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알렉 님- 오늘은 타르트에 쿠키입니...제제제제제이드?!"
"...언제부터 내 이름이 제제제제제이드가 되었다는 거야."
왕자를 위해 정성껏 구운 과자를 들고 나간 정원에는 활짝 웃으며 기뻐하는 알렉 대신 불쾌하기 그지 없는 표정으로 팔짱 끼고 앉아있는 플라티나의 참모가 앉아있었다.
<友>
"어째서 당신이 여기 있는 겁니까?"
"나도 좋아서 앉아있는 건 아니니까. 올해의 의견안으로 이야기를 나누려 찾아왔는데, 플라티나님과 네 왕자님이 의기투합해서"
"――놀러나가셨다.. 인겁니까."
"예전과는 달리 눈치는 좀 늘었군, 도련님."
"당신은 예나 지금이나 무신경합니다!"
나름대로 쏘아줄 생각이었지만 제이드는 픽, 비웃음같은 미소를 지었을 뿐이다. 과거부터 보아왔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모습이다. 새삼 화가 나는 것을 참으며 구워온 과자를 정원의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과자의 맞은 편에는 의견안의 서류가 있었다. 왕자님들- 아니, 왕들은 여기 없다. 해야할 서류와 왕의 부재. 떨떠름한 답은 쉽게 나왔다.
"...어째서 즐거운 티타임 시간에 당신과 같이 현안을 결정해야하지 않으면 안되는 겁니까아..."
"그거 참 유감이군."
한숨어린 목소리에 제이드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차 맛은 변함없이 좋군? 네게 능숙한 것도 있다는 게 대단하기야 하지만."
"...과자 더 드려요?"
태연스러운 상대의 반응을 아예 무시하기로 결심하고, 한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이드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면서도 앞에 타르트를 한 개 더 집어들었다. 어차피 부엌에 산처럼 쌓여이을 테니, 여기 있는 것쯤은 다 먹어도 괜찮겠다는 심산이리라. 사실이 제이드의 예상대로 무심코 ‘양이 많아진’ 과자들은 주방에 산처럼 쌓여있으니 괜찮았지만.
제이드가 음식을 먹는 폼은 깨끗하다. 비단 간식 뿐만 아니라 예절을 갖춘 식사 시간에도, 그 밖에 다른 때에도. 절도가 있다고 할까 기품이 있다고 할까. 부스러기 하나 흘리는 실수도 하지 않은 것같이 깔끔하다. 그 것이, 플라티나 왕자에게 그대로 연결되어있다. ..이쪽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자신의 식사법이 그렇게 더러운 것은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가족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듯한 분위기쪽이었다. 예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정한 식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그대로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알렉님이 통상적으로 먹는 모습은 아무리 잘 봐줘도 일반예법보다 못했다. ..질의 표현대로라면, ‘강아지가 먹는 것같다’ 일까. ..평소야 어쨌건 공식석상에서야 확실히 예를 갖추니, 이 쪽으로는 달리 할 말도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무심코 말을 흘려버렸다.
"..당신의 식사예절은, 천계에서 배우셨던 겁니까?"
"...응?"
"아,아니..!"
말을 내뱉은 후에야 당황해버렸다. 실수다. 그 것도 명백한. 제이드가 가장 거론하기 싫어하는 거라면 돌아갈 수 없는 <위>의 이야기일 터인데. 먹던 것을 내려 놓은 제이드는 싸늘한 눈으로 자신을 응시했다.
"..저기, 실수였습니다. ..죄송.."
"-식사법부터 전투법까지 온갖 것을 다 배웠지. 이러니저러니해도 엘리트 계급이니까. 하루종일 뭔가의 지식을 머리 속에 쑤셔넣고 넣었다.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여자를 안았고."
"...?!?! 여,여,여,여자요?!"
"? 알면서 뭘. 너희 일반천사도 천계의 규율에 따라 상대를 정해서 했었잖아? 위쪽 계급은 태어나기 힘들었으니 만큼, 결합하는 횟수도 많았지."
태연한 어조.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자조어린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비웃는 듯한 태도로도 숨기지 못한 그 얼굴에 진심으로 스스로의 바보같은 실수가 미워졌다. 그 목소리는 금방 자조를 넘어서, 환멸을 띄었다.
