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걸었다. 구름이 단단했다. 단단한 구름 아래로 세상이 내려다보였다. 이상할 정도로 행복한 기분에 젖어있었다. 사뿐사뿐 걸어다니던 구름 위에 집 한 채가 있었다. 처음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하늘을 걸어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왔었을까. 희미한 기억은 거기서 멈추었다.

고등학교 교실에 앉아 수다를 듣고 있었다. 멀리 하늘에서 정방형의 물체가 보였다. 깜빡거리며 날아가던 그 것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지? 저게 뭐였지? 문득 자신이 그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방형의 몸체에 달라붙어있는 긴 네 개의 백팩. 붉은 액체로 채워진 그 안에서 눈을 감은 사람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중에는, 자신도. 흩어지는 의식 속에서 그 언젠가 하늘 위를 걸었던 꿈을 떠올렸다. 그건 꿈이 아니었다.

정방형의 물체가 하늘로 떠오른 것은 비밀 실험이었다. 액체 속에 잠든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실험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어느 날에 그 우주선은 추락했다. 거대한 ㅣ빙해의 한복판, 부서진 기체들 사이에서 눈을 떴다. 허공 위에 액체 위에서 새어나온 새하얀 기체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그 것을 붙잡았다. 몸은 하늘로 날아올랐고, 단단한 구름 위에 멈추어섰다. 두 노인은 나를 안으며 웃어주었다. '만나서 반갑구나, 내 아이야.' 하늘 위로 날려보냈던 잠든 아이들은 그가 만들어낸 생명이었다. 늙은 박사는 평생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했었고, 하늘 위로 올려보냈던 실험체는 그의 마지막 꿈이었다. 그리고 이제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그의 마지막 실험은 추락해서 사라졌다. 그의 눈을 보며 나는 그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로 울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노쇠한 몸을 움직여 그는 나를 지상으로 보내주었다. 우아한 노부인은 나와 함께 내려가는 길을 택하지는 않았다.

나뭇잎 위로 모인 빗방울이 쌓이고 쌓여 한순간에 쏟아져내리는 것처럼 그 모든 기억은 한순간에 터져나왔다. 나는 입을 막았다. 창너머로 보였던 정방형의 물체는 이미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풀리는 무릎에 안간힘을 쓰며 앞으로 나아가 신문을 집었다. 떨리는 손으로 펼쳐들었다. 그 곳에는 화재가 일어나 다 타버린 집과, 그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노부인의 기사가 실려있었다. 기사는 원인불명의 화재로 타버린 집안에는 두 구의 시체가 있었다고만 쓰여있었다. 그렇지 않아. 나는 무언가 외치려했다. 목이 메어 잘 말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사랑하는 남편의 수명이 다했을 때, 우아한 귀부인은 주저없이 하늘에서 쏟아져내린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과, 그가 바랬던 모든 소망과 함께.

나이많은 이카루스. 그리고 그를 사랑한 여인.
홀로 남겨진 창조물은 기언코 자리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다.
Posted by 네츠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