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톨레마이오스를 지상에 가져다 박는 거짓말같은 작전을 펼쳐가며 데려온 제 4의 건담 마이스터는 얌전히 자신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방에 찾아오는 게 아니었는데. 병문안이라는 명목이 서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어 찾아온 자신이 바보였다. 기지에 함께 감금되어있던 카탈론 동지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얻어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뿐인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였을까. 복잡한 기분으로 라일은 방금 전 그가 자신에게 한 말을 되물었다.
「손?」
「네.」
알렐루야의 대답까지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조종하는데 쓰고 밥먹는데 쓰는 이거 말이지. 라일은 잠깐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강아지도 아니고 이건 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이냐. 잠깐 곁눈질로 탐색해봤지만 상대가 무슨 생각인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반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라일은 왼손을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여기 대령했습니다」
약간의 빈정기를 담아 말한 어투에도 개의치 않고 알렐루야는 그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라일은 조금 움찔하긴 했지만 몸을 뒤로 빼지는 않았다. 빼지 못했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대체 뭘하려는 생각일까. 라일은 살짝 경계하는 시선으로 알렐루야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라일을 신경도 쓰지 않고 알렐루야는 조심스럽게 그 손등을 쓰다듬었다.
..어.
라일은 경직해서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손등 위에 와닿는 타인의 감촉. 흔적을 덧그리듯이 그는 긴 손가락으로 손가락을 어루만졌다. 그 형태를 확인하는 듯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이내 알렐루야는 천천히 자신의 두 손으로 록온의 손을 덮었다. 정말로 천천히. 금방 부서져버릴 것처럼.
실제로 알렐루야가 록온의 손을 붙잡고 있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라일에게 있어서는 짜증나게 긴 시간이었다. 그는 애써 손을 빼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참았다. 다행히도 라일이 견딜 수 없게 되기 전에 알렐루야는 손을 놓았다.
「고마워요, 록온.」
「..별말씀을.」
올려다보는 알렐루야의 얼굴에는 사심없는 미소가 자리잡고 있었다.자신을 보는 상대에게 뭐라고 말해줘야할지 몰라 라일은 미간에 주름을 잡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자리에 앉아있는 터라 지금은 자신 쪽에서 내려다보고 있긴 하지만 일어나면 자신보다 머리 하나만큼은 큰 청년이었다. 그리고 그가 보인 행동은 그런 청년이 하기에는 그다지 어울리는 행위가 아니었다. 라일은 잠시 그의 해명을 기다려보았다. 하지만 상대는 더 말할 기색이 아니었다. 항복. 라일은 씁쓸한 기분으로 손을 들었다.
「음, 저기」
「네?」
「왜 이런 건지 물어봐도 돼?」
딴에는 당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렐루야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양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꼭 말해야되나요?」
「말해주면 고맙지」
라일은 가벼운 어투로 말하며 팔짱을 끼었다. 어째 서 있자니 심문조가 되는 것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앉을 기분은 들지 않았다. 알렐루야는 잠시 그를 빤히 응시했다. 오랜 감금생활에 지쳐있었을 법했는데도 그의 눈은 흐려지지 않은 채 맑았다.
「당신을 좋아했으니까요」
가라앉은 알렐루야의 목소리는 흔들림 하나 없이 침착했다. 라일 디란디는 잠깐 그에게 뭐라고 대꾸해줘야할지 고민했다. 그와는 만난지 이틀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통성명을 한 것과 자신이 '그'의 동생임을 말한 것 이외에 그는 자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를 것이다. 당연히 그가 말하는 '당신'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았다. 그 '당신'이 누군지도. 조금 지체하고나서야 라일은 한 손을 들었다.
「..아 저기, 엄청 고맙긴 한데, 음」
눈 앞의 청년을 보며 라일은 복잡한 기분으로 머리 속에 떠도는 말을 입에 담았다.
「난 우리 형님이 아니야.」
남의 정곡을 찌르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다소 씁쓸한 얼굴로 그 말을 입에 담은 라일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에 그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예상 외로 알렐루야는 표정을 흩트리지 않은 채 살짝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생각도 못했던 대답에 라일은 고개를 들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알렐루야는 깍지낀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을 쓸듯이 손가락을 겹치는 그의 얼굴에는 다소 지친듯한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라일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록온에게 혼잣말처럼 대답했다.
「당신도 록온이니까.」
라일은 잠깐 그의 말에 움찔했다. 알렐루야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고 천천히 웃었다. 긴 포로 생활 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것처럼 피곤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눈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부드럽게 인사를 건넸다.
「다녀왔어요, 록온.」
손에 닿았던 그의 감촉만이, 숨막히도록 선명했다.
fin.
23. つめたい手 (차가운 손) / つめたい手
마이스터즈의 얀데레루야에 감명받아서 썼던 것.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 그 빈자리를 가장 인정하지 않을 것같은 타입은 알렐루야가 아닐까 싶었어요.
Posted by 네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