"...제이드.."
"윗 분들의 총애를 얻으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 그다지 재미있는 것들은 없었고. 죽어나가는 꼴은 많이 봤지. 높은 계급일 수록 더러운 것은 많이 눈에 띄니까. 상대를 중상모략한다던가,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 나락과 별로 다를 것도 없어. 아니, 더 지독하지."
".......그렇게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저에게는.."
아름다운 고향이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였더라도. 미처 말로 하지 못하는 말에 목 안쪽에 걸린 듯 맺혔다. 무구한 대지를 날아다니는 날개달린 무수한 사람들. 새하얗고 아름다운, 조금의 뒤틀림도 없이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경외와 존경을 품고, 단 하나의 존재를 추구하며 살아가면 되었던 아름다운 세계. ... 그 곳에서 평생 살고 싶었다. 살리라 생각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날개>는 조금의 현실감도 없이, 단지 꿈이나 옛 이야기 속에 나오는 벌과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잘못된 이들이 들어서는 길이라 생각했다. 올곧고, 바르게, 정해준 대로만 살아가면 그런 길로는 빠질리 없다고. 무구한 대지위, 빛나는 날개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 '천사님'에게는 싫은 이야기인가? <도련님>."
"..당신이라는 사람은!"
이를 깨물며 소리쳤다. 제이드는 여전히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필요이상으로 다정한 체 상대를 무시하는 차가운 말투였다.
"천계가 그런 곳이었다는 걸 모른 네 쪽이 이상했던 거야. ..너도 알고 있었잖아? [천상과 나락은, 그다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읏.."
"어째서, 넌 그렇게나 아무것도 모를 수 있었는지. 맹목적인 순수. 맹목적인 무지. ...그 탓인가?"
"...그만 좀 해두세요! 당신이라는 사람은, 어째서 그렇게 싫은 소리를 못해서 안달인 겁니까?!"
".... 아아."
이 사람은, 듣기 괴로운 말을 태연하게 내뱉는다.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 어떻게 해도, 무엇을 해도 익숙해질 수없고 익숙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 따위.
"... 네가 아직, 천상에 환상 따위를 가지고 있다면 곤란하니까 말이지."
... 하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네?"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곳이라면, 미화시켜 기억하지마. 사람 따위는 약해빠졌으니까. 언젠가 이 삶에 지쳤을 때, 꿈 속의 세상을 도피처로 삼지 말라는 거다, 도련님."
"제이드.."
"..네게는 지킬 것이 있지 않나?"
올곧게 쏘아보는 눈동자에 호의 따위는 담겨있지 않다. 자신이 상처입는 것을 두려워하고 타인을 밟고 올라서는데 익숙한, [무서운] 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의 말이 옳다.
"..당신이 맞을 겁니다."
천계에서의 자신의 세계는 한 없이 좁았다. 새하얀 하늘에 의구심 따위는 갖지 않았고 가질 생각도 없었다. 그저 빛이 가득한 세계에서 날아다니는 자신과 같은 존재들을 바라보았다. 그 것이 단지 좋았다.
하지만, 그 빛나는 날개를 지닌 이들은, 과연 웃고 있었던 걸까.
자신에게 그 것은 알 수 없는 일이었고 알려하지도 않았던 일이었다. 그저 자신이 그렇듯 타인들도 행복하리라 믿었다. 그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 그 때의 자신은, 하늘에 그 어떤 의구심도 갖지 않았다. 스스로가 올곧게 살고 있다, 믿었으니까. 그들의 날개를, 모습을, 목소리를 보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얼굴을 보지 못했다. ...분명, <그녀>에게도, 자신은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울고 있는 그녀를 일으켜주는 대신, 어째서 당신은 그런 존재냐는 무언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사실, 위는 아름다운 세계가 아니었는데도. ...무구하고, 어리석었다.
이 남자는, 그 눈 앞의 세계 너머의 것까지도 볼 수 있던 사람인 거다.
"..그래도 역시, 당신이라는 사람은 좋아지지 않아요."
"응?"
"아무 것도 아닙니다. 차 한잔 더 드릴까요?"
"아아."
