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음은 물로 되어있다고 생각해요. 가끔 수면 위까지 출렁 차올라서는 구슬마냥 데구르르 굴러떨어집니다. 물방울이. 그 감각이 기분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뭐랄까 딱히 나쁜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도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주간이 다가와서 하루 종일 몸 속에서 물방울이 굴러 떨어졌다 내렸다 하는 기분이었어요. 너무 많은 과제가 조금 힘에 부치는 걸지도 모르고, 그냥 세상 모든게 다 싫어진 걸지도 모르고. 음, 술이 엄청 마시고 싶은 기분이 되었는데 깔루아 밀크를 만들어먹으려니 우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컵에다 깔루아를 따르고
물부었어요'ㅅ'*
비율은 5:1정도, 깔루아가 너무 달지 않을 만큼. 맛은 레알 커피캐러멜 맛이 희미하게 나는 설탕물입니다. 물을 따뜻하게 해서 먹었으면 더 좋았을지도. 750ml에 15000원 하는 깔루아를 생각하니 무슨 돈지랄이냐 싶지만 그래도 맛있는 걸요orz
2. 일본 가기 전에 사야할 물품이라던가를 차근차근 정리해나갈 생각입니다. 여러가지로 정말정말 잘 모르겠어서 자꾸 눈앞이 흐려져요. 내가 지금 어디로 가야될까, 잘 하고 있는 걸까, 그런 의문 들이 머리 속에서 뱅글뱅글 구르다가 폭폭 터져나갑니다. 제가 조금 더 느긋한 성격이었으면 좋았을까요. 이상하죠,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도 자꾸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바심이 나요. 그런 것들이 무섭습니다. 약해요, 너무.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3. 필요한 물품(살 것)은
화장품 - 키스미 마스카라/미샤 립앤아이 리무버/미샤 오픈 선블록 대용량/스킨 로션/젤라이너 브러쉬/클렌징폼/샴푸&린스.
옷 - 속옷, 청바지, 기타등등
물건 - 가능하면 아이팟인데 이건 고민좀 해보고
기타 - 깔루아 한병(큰 거), 라면?
화장품이 소모품이니까 자꾸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직 가려면 한참 남았으니 여유롭게 고를 생각이지만, 고데기도 사야하려나.. 일단 머리는 한번 잘라야할 거고.
음, 이런 식이에요. 일본에 가는 건 3월이고 4개월이나 남았는데 저를 기다리는 스ㅡ케줄이 있다는 것에 자꾸 불안해집니다. 뭐든, 실행하기 직전까지 그래요. 실행에 들어가고서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일본은, 교토는 어떤 곳일지 모르겠지만.
4. 글을 쓰면서 깔루아를 원샷했더니 머리가 빙글빙글 돌기시작했습니다. 으음, 나 술약하구나..orz 뭔가 말을 하고 싶었는데 빙글빙글 돌면서 자꾸 사라지고 있어요.
5. 최근 카미야상의 목소리를 들으면 슬퍼집니다. 거리감. 그냥 배려가 느껴지는 게 슬퍼요. 조심히 하고있다는 부분이. 당연한 일이지만. 아마 저는 멋대로 그 분의 상 위에다 자신의 성격을 끼워맞추고 있는 겁니다. 저는 사람을 대할 때 배려해주는 걸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지금도 저는 쉽게 타인에게 함부로 하는 경계선을 잘 모르겠습니다. 친하고 편한 사람들에게는 막말도 하고 편하게도 말하는데, 그 후에는 항상 혼자서 우울해져요. 나, 그렇게 말해도 괜찮았을까. 날 싫어하지 않을까. 작은 것이 머리 속에서 문득문득 되살아나고 고민은 또 길어집니다. 그런 것들의 반복. 카미야상이 이런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살짝 선을 그어두고 임하는 것같은 그 모습에서 여러가지가 느껴저서 슬퍼져요. 상냥한 사람이구나, 하는 것과, 그래도 다른 사람이구나, 하는 것, 그런 것들 전부 다.
6. 안평도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안하고 넘어갈 뻔했네요. 학교에서 과제를 하다가 뉴스 속보를 보고 거짓말, 하고 생각했고, 그 직후는 뭐야 이거? 라고 생각했고. 사망자가 나왔다는 기사에는 가슴이 내려앉았고, 그래도 민간인 사상자가 없다는 말에 '크게 번지지 않겠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제가 싫어졌어요. 같은 목숨인데도, 군인이라고 하면 뭐가 그렇게 가벼워지는 걸까요.
7. 저는 제 목소리를 내는 법을 점차 잊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부정할 기운이 사라졌다고, 오래 전에 이야기했었지요. 사실 제 의견을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타인에게 저를 납득시키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그러면 결국 그 사람과 내가 있는 것에 머물러버리겠지요. 제 의견은 이야기할 수 있는데도, 남의 의견을 깎아내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안으로 안으로만 파고드는 사람인 모양입니다. 사람을 싫어할 수가 없는데, 정말 세상에서 나쁜 사람을 찾아내기가 힘든데, 아마 그만큼 저는 편한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찾아내지 못할 거에요. 저는 단면만 보는 사람이니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날이 올까 하고 생각했지만 막연히 기대하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에요. 저는 사람을 좋아할 만큼, 누군가를 깊게 생각해본 일이 없습니다. 하물며 나와 거리를 좁히려는 사람같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