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향이 좀 단순무식합니다. 중요하니 한번 더 말합니다. 제 취향이 좀 단순무식합니다.

1. 올곧은 사람.
자신 안에 부러지지 않은 검을 가진 사람. 앞을 보고 나아가기로 결심한 사람. 제 안의 독도 피도 눈물도 마음도 다 받아들여 삭히고 기반으로 앞으로 나가길 결심한 사람. 제가 그래서 더블오를 겁나 팠으며 옵티머스 프라임을 겁나 팠으며 플라티나 파스툴이 저의 빛이었으며 바사라의 다테(써놓고 나니 겁나 바보같습니다만 어쨌든)를 좋아했고 십이국기를 겁나 파고 히루마모를 지지했고 사카신스를 좋아했습니다.

2. 독을 품은 사람.
말할 필요 있습니까. 저는 (제멋대로 해석하는 역사상의) 최애캐가 여희이고 달기인 사람입니다. 독을 품은 남자도 못지 않게 달지만(비바 당테스) 여성의 그 것은 말할 바도 없습니다. 스치기만 해도 베어나갈 듯한 독을 품고 웃어보이는 꽃은 얼마나 달콤합니까.
성숙한 독이 아니라도 한계에 달한 여자의 원은, 한은 정말 깊게 새겨집니다. 좀 미안하니까 수줍게 고백합니다. 저 루이스랑 네나의 관계가 겁나 좋았어요. 악도 선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가 용납할 수 있는 것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을 두고 자신을 내던졌던 그 모습이, 그리고 그런 입장에 처해지기 까지 내몰려진 그 과정이. 그 독이 피어오르는 순간이.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인이 나타나서 제 마음을 유린하고 가셨습니다. 미실, 미실, 미실. 달디 단 이름.
욕망을 한순간도 돌아본 일 없이, 망설임없이 살았고, 자신을 위해 살았고 나라도 삶도 전부 자신의 이름 하에 있었던 악녀. 또는 원화. 한치 꺾임없이 고고하게 사는 마지막 순간의 웃음이, 미처 다 억누르지 못한 여인의 마음이, 치켜올린 눈썹 끝에 맺히는 독이, 그 목소리가 절절히 제 마음을 꿰뚫었습니다. 실은 지금도 못 다 쓴 SS가 쌓여있습니다. 아, 진짜 겁나게 좋네요. 현정언니 사랑해요.. 아니 이게 아니라.

그리고 51화를 본 지금, 저는 저의 또 하나의 취향을 깨달았습니다.

3. 병신 남자
.............orz 일어로 쓰면 다메오토코가 됩니다. 그렇네요, 제가 겁나게 발린 더블오의 근간, 제가 옵티머스 프라임의 속성이라 짚고 있는 그 것, 덜 자란 아이마냥 흔들리는 눈을 가진 파이로. 그렇게 어딘가 어느 순간에서 멈춰버린 남자들. 여자들은 취향운운하기전에 안쓰러워서 볼 수가 없으므로 아마 이 건 남자 한정입니다.

.............넵 비담입니다.

똑같이 뺨을 스치는 손에, 어깨를 움켜잡은 손에, 붉어진 눈시울에, 그리고 버려진 아이가 가장 목말라했을 그, 포옹. 정말 머뭇거리면서 천천히 등에 두른 손. 포옹이라는 게 장난이 아닌게요, 그게 겪어보면 참 따뜻하고 마음이 채워집니다. 진짜로요. 그걸 그 아이가 받은 겁니다. 눈앞에서 놓쳐버린 어떤 사람을 대신해서, 그 사람이 줄 수도 있었던 것을 건네주는 여인이 있었으니까요. 덤으로 그걸 건네주는 여인이 남자보다 연하면 더 좋습니다. 어이구 달다.

결론은 비담이 눈물나게 취향이라고요..orz

p.s 근데 참 이요원씨 연기에 아쉬운 부분이 많구나, 하고 새삼 눈에 들어왔습니다. 딱히 미실과 비교할 부분은 아니지만 덕만은 깔지 않아도 되겠다 싶은 부분에서 깔아버립니다. 아니 대부분 톤을 엄청 낮추고 딱딱하게 끊어읽어요. 경어체와 깐 목소리는 덕만의 대외적 관계에서 쓰는 톤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사적인 감정을 표하지 않는다는 듯한 표현이 되어버립니다. 가령 비담에게 말하라고 소리지를 때는, 공주님 이전에 닭고기든 촌놈과 쌈박질 하던 아가씨 수준으로도 충분했지 싶거든요. 거기 있는 건 덕만 공주가 아니라 비담과 사적으로 친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외에도 좀 더 감정을 실어도 되겠다 싶은 부분에서 너무 죽여버리는 게 아까워죽겠습니다. 대본과 상황에 따르면 덕만이 냉철한 여왕이 되는 건 이 후부터인데, 연기만 놓고보면 덕만은 계속 주위사람들을 말로 쓰고 버리며 살아왔단 말이지요..?; 비담만 해도 안아준 후에 미실의 아들 운운하는 장면에서 완전히 장기말 취급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아도 되는 대본..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유..

p.s 석품랑, 설원공, 하종, 비담, 칠숙, 그리고 미실. SS로 토해낸다면 이 사람들이 딱인데 어떻게 엮을지 애매하네요. 걍 미실의 남자들 시리즈하는 게 제일 낫겠다..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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