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인도를 따라 달리는데 비닐하우스 뼈대 같은 것이 인도를 싸고 있었다. 바닥에 흐물거리며 놓여있는 그 것들을 어떻게 통과 할까 난감해하다가 나는 페달을 밟으면서 그 뼈대들을 하나하나 집어들어 머리 뒤로 넘겼다. 거의 끝에 올때까지는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몇개를 남겨두고 페페달 사이에 그 것이 걸렸다.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얽힌 그 것을 풀기 위해 애썼다. 인도옆을 달리던 차 중 한대가 달려와 내 옆에 멈추었다. 괜찮냐고 물어봐준 여성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그 철 그물에서 내 자전거를 꺼내는 것을 도와주었다.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차 뒷자석에 앉은 어린애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고 손을 흔들자 아이는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그녀는 괜찮으면 같이 타고가자고 권해주었지만 나는 됐다고 말하고 고개를 저었다.
큰 길로 나와서 자전거 핸들은 마음먹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도로 한복판을 달리게 되었지만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다. 비틀거리면서도 나는 차들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몇번 위험을 넘기고서부터는 달리는 게 훨씬 수월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큰 횡단보도가 있는 길에 책가방을 매고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그 아이는 횡단보도가 아니라 차도 위에 서 있었다. 위험하지 않나, 하고 순간 생각했다. 다음 순간 나는 그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녀를 아는 척 한다면 그녀가 나를 따라올 것이라는 것도.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았다. 나와 내 자전거는 그녀를 통과해서 달렸다. 어린 소녀는 의아한 얼굴을 한 채 그대로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유령의 감촉은 조금 서늘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친구들과 합류하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꺼냈다. 누군가는 내 자전거가 뚱뚱한 괴물에게 쫓기지 않았냐고 했다. 그런 기억은 없었지만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곳에서 나는 한 카페를 맡게 되었다. 카페의 이름은 산울림. 말끔한 통나무 집에 카페라기 보다는 펜션같은 분위기였다. 거실처럼 꾸며진 공간에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큰 방문자들을 위해 별실도 마련되어있었다. 이 카페의 문제점이 뭐냐면, 좌우지간 방문하기가 엄청나게 힘들었다. 뒷길을 올라 안쪽으로 들어가야하는데 그 뒷길은 산길과 맞닿아있었고, 매번 카페로 가는 길을 깜빡하고 산길을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 산에서 놀고있는 아이들과 마주쳤을 때, 아이들은 내가 산신이라고 생각했는지 주눅들어있었다. 카페에 놀러오면 맛있는 걸 해주겠다고 했지만 그들이 놀러오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할례하러 온 두 집단,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