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헤야~디야~ 목욕탕에서 두시간 정도 씻으면서 노래를 메들리로 불렀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부른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지금도 좋아하는) 샤먼킹 오프닝부터 봉신연의, 빅마마의 체념, 브아걸의 다가와서, 윤하의 비밀번호 486, 소녀시대의 oh, 윤하의 혜성, god의 기차. 또 뭘 불렀더라. 끄트머리에 와서는 그 때 그 사람, 빗물, 꼬마인형, 연극이 끝나고 난뒤, 사랑보다 깊은 상처등등을 주욱 흝었습니다. 막판 마무리는 봄에 오면 산에들에 진달래 피네~하는 동요. 원래 씻을 때는 흥얼거리는(아니 대부분 언제나 흥얼거리는) 여자입니다만 새삼 즐거웠어요.

2. 씻을 때는 공들여서 몸을 닦는 게 좋습니다. 따슨 물에 몸을 불리고 머리를 샴푸칠해서 한번 씻어낸 다음에 비누뭍힌 때수건으로 전신을 북북북 밀어냅니다. 부위당 두 세번정도. 그리고 물로 한번 씻고, 머리를 적신다음 두피부터 다시 깨끗하게 샴푸를 하고 그 상태에서 바디로션으로 거품낸 댕글댕글하게 생긴 거품망으로 몸을 한번 전체를 문질러주고, 그리고 다시 물로 씻어냅니다. 거품을 헹구듯이 샤워기로 잘 밀어주는 게 포인트. 이 후 머리에 린스. 손에다 대량으로 짜서 잘 비빈다음에 빗어내리듯이 끄트머리부터 삭삭 빗어냅니다. 이 상태에서 다시 바디 샴푸를 한번 바릅니다. 거품망으로 내면 거품이 꽤 많아서 아깝거든요. 얼굴까지 다 문질러놓고서 칫솔질. 보통은 한번 하지만 목욕중에는 소금묻혀서 한번, 치약묻혀서 한번입니다. 소금이 없으면 그냥 칫솔로 한번 문질러주고 치약묻혀서 해요. (미도리카와상 왈, 치약이 묻은 상태에서는 거품 때문에 칫솔질 하지 않은 곳도 했다고 착각하기 쉽다네요.) 가글 한 후에는 전신을 물로 씻어냅니다. 몸은 손으로 슬슬 문질러가면서 거품을 털고 머리는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물에 헹구듯이 여러번. 따뜻한 물로 한번 하고 마지막에는 체온보다 살짝 낮은 물로 헹궈냅니다. 욕실청소를 하고 나오면 끝.

3. 한번 주욱 적어봤더니 되게 기네요. 실제로는 별로 안 걸리는데. 써놓고 보니 좀 편집증스럽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차피 매일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 1,2주에 한번 정도 이런 대공사를 치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목욕을 끝내고 나오면 전신이 뽀득뽀득합니다. 샤워랑은 다르죠, 응응. 청소도 그렇고 0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리듯 모든 것을 정리하는 걸 좋아합니다. 깨끗해진다는 느낌도 들고, 뭣보다 '공들여서'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것같아요. 섬세하고 아름다운데 예쁘지는 않은, 그런 느낌이에요. ..뭐 청소든 목욕이든 보통 그렇게 '해야지!'하는 차징이 완료되기 전까지 질질질 밀어두기 때문에 저렇게 열심히 하게 되는 것도 같지만.

4. 계속 목욕에 대한 이야기인데, 애들은 당연한 걸 잘 모르니까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으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같은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대요. 칫솔질 같은 거. 윗니아랫니를 달고-같은 걸 교육받지 못하면 재대로 하려고 해도 방법을 모르니까 잘 할 수가 없다나. 그런 것같아요. 사소하거나, 예민하거나, 혹은 옷 아래의 문제같은 건 다들 대놓고 알려주거나 알려고 하지 않잖아요. 저는 제 목욕을 저런식으로 하지만 저건 아주 일반 적인 걸지도 모르고 완전히 이상한 걸지도 모르죠. 다들 그런 이야기는 서로 입에 담지 않으니까 뭐가 보통인지는 다들 잘 모르지만. 으아, 재밌어라.

