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st 뻘스럽고 내용없고 티에리아 여장기점으로 시작했는데 라일 이지메로 끝난 뻘 개그 ss.
[완료되었습니다.]
눈을 떠서 화면을 확인했을 때도 몸에는 별다른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고개를 숙여 확인해보니 확실히 가슴이 봉긋하게 올라와있기는 하다. 진행하시겠냐고 묻는 화면에 그럴 필요없다고 선택지를 고르자 눈 앞의 모니터는 별안간 전면 거울이 되었다. 티에리아 아데는 비치는 모습을 담담하게 확인했다. 가슴이야 그렇다치고 어깨는 살짝 좁아진 것도 같고 허리는 조금 더 들어간 것같기는 하다. 전체적으로 곡선이 부드러워지긴 했다. 하지만 길어진 머리를 제외하면 평소의 자신과 크게 다를 것은 없어보였다. 준비되어있던 환자옷을 몸에 꿰어입고 케이스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스메라기가 제일 먼저 맞아주었다.
"예뻐졌네, 티에리아?"
"감사합니다."
티에리아는 왠지모르게 평소보다 세 배쯤은 생기발랄한 스메라기의 농담을 가볍게 받아넘겼다. (스메라기는 그 반응에 어쩐지 아쉬워하는 얼굴이 되었다) 잘 익은 과일을 쳐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눈을 빛내며 보고 있는 스메라기를 겸연쩍은 얼굴로 한번 쳐다보고, 펠트는 곱게 갠 옷을 내밀었다.
"이거 의상이야. 가서 입으면-"
"아니, 지금 입어봐야 될 것같지 않아?"
"? 굳이 그러지 않아도.."
"아니, 가서 맞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면 곤란하니까."
펠트의 의견을 자르며 스메라기는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드물게 생글생글 웃는 스메라기의 얼굴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그녀의 말에서 반박할 점을 찾지 못한 티에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티에리아! ...갈아 입을 거면 방에 가서."
"별 상관없지 않을까."
"..상관있어."
허리에 비끄러맨 환자복의 끈을 풀으려는 티에리아를 펠트가 단호하게 가로막았다. 굳이 숨겨야할 이유를 찾지 못한 티에리아가 가볍게 의문을 제기하자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썩어도 준치, 이미테이션이라도 빛은 나는 법. 여자아이의 몸은 소중히하라며 배우고 자란 펠트에게 지금의 티에리아가 아무데서나 벗는 건 좀 용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펠트의 지시에 따라 얌전히 안쪽 방으로 옮긴 티에리아는 몸에 걸친 옷을 벗었다. 의상을 집어들자 얇으면서도 나슬나슬한 기분좋은 감각이 손에 감기듯이 달라붙었다. 류밍의 취향은 쓸데없이 고급이었다. 천연산 비단이라며 옷을 건네주면서도 그녀는 마지막까지 이 옷을 어디에 쓸지 궁금해했다. 뭐 피차 모르는 게 편하겠다만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티에리아는 옷을 꿰어입었다.
옷을 상체까지 슬슬 끌어올리다가 티에리아는 문득 속옷을 까먹었다는 것에 눈치챘다. 안돼지. 혀를 쯧 차고 티에리아는 드레스 밑에 얌전히 개켜져있는 속옷을 집어들었다. 평소에 입던 것과 크기가 다르긴 해도 별로 어렵진 않았다. 하의는 쉽게 입을 수 있었다. 클리어. 제법 속편해진 기분으로 티에리아는 상의를 집어들었다. 이것도 쉽게-
.....
.....
..............어렵다.
팔을 뒤로 돌리고 몇번인가 용쓴 끝에 티에리아는 미간에 주름을 하나 팍 잡고서 손을 풀었다. 맞닿은 팔 사이에서 긴머리가 엉켜서 애를 먹는 건 세번째 시도에서 머리를 쓸어모아 앞으로 보내는 것으로 간신히 어떻게 넘겼다. 하지만 브래지어의 후크는 머리가 얽혀있건 말건 도무지 맞지 않았다. 쓰잘데기 없는 용써보기를 몇번 더 하다가, 티에리아는 반쯤 지쳐서 손을 내렸다. 21세기가 삼백년을 지난 지금도 이런 종류의 속옷은 전혀 발달하지 않은 건가. 아니 그보다 여자들은 손에 눈이라도 달린 건가. 미간을 한번 찌푸리고 티에리아는 남몰래 톨레미의 오퍼레이터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또 사투를 몇번. 안되겠다. 한계를 넘어간 티에리아는 방문을 열어제꼈다. 펠트가 그 광경을 보았다면 브릿지를 비워둘 수 없어 티에리아만 남기고 떠난 것을 아마 엄청나게 후회했을 것이다. 스메라기는 아마 (다른 의미로) 엄청나게 아쉬워했을테고.
라일은 슬슬 앞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알렐루야 합티즘이라고 했던가, 분명 구출해온 마이스터고 감금생활을 해서 몸이 약해진 것같 같은데 어느 틈에 펄펄 날고 있는 청년도 어색하지만 묵묵히 칼로리메이트를 먹고 있는 세츠나 F 세이에이에게는 뭐라고 말을 걸어야할지 감조차 안잡혔다. 함 전체에서 제일 껄끄러운 건 저녀석이다. 공식적으로 카탈론 소속인 걸 알고 있는 것도 저 녀석이고. 라일은 혀를 쯧 찼다. 그 소리가 너무 컸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세츠나가 힐끗 시선을 돌렸다. 위험해. 눈이 마주쳤다. 쳐다보는 적갈색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등에 식은땀 한줄기가 흘렀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은, 일단은 웃어야하-
[지잉-]
"있나, 세츠나 F 세이에이!"
