제는 그런 것들에 신경쓸 필요는 없었기에.
「노래 마저 부르시겠습니까? ...닐.」
질문하는 목소리는 평이했다. 조심스럽게 덧붙인 그의 호칭이 낯설었다. 록온은 잠시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티에리아는 초조한 기분으로 그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이내 닐은 부드럽게 눈을 휘었다.
「Thank you, lady.」
「아쉽지만 남자입니다.」
딱 끊어 말하자 티에리아의 무릎에 기댄 그가 웃는 기척이 났다. 그거야 알아, 그래도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하고 웃음을 억눌러 참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가 괜히 얄미워져 티에리아는 손가락 사이에 머리가 꼬인 척 하고 슬쩍 잡아당겼다. 아야야하는 목소리가 묘하게 긴장감 없이 들렸다. 잠깐의 항의를 모른 척 넘기자 그는 불만어린 얼굴이나마 눈을 감고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잡고 있는 손에 뺨을 댄 그의 옆얼굴이 평화로워보였다.
But come you back when summer's in the meadow
Or when the valley's hushed and white with snow
'tis I'll be there in sunshine or in shadow
Oh Danny boy, oh Danny boy, I love you so.
fin.
14. 子守唄 (자장가) / 小さな雨の日のクワァ-ムイ
마음이 따뜻해지는 록티를 쓰고 싶었습니다. 닐티에닐이 가능하다면 이런 형식이 아닐까 싶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지는 별개로 하고. 노래를 불러주는 록온이 쓰고 싶어서 적당히 쓰고서 아일랜드 민요를 찾아봤는데 대뜸 이런 노래가 튀어나오더군요. 곡명은 Danny boy(목동). 가사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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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Danny boy, the pipes, the pipes are calling
대니 보이, 네 피리, 그 피리 소리는
From glen to glen, and down the mountain side
골짜기마다 울려나와 산등성이로 퍼져나가겠지
The summer's gone, and all the flowers are dying
여름이 다가오고 꽃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때가 되면
'tis you, 'tis you must go and I must bide.
너는 가야만 하고 나는 머물러야 해
But come you back when summer's in the meadow
하지만 초원이 여름으로 물드는 때가 오거나
Or when the valley's hushed and white with snow
골짜기가 고요해지고 흰 눈으로 물드는 때가 되면 너는 돌아올 거야
tis I'll be there in sunshine or in shadow
태양이 내리쬐어도 그림자가 져도 난 여기에 있을 거야.
Oh Danny boy, oh Danny boy, I love you so.
대니 보이, 대니 보이, 나는 너를 사랑해.
And if you come, when all the flowers are dying
만약 네가 돌아올 때쯤 모든 꽃들이 시들고
And I am dead, as dead I well may be
나 또한 죽었다면, 아니 틀림없이 죽어있겠지만
You'll come and find the place where I am lying
돌아온 너는 내가 잠든 장소를 찾아와
And kneel and say an "Ave" there for me.
무릎 꿇고 나에게 '안녕'하고 말할 테지
And I shall hear, tho' soft you tread above me
나는 그 말을 듣고, 너는 부드럽게 내 위를 거닐 거야
And all my grave will warm and sweeter be
그리고 내 모든 무덤은 더 따뜻하고 달콤해지겠지
If you'll not fail to tell me that you love me
혹시 네가 흔들림 없이 나에게 사랑을 속삭인다면
Then I shell sleep in peace until you come to me.
나는 네가 나에게 돌아올 때까지 평화롭게 잠들 거야
...심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