스스로가 몰랐던 것을, 당신이라는 사람은 저 위쪽에서 너무도 당연한 것을 보는 듯한 태도로 보고 있었다. 그 것이 얼마나 잔혹하고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똑바로 보고 있었다. 그 더러움에 환멸을 느껴버릴 때까지, 외면 한번 하지 않고. 그리고 지금도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부러웠다.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만큼, 이 사람이 어려운 것이다.
아마도 평생 다가서는 일은 없겠지.
그저 이렇게 보고, 부러워하고, 자신과 다른 그를 받아들일 것이다.
영원을 함께 걷는 평행선처럼.
"그럼 서쪽 지구의 개간은 그 쪽 관리에게 일임하고.."
"너 바보냐? 틀렸어."
"..그럼 궁에서 관리.."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전달 수단이 남아도는 줄 알아?"
"...그럼 어쩌라는 겁니까!! 이 것도 안된다, 저 것도 안된다!!"
"그런 건 네 머리로 생각해, 바보."
"..당신이란 사람은!!"
이러나 저러나 태연하기 그지 없는 포커 페이스. 스스로조차 그런 얼굴에 감정을 띄우려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포기한지 오래였다. 자신의 그런 얼굴에 질려버린 듯 사피루스는 기가 찬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이기려면 천년은 멀었지.
"....정말, 당신은 변한게 없어요! 그 독설도 성격도.. 조금쯤은, 이해할 수 있게 말해줘도 괜찮지 않습니까?!"
"너도 변함없어, 도련님."
"...."
"일일히 발끈하는 성격, 고치지 않으면 오래 못 살아."
심드렁하게 내뱉은 말에 사피루스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같은 얼굴이 되었다. 정말이지 표정이 잘 드러나는 얼굴이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사피루스는 과거에도 지금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일반인 축에서는 상당히 유능한 편에 속한다지만 자신의 시야에서 그의 수완은 그저 그런 축이다. 모르는 것을 메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질문한다는 행위는 완벽해야했던 과거의 자신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누군가보다 위에 올라서 있지 않으면 안되는 삶. 타인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를 수정하는 것 따위는 배운 일도 없었다.
"당신처럼 태연하게 상대를 공격하다가는 언젠가 대로변에서 칼침 맞을 겁니다."
"..하하핫.."
"..제이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제,제이드! 저는 그런 뜻이.."
"...일일히 반응하지 말라고 했잖아, 도련님."
한번은 되쏘아주지만, 결국은 뒷심이 약하다. 한순간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사피루스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 뒤에 아무렇지도 않게 붙어나오는 한 마디에, 사피루스는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이윽고, 그는 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당신, 연기였습니까?!"
"...보통은 보면 안다고."
"..정말 싫은 사람입니다!"
"일일히 감정표현하지 않아도 알아."
"..우읏!!"
잔뜩 화를 내면서도, 차를 따른다. 화내고 있는 상태에서 따라지는 차는 그다지 재대로 되있을리 없어, 달캉달캉 거친 소리를 내며 그 안에 찻물을 받아들고, 이윽고 거친 소리를 내며 앞 탁자에 부딫혔다.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그 잔을 받았다. 서류에 튀긴 찻자국에서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를 해보이자 저쪽은 더더욱 화가 나는 모양이다. ..놀리는 걸 멈출 수 없는 상대라면, 저쪽의 사람들이겠지.
"...아까 네가 물었으니 나도 묻겠는데."
"에,예?"
"..너, 천계에서 혼자였나?"
얼굴을 잠깐 찌푸리는 듯하더니, 이내 선선히 대답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과연."
"..당신은 어땠습니까?"
"뭐, 글쎄."
대답을 회피하자, 묻는 대신 순순히 고개를 돌리고는 예산안에 집중하고 있었다. <건드리지 않겠다>인가. 끝까지 파고드는 것에 익숙해져있는 자신에게는 낯선 일이다.