..딸꾹.
라일은 잠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열린 문 너머에서 안으로 뛰어들어온 것은 눈부신 미녀였다. 상체에 흘러내린 결좋은 긴 머리카락, 새하얀 피부,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헐벗은 몸.. 몸?! 라일은 다시 한번 눈을 비볐다. 허리에 걸쳐진 드레스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상체를 가리는 건 머리카락뿐이었다. 그나마 긴 머리카락이 가슴 앞에서 요동치는 광경에 이러니저러니해도 여자와 가정을 소중히하는 아일랜드에서 자랐던 라일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무슨 일이냐, 티에리아 아데."
"이거 죽어도 못 입겠다."
미인은 방금 전 방에 뛰어들었을 때와 똑같은 험악한 목소리로 말하며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세츠나에게 건넸다. 미성이긴 해도 도저히 여자 목소리로는 안들리는 소년 보이스의 소유자가 손에 들고 온 것은 여성용 속옷이었다. 딸꾹. 기절할 것같아서 라일은 살짝 뺨을 꼬집었다. 아프다, 젠장. 세츠나는 무덤덤하게 그 것을 받아들고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나라고해서 입을 수 있을 것같지는 않다만."
"누가 입으라고 했나. 입혀달란 얘기다."
"나도 도와줄까, 티에리아?"
"넌 손이 크다, 알렐루야."
"별로 상관없지 않을까? 손 크기는.."
"어쨌든 작은 손이 편하지 싶다만."
"..사실 나도 그렇게 작은 건 아니다, 티에리아."
딸꾹. 지금 자기가 술에 취한 건가 고민하기 시작한 라일앞에서 세 마이스터는 조근조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라일은 벙쪄서 그들을 응시했다. -일단 저 여성이 티에리아 아데라고 치고- 어쨌든 남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저 두 사람은 왜 이렇게 태연한 거냐. 알렐루야는 한없이 순진한 얼굴로 브래지어를 들어올렸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입는 거야?"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세츠나는 알고 있어?"
"..티에리아와 마찬가지다. 너는 어떻지? 알렐루야."
"잘.. 모르겠는데."
고개를 갸웃거리고 알렐루야는 속옷을 요리조리 뒤집어가며 꼼꼼히 살펴보았다. (피차 사회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던 삶을 살아왔던지라 그 흔한 속옷 광고도 본 적이 없는 맴버들이었던 것이다.) 알렐루야가 밝은 목소리로 '이 레이스 참 예쁘네'라고 말하며 세츠나의 동의를 구하고, 세츠나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데까지보고 라일은 그만 자기 눈을 뽑아버리고 싶어졌다. ..대체 뭐하는 집단이냐, 여기.
"역시 여자들에게 물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스메라기씨는 잘 가르쳐줄 것같고."
"펠트와 함께 조종실에 들어가있다."
"밀레이나라면 지금 휴식실에 있을걸? 그치, 세츠나."
"아아, 아까 봤다."
"그럼 그녀에게 조언을 구하면 되겠군. 나중에 다시오지."
"응, 조심해~"
"옷에 걸려 넘어지지마라."
전송하는 두 동료를 향해 가볍게 코웃음을 쳐보이고(표정인 즉슨 내가 톨레미에서 넘어질 것같냐라고 쓰여있었다) 티에리아는 허공에 몸을 띄우고 통로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다. 황당함이 극치에 달하는 바람에 말릴 생각도 못하고 있던 라일 앞에서 긴 머리의 미녀는 유유히 문 너머로 감췄다.
"...지금 뭐였어?"
"티에리아 아데다."
"저기, 그, 신체상의 특징이 엄청 변했는데요.."
"특수 메이크업은 좋네요, 저런 것도 되고~"
"특수 메이크업?"
"작전상 필요하다."
표정변화 하나 없이 담담히 대꾸하는 세츠나와 세상 만복을 얼싸안은 것처럼 좋은 얼굴로 웃고 있는 알렐루야를 보며 라일의 머리 속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그 사이에서는 껄끄러운 세츠나에게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왠지 모르게 티에리아에게는 자연스레 씹혔다+내가 지금 뭘 본 거지+무슨 놈의 작전이길래?등등의 오만가지 잡상이 섞여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절실한 것이 떠올라 라일은 무심코 두 손을 모았다. 제발제발 바스티 양이 딱 이 두 놈만큼 비정상적인 감성의 소유자기를. 어지간한 10대라면 저런 차림의 미인(실은 남자)가 뛰어들면 쇼크먹는다고. ..아니 그 아가씨도 이런 타입이면, 아니 여기 승무원 전원이 그런 타입이면- ..안돼, 다시 머리가 아프다. 아무 것도 없었다는 양 다시 묵묵히 식사를 계속하는 세츠나와 여성 속옷은 귀엽다며 밝게 웃는 알렐루야를 다시 한번 보다가, 라일은 그만 현실을 도피하고 눈을 꽉 감아버렸다.
FIN.
1. 일반인이고 여자친구도 사귀어봤고 세상물정에 밝았을 라일이 떠올린 오만가지 잡상중에는 저 속옷의 착용법을 가르쳐주고 자연스레 섞여들었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선택지도 있었습니다만 죽어도 그럴 마음은 안들었습니다.
2. 밀레이나는 생긋 웃고 '아데씨 예뻐요!(키레이데스~!)'를 외친다음 입혀줬습니다. 덤으로 바른 착용법에 대해 강의도 해줬습니다.
18. お仕置き (벌칙) / 歌姫
티에밀레를 염두에두고 쓰기 시작한 건데 결과물이 왜 이런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걍 뻘스러운 마이스터들이 보고팠습니다. 라이라 미아내.. 애정이야 알지?
Posted by 네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