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에 키웠던 애완동물을 생각합니다.
그 애는 나를 위해 존재했고 나는 그 애의 주인이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당신은 그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아실 겁니다. 나는 낮이 되면 나의 친구와, 가족과, 사람들과 만나며 나의 하루를 즐겼습니다. 그 동안 나의 아이는 우리 안에서 나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기억나는 순간마다 그 애를 찾아 변덕스러우나 한결같은 애정을 쏟아부었고, 아이는 그 때마다 그에 응해 나의 곁에 있었습니다. 매일이 그렇게 달콤하게 흘러갔습니다. 내가 나의 삶에 젖어있는 동안 그 애는 한결같이 나를 기다렸고 한결같이 나를 따라주었습니다. 그 애의 속내를 들을 수 없는 나는 그 애가 어떤 생각으로 나에게 다가왔는지, 애교를 부렸는지, 발치에 누웠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애는 완전히, 온전하게 나의 것이었으니까요. 그 애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가 아는 세상은 나 하나뿐이었습니다. 눈을 뜰 때부터 주인인 내가 곁에 있었고 죽을 때까지 내가 곁에 있었던 그 아이의 세계에서 나는 작은 신이었습니다. 그 애를 온전하게 차지한 단 하나의 신.
무슨 뜻인지 이해하십니까. 나는 그 애에게 물을 주었고 밥을 주었습니다. 그 애는 내 손에서, 내 입에서 먹이를 받아먹었습니다. 그 애의 잠자리를 돌봐주는 것도 청소해주는 것도 모두 내 몫이었습니다. 자연의 굴레에서 떨어져나온 그 애는 나의 도움으로 살아갔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 아이를 반려동물이라는 호칭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애완동물이었습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만으로 살아가는 내 소중하고 작은 아이. 나는 그 아이와 평등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관계를 쌓아올려 그 애를 나만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해가 가시나요? 내가 넘치도록 베풀어주는 물과, 음식이 아니었다면 그 애는 아주 쉽사리 죽었을테지요. 나는 어린아이가 개미집에 물을 붓듯이 순수하고도 무지하게 그 아이의 삶을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가늘고 작은 목은 한손에도 충분히 들어와 그 어린 시절의 나조차 조금 힘주는 것만으로 죽일 수 있음을 알았지요. 그리고 나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애를 사랑했으니까요.
그 아이의 삶은 짧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작과 끝은 나와 함께 있었습니다. 일생을 나를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내 아이의 세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사랑이든, 두려움이든, 공포든, 미움이든 그 아이의 삶에 가장 크게 관여하고 있는 것은 나였습니다. 예, 그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나는 그 애의 주인이었고, 그 애의 삶을 이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심장소리. 체온. 나를 채웠던 모든 것들. 나는 그 아이의 생도 사도 손안에 쥐고 있었고, 그 마음 위로 한결같이 그 애를 사랑했습니다. 그 아이의 체온. 심장소리. 가는 울음소리. 부드러운 털. 그 모든 것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나의 일부처럼 스며든 그 아이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약하고 여리게 나를 넘치도록 채웠던 그 충족감을 기억합니다.
가끔, 당신을 보며 당신도 그 애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당신의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은 오롯이 나 하나이고, 당신의 일생을 갖는 것도 온전히 나 하나뿐인. 당신의 감정이나 이성이 변하는 원인은 단 하나이며, 그 하나가 나인 세계.
가끔 당신을 데려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 가둬두고 싶어집니다.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내가 없으면 당신이 말라죽어버리게 되는 그런 공간을 꿈꿉니다. 나는 헌신적이며 한결같은 태도로 당신의 곁에 있을 것이고, 당신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하나밖에 없을 것입니다. 나는 이따금 당신을 버려두고 내가 할 일을 찾아 떠나겠지요. 그리고 나의 일과가 끝나는 동안 당신은 그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내가 당신의 곁에 돌아오면 당신은 불안감에서 벗어나 나에게 호의를 보여주며, 그제서야 겨우 안심하고 잠들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나는 잠든 당신을 끌어안고 그 어릴 때처럼 심장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있겠지요. 평화롭고, 느긋하고, 행복한 한 때일 겁니다.
당신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아주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fin.
모처 얀데레 스레에서.
Posted by 네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