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새삼스레 좀 창피해져서 말하는 거지만 이거 일기에요, 그니까 좀.. 건방집니다orz

1. 제 학교 생활은 새삼스레 말하기도 뭐할 만큼 좀 빡빡..한가? 싶을 만큼은 타이트합니다. 작년 1년동안 48학점을 이수했어요. 계절학기랑 시험으로 얻은 학점을 제외하면 42학점. 한학기에 21학점씩 수강했습니다. 주로 팀 프로젝트가 많았고 저는 남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할 수 있어도 남에게 일을 맡겨 100의 성과가 나올 것을 78 정도가 뜨면 차라리 저 혼자 다 하고 성적을 나눠먹는 편이 편한 인간이었습니다. 아니 자료 모으고 정리하고 하는 건 다 같이 했으니 ppt구성+발표+대본짜기만 거진 제가 다 했었네요. 그래서 발표한 것만 10여개. 학교에서 막차를 타고 오는 것도 부지기수. 시험기간에는 새벽공부. 

2. 고등학교 때의 생활은 훨씬 더 비참했기 때문에 저렇게 죽어라 열심히 하는 게 참 좋았어요. 어쨌거나 집에는 10시 정도에 들어오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꼭 6시가 아니어도 됐거든요. 그야 가끔은 6시 기상 해야하긴 했지만. 1학기때는 정말로 널널했고 2학기때는 조금 빡빡하고 정줄을 놓고 있었긴 했지만 전부 즐거웠습니다. 성적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고요. 그래서 2학년 1학기 전공 5개+복수전공 1개+ 필교 3개로 별 상관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거기에 교직 하나를 쑤셔넣고 나서 깨달았어요.

3. 맞다, 작년에는 가상수업 하나씩 들었는데..orz

4. 22학점 풀로 수강하며 수업시간은 총 24시간, 그 것도 주 4파. 또한 이번 동아리는 문학제를 개최하고 각종 행사를 열어제끼는 모양입니다. 아, 저 이번에 근로도 신청했어요!

5. 그리고 저는 방학 내내 제 인체가 만든 근육을 전부 지방분으로 바꿔놨습니다. 첫 1주가 지나가고서 입술안 쪽에 구멍이 세 개 나고 입술 위가 커다랗게 부풀었습니다. 시험삼아 안티 트러블 패치를 붙여봤는데 소용은 없더라구요. 결국 그게 엄청 흉한 꼴로 부어오르기 직전 알보칠을 들이부었습니다. 참고로 저희집 알보칠은 희석되기 전에 나온 제품입니다. 여러분, 면봉의 솜을 뜯어내고 나무 끝에 약을 찍으면 적은 양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더 오래 알보칠을 사용할 수 있답니다. 그래봤자 쓰는 순간 보이는 건 지옥이지만.

6. 그리고 구멍난 입술을 하고 이번 한주 학교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재대로 수업을 뛰어본 감상은 수요일의 7연강 중에서도 네시부터 일곱시까지 이어지는 3시간짜리 수업만 빼면 그럭저럭 괜찮다는 것. 시험도 아마 3,3,3개로 나눠서 보게 될 것같습니다. 마케팅과 논문 쓰기, 일본어 원어 수업에는 좀 공을 들여야할 것같지만 기본적으로 일어 수업은 좋아하니까요. 적어도 A 둘에 전부 A+! 이라는 원대한 목표는 세웠습니다만.. 몸이 남아날지는 모르겠습니다orz

7. 이번주는 휴일인 내일 윤이랑 만나서 논다는 걸로 자신을 세뇌하면서 버텼어요. 저는 정해진 틀 속에 저 자신을 밀어넣고 그런 자기에 도취되어있는 건 정말 좋아합니다. 인형을 꾸미는 것과 비슷해요. 틀 위에 색을 칠하고 장신구를 답니다. 섬세하게 하면 섬세하게 할 수록 좋은 결과가 나와요. 지금의 저는 '공부에 매진하는 나'에 취해있는지도. 유키농, 너는 혼자가 아니야.
하지만 취한 것과 별개로 공부-집, 공부-동아리, 공부-과제만 반복하다보면 꽤 지치기 때문에 어떻게든 구멍을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를 몰아넣으면 여유가 생긴 주말에는 글로 웩웩 댈 수 있을만큼 뭐가 쌓일까요..

