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무이와 목욕하고 왔습니다. 간만에 자리잡고 앉아서 전신이 뽀득뽀득하게 문지르고 탕에 담그고를 반복. 밤을 샌 상태, 이미 절반쯤 탈진. 씻고나면 이불 속에 기어들어왔을 때 시트와 몸이 닿아서 미끄러지는 그 느낌이 참 좋아요. 그 상태로 이불 속에서 웅크리면 천하도 부럽지 않습니다. 아, 여기는 지금 내자리구나 싶은 기분. 곰이 굴속에서 겨울을 나는 기분을 알 것같아요.. 몽롱.
2. 밤낮이 또 뒤집어져 어제 오후 11시에 일어난 이후에 지금까지 안잤습니다. 슬슬 정상화될 때가 됐네요. 그런 것치고는 마비노기의 영향은 별로 안 받았습니다. 카테고리까지 만들어가며 야심차게 시작한데다 펫도 네 마리나 샀는데, 그런 것치고는 딱히 몰입이 안된다고 해야할지.. 레벨도 아직 답보 상태를 거듭해 현재는 그럭저럭 28인가 26인가 그렇습니다. 이틀만에 21찍었던 걸 생각하면 이후에는 거진 답보상태지 싶네요. 그도 그럴게.. 던전에서 활쏘는 애들이 저는 제일 무서워요orz 어찌어찌 G9와 G1을 병행해나가고 있지만 파티원 세 명을 모아야한다는 시점에서 뇨롱;ㅅ; 하고 정줄을 놔버렸습니다. 그냥 느긋하게 해야죠 뭐. 새삼 게임에 목숨거는 타입은 아니구나 싶었어요..
3. 뭐랄까, 음, 게임을 하면 굉장히 좋아하고 또 몰입하지만 저는 거의 결승 테이프로 달려가는 기분으로 게임을 합니다. 에디터를 쓸 수 있다면 써버리고, 공략이 있다면 공략을 봐버리고 하면서 최단속도로 달려가요. 그리고 엔딩을 보면 그제서야 아아, 끝났구나 하고 안심하는 것. 비단 게임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것들이 안도할 수 있는 위치에 와서야 뒤를 돌아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는 즐거움이라는 건..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딱히 추구할 생각이 들지 않아요. 어렵사리 어려운 스테이지르 ㄹ깨고 으아아 다행이다ㅠㅠ하고 안심하기는 해도 아아 해냈어!같은 충족감을 느끼지는 못할 것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카미야 히로시를 위시한 남성 게이머분들, 존경스럽습니다orz
4. 뭐 그런 고로 온라인 게임인 마비노기에는 이렇다할 결승 테이프가 없기 때문에 역으로 아주 여유로워져버린다는 이야기. 밀 캐서 축포 벌고 힐러 알바하고 경험치 받고, 돈이 없다 싶으면 던컨의 스크롤 퀘스트를 받습니다. 저 미믹이랑 늑대 잡아서 15000골드 이상 벌었어요, 야호! ..그리고 여전히 벌벌 떨면서 알비 던전을 돌고 울면서 피닉스의 깃털을 먹여 펫을 깨웁니다. 그래도 제 펫들 되게 귀여워요. 이름은 충실하게 고양이 - 윌슨 선생, 독수리 - 하우스 선생. 역시 고양이가 아니라 골든 리트리버를 사야했었을까.. 백호도 일단 사긴 샀는데 제 사랑스러운 새하얀 말에 비하면 속도도 별로 안나고, 예쁜 외모에 비해서 사용 이점은 잘 찾을 수가 없어 대충대충 쓰고 있습니다. 알비 던전에서는 윌슨선생이랑 같이 돌아요. 얘 인공지능은 어떻게 되어있는건지 팔랑팔랑 앞으로 나가는 하얀꽃다발(서러브레드)에 비해 윌슨이는 등뒤에 붙어 냥냥거릴 뿐 공격을 안합니다. 안그래도 너 쥐콩만해서 상태보기 힘들단말야, 공격좀 해..orz 파티 퀘스트도 하고 싶긴 한데 접속 시간도 새벽이고, 사람들 만나는게 무서워서 그냥 혼자 돌고 있어요. 펫과 함께 하면 넉넉하게 즐겁습니다.
