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르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 한없이 작아지고 기분이 수직으로 추락합니다. 너무 좋아하거나, 호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대체로 그래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안절부절 하다가 재대로 말을 못하고 맙니다. 그런 의미에서 후배가 미어터지도록 들어온 동아리방이 한없이 무섭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잔뜩. 전 작년 이맘때에도 구석에 낑겨 혼자 조용히 책이나 읽고 있었단 말이지요..orz
2. 저게 기분이 다운된다면 기분이 고조되는 건 무언가를 해냈다는 충족감에 가득찼을 때. 앓던 이처럼 골머리 썩이던 교육 이력서랑 레포트를 해치웠습니다. 레포트라는 걸 1학년때 도무지 써본 기억이 없어서 쓰는 게 죽을만큼 무서웠어요. 갈겨놓고보니 레포트라기보다는 토론문처럼 되어버렸지만 뭐 완성했으니까 아무래도 좋아. 가장 현실적으로 좋아했던 선생님과 가장 현실적으로 싫어했던 선생님에 대해서 길게 쓴 교육 이력서는 틀림없이 흑역사가 되겠지만 지금만큼은 아무 생각하지 않을래요. 보통은 숙제를 할 때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주절거리지는 않을 것같지만, 에라 모르겠다 홀딱 벗은 나. 애초에 입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다물고 있었을 뿐이지.
3. 니시오 잇신의 헛소리꾼 시리즈를 읽었습니다. 이제 1권이지만. 감상은 ...이거 추리 소설이었어?; 바케모노가타리도 그러고보니 기묘한 이야기에 덧씌운 모에스러운 타입별 언니들이 나왔지요. 지극히 만화적인 상황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온 추리를 전혀 예상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한대 얹어맞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게, 추리물로는 전혀 기대를 안하면서 읽었거든요. 굳이 말하자면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연작 시리즈같은 걸 꿈꿨달까, 아님 추리물이어도 샤바케 정도일라나-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게, 현실감이 겁나 떨어지잖아요. 있지도 않은 완벽한 천재들이 줄줄히 나오는데다가 삼중인격의 메이드가 튀어나오는 형국인데 이 상황에서 체중이 5kg인 애가 사뿐 뛰어올라 창문으로 빠져나가 밀실을 만들었대도 전혀 놀라지 않을(중략)
4. 이세계 속에서 등장한 정통파-냐?- 스러운 추리과정에 조금 놀랐습니다. 거야 반전이 있긴 했지만, 그 전반적인 과정에 매력적이고, 만화적인 캐릭터는 전혀 상관이 없었지 싶었거든요. 응, 지나치게 만화적이었어요. 괴아라는 것 자체가 몽환적이고, 그 내용이 독특한 캐릭터들에 어울리기 때문에 12세부터 18세까지 타입별로 골라잡을 듯한 바케모노가타리가 평범하게 느껴졌던 것과는 좀 반대랄까요. 아직 1권이니까 분위기에 적응하는 느낌으로 읽고 다음권부터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내려갈 작정입니다.
5. 그리고 어쩌다보니 알음알음 읽고 있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순서가 1권->3권->2권 순이 되어버렸는데 그 점은 아무래도 좋고, 뭔가 손발 오그라드는 감정을 떼어놓고 보면 평범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그다지 깊은 무게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술술 편하게 읽혀요. 하다못해 제가 이작품을 처음으로 만난게 영화가 아니라 책이기만 했어도 훨씬 재밌게 읽었을 것같습니다. 틀림없이 동인계 어딘가에 계시리라 믿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분의 유려하면서도 가느다랗고 동양적인 벨라와 에드워드는 대리만족으로 상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어뵈거든요. 제가 영화의 뿜기는 반짝반짝반짝+카메라 3배속의 컬렌 일가를 먼저봐서 그렇지..orz
6. 봄맞이로 옷에서 구두까지 싹 질렀습니다. 셔츠가 네벌, 반바지가 두벌, 구두가 네 켤레, 더 없나? 이렇게 해서 딱 9만원이에요. 여름옷까지 지른 거니까 이제 내년 9월까지는 2만원 이하로 옷을 지르겠습니다. 봄가을용 아우터가 애매하긴 하지만, 늦봄이랑 초겨울에 입을 수 있는 얇은 재킷은 하나 있으니까 그걸로 그럭저럭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 문제는 싼맛에 질러버린 구두가 8센티 힐이고 가보시가 없다는 건데, 도착하면 발을 한번 절단내본 후에 깔창을 깔든지 해야할 것같습니다. 전 제 발사이즈가 240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235일지도 몰라요. 어느 쪽이든 공포지만 봄-가을에 구두 신을 때는 죽어도!! 죽어도!! 죽어도!! 하이니삭스를 신을 생각이기 때문에 양말 두께를 생각하면 이럭저럭 괜찮을지도.
7. 최근 인형에 공들이던 혼이 자신 꾸미기로 옮겨간 것같습니다. 그래봤자 쪼렙이라 꾸미는 건 안쳐바르는 것보다 나은지 안나은 건지 모를 알파벳랭을 돌고 있지만, 빵떡모자도 써보고 하늘하늘한 아가씨 드레스도 입어보고, 하여간 즐겁습니다. 내일은 예의 그 옷을 입고가고 싶은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운동화 웨지힐(5센티)까지 장만해 입으면 딱일 것같아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수요일이랑 목요일은 비온댔으니까 못 입을 텐데.
8. 한 주에 두번은 꾸미고 나가고 한번은 폐인꼴로 나가고 이런 식으로 놀고 있습니다. 재밌재밌. 지금 앓던 이=과제가 쑥 빠져서 올레올레하는 기분이라 좀 하이텐션이에요. 이렇게 금방 끝낼 거 왜 그리 질질 끌었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