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있니? 대지가 깨어나고 있어.
알고 있어요, 모노라.
그녀는 입을 열어 말하는 대신 마음 속으로 어머니가 걸어오는 부드러운 말에 답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신을 품어줄 수 있는 어머니 앞에서, 그녀는 언제나 아이였다. 처음으로 모카신을 신고 걸었던 날에도, 혼인지팡이앞에서 결혼을 맹세했을 때도, 첫 아이의 모카신을 그녀의 손으로 만들어주었을 때도, 그리고 지금, 의자위에 몸을 누이고 평온의 휴식속에 잠겨들어갈 때에도.
이번의 인생은 여기서 끝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그녀는 웃었다.
첫 아이는 딸이었다. 붉은 울새는 울새처럼 귀여웠고 영리했다. 소울음소리와 결혼한 붉은 울새의 아들은 건강했고 통통했으며, 일족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딸이 커서 사랑스러운 손자를 낳았다. 그리고 얼마나 행복했던가. 남편 태양빛이 피우던 담배잎의 붉은 깃털같은 반짝임, 늦은 밤중 붉은 울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여주던 대지와 바람과 숲의 이야기, 모카신을 신고 뛰어다니던 손자의 웃음소리, 작은 아들이 사냥해온 토끼 한마리, 영리한 개들과 비버가 지은 댐.
너무나 좋은 삶이었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꼈다. 충만한 삶이었고 행복한 삶이었다. 자신이 딛고 있는 어머니, 대지의 여신 모노라에게 언제나 감사하고 싶을만큼. 자연이 모노라에게서 태어나는 것처럼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도 모노라에게 기대어 살았다. 그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자신 위를 살아가는 존재를 보듬어안아주던 어머니. 모노라에게서 태어나 모노라에게 돌아간 많은 존재처럼, 그녀는 이제 자신의 차례가 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시간을 역류해 다시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붉은 울새가 첫 손자를 낳던 것을 보고 있었다. 둘째 아들이 결혼하던 전 날, 혼인지팡이를 손수 깎고 있던 남편의 옆모습, 붉은 울새가 남동생을 돌보면서 부르던 자장가, 모카신을 신고 뛰어가는 붉은 울새, 그리고 아이를 낳던 순간, 자신의 행복한 비명소리, 남편과 결혼하던 날,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던 어린 자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그녀를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던 새벽, 모카신을 받던 날, 어머니의 젖을 빨던 순간, 세상에 태어나던 때의 울음소리...그리고 그 모든 기억을 가진 채, 그녀는 자신이 어머니의 자궁안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어머니, 감사했어요. 이번 인생이 이렇듯 좋았듯이, 다음 생도 좀 더 좋아져있겠지요.
그녀는 하늘을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늙은 고개를 들지 않아도, 고개 숙인 그 곳에 어머니는 미소짓고 있었다. 발을 딛은 아래에서 조용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노라를 생각하며 그녀도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첫 봄의 새벽, 떠오르는 태양 아래서 어머니는 어린 딸을 안아주었다.
fin.