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었고 신스케는 그 날따라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품에 안은 샤미센을 뜯다가, 또 멈춰서 밤하늘을 보다가, 그리고 또 먼 곳을 보다가. 신스케의 시선이 먼 곳을 감도는 것이 답답해, 차라리 어서 자라고 혀를 차며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귀찮은 듯 올려다본 그는 돌연 먹이를 발견한 야수처럼 이채로운 눈빛으로 미소지었고, 저항할 방도는 없었다. 저항할 생각도 없었다.
침상에 떠밀어져서 묵묵히 그의 곁에 누워, 통 잠이 오지 않는다던 그의 투정을 받아주던 것처럼 비슷한 손길로 그를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토해내고, 달아오른 공기는 어색해 몸에 두르고 싶지도 않다는 양, 그렇게 무심하게 그와 시간을 보낸 후에, 아스라히 또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그 음습한 표정이 또 마음에 들지 않아, 그가 저 먼 달을 보고 있는 것에 또 마음이 동해서. 그렇게, 한 마디.
"..그대가 죽으면 나도 죽겠다고 말하면?"
눈 아래 스미던 빛을 몰아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도 모르게 흘린 아이처럼 어설픈 말에, 품안의 남자는 쿡쿡 목 안쪽으로 웃는 소리를 냈다. 보랏빛 기모노 사이로 나와있는 새하얀 팔이 아플 듯 눈부셨다. 새벽 공기 속에서 하얗게 떠올라 있는 그 팔이 주박이라도 되는 것마냥 천천히 목을 감았다. 시리게 차가운 감촉을 끌어안았다. 어둠 속에서도 번뜩이는 고양이같은 눈을 하고, 남자는 천진할 정도로 잔인하게 웃었다.
"반사이. 너 하나로 만족하기에는-"
흐르듯 유연한 목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목께를 더듬어 올라왔다. 턱끝을 스치는 손가락을 두 손으로 붙잡아 얼굴에 갖다대었다. 차가운 손가락이 뺨에 닿는 감촉이 시렸다. 그 손끝까지 온기가 돌도록 묵묵히 붙잡고 있자, 취한 듯 느릿한 목소리가 돌연 고혹적인 요염함을 띄었다. 바싹 다가온 얼굴은 여전히 독처럼 선연하고 아름다워, 귓가에 속삭여진 목소리는 저승의 것처럼 짙고도 흐렸다.
"-지옥길이, 너무 멀다."
노래하는 것같은 음색이 귓가를 달콤하게 녹였다. 품안에 안은 하얀 몸이 창부처럼 음란했다. 그 어깨에 고개를 묻자, 남자는 독기어린 웃음을 어둠 속으로 던져올렸다. 그 품에 얼굴을 묻은 채 눈을 감았다.
은빛 나비를 삼켰다.
그 날개에 배인 독이 혈관을 타고 흘러, 핏속에 고여 스며들었다.
아마 일생, 놓여나올 수 없을 나비의 독이다.
fin.
04.네프로레피스 (Sword ferm) : 그대가 나를 매혹하다
반사이->신스케.
Posted by 네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