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서 공부를 하다가 길을 나섰다. 백화점으로 쑤욱 들어갔을 때, 굉장히 싼 가격에 파는 아이스크림과 초콜릿들 사이에서 방랑하듯 걷다가, 두 개가 똑같이 붙어있는 사과를 봤다. 조심조심 갉아내듯이 껍질을 벗겨 먹으려고 했을 때, 아버지와 마주친다. 어라, 내 얘기를 하고 있네. 목에는 푸른 리본. 상담원인 듯한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 조금 기분좋게 취한 것같은 아버지의 입에서는 사과주의 향이 난다. 원형의 소파 사이에 버섯처럼 돋아난 탁자를 마주하고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아버지. 벽지에는 별이 아로새겨진 푸른 밤하늘같은 우주가 그려져있다. 아아, 이건 내가 보고 있는 게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실재로 아버지는 그 곳에 없겠지만, 소리쳐 부른다. 아버지가 돌아보고 어째서?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웃으면서말한다. '나, 1층 서점으로 가 있을게요.' 아버지와 말하는 나를 이상한 듯 쳐다보지만 별로 개의치는 않았다. 아버지는 내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사과를 끌어안고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을 떄, 사과에 대한 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마도 천 원일텐데. 주머니 속에는 동그란 은빛 동전 두개와 지폐가 잡힌다. 돈을 가져왔네. 갯수는 7500원. 1층으로 내려오던 중에 마주친 백화점의 점원이 쟁반을 건넨다. 망고주스가 올라와있다. 갸웃거리며 받아들고 사과를 얹어서 들고 내려온다.
1층의 홀에서는 무언가 파티가 있었던 모양이다. 유명한 연예인이 차린 식탁은 거의 먹지도 않은 채 버려지고 있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이내 참을 수 없다는 듯 안으로 뛰어들어와 먹고 있었다. 그 옆을 조심조심 지나다가 엄마를 발견한다. 일하고 돌아오는 길이던 어머니는 몹시 피곤한듯 피식 웃으며 나와 함께 들어온다. 나는 식탁에서 초밥세트를 집어왔다. 받아든 어머니는 고마워,하고 말하고는 먹기 시작했다. 사과도 드리려고 봤는데, 옆에 있던 한무리의 사람들 가운데 앉아있던 여자가 그 것을 가져갔다. 난감한 기분에 쳐다보자 그녀는 씨익 웃고는 사과를 먹기 시작했다. 다행히 두개니까, 하나는 엄마를 드릴 수 있었다. 그녀는 사과을 흔들었다. 조금 주물럭거리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사과는 놀라울만큼 간단하게 껍질 속에서 쏙 튀어나왔다. 넋을 잃고 바라보자 그녀는, '사과를 이해해주었으니까 먹히러 와준거야'라고 간단하게 말한다. 아아, 1층의 서점에 가지않으면. 그 순간 퍼뜩 그렇게 생각했고, 그 순간 나는 눈을 뜨다가 기어들어간 책상 아래에 부딪혔다.
메리포핀스같은 느낌의 즐거운 꿈. 꿈에서 나온 백화점을 예전에도 두번정도 더 꿨었다. 1층의 서점와 7층의 옷가게. 지하는 전철로 연결되어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