5. 그러고보니까 습관같은 건 정말 가족 내에서 배우는 거라고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아니지, 별로 뼈가 저릴만큼 절박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진득했다고 해야되나.. 우와 모르겠다. 음, 근데 진짜 사소한 것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저희 집에서는 칫솔의 절반분량정도가 되게 치약을 묻힙니다. 제 친구는 칫솔 전체에 치약을 바르구요. 그런 사소한 차이같은 걸 생각하면 재밌어요. 다른 사람과 교집합을 만들면 그 사람의 걸 조금 배우고, 그 사람도 제 것을 조금 배우고 해서 섞이는 거겠죠.

6. 어쩌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간 거지? 음 목욕과 치약 이야기는 제쳐두고 인터넷 쇼핑을 했습니다. 가방을 두개 사고 레깅스와 오버니삭스를 조금. 방학 동안 살이 좀 쪄서 오버니삭스가 어울릴 다리인지는 모르겠는데 꼭 입고 싶은 옷이 생겨서 큰맘 먹고 샀어요. 노란색 긴 티 안에 밴딩이 들어간 검은 나시티를 받쳐입고 그 위에 초록색 후드 원피스+ 동그란 목걸이에요. 여기에 믿에는 까만 핫팬츠를 챙겨 입고 다리에는 오버 니삭스, 조금 더 욕심 부려서 하이힐. 아직 날이 추울 때는 부츠도 괜찮겠죠. 굉장히 귀여운 옷이라 새 학기 되면 입고 다녀야지 하고 신나 있습니다. 작년 동안 열심히 쓴 가방을 오빠에게 반납해야해서 새로 샀는데 갸는 이 옷차림이랑 잘 어울릴 지 모르겠네요.

7. 예전만큼 인형놀이를 자주 하지 않게 된 건 '꾸미고 싶어-!'라는 스트레스를 화장같은 거, 그러니까 제 자신에게 풀게 되서 그런 것같아요. 지금보면 인형 사진이든 뭐든 섬세하고 예쁘게 잘만들어서 새삼스레 감탄이 나옵니다. 남에게 보여주는 게 굉장히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별로 부끄럽지 않기도 하고.


어.. 역시 좀 부끄러운가..
하여간 이 때 사진들이 거진 지금은 고장난 컴퓨터 메인에 저장했던지라 그거 하드 복구 하기 전까지는 원본 사진을 못 구하게 되버렸어요. 옛날 핸드폰에 좀 남아있기는 하지만..

8. 옛날 흔적들을 뒤져보다가 이불 속에서 미친듯이 하이킥을 날렸습니다. 그렇구나, 적어도 초등학교 때와 비교하면 괜찮아, 중학교 때랑 비교해도 괜찮아orz 정진정명 중2의 폭풍 속에 있던 시절 일기를 꼬박꼬박 쓴 건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그래 이것 또한 흘러가리라. ..흘러가서 흑역사가 되겠죠, 지금 이 순간도orz 언제쯤 하이킥을 안하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건지, 안선생님 어른이 되고 싶어요.. 포기하면 편한가요..orz

9. 아 맞다. 이 것도 기록. 지금 체중은 홀딱 벗고 재면 161cm에 50kg입니다. ..아마 오차범위 +1,2kg 정도는 있을 거에요. 으아아아아아 작년 여름에 48까지 뺐었는데. 아니 체중 이전에 전신에 근육이 다 사라져서..orz 운동해야죠, 운동.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면 다시 안양천을 자전거로 달릴 생각입니다. 얼굴에 바람이 스치고 귀에는 음악이 들리고 몸에서는 땀이나는, 그런 순간들이 정말 죽을만큼 좋아요.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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