5. 어쩌다 마비 이야기로 갔지... 뭐 할만해서 한 것같긴 한데; 아 맞다, 그리고 학교에 교환학생 도우미를 신청하러 갔어요. 서류 접수 자체는 간단했는데 음.. 잘모르겠네요. 전 시간표가 되게 빡빡하게 짜졌거든요. 21학점... 22학점인가? 에 24시간 수업. 주 4파. 외국인 학생과 시간표가 맞으면 뽑힐 거라고 하던데, 안되도 그만이다 싶네요 지금 심정으로는. 막상 일어로 말하려고 하면 또 겁먹을 것같고..
6. 세상에는 아직 모르는 게 굉장히 많아서 또 낯설어지는 기분입니다. 티르 코네일에 간신히 익숙해졌는데 던바튼이 튀어나오길래 당황했더니 데브캣은 아무렇지도 않게 제게 이리아 대륙을 보여주죠. 지금 심정은 그런 느낌.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은 걸까요.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적응해서 살고 있는 걸까. 이렇게 넓고 이렇게 많은데. 인생이 한 400년이나 500년쯤 된다면 좀 더 느긋하게 살 수 있었을까요.
7. 미샤 데이여서 마스카라부터 비비크림까지 충실하게 질렀습니다. 베스트인지 머스트인지 콩글리쉬로 말하는 최고로 좋은 물픔은 이름도 까먹은 어쩌구저쩌구 오일 투 폼. 물기 없이 바르면 오일, 물로 문대면 거품이 나는 건데 엄청 순하면서도 잘 지워집니다. 뭐냐, 샘플로 받았다가 결국 두병 질러서 안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 놔뒀어요. 왠만큼 진하게 화장해도 이거 하나면 다 지워지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가격대도 그럭저럭 착하고요.
8. 이 이야기를 깜빡했네. 렌즈도 샀어요. 어, 윤이랑 다크.. 아니지, 배트맨 비긴즈를 보고난 날 저녁이었으니까... 언제더라?; 아마 지난주 목요일 즈음이었던 것같네요. 재대로 끼고 나간 적은 딱 한번이지만 안경 없이도 선명한 세상이 신기해서 좀 두근 거렸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때는 이미 안경을 끼고 있었으니까 안경벗고 다니게 된 건 근 13년 만이었어요. 거울을 들여다볼 때는 자꾸 있지도 않은 안경테를 들어올리려고 해서 좀 웃었습니다. 여전히 끼울 때는 벌벌 떨고, 난시 렌즈라 누워서는 낄 수 없으니 여전히 안경을 애용하지만. 안경을 쓰지 않는 화장이라는 게 꽤 기분이 달라지더라구요. 하이라이터까지 쓰고 나갔던 날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9. 우와, 슬슬 졸리다. 근 며칠간 연속으로 하우스 꿈을 꿨었는데 오늘도 꾸게 될까요. 저는 하우스와 윌슨의 관계는 거의 결벽적일 정도라서 이 둘에 신체접촉은 아예 상상이 안갑니다만(그렇다기보다 하우스가 여자든 남자든 자는 꼴이 상상이 안간다.. 아 극중에서 스테이시랑 한번 자긴 했지만 그 사람은 하우스가 좋아하는 여자였잖아요.) 이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정말정말 좋아해요. 사실은 서로가 없는 편이 서로에게 좋았겠지만 어쨌든 가장 맞는 조각이 눈 앞에 떨어져있으니 둘다 절대 외면은 하지 못했겠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금처럼만 같이 걸어주면 좋을 텐데.
10. 하우스가 앰버를 보는 시선은 정말 유쾌하지 않은 것이었다 싶지만, 이 사람 인생에서 어떻게든 깊은 상처를 남긴게 그 여자라는 것도 지울 수가 없어서 좋아합니다. 스테이시는, 어쩌면 안녕을 고했던 것처럼 깨끗하게 추억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기억 속 한자락으로 파묻어버린 짐념에 찬 여자의 조각은 여전히 쓴 맛으로 남아있을 거구요. 이 여자도 참 이기적이라 죽을 때까지 하우스에 대한 건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상관없는 두 사람이지만. 아아, 그래도 하우스가 변하는 건 싫어요... 이 것도 결벽증.
11. 책 감상문 안 썼네요. 아임 소리 마마, NHK에 어서오세요, ...어라 썼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