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은 좀 개그처럼 썼지만 신지가 중얼거린 저 말은 "도망치면 안돼"보다는 "도망치고 싶어"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이 잘 드러나는 대사라 좋아해요. 싫어. 무서워. 여기 있기 싫어. 싫어. 싫어. 도망치고 싶어. 그래도 안돼. 안돼, 여기 있어야돼, 도망치면 안돼, 도망치면 안돼, 도망치면 안돼.. 여러모로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구나 하고 새삼 생각합니다. 남녀 오타쿠의 모든 로망을 집어삼켰다니까요, 그 작품.

2. 딱 이 때쯤되면 정신이 우울도를 바닥을 뚫고 들어갑니다. 별 것 아닌 일이 심하게 마음에 걸린다거나 신경쓰인다거나 저지른 일에 전전긍긍한다던가. 대부분은 상대한테 실례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하는데서 발전합니다. 무엇을 숨기랴,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감상글이나 웹박수를 적은 후에 석달 열흘쯤 끙끙 앓으면서 이런 식으로 말하면 기분나쁘지 않으셨을까 너무 나댔나 이거 일기글 된 거 아니야 하고 고민하는 인종이거든요. 비단 넷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그래서 호감이 있는 상대를 대하는 게 미친듯이 어렵습니다. 좋아하는 만큼 위축되버려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코바야시 유우씨나 카가 아이양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구요.. 으우..orz

3. 아니 이게 아니라 하여간 그런 소심성이나 우울도가 생물학적으로 MAX 찍는 주기에는 사소한 사건만으로도 금방 우울해져버리는데 이번에 접한 건 전혀 사소한 사건들이 아니었습니다. 어지간하면 대충 더 카미야 쇼나 도키메키 나밍나이트나 메타몰포제따위를 들으며 잊어버릴 수 있는데 말이죠. 세상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줬던 무언가가 끝나버린 것도 슬픈데, 맙소사. 세상에 정말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에너지가 별로 없는 인간이지만 머리끝까지 피가 솟아올랐습니다. 하느님, 세상에는 정말로 갈기갈기 찢어죽여도 마땅한 짐승이 있습니다.

4. 밤새고 학교에 가서 ㅜ업듣고 나왔다던가 조별과제 발표 이야기라든가 적당히 있는데 저 일이 계속 마음을 무겁게 억누르고 있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우울한 이야기는 되도록 적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건만큼은 예외였어요. 자비와 용서는 세상의 미덕일지 모르겠는데, 가끔 자비와 관용은 개나 먹으라고 소리지르고 싶은 일도 벌어지네요. 정말로.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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