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보고를 매일매일..까지는 아니어도 자주 쓰는 건 이렇게 해두면 그 때의 기억이 이어져 기록이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기억력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서 더 그래요. 아니 몇월몇일 뭘 했는지 다 기억하는 일은 보통 없겠지만.. 왠만하면 기억해두고 싶거든요. 열 네살의 나, 열 다섯의 나, 열 여섯의 나. 쓰다보면 눈꼽만큼도 성장 안했구나 싶어 한심해질 때도 있고, 무언가를 정말 좋아했구나 싶어 웃음이 나올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지금과 조금은 달라진 부분이라든가. 생각을 몽땅 말로 기록해둘 수 있는 게 아니고 생각한 순간의 느낌과 글로 적었을 때 전해지는 감정은 조금씩 달라지니까 지금 이 순간 가장 원형에 가까운 기억을 남기는 건 어렵겠지요. 그래도 그 날이 어떤 날이었는지, 무슨 날이었는지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2. 그거랑 별개로 어떤 기억을 남길지는 고민해볼 문제. 지론이랄지 경험담인데 우는 이야기나 화나는 이야기나, 아 기쁜 이야기도 그럴려나요. 하여간 남기려고 하는 순간에 더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글을 읽을 때는 별로 화나지 않았는데 리플을 다는 순간 흥분하는 것같은 느낌. 저는 조금만 잘못하면 마이너스 사고로 치닫는 인간이라 되도록이면 그런 일은 벌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3. 그런 의미에서 그 기억은 소거. 나중에 이 페이지를 봤을 때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나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게 제일 좋아요. 깊게 생각해서 알아봤자 별로 자기한테는 득이 되지 않는 답도 있고.

4. 윤네 갔다가 집에 와서 영화를 봤습니다. 스피시즈. 95년작이라는데 CG와 특수효과가 잘 배분되고 이야기의 강약도 좋은 개념작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씰이- 그 갓 태어난 어린애같은 애가 아이를 배었다고 기뻐하는 장면해서 조금 가슴이 아팠습니다. 순수하게 살려고 하고 있을 뿐인데,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은 것뿐인데. ..뭐 그렇다고는 해도 인간으로서 용납해서 안되는 것도 맞겠죠. 괜히 시귀가 생각났습니다. 서로 다르니까 어쩔 수 없는 그 당연한 학살과, 학살. 영화 전체의 퀄리티를 박살내버리는 게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우주생물이 그 애를 데리러 돌아온다는 결말을 마음 속으로 은밀하게 밀고 있습니다, 에헴.

5. 적금도 넣었고, 자전거를 처음으로 밖에 매놨습니다. 540만원짜리는 아니어도 반짝반짝한 새 것이라 밖에 세우는 게 아직도 괜시리 불안해요.

6. 슬슬 졸리니 오늘은 일찍 자겠습니다. 바람 기분 좋네요.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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