태어났을 당시에, 자신을 낳은 여인이 나락으로 뛰어내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것을 표현하면 <자살>이라 할 수도 있었겠지만,아쉽게도 천계에는 그런 말이 없었다. 여자의 피를 이어받은 불온분자가 아닌가 지켜보는 차가운 눈을 사이에서 갓 태어난 핏동이는 ‘우수한 종자’로 만들어져 있던 증거로 세 장의 날개를 펼쳐보일 수 있었다, 주변인보다 월등하다는 그 증거는 타락시킬 수 없게 만드는 방패였지만 동시에 두 장의 날개를 가진 자들의 철저한 배척으로도 이어졌다. 의심과 부러움과 시기와 질투가 섞인 눈. 그런 눈을 마주대하며 싫어하는 자 앞에서 미소짓는 법을 배웠던 자신. 어쩌면 그 때 위로 올라갈 생각을 처음 했었던 지도 모른다. 그들을 비웃기 위해 자신은 인을 받았다. [당신들은 쓰레기다]라고, 그렇게 말해주기 위해서. 지위를 휘두르는 것은 싫지 않았다. 손끝으로 마음에 안드는 자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 있었다. 그 천계에서 타인을 간단하게 죽일 수 있었던 자신은 정말로 불온분자였는지 모른다. 능숙하게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웃을 수 있었던 '제이드'라는 천사는. 다만 누구도 완벽 속에 가려진 그를 보지 못했다. 그것뿐이다.
그에 비해서, 눈 앞의 이 녀석은.
"여전히 샛길로 잘 빠져나가긴 하지만 처음에 비하면 많이 늘었는데."
"..? 그거 칭찬입니까?"
"..글쎄. 예전보다는 나아졌단 소리야."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노력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서류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사피루스는 의아한 얼굴을 하더니 가볍게 대답하였다. 예전히 손은 바쁘게 놀리면서.
"..알렉 님께, 도움이 되고 싶으니까요."
"..진심이야?"
"...뭘 이제와서. 당연하지 않습니까. 괜찮아요, 제이드? 타르트 먹고서 탈이라도 난겁니까?"
걱정어린 얼굴로 부엌의 음식들을 버려야하는 거 아닌가하며 중얼거리는 사피루스의 모습을, 그저 보고 있었다.
어떻게, 같은 곳에서 만들어졌는데도 저 녀석과 자신은 이렇게나 다른 걸까. 순진하고 무구하게 천계의 아름다움을 찬양했을 존재가 정말로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사피루스라는 녀석은 그런 존재였다. 타천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천사. 녀석에게는 아무런 일그러짐도 없었다. 신의 종이라는 점에서 7대천사들따위도 그보다 낫지 않았을테지.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날개가 잘려나간 주제에도, 그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경멸도 우월도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 따위. 해본 일이 있던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너란 녀석은 좋겠군. 순수하게 타인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다니."
"..진짜 어디 아파요, 제이드?"
시선도 주지 않으며, 사피루스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응?"
"제가 알렉 님께 힘이 되고 싶듯, 당신은 플라티나님을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 겁니까? 당신도 플라티나님께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잖아요. 뭘 이제와서."
태연하게 긍정하고, 납득시키고, 받아들이는.
...역시, 이 녀석은 정말 깨끗한 존재다.
더렵혀져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다. 자신을 희생해서 타인을 살리는 천사따위는 없으리라 생각해왔었다. 반드시 사피루스도 변하리라 생각했다. 결과는 패배였다. 세상에는 더렵혀지고 손에 피를 묻혀도 올곧은 존재가 있었다. 그 더러운 천상에서도, 그리고 이 나락에서도.
플라티나님도, 그와 같다. 꺾여지지 않는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쉽사리 타협하는 편을 택하는 자신으로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순수함을.
"..그래도 역시 싫은 녀석."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제이드?!"
"아무 것도 아니야. 개간에 관한 사항은 관리사 파견쪽으로 낙찰 봐."
"..처음부터 말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아닙니까---!!"
그렇대도 자신이 얻지 못하는 것을 그렇게나 쉽게 얻고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 한 명으로 충분하다. 멍청할 정도로 순진해빠진 저런 녀석은 싫어할 필요도 좋아할 필요도 없다.
...그 순수함이, 올곧음이 부럽지 않다고한다면 거짓이겠지만.
그저 이 정도의 거리.
서로가 원하고 바라는 사람들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한 상대.
...<동료>나 <친애> 따위의 단어로는, 죽어도 칭하지 않겠지만.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