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을 굉장히 즐겁게 보냈다. 여자애답고 어린애다운 장난도 쳤고, 선생님들과 사이도 좋았다. 축제날에 계단을 교장선생님 캐리커처로 뒤덮어두고 통과료를 받기도 했다. 만우절날 다른 고등학교에 교복을 입고 찾아갔다. 내기도 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면 통과료 10원, 대학생으로 보인다면 그냥 통과. 여러 장난을 치다가 교장선생님에게 태클을 먹이며 같이 넘어졌을 때 진땀이 났다. 몇반이냐고 호통을 치는 선생님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좋을지 몰라 얼어있었다. 같이 장난치던 친구가 달려왔다. 선생님, 저도에요. 뒷 사람이 속삭였다. 어머, 재도래요. 거기서 적당히 지어낸 이름이 도래영이었다. 고교 3년 동안 이름대신 정착한 호칭.

친가를 찾아갔을 때 나는 할아버지를 보는 게 싫어서 위층의 작은 다락방에 숨어있었다. 어째서인지 사촌들도 나와 내 오빠의 그 심정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 숨겨주었다. 큰 오빠의 개인실로 꾸며놓은 다락방 침대 위에 웅크리고 앉아있다가 오빠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싫지. 입모양으로 그렇게 말했더니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는 장난기가 많았지만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대충 한 금발 염색에 늘씬한 몸에 큰 키에 긴 팔다리. 모델이라도 하면 좋겠다 싶을만큼 인기가 많았지만 본인은 별로 관심이 없어보였다.

이제 오는 빛, 지성과 지혜, 꿈과 꿈. 나머지 둘을 죽이고 유적지로 가 하늘로 가는 건 단 한 사람.

길고 시리즈스러운 꿈이었는데 쓰다가 다시 잠들어서 거진 날아갔네요.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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