8. 여튼 하루에 적게는 다섯시간에서 많게는.. 몇시간인지 세고 싶지 않아.. 9시부터 7시까지 수업, 준비및 이동시간을 더하면 여섯시 반에서 여덟시 반, 14시간쯤은 학교에서 보내야하기 때문에 잠을 일찍 자고 있습니다. 적어도 11시 전에 자려고 하고 있어요. 덕분에 하루 컴퓨터 시간이 한 시간이 될까말까고, 과제가 늘면 그 시간도 마냥 자유로울 것같지는 않습니다. 주말 3일은 완전 미친듯이 놀 거지만 그 것도 휴식모드로 가야 버틸 수 있을 것같고.

9. 기분은 무슨 레벨 3짜리 캐릭터를 데리고 보스몹을 횡단하는 플레이어가 된 기분입니다. 으아, 짜릿해라. 에린에서 성전기사단 한 복판에 뛰어드는 것보다 더 스릴이 넘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학점은 박살나면 2,3만원으로는 복구할 수 없거든요-_- 제 인생에 B만 없으면 괜찮습니다. B+까지는 용서할 수 있셔요.. 그 학점을 받는다고 딱히 죽는 건 아니지만 지금 제가 정한 목표에서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건 죽어도 싫습니다. 그런.. 그런 게 좀 있어요. 저는 제 스스로 낮추고 싶지 않아요. 가능한 위를 보고 싶습니다. 그러다 제 위치가 까마득한 아래라는 걸 알고 우울해질 때도 이씨만 어쨌든 밑보다는 위를 보는 게 낫잖아요. 다소 기대치와 만족 사이의 갭이 커져서 고객..이 아니라 소비자 본인의 심정을 지옥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떨어져죽을 거라면 높이는 가보고 싶습니다. 목표는 과탑!! 최소한 장학금!

10. 뭘 이야기하려다 글이 여기까지 온 거지?; 하여간 저렇게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제가 돌파구 혹은 활력소로 삼은게 치장입니다. 옷장 정리했더니 모르는 옷들이 잔뜩 나와 한동안 코디를 바꿔가며 입어봤어요. 검은 코트+셔츠+갈색 플레어미니스커트+렌즈+갈색톤 메이크업+목 뒤에서 묶은 머리이라든가, 플레어 미니스커트+ 부츠+헐렁한 누빔셔츠+똥머리+빨간 안경이라든가. 또 어떤식으로 꾸몄더라? 하여간 기모레깅스님을 지른 후부터는 치마님 만만세입니다. 만우절에는 스쿨룩으로 매치해서 입고 가야지. 화장에 공을 들이는 것도 재미있어졌어요. 이른 생일선물로 새도우도 좀 받았고.

11. ......잠깐만 코스메틱을 할 생각이었는데 왜 또 덕질이 되가는 거지?

12. 학교 생활이 바쁘다보니 방학동안 푹 빠져있던 덕질은 살짝 휴면기가 됐습니다. 지금은 하우스를 꼬박꼬박 보는 정도려나. 그리고는 책으로 소비하네요. 카야타 스나코 책은.. 재밌어요 제기orz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이라든가. 다카무라 카오루의 책은 세 작품째 접하는데 이 사람 글에서 편집증적일 정도로 세밀하고 무겁고 금속같이 차분한 묘사는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같습니다.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문체가 못되니까 취향은 좀 갈리겠지만. 저는 어떻냐고 물으면 아직도 반반입니다. 리오우는 쓰러져서 읽었지만 단순히 보면 저는 오천그루의 벚나무 사이에서 만나는 두 젊은이를 보고 심장이 타버렸던 건지도 몰라요.

13.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책들도 은근히 괜찮아서 오오 하는 중. 아임 소리 마마때도 이야기했지만 작가가 이런 사람이라고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건 경계심에서 이미 큰 작용을 하고 있는 것같아요. dark였던가요? 가장 우울하다는 그 책이 그로테스크만큼 저를 다치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4. 가장 최근에 읽은 건 십이국기 1,2편. 새삼스레 스기모토와 요코로 빛과 어둠을 가를 수밖에 없었던 애니 제작진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며 실력이 되면 원서로 다시 읽자고 생각했습니다. 번역이 뜻을 모르게 만들거나, 그런 것보다 오노 후유미의 색이 보이지 않아요. 요시모토 바나나처럼 한국으로 옮겨오면 또 굉장히 달라져버리는 유형의 작가가 아닌가하고 멋대로 생각해봤습니다. 그도 그럴 게 두 언어의 느낌이 다르잖아요.

15. 잠이 오니 뭐라고 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고 디비 잘f랍니다orz
Posted by 네츠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