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폭풍처럼은 귀엽기라도 했지. ..아 그건 폭풍우 치는 밤이었구나.. 과목 다섯개 시험치면서 이틀 학교+ 이틀학교 크리를 탔습니다. 학교에서 먹고 자고 공부하고 자고자고자고.. 외박아닌 외박인데 즐거워서 좋긴 해요. 이 때쓴 메모장의 일기들이 하나같이 카오스인 것도 뿜깁니다. 딸랑 하루 한과목 시험쳤는데 시험공부하겠답시고 새벽까지 도서관에 앉아서 제가 한 짓은

코노하라 나리세 소설 독파
그린 게이블즈 앤 시리즈 5권까지 섭렵
키다리 아저씨 그 후 이야기 복습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복습

..... 귀신이 붙은 거야. 책 귀신이 붙은 거야. 그래서 시험공부 화수목금, 정확히는 오늘 빼고 화수목 3일 동안 읽어치운 책이 두 자릿수가 넘습니다. 시험공부는 적당히 보고 적당히 망한 것같지만 케세라세라. 모우 시라나이요. 야메토쿠요. 아직 두 과목 더 남았으니 주말도 주주말도 술렁술렁 공부는 해야겠지만. 사람이 왜 이리 바쁘고도 잉여로운 걸까요..? (눈물)

2. 상자 속 시리즈 읽다가 도서관에 앉아서 펑펑 울었습니다. 남이 보면 얼마나 호러였을까. 긴 이야기는 서글퍼지니까 나중에. 그런데 정말 이 작가분은, 사람의 마음을 섬찟하게하는 무언가가 있어요. 이가 빠져나간 접시나 폐지 줍는 ㅏ할머님들 뒷 모습을 볼 때드는 그 애처로운 느낌에다가 감성이랑 슬픔을 반반씩 섞어서 행복을 만드는 느낌이랄까. 매번 풍경이 눈에 비칠 때마다 얼마나 우는지.

3. 그린게이블즈 시리즈는 고등학교 때 이후 오랜만에 복습입니다. 사실 앤시리즈 후반부보다는 에밀리라든가 밸런시, 제인이 좋지만요. 그래도 앤 시리즈 1권은 역시 특별합니다. 노처녀 아가씨가 상큼발랄한 행복을 찾거나 하는 그런 모습도 좋지만 저 공상으로 꽉 찬 조그만 아가씨와 그 주변은 확실히 다른 맛이있어요. 동족혐오같은 기분으로 앤을 싫어하던 때도 있지만. 여튼 X번 만의 복습에서 새롭게 건진 건 매슈아저씨. 마릴라도 좋지만 매슈아저씨ㅠㅠㅠㅠㅠㅠㅠㅠ우웃... 왜 결혼을 못하셨나요. 제 이상형인데. 진짜 이상형인데. 흑설탕 20파운드 사오는 장면은 언제봐도 뭉클하고 두근거리고 그렇습니다.

4.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도 복습하는 동안 또 울었어요. 앤 시리즈에서 루비가 죽었을 때도 운 걸 생각하면 저는 시험공분답시고 책에 파묻혀 울고온 게 다였나 싶어지기도 합니다(...) 엘리자베스를 보고 울고 울고 울었어요. 줄리엣을 보고 웃고 웃었지만. 저는 전쟁이나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게 싫어요. 진부한 말입니다만.

5. 뭔가 저 진부한 말의 연상선에서 하고 싶던 말이 있었던 것도같은데. 아, 생각났다. 새삼깨달았는데 전 바른 생활 어린이-내지는 겁나 고지식함-이 맞나봐요. 아니 맞습니다. 저는 착한 어린이로 사는 데에 한번도 불만을 느낀 적이 없고 반항할 요소도 없었거든요. 착하게 살면 사는 대로 세상은 착한 곳이었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괴로워한 기억도 없습니다. 아쉬움이나 슬픈 기분같은 건 마음에 묻어두기보다 그냥 흘려보내라고 배웠어요. 이런 저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참 얄팍하게도 컸구나 싶어 혀를 차고 싶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뒜어유. 탈선이 나쁘다고는 생각 안하는데 저는 탈선할 이유가 없나봐요.. 일본 가면 하게 될까..

6. 세상이 장밋빛으로 반짝거리는 어린이의 연장선에 어디까지나 올라앉아있는 느낌입니다. 성인딱지 붙은 지도 2년은 지났는데 왜 이리 아직도 어린 건지. 말해야 입만 아프고 서른번은 넘어지고 쇼를 해봐야 알게될테니(by 맘마미아) 그전까지는, 뭐, 그냥, 조용히.

7. 자는 동안 굉장한 꿈을 여러개 꿨는데 대다수기록하지 못하고 사라져서 아깝습니다. 커다란 태엽공장이랑 매와 함께 사막을 헤메는 사막의 아이는 기억에 남아있는데. 약간 세츠나 닮은 느낌이었어요.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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