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햄스터를 처음 샀다. 나는 그 애를 사랑했다. 까맣게 반짝이는 눈이 예뻤고 조그만 심장소리가 사랑스러웠다. 부드러운 털과 작은 손발이 정말로 예뻤다. 순하고 착한 그 애는 나에게 이빨한 번 들이대지 않았다. 배 위에 올려놓고 쓰다듬으면 그 애는 그 자리에서 잠들었다. 사람보다 높은 체온은 따뜻했고 함께 있는 순간순간은 지독하게 행복했다. 1년이 지나고서부터는 매일매일이 무서웠다. 언제 그 애가 내 곁을 떠날지 몰라서. 털 빛깔이 나빠지거나 걸음이 느려지거나, 코끝이 좀 더 새하얗게 되거나. 밀어두고 잊어버린 채 있다가도 문득문득 가슴을 스치는 섬뜩한 기분에 그 애를 찾았다. 가늘고 빠른 숨소리를 듣고 안도했다. 아직은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떠나지 않았다고. 그애를 쓰다듬는 순간은 만족스러웠고 행복했다. 사랑으로 가득차있었다. 어떤 따뜻하고 완전한 것의 테두리 내에서 안락하게 싸여있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와 그 애를 중심으로 둘러진 공기가 완전하게 안온하고도 부드러웠다. 평온하고도 행복했다. 그만큼, 그 것이 무너지는 게 두려웠다.
그 애를 보내기 전까지 나는 또 1년을 두려움에 떨면서 보냈다. 잃고 싶지 않았다. 무너지는 게 싫었다. 이 순간이 고정되어있지 않다는 게, 흘러간다는 게, 매번 나이를 먹는다는 게 그렇게 무섭고 슬플 수가 없었다. 그 애가 죽어 떠나는 꿈을 꿀 때마다 심장이 멈추었다. 끌어안은 채 웃다가도 다음 순간은 목이 탈 것처럼 아팠다.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는데도 그 순간은 찾아왔다. 나는 무방비했고, 무너지듯 울었다.

그 때의 기분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아버지와 어머니, 나와 오빠. 내 작은 애완동물과 내가 만들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강한 울타리가 있었다. 지난 20년을 꼬박 그 것에 둘러싸여보냈다. 나는 언제나 가장 어린 어린아이였고 보호받는 작은 딸이었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는 언제나 다정하고 아름다웠고, 서로를 사랑했고, 나를 사랑했다. 이상적이고 따뜻한 가정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짜증을 부려도 안아주는 아버지. 사랑을 담아 채근하는 어머니 항상 기대어 어리광을 부릴 수 있게 해준 나의 부모님. 그 울타리는 언제나 내 앞에 있었고 내 위에 있었다. 언젠가 이 곳을 떠나야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오랜 후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것이 그다지 멀지 않았음을 알았다. 가장 행복한 시간과 멀어져야하는 때가 또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그저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을 지금 처음 깨달았다. 오랜 후의 일도 아니며, 두 분은 언제까지 내 앞에 서 있을 수 없다. 우습기도 하지. 나는 내가 그 분들과 헤어진 후에도 내 부모님은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스럽고 행복한 중년부부로 남아있을 줄 알았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게, 내 마음은 그 분들을 잃을 일이 없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우스운 일이지. 나 혼자 예외가 될 수는 없는 법인데도. 나이든 아버지의 피부가 탄력을 잃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고 마음이 내려앉았다. 병원 검진을 받고 오신 어머니가 아무렇지도 않은 말로 몸 속에 혹이 있다고 하셨다. 안돼. 안돼. 나는 아직 이 곳을 떠날 수 없고 두 분을 잃을 수 없다. 변할 수가 없다.

햄스터를 잃었던 그 때를 생각한다. 함께 있었던 2년. 가장 행복했던 첫 일 년 이후 나는 내내 그 아이를 잃는 두려움에 떨었다. 두 분과 함께 하며 걱정없이 행복했던 21년 이후, 나는 상실의 공포에 대해 얼마나 긴 시간을 보내게 될까.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도, 나는 여전히 무방비하다.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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