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 먼저, 방을 치웠습니다. 한 이틀 전인가? 중요하니까 한번 더 말합니다. 방을 치웠습니다. 지저분하게 해놓고 사는 게 극에 달할 때는 여느 물건너 오덕..수준까지는 좀 무리인가. 하여간 지진이 일어나는 장난감 가게와 책 가게를 섞어놓은 것같은 꼴이 되는데 제가 방을 치웠다고 포스팅에 적을 경우 십중팔구는 방정리를 가장한 대청소가 됩니다. 엊그제 아침인가, 전날 어무이가 나가시면서 설거지를 부탁했는데 컴퓨터하다가 그대로 꼬록 잠드는 바람에 안치웠어요. 그게 양심에 찔려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폭풍 설거지, 직후 방청소에 돌입했습니다.

2. 이노우에 킷코 17세님께서 말하시기를 '청소같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 할 때는 네코미미를 하면 좋아요, 즐거워지니까'라고 하셨지요. 저는 네코미미는 아니지만 mp3를 애용합니다. 설거지에도 방청소에도 즐거운 기분을 +100정도는 해주거든요. 당시 복장은 천많은 펄럭펄럭 스커트에 반팔 원피스를 겹쳐입고 스튜디어스 용 앞치마에 머리는 뒤로 질끈, 앞치마 주머니에는 mp3. 저 스튜디어스용 앞치마는 엄마 친구분 따님 건데 집 정리하다가 어무이가 얻어오셨다고 합니다. 약간 얼룩이 있긴 한데 입으면 허리가 가늘어 보여서 되게 예뻐요. 하여간 그 복장을 하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배경음악은 브아걸부터 시작해서 츤데레 캐니언, DGS는 엄청난 것을 훔쳐갔습니다를 거쳐 메타몰포제에 돌입. 그야말로 카오스.

3. 제 방은 지금 책상을 오래비 방으로 옮긴 상태가 참고서 같은 게 쌓여있었어요. 그걸 전부 바닥에 쌓아놨었는데 오늘 건프라 박스를 들어내면서 정리했습니다. 건프라박스..의 박스 아트는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기 때문에 그라함이 울고갈 오덕마인드를 발휘, 전부 잘라서 스크랩했습니다. 이건 더블오 카테고리에 따로 나중에 적기로 하고.

4. 12개인가 13개쯤되는 박스를 정리하니까 한시간쯤 흘렀나. 거기서 걸레로 박스가 쌓여있던 서랍들을 닦아내고 화장품 코너를 정리하고 책을 쫗고 쓰레기를 버리고 서랍을 정리하고 책을 꽂고 쓰레기를 버리고 비닐을 분류하고 종이류를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이불을 밖에다 털고, 밖에다 털고, 밖에다 털고. 저는 이불 네 장 덮고 자거든요. 그리고 바닥의 먼지를 닦고 머리카락의 산-_-을 버리고, 청소기 한번 돌리고, 행주로 훔쳐내고.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대략 네 시간 정도는 치운 것같습니다. 화장품들을 정리하면서 오래된 샘플을 전부 버렸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에 친구가 선물해줬던 핸드크림이 반쯤 남아있는 걸 발견해 손에 발라봤는데 견딜 수 없이 따가워지길래 결국 씻어내고 버렸습니다. 아깝긴 하지만 역시 4년쯤 지나면 쓸 게 못되나 봐요..

5. 그리고 어제는 친구들과 만나러 나갔습니다. 윤, 선키, 휘냥이, 모모, 인경이, 야몽. 은영이는 못나왔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인데 대학 들어오고 일년이 지나니 각자 껍데기가 조금씩 더 예뻐지고 있어서 낄낄낄. 여자 일곱명이 모이니 가공할 상태가 되어서 접시를 깨먹을 뻔했습니다. 기껏 시내까지 나갔는데 인경이가 민증을 안가져오는 바람에 닭갈비 먹고서 술은 우리집 와서 먹었어요. 작년에도 결국 술집에는 못 들어갔었기 때문에 올해는 들어가야지 했었는데 올해도 결국 무리(...) 마트에 들려서 소주 두병에 맥주 1.6L를 사고, 또 뭘 샀더라. 아 맞다 막걸리. 그리고 눈물나게 고급스러운 KGB 한명. 막걸리는 두병 샀는데 막걸리는 맛없어서 못먹었습니다. 그건 그냥 합성 착색료 덩어리지 막걸리가 아니에요.. 꺅꺅 수다도 떨고 고스톱도 치고 원카드도 하고 뭔가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안주로는 바나나와 소세지 볶음과 기타 등등등을 쳐묵쳐묵. 확실히 집에서 먹는게 싸고 좋아요. 어무이 손은 신입니다. 저는 소주 반병이랑 맥주 좀 마셨나? 다들 쓴 건 죽어도 싫어하기 때문에 전부 콜라와 섞어서 마셨습니다.  술집에서랑은 분위기가 틀려집니다만. 적당히 취해서 깔깔거리다가 시간이 늦어 슬슬 집에 갔는데 근처 사는 윤이랑은 남아서 같이 영화를 보고 갔습니다. 인크레더블 겁나 재밌어요! 픽사는 뭘 좀 안다니까요.

6.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서 일찍부터 마비노기. 거지근성이 붙어서 그런지 포션을 쓸 때마다 고민고민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즐겁게 하고 있어요. 펫은 더 이상 사지 말아야지..orz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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