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6 맞나? 뭐 고치면 되니까 아무래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이 번호에 깃들여있는 추억은 구 홈피에서 생각나는대로 번호를 적당적당히 쓰다가 일기가 500개를 넘어선 시점에서 틀린 번호들을 수정하느라 엄청나게 오래 시간을 잡아먹었던 겁니다. 미루지 말고 그 때그때 하자는 가정방문 학습지만이 아니라 사회 모든 일에 적용되는 법칙이라는 걸 새삼스럽고도 쓸데없이 가르쳐준 어린 시절의 진리, 허허허.
2. 홀딱 벗고 어두워진 학교를 돌아다니는 꿈을 꿨습니다. 프로이트 아저씨가 보면 ㅎㅇㅎㅇ를 외쳤을 것같은 꿈인데 내용은 의외로 평범했어요. 그다지 춤지도 덥지도 않았고, 콩알만큼 남은 수치심때문에 불이 꺼지니까 오히려 안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간이 태초의 이브처럼 살수는 없는 거군요, 응. 꿈 속에서 화장실을 가는 꿈을 꿀 때즈음 아 이건 꿈이구나.. 하는 비몽사몽 상태가 되어서 눈을 떴는데 확실히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 상태였습니다. 꿈은 역시 외부 영향을 받는구나 새삼스럽게 감탄하면서 일어났죠. 꿈 속에서 갔던 화장실은 왜 깜깜했는데도 적외선처럼 보였던 걸까요, 이상한 꿈이네. ..지금 생각하면 예전에 그 호그와트 스러운 욕조가 딸린 거대 화장실과 긴 복도와 입구 여러개가있던 꿈이랑 이어지는 것같기도 하고.
3. 꿈을 꾸고 일어나서 예전에 꿨던 꿈과 같은 장소구나, 하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쭉 이어집니다. 선명하게 남은 조각들을 이어붙이는 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밌엉. 그 풍경들은 제가 살았던 곳과 닮아있기도 하고 완전히 꿈같은 내용이기도 합니다. 허공에 서 있는 거대한 탑이라든가 초등학교와 큰 육교를 건너면 있는 들판이라던가.
4. 쓰는 걸 잊었다. 인터넷에서 책을 질렀습니다. 교보문고에서. 열한권 샀는데 45000원이 깨지는 경악스러운 상황. 적립금을 생각하면 일단은 15% 할인인 셈이니 홍대까지 가는 차비를 생각하면 인터넷에서 사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건 분명한데 어쨌든 책값이 너무 올라서 지르면서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크래시 블레이즈 5권이 끼어있었으니까 한권은 6000원짜리이긴 했지만. 4500원이나 한다면 치키타 구구(이번에 싹 다 샀습니다) 정도의 판형이면 돈이 아깝지 않았을텐데.
5. 치키타 구구 신장판은 너무너무 기쁘지만 딱 하나 불만인게 kurahuto가 크라후트로 번역되었다는 점. 아무리 생각해도 크래프트여야할 것같은데 제 착각일까요.. 음; 파이에가 크라후트를 오빠라고 부르는 것도 좀 깜짝. 인상과는 별개로 '당신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를 '오빠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번역한 일관성있는 센스에는 무릎을 쳤습니다. 너도 당신도 이상하다면 오빠가 맞겠죠.
쨌든간에 읽을 때마다 행복해지는 책이라 다 쟁여둘 수 있어 마음이 푸근합니다. 이제는 더스크스 스토리.. 더스크스 스토리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 덱스터를 봤습니다. 시즌 3의 4화까진가 봤네요. 1편 초반부터 우와 이 자식 재대로 중2병이다.. 라고 하다가 1편 마지막 즈음에는 감화되었는데, 2편에서 하는 짓을 보고 할말을 잃었습니다. 덱스터가 데브를 내려치지 않은 점에서 어떤 악인으로서의 정당성같은 게 부여됐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악인 친구였으리라 생각한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악랄하지도 않았던) 동기를 향한 2시즌의 대접을 보면 이건 그냥.. 병신이잖아.... 기껏 해리에게도 브라이언에게도 가지 않았다면 좀 더 책임감있는 인간이 되어줬으면 했는데, 으음..
7. 2시즌부터는 대충대충 보기 시작해서 영어 공부삼아 볼 생각이던게 좀 흐트러졌습니다. 재미는 있었지만. 나중에 다시 집중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8. 덱스터를 보고 그 유명한! 미연시가 아니라는! 눈물의 바다라는! 클라나드를 보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봐도 게임을 그대로 옮겨왔다 싶은 선택지 모드스러운 초반에 좀 저항감을 느끼고 (3D 미드를 보다가 2D 애니를 이어본 탓도 좀 있었겠지만) 주인공의 매우 짜식게스러운 성격에 그냥저냥 15화까지 보고 일단 끊었습니다. 나기사나 후코는 여자가 봐도 귀엽고 이상형을 정수로 모아놓은 성격인데 정작 남주인공인 오카자키 토모야 및 그 친구는 왜이리 묘사가 대충대충인가요. 잘난 껍데기와 나카무라 유이치를 떼고 보면 초반 1화에서의 오카자키 타입은 딱.. 딱 오타쿠의 이상형을 집약시켜놓은 '반에서 좀 떠있지만 잘생기고 여자들에게 인기 있지만 껄떡대지도 않으며 약간 쿨하고 시크한' 전형적인 미연시 남주인공 타입이라서 좀 애착이 안갔습니다. 이건 오카자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쿨하고 시크한 줄 아는 3D의 남성이 대입되서 그랬겠지만. 타입별로 화려한 언니동생들 사이에 혼자만 딱 짚이는 캐릭터가 없어서 그렇게 느껴진 걸지도 모르겠네요.
9. 생각해보면 아라라기나 쿈도 딱 이 컨셉이었으니 (1. 하렘의 주인 2. 참견쟁이, 하지만 여자애게 껄덕대지는 않는다, 3. 툭툭 쏴대지만 속내는 친절 4. 주변에서 좀 붕 떠있다) 남성향 작품에서 남자주인공 캐릭터란 대체로 이런 느낌인 걸까요. 아라라기는 작품 분위기가 강하고 해설자적 위치였고 스토리 진행할 수록 착한 녀석이라는 느낌이 강해졌고, 쿈은 다루데레컨셉때문에 괜찮았는데 오카자키 토모야도 그렇게 되려나.. 근데 그.. 토모요?를 대하는 주인공 친구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안간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잘 모르겠습니다. 대체 왜! 여자에게 싸우자고 덤비는 건가! 대사 한마디만